레고 제품(창작품 제외) DB로는 브릭셋 Brickset이 최고입니다. 영화에 IMDb, 음악에 AMG가 있다면 레고엔 브릭셋이 있는 셈이죠. 월드와이드웹 초기인 1997년에 영국에서 만들어졌으니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장수 사이트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14700여종의 레고 제품이 DB화되어있고 당연히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이 사이트의 여러 유용한 기능 중에 '내가 갖고 있는 레고'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해당 페이지나 목록에서 'I own ~ of this set' 체크박스를 클릭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제품별 페이지의 오른편 중간쯤 혹은 제품목록의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죠.
10243 파리의 레스토랑 관련정보. 특정한 방식으로 검색이나 정렬을 했을 때 나오는 목록 화면의 일부. [출처: Brickset]
제가 제일 아끼는 제품의 하나인 10243 파리의 레스토랑인데요. 현재 17만 5천명 정도인 브릭셋 회원 중 16116명이 "나 이거 있어"라며 체크를 해놓았군요. 종합순위 역대 4위에 빛나는 성적입니다.(참고로 1위는 펫샵, 2위가 고버 엑토-1, 3위가 시네마입니다.) 그 밑의 'I want this set'은 위시리스트 역할을 해주는데 이 역시 5751명이 체크해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뭘 망설여요, 얼른 사세요.
이 기능을 활용해 own 수(및 want 수)를 인기도 측정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순위를 정해볼 수도 있겠죠? 그렇게 해서 연말을 맞아 꼽아본 2017 브릭셋 인기 레고 탑10! 과연 어떤 제품들이 가장 각광을 받았으며 예전과는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작년까지의 순위와는 다소 충격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아래와 같은 이용자 성향 및 사이트의 특징은 감안하셔야 하구요.
오직 영어로만 서비스되는 사이트다보니 아무래도 유럽과 북미 사용자들 위주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이 사이트를 이용할 리 없죠. 대부분 청소년 이상의 열성 레고 팬일 겁니다.
상반기와 하반기 초에 집중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빌룬트의 관행이다보니 보유 수 면에서 당연히 상반기 제품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1년쯤 뒤에 보면 하반기 제품들의 순위가 꽤 높아져있을 거예요. 2
순위목록 원본은 여기를 클릭 후 상단의 'Sort by'에서 'Number who own (desc)'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실시간으로 변동되는 순위임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데이터는 이 글의 작성시점인 2017년 12월말 기준입니다.
살펴보았듯 2017 탑10의 결과가 그리 밝아보이지만은 않습니다. 되짚어보자면
스타워즈로 대표되는 라이센스물의 침체: 레배무도 라이센스긴 합니다만... 간간이 보여왔던 DC/마블 등속마저 시들해진지라 마땅한 대체물이 있을지마저 의문입니다. 라이센스물 중독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지, 그동안 거의 손대지 않던 미국 이외의 콘텐트(특히 일본)로 확장을 시도하는 계기가 될지요. 일단 브릭헤즈라는 숨구멍은 찾은 듯합니다만.
미피, 폴리백 등 돈 덜 되는 물건들의 강세: 작금의 적자 및 감원 사태가 그대로 비추어지는 결과겠죠. 7~10위가 모조리 미피와 폴리백이라니 심하군요.
신규테마들의 부진: (레배무는 빼고) 2017년 최대의 히트신상이랄 브릭헤즈는 5월부터 나왔으므로 아직 덜 팔렸다는 가정을 달아둡니다. 그래도 중박은 친 듯해요. 하지만 나머지(반타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DC 수퍼히어로 걸스, 단종이 확정된 디멘션즈, 매니아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엘프, 존립 자체가 걱정되는 넥소 나이츠)는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드네요. 그나마 스피드 챔피언스 정도가 꾸준한 듯합니다.
자세히 언급할수록 이전 글을 반복할 것 같아 첨언은 피하고자 합니다. 다만 다른 한편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긴 합니다; 리브리커블이 얼마 전부터 MOC 유료 인스의 자체판매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 브릭링크는 번거로운 인보이스 절차를 싹 생략할 수 있는 인스턴트 체크아웃 기능을 도입중입니다 / 또한 MOC 제작용 자체 S/W인 스튜디오 Stud.io를 내세워 독자적인 MOC 생태계를 형성해가고 있기도 합니다 / 브릭셋이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MOC 공유 앱인 브릭스타 BriXtar를 며칠 전에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 또한 자체적으로도 부품 관련 기능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라더군요 / 옥스포드, 메가 브랜드, 코비 등 호환 업체들은 나날이 위화감과 편견을 허물며 AFOL들과 친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중국업체조차 짝퉁이 아닌 오리지널(예컨대 계몽의 삼국지 미피, 반바오의 피너츠(스누피) 미피 등)을 내세워 대열에 합류할 기세입니다.
고목나무는 잎이 마르거나 가지가 부러져서 죽는 것이 아닙니다. 줄기가 너무 굵어진 나머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속부터 썩기 시작하죠. 그 옆에는 이미 묘목과 새싹들이 자라고 있기 마련이구요. "나는 오로지 레고 정품만을 구입해. 그리고 한 번 만든 뒤에는 장식장에 고이 모셔두지." 좋아요. 하나의 취향으로 존중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대세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브릭부심 절치부심, 어쩌면 말이죠.
그리고 13개월과 며칠이 흐른 2019년 2월 8일, 다시 한 번 순위를 검토해봅니다. 우선 아래와 같이 바뀌었습니다.(이제는 큰 변화가 없을 거예요. 앞서 적었듯 1~2년쯤 지나면 순위가 안정화됩니다.)
2017년 레고 제품 중 (2019년 2월 현재) 가장 인기가 높았던 21309 아폴로 새턴 V [출처: Brickset]
1위 _ 아이디어즈 _ 21309 _ NASA 아폴로 새턴 V [↑1]
2위 _ 시티 _ 60150 _ 피자 밴 [↓1]
3위 _ 어드밴스드 모델스(크리에이터 엑스퍼트) - 모듈러 빌딩스 _ 10255 _ 어셈블리 스퀘어 [-]
4위 _ 스타워즈 _ 75183 _ 다스 베이더의 변신 [new (하반기물)]
5위 _ 스타워즈 _ 75167 _ 바운티 헌터의 스피더 바이크 배틀팩 [new (하반기물)]
6위 _ 아이디어즈 _ 21310 _ 오래된 낚시가게 [new (하반기물)]
7위 _ 스타워즈 _ 75168 _ 요다의 제다이 스타파이터 [new (상반기물)]
8위 _ 스타워즈 _ 75172 _ Y-윙 스타파이터 [↓2]
9위 _ 레고 배트맨 무비 _ 70900 _ 조커의 풍선 탈출 [↓5]
10위 _ 스타워즈 _ 75187 _ BB-8 [new (하반기물)]
1~3위는 별다른 변화가 없구요. 하반기물 4개가 새로 들어온 대신, 한동안만 팔고 비교적 빨리 단종되는 미피 시리즈와 폴리백(7~10위)이 그만큼의 자리를 비워준 것이 가장 큰 특징이군요. 이런 경향은 2018년에도 지속됩니다. 미피와 폴리백의 상위권 점령은 늘 '첫끝발'인 걸로 봐야겠어요.
하반기물의 순위가 시간이 갈수록 올라가는 거야 당연한 일이고, 5위에 있던 스타워즈 _ 75165 제국군 트루퍼 배틀팩이 사라진 자리를 똑같은 상반기 스타워즈 배틀팩인 75167이 대체했다는 건 좀 신기해보입니다. 뒷심으로는 역시 스토미가 바운티 헌터를 이길 도리가 없는 걸까요.
스타워즈는 하반기물의 선전에 힘입어 그래도 10개 중 5개로 '대표 라이센스물' 체면치레를 했습니다. 하지만 1~3위에 한 개도 올리지 못한 것은 2005년(시티 테마가 신규 론칭하며 10위권에 무려 7개를 랭크시켰던)을 제외하면 레타워즈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향세임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시간이 좀 지나면 이런 방향으로 변화가 생긴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더욱 참고가 될 만한 차트가 아닐까 합니다. 더불어 2018년 제품들의 순위는 또다른 방식으로 열거해봤으니 함께 봐시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