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명: 31058 힘센 공룡 Mighty Dinosaurs
테마: Creator
부품: 174개
출시: 2017년
정가: 2만원 | 15달러 | 15유로
평점: 10 / 10
31058 힘센 공룡 [출처: Brickset]
온갖 라이센스물의 흥망성쇠에도, 숱한 애니 베이스물의 야단법석에도 굴하지 않고 레고 본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이름, 크리에이터. 제품 하나로 세 가지 이상을 만드는 재미 + 최고의 활용도를 자랑하는 부품 구성 + 국내가마저 거품 없는 착한 가격.
혹은 이렇게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냥 장난감을 사주시려면 어떤 레고 제품이든 괜찮겠지만 '머리 좋아지는 레고'를 사주시려면 아기 때는 듀플로, 유치원쯤 되면 클래식을, 초등학교 들어가면 크리에이터, 그 다음엔 테크닉과 부스트를 골라주세요(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하지만 아이들 교구로만 여기기엔 아까울 정도로 괜찮은 게 곧잘 나오는 테마가 크리에이터이기도 합니다. 작정하고 성인용인 엑스퍼트들이야 논외로 하더라도 31026을 위시한 부동산 시리즈나 31052로 대표되는 다채로운 멀티빌드 제품들만 하더라도 만 14세 이하의 손에만 맡겨두기엔 너무 탐스럽죠. 1
그런가 하면 2차 창작, 얼터너트 빌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신통방통한 놈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부품 구성이 좋다는 얘기일 텐데요. 대략 (1) 31000번대, 즉 2013년 이후의 3 in 1 중 (2) 부동산 시리즈를 제외한 (3) 부품 수 100개 이상의 물건에 좋은 것이 많더군요. 리브리커블과 플러스L 양쪽에서 수십 가지의 얼터너트 모델을 찾아보고 따라만들 수 있습니다. 2
이 리스트에 하나를 더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31058 힘센 공룡, 출시된 지 만 1년 가량 된 제품으로 2017년 크리에이터 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동물이야 크리에이터 테마의 초기부터 면면이 이어져오고 있는 소재이고 그 중에서도 공룡은 인기만점이지만 오랜만에 많지도 않은 부품으로 아주 제대로네요. 3
이전의 크리에이터 공룡 무리로는 4507(2004), 4892(2006), 4958(2007), 4998(2008), 5868(2010), 6914(2012) 정도가 출몰해왔습니다만 예전 것들은 구하기도 힘들고 부품 수가 많아 복제도 쉽지 않죠. 반면 직전의 6914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데다 이후 한동안 공룡 소식이 뜸하기도 했습니다. 대신 드래곤(31032)이 빈자리를 채워주긴 했지만요.
말이 길었습니다. 멀티빌드가 최대의 장점인 만큼 이 174개의 부품으로 얼마나 다채롭고 멋들어진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최선일 듯해요. 공식 B, C모델과 은근슬쩍 끼워넣은 공식 D모델은 물론 리브리커블에 올라와있는 15개의 얼터너트 빌드까지 총 19개 중 10개를 엄선했습니다. 이름하여 31058 동물의 왕국! 4
> 티렉스 T-Rex (티라노사우루스) - 공식 A모델
압권입니다. 크리에이터야 늘 A모델이 최고라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탁월합니다. 고작 174개의 부품으로 이만한 모양새와 가동성, 더불어 안정성과 견고함마저 뽑아낸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디자이너는 다름 아닌 마이크 사이키 Mike Psiaki(유튜브 검색 결과 이렇게 발음하더군요). 10248 페라리, 10252 비틀, 10257 회전목마가 모두 이 인간의 손에서 빚어진 거예요. 전체목록은 본인이 직접 관리하고 있는 브릭셋의 리스트를 참고하시구요.
가만 보니 2018년 모듈러 신작인 10260 다운타운 다이너도 그의 작품인 듯하네요. 회전목마 때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제이미 베라드가 아주 작심하고 후계로 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럴 만도 하군요. 소형 레고 공룡 중에 이보다 나은 모델은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듯합니다. 옆에 슬쩍 던져둔 '제물'의 뼈다귀를 다른 모델에서 얼마나 알차게 써먹고 있느냐 하면...
> 트리케라톱스 Triceratops - 공식 B모델
이런 식이죠. 뿔 없는 트리케라톱스는 있을 수 없으니까요. 물론 공식 모델은 모두가 마이크의 것이겠습니다. 근데 이건 A모델보다 좀 떨어진다... 그쪽이 워낙 압권이었던 탓일지도요. 여기의 모든 모델에서 동물의 머리 표현이 관건이 되겠는데, 거기까진 양호합니다만 다리가 좀 투박하다는 느낌이었어요. A모델보다 한결 적은 112개의 부품을 사용합니다.
> 익룡 Pterodactyl (프테라노돈) - 공식 C모델
공식 명칭은 그냥 익룡 Pterodactyl이지만 암만 봐도 프테라노돈같습니다. 사진 속의 받침대(부품번호 2680)는 제품에 포함돼있지 않구요. 더 작은 101개의 부품만을 사용하면서도 프테라노돈의 커다란 날개와 긴 머리, 짧은 다리와 같은 특징들을 잘 잡아냈습니다. 날개의 가동성이 우수한 것도 마음에 들구요.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는 데도 별 문제 없답니다.
> 브론토사우루스 Brontosaurus - 공식 D모델
버젓이 3 in 1인 제품에 넷째가 끼어있어요. 박스 겉면 어디에도 없는데 설명서 뒷장에 등장합니다. 온라인으로 찾아보면 떡하니 PDF 인스가 등장하죠. 아마 디자이너가 이것까지 만들어놓고 묻어버리기가 아까웠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대형 초식공룡까지 접해볼 기회가.(리브리커블에 의하면 브론토사우루스라고 하네요.) 특기할 만한 부분은 없지만 D모델에 이르기까지 초지일관 안정적이고 견고하면서도 적당한 가동성이 보장됩니다. 비율도 하나같이 딱이에요.
> 디메트로돈 Dimetrodon - MOC by dordo72
여기서부터는 공식 모델이 아닌 개인 창작가들의 MOC입니다. 31058에 특히 훌륭한 MOC가 많은 것은 올해 레고 아이디어에서 진행했던 '크리에이터 4번째 모델 만들기 대회 Fourth Build Challenge'가 한 이유였던 듯합니다. 2017년 크리에이터 신작들을 대상으로 한 이 컨테스트에 내노라하는 창작가들이 출품을 했고, 대회가 끝난 후 출품작 일부가 리브리커블에 올라온 것이죠.
dordo72라는 창작가는 두 개의 31058 MOC를 리브리커블에 올려두고 있는데(이게 리브리커블에 올린 전부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디메트로돈이 특색 있고 완성도가 더 높은 듯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스테고사우루스인데 둘이 꽤 비슷하게 생겼어요.ㅎㅎ
디메트로돈은 공룡이 아닌 원시파충류라던가요? 등 위의 돛처럼 생긴 돌기가 특징인데 플레이트를 통해 이것을 구현하고 본체와 요령있게 연결해놓았습니다. 4081 양면 클립 1x1 플레이트가 하드캐리했죠. 덩치도 꽤 됩니다. 다만 공개된 PDF 인스가 꽤 보기 난처하게 되어있는 게 큰 흠이네요.(LDD 파일을 같이 올려두지 않아 따로 만들거나 참고할 수도 없습니다.) 완성된 이미지와 PDF를 번갈아가며 좀 헤매야 완성하실 수 있을 듯요.
> 신룡 神龍 Oriental Dragon - MOC by 퐁팡핑요
익히 소개해드린 10220 MOC 베스파 스쿠터를 비롯, 엑스퍼트 차량들의 얼터너트 모델로 널리 알려진 국내의 창작가 퐁팡핑요 님의 작품입니다. 동양식 드래곤, 즉 용이라... 소재만으로도 반갑습니다. 레고에도 과거 6751이란 제품이 있었고 최근 레고 닌자고 무비 70612라는 걸출한 모델이 추가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레고 세상에서 드래곤이 아닌 '용'은 희소하죠.
베스파 때도 그랬지만 기발한 부품 활용법이 눈에 띕니다. 용 머리 모양의 구현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하네요. 미피가 탈 수 있게끔 등에 자리가 마련되어있기도 하구요. 앞발에 들고 있는 건 여의주라는 설명이에요^^. 위의 링크를 따라가보면 아시겠지만 앞서 말한 컨테스트에 출품했던 무려 8개의 작품을 하나의 페이지, 하나의 잘 만들어진 PDF 인스에 정리해놓은 종합선물세트입니다.
다만 베스파 때도 그랬지만 견고성 면에서 다소 심각한 결함이... 저 사진 찍느라 어지간히 땀 뺐더랍니다. 다행히 남는 부품들로 쉽게 보완할 수 있는 정도긴 합니다. 신룡 외에 같은 31058로 만든 관우 운장(!)도 하나의 PDF 인스 안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 코끼리 Elephant - MOC by Nequmodiva
2010년부터 얼터너트 빌드 위주로 꾸준히 창작품을 공개해온 Nequmodiva 님의 31058 MOC도 역시 두 개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코끼리는 특히 머리 부분 구현이 돋보였습니다. 잘 움직이는 코, 우람한 상아, 펄럭펄럭 두 귀까지 나무랄 데가 없네요.
원래 모델이 공룡들이라고 해서 MOC도 공룡이나 그 비슷한 것에 국한되어야 할 이유 따윈 역시 없었던 거죠. 레고는 자유니까요.ㅎㅎ얼마 전까지만 해도 LDD 파일만 올라와 있었는데 며칠 전에 잘 정리된 PDF 파일도 추가되었습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죠. 크지도 요란하지도 않아 각광을 받진 못하지만 속 깊이 견실한 이런 류의 창작품들, 저 좋아합니다.
> 농게 Fiddler Crab - MOC by Nequmodiva
그래서 같은 분의 31058 MOC 하나 더 소개할려구요. 둘 다 위의 컨테스트에 출품했던 것이라고 하네요. 이번엔 농게입니다. 파충류가 포유류에서 갑각류로 다시 변신하고 있어요.
농게는 한쪽 집게발이 유난히 커다란 게 포인트죠. 하얀 뼈다귀 및 이빨 부품들의 크기 차이를 절묘하게 활용했고, 2017년 신규부품의 하나인 26604 1x1 스페셜 브릭도 적절하게 동원되었어요. 작은 창작품 만들 때 특히 유용한 부품 같습니다. 31058엔 4개가 들어있죠. 그 밖에도 14417, 14418, 14704, 15208, 17114, 22885 등 근래에 개발된 신규부품이 대거 들어있는 것도 31058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창작품이지만 이건 코끼리와 달리 아직 LDD 외의 인스가 올라와있지 않아요(어쩌면 얼마 있다 또 올라올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제가 임의로 만들어본 PDF 인스의 링크를 걸어둡니다. 물론 배포 금지, 상업적 이용 금지구요. 어디까지나 작가가 직접 올릴 때까지만의 임시예요.
> 산양과 대머리수리 Mountain Goats and Vulture - MOC by JKBrickworks
그 유명한 캐나다의 창작가 JK Brickworks(Jason Allemann과 그의 파트너 Kristal)도 31058 MOC를 하나 공개해두고 있습니다. 다른 창작품들과의 가장 큰 특징은 동물이 무려 세 마리라는 점이죠. 그러고도 여전히 121개의 부품만이 쓰이고 있다니 놀랍도록 경제적이네요. 그 와중에 검은색 부품들로 표현된 산양똥...^^
어미 산양은 머리 부분의 구현이 인상적이었고 새끼 산양과 대머리수리는 머리끝부터 받침대 끝까지 다 인상적이었습니다. 남는 부품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의 탁월한 사례. 놀라운 아이디어의 수작들을 쏟아내고 있는 그의 역량은 모델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발휘되는군요. 정식 제품인가 싶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PDF 인스는 덤입니다.
> 사마귀 Praying Mantis - MOC by kellylive
자, 이제 곤충마저 등장합니다. 끝으로 소개할 사마귀는 2017년부터 아담하고 아름다운 창작품들을 공개하기 시작한 kellylive 님의 작품입니다. 역시 뛰어난 부품 활용 아이디어가 돋보이네요. 남들이 다 뼈와 뿔로 쓴 것을 사마귀의 앞발로 쓰고 있고, 볼 관절은 두 눈이 되었습니다.
여섯 발의 가동성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머리-가슴-배의 구분과 움직임은 잘 살아있습니다. 소개한 10가지 모델 중 가장 적은 부품(81개)만을 사용했으면서도 사마귀의 특징은 빠짐 없이 구현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작품 역시 LDD 파일만 올라와있는 관계로 제가 임의로 만들어본 PDF 인스의 링크를 걸어놓습니다. 역시 배포 금지, 상업적 이용 금지임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2만원짜리 31058 제품 하나로 만들어볼 수 있는 동물 10가지를 소개해보았습니다. 이밖에도 멋진 창작품이 여럿 더 있다는 것 잊지 마시구요.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취향과 십진법에 의거해 임의로 추려보았을 뿐입니다.
원래는 장거리 여행에 따라나선 아이의 지루함을 달래주려고 샀던 제품인데 아이보다 제가 더 열심히 주무르고 있습니다. 10가지 넘는 모델을 만들고 분해하기를 반복했던 것은 소개보다도 "나도 이걸로 뭘 하나 만들어보자"는 의도였던 건데 하나하나 따라해보고 나니 그만 자신감이 줄어들어버렸어요;; 아직 포기한 건 아니지만 예정보다 뜸을 더 들이게 될 듯. 그러거나 말거나, 크리에이터여 영원하라.
- 멀티빌드야 크리에이터의 모토지만 31052를 위시하여 31064, 31079 등 최근의 몇몇 제품은 한 레벨 위입니다. 3 in 1이라도 보통은 이런 차, 저런 차, 또다른 차 같은 식인데 이 제품들은 차, 집, 배와 같이 경계선을 넘어다니니까요. 그만큼 공이 더 들어간 흥미로운 제품들입니다. [본문으로]
- 이런 제품들을 A모델 하나만 달랑 만들어보고서 디자인이 별로라는둥 평을 하는 것은 테크닉 보고 구멍 숭숭 뚫렸다고 뭐라는 거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더불어 "세 개 만들어보려면 두 개 더 사야겠네요!" 드립도 금물. 레고와 프라모델을 구분 못하시면 어뜨캐요. [본문으로]
- 브릭셋의 'own' 수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폴리백 사은품은 3 in 1이 아닌지라 제외했고 엑스퍼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의 전체에 걸쳐 '크리에이터'는 3 in 1 일반제품만을 의미합니다. [본문으로]
- 리브리커블의 31058 제품 페이지에는 공식 C모델까지와 12개의 얼터너트 빌드만 나와있습니다. 공식 D모델은 별도로 검색해야 하고, 링크가 되어있지 않은 나머지 얼터너트 빌드들은 따로 찾아냈어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