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레고 초보 부모를 위한 연령별 추천 시리즈

apparat 2017. 1. 13. 09:52

2017년 출시 제품 정보도 벌써 하반기 것까지 나왔겠다, 설날과 새학기도 다가오겠다, 당사자가 아닌 아이에게 레고를 사주는 부모의 입장에서라면 어떤 제품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덜트, 오덕의 입장에서 작성된 구입기, 개봉기, 리뷰는 넘쳐흐르지만 의외로 이런 정보는 (여전히 매출의 80%가 어린이용 제품임에도)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시도해봤습니다. 물론 저의 직접 경험을 배이스로 해서요.


1년에 무려 몇백 가지 제품을 쏟아내는 게 레고라는 덴마크 회사의 영업방식인지라 개별제품 하나하나를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연령별로 적당한 시리즈[각주:1]에 대한 설명은 가능할 거예요.

기껏 제품을 출시해놓고 불과 1~2년만에 단종시켜버리곤 하는 건 이 회사의 또다른 영업방식입니다. 기존 부품을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다는 특성상 가능한 일이겠죠.

그래서 2017년에 출시되는 시리즈에 한해 다뤘습니다. 같은 시리즈의 1~2년 전 제품들도 어렵지 않게 구입 가능하므로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2~4세 : 영유아기 (이하, 한국 나이로 합니다)


드디어 울 아기도 손에 뭔가를 쥐고 조물딱거릴 수 있어요! 이때 소근육 운동을 많이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네요.^^ 물론 육아도 한결 수월해지구요.

아기가 블럭을 갖고놀기 시작할 만한 월령은 (레고 사의 권유대로) 18~24개월 가량인 것 같습니다. 처음엔 블럭을 끼워맞추는 것도 힘겨워하지만 첫걸음이란 늘 그런 법이니까요.


듀플로 Duplo

레고 제품은 박스 겉면에 제품의 대상연령을 반드시 표기해놓습니다. 예를 들어 '6-12'라고 쓰여있으면 만 6~12세에 적합한 제품이라는 뜻이죠.

듀플로는 만 1.5~5세용 제품군입니다. 다른 레고들과 달리 부품의 크기가 가로, 세로, 높이 각각 2배씩(따라서 면적은 8배나) 크죠. 모양, 색깔, 조립법 등 모든 면에서 영유아용으로 딱 맞게 마련된 제품군이고 유해성과 안전도도 충분히 고려된 것이므로, 일단 이 시리즈 안에서 적당한 것을 고르시면 되겠습니다.

단, 듀플로 시리즈 중에도 배트맨, 신데렐라 등의 이른바 '라이센스물'이 있는데 이것들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원작자에게 라이센스비를 줘야 하기 때문에 값도 더 비싸고 자유조립을 통한 창의력 향상에도 별 도움이 안됩니다. 영유아기 때부터 이런 데 물들여놓을 필요도 없을 거구요. 그냥 집, 자동차, 동물같은 것이 좋아요.


호환 제품들

레고의 부품 규격은 특허기간이 만료된 탓에 호환 제품들이 여러 나라에서 출시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옥스포드와 캐나다의 메가블럭(Mega Bloks)이 제일 유명한데요. 이 두 회사도 레고 듀플로에 대응하는 시리즈를 구비해놓고 있습니다.

옥스포드 것으로는 베베블록, 브레인, 토들블록, (롯데마트와의 공동기획인) 통큰블록 등의 시리즈가, 메가블럭 것으로는 베이직 빌딩, 퍼스트 빌더스 등의 시리즈가 있습니다. 보통 종이 박스가 아닌 큼지막한 플라스틱 박스에 들어있으므로 금방 눈에 띕니다.

품질은 분명 레고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그만큼 가격도 싸므로 충분히 고려할 만합니다. 어차피 영유아용 제품은 오래 쓰지는 못하니까요. 대신 유해성과 안전도 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검증되어 있으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두 회사만을 놓고 비교하자면 전반적으로 한국의 옥스포드 쪽이 캐나다의 메가블럭보다 비교우위라는 평이 많으니 참고하세요.



▶ 5~7세 : 유치원생


영유아기를 졸업한 뒤 만나게 되는 본격적인 첫 레고입니다.

이 단계부터 레고의 모든 제품은 자사의 표준규격을 따릅니다. 따라서 서로 완전히 호환이 되죠.[각주:2] 듀플로처럼 얼마 후에 동생 물려주지 말고 계속 갖고 계세요. 나중에 개조, 확장, 창작 등을 시도할 때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거든요.


클래식

만 4~99세용^^의 자유조립형 시리즈입니다. 그야말로 클래시컬해서, '블럭 장난감'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 그대로입니다. 뭐든 마음대로 만들어볼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의 부품 한아름이죠.

다만 샘플 삼아 몇 가지 모델의 조립법이 설명서로 제공되므로 일단 그것부터 도전해도 좋습니다. 더불어 'Plus-L'이라는 모바일 앱(링크된 글의 3번 항목)이 이 제품들로 만들 수 있는 여러 모델의 설명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라구요.

듀플로를 졸업한 아이에게 가장 처음 사줘야 할 레고는 클래식 시리즈라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설명서를 잘 따라하면서 정교하고 멋진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안 그래도 학교가 줄곧 가르치는 영역입니다. 교과서 배우는 것과 다를 게 없죠.

반면 창의력은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 자체가 다른 영역입니다. 여러 모양, 여러 색깔의 부품들을 가득 쌓아놓고 "자, 네 마음대로 아무 거나 만들어봐!" 할 때(그리고 결과물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때) 비로소 개발된다고 합니다. 덴마크 사람인 레고 코리아 사장님 인터뷰에도 나오는 얘기이니 믿어주세요.(11번째 문답 부분입니다.)[각주:3]

제품이 여러 가지 있지만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다만 가격이 비쌀수록 가성비가 높더군요.(다른 레고 제품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대형 제품이라도 받을 돈 다 받아요.)

따라서 부품 수와 가격을 기준으로 적당히 고르시면 되겠습니다. 호환성 하나는 확실하므로 하나 샀는데 양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걸 더 사서 합쳐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주니어 / 4+

만 4~7세용입니다. 클래식과 달리 기존 시리즈들과 비슷하게 생긴 제품을 더 만들기 쉽게끔 손봐놓은 것이죠. 2018년까진 '주니어'라는 별도의 시리즈명으로 나오다가 2019년부턴 기존 시리즈의 일부 제품에 '4+' 태그를 붙여 내는 식으로 헤쳐모여 됐습니다.

이를테면 작은 부품 네 개 대신 큰 부품 두 개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그 밖에 스티커 대신 애초에 프린팅을 해놓은 부품, 더 보기 쉬운 설명서 등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비싼 거죠. 따라서 일반 제품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라 생각하고 몇 개 정도만 사주시면 될 듯합니다.

말씀드렸듯 기존 시리즈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경찰이나 소방차도 있고(기존의 시티 시리즈에 해당), 배트맨과 닌자고도 있고, 여아용인 겨울왕국과 백설공주도 있습니다.

듀플로의 경우 라이센스물을 권장하지 않았습니다만 주니어에서까지 극구 말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유치원생만 돼도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디즈니와 어벤저스의 주인공을 줄줄 외운다는 거 잘 아시죠? 부모님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을 듯해요.


시티 / 프렌즈 - 소형 제품에 한해

클래식과 주니어만으로 유치원 3년을 버티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니어 시리즈가 비싸다보니 더 그렇죠.

이럴 땐 슬쩍 이 두 시리즈의 소형 제품들로 넘어오셔도 됩니다. 권장연령 만 5세부터 시작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격으로는 대략 2만원 아래쪽 제품들이 해당될 거구요.

둘의 공통점은 일상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직접 보고 만날 수 있는 대상들이죠. 따라서 교육적으로 좀 더 권장할 만하다고 하겠습니다.(히어로도 나쁠 건 없지만 빛과 그림자처럼 반드시 악당이 따라온다는 게 문제죠;;)

시티는 남아용 제품군이라고 하지만 여아들이 이걸 갖고논대서 하등 문제될 게 없겠습니다. 경찰차, 소방서, 비행기와 중장비부터 화산탐사대, 해저탐사대, 정글탐험대까지 다양한 하위시리즈가 존재하는 레고의 대명사입니다. 여성 경찰, 여성 소방관, 여성 중장비 기사도 포함시켜놨다는 점이 유럽 회사답습니다.

프렌즈는 여아용 제품군입니다. 한국에선 아직 여자아이가 남자 것을 하는 건 괜찮아도 남자아이가 여자 것을 하는 건 못봐주는 부모님이 많으시죠? 각자 판단하시기 바라구요. 이쪽은 포함된 인형부터가 다르게(예쁘고 늘씬하게) 생겼습니다.[각주:4] 화사한 원색 계열의 부품과 아기자기한 구성 등 뚜렷한 차이가 눈에 띄죠.



▶ 7~12세: 초등학생


유치원 '고학년'을 포함해 초등학생까지입니다. 대다수의 제품이 이 범주에 포함되므로 선택의 폭이 아주 넓어집니다.

그놈의 게임 좀 적게 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그래도 아날로그니까요. 물론 여가시간 활용에 대한 약속은 미리 받아둬야겠죠.


크리에이터

5~7세용으로 클래식 시리즈를 강력히 추천했듯 7~12세용으로는 크리에이터 시리즈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둘은 유치원/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 쓰이는 교구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제품 하나에 설명서가 세 개 들어있는, 다시 말해 한 박스로 세 가지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는 3 in 1 제품군입니다.(단, 프로모션용 폴리백(비닐 봉다리) 제품과 성인 대상의 크리에이터 '엑스퍼트'는 예외입니다.)

세 가지만 해도 창의력과 응용력을 기르는 데 꽤 도움이 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에서 훨씬 많은 모델들의 설명서를 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레고라고 또다른 형태(얼터너트 모델)를 못 만들겠습니까만 크리에이터 시리즈는 원래부터 그런 용도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유난히 부품 활용도와 변형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수십 가지의 얼터너트 모델을 거느린 제품도 많답니다.(관련 정보는 링크를 따라가셔서 3번 항목을 참고해주세요.)

완성품 또한 교육적으로 문제될 요소를 찾기 힘든 것들이므로 부모님 입장에서는 여러 모로 안심이 됩니다. 클래식 시리즈와 더불어 가장 돈이 아깝지 않은 레고 시리즈입니다.


시티 / 프렌즈

앞 단락의 소형을 포함한 모든 제품이 해당됩니다. 이 시리즈들엔 많이 어려운 게 없거든요. 다만 1만원 이하 작은 제품은 이 나이만 돼도 시시해할 겁니다. 10분도 안돼 다 만들어버릴 테니까요. 차라리 크고 어려운 걸 가끔 사주시고 레고방이나 대여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차는 이 나이부터 시작하기 좋은 제품군입니다. 시티 시리즈 기차들의 상당수는 무선조종 모델이기 때문에 난이도도 가격도 높은 편입니다. 대신 모터, 리모콘 등도 추후 재활용이 가능하게끔 규격화되어있는 건 다행이죠. 다른 무선조종 완구들이 갖고 있지 못한 장점입니다.


[옥스포드] 타운

레고의 시티에 대응되는 옥스포드의 시리즈물이 타운입니다. 다만 S.W.A.T. 등 좀 더 하드보일드한 소재도 포함시킨다는 차이가 있죠.[각주:5] 레고보다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 대신 그만큼 쌉니다.

옥스포드의 또다른 강점 중 하나인 '레고에서 출시할 리 없는 소재'가 이 시리즈에선 S.W.A.T.인 건데, 글쎄요. 초등학생에게 굳이 강력범죄 소탕현장을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대신 토이저러스 제휴상품인 토이샵, 높은 가성비로 유명한 스쿠터샵 등 특색 있는 제품이 많이 있으니 감안해보셔요.


TV 애니메이션 기반의 시리즈들 - 닌자고, 넥소 나이츠, 키마의 전설, 바이오니클 등

레고 사에서 자체 기획한 TV 만화의 주인공과 탈것, 건물들이 그대로 장난감으로 나오는 경우죠. 또봇, 카봇, 터닝 메카드와 비슷한 경우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특징도 비슷합니다. 크리에이터의 정반대, 만화를 앞세워 팔아먹는 장난감, 돈 많이 벌려고 만든 상품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닙니다.

'내 맘대로 블럭을 조립하며 머리가 좋아진다'는 브릭 완구의 이상과는 아무 상관 없는, 어떤 것도 자유롭게 만들어내기 힘든 제품들입니다. 애초부터 요란함, 기이함만이 돋보이게끔 기획되고 개발되었기 때문이죠. 차라리 프라모델에 가깝달까요.[각주:6]

또한 원래 비싼데다 국내출시가는 유독 더 비싸죠, 신제품은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죠, 그래놓고는 만화가 끝나면 유행도 곧 사그러듭니다. 중고로 내놓아도 제일 값을 못받는 게 바로 이런 제품들이에요.

가급적 사주지 마세요. 정 조르면 이용만 하게 해주세요. 레고방과 대여점에 가장 걸맞는 게 이런 제품들입니다. 한 번 보고 마는 킬링타임용 영화같은 겁니다.

그럼에도 이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셨다면, 그나마 나은 건 닌자고입니다. TV 애니로도 제일 오래 연재중이고 그만큼 제일 재미있으며, 비례하여 제품들도 개중 낫습니다.


라이센스물들 - 스타워즈, 히어로물, 디즈니 등

시티 / 프렌즈와 위의 TV 애니 시리즈의 중간쯤에 위치한 제품들입니다. 원작의 수명과 대상연령부터가 달라서인지[각주:7] 아래로는 6~7세부터 위로는 중년층까지 애호가를 주렁주렁 거느리고 있죠.

그런 탓에 닌자고 등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끝을 모르는 휘황찬란함이 많이 자제되어 있어요. 원작의 디자인을 따라야 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만큼 부품 활용도도 높고 덜 질립니다.

방영이 끝나면 바로 잊혀지는 TV 애니 시리즈들과 달리 이쪽의 상당수는 앞으로도 오랜 명성을 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각주:8] 레고의 수명도 덩달아 길어질 가능성이 높죠.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시티, 크리에이터가 아닌 '흥미진진한 레고'를 사주셔야 한다면 닌자고/넥소보다는 이쪽이 낫습니다.

다만 결정적인 흠이 하나 있으니, 인기 많은 줄 뻔히 알고 가격을 굉장히 올려받는다는 점입니다. 라이센스물이라 원래 비싸지만 국내출시가는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미국의 두 배가 넘기도 하니 바가지라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죠.

따라서 기왕 살 거면 최대한 싸게 사시기 바랍니다. 웹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도 몇십 프로씩 세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해외직구도 있구요. 이 비싼 가격 다 주고 얻을 건 호갱님 칭호밖에 없습니다.


* 메가블럭의 라이센스물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슈퍼배드(미니언즈) 외에 레고로부터 라이센스권을 넘겨받은 스폰지밥과 닌자 거북이 정도인데 그저그런 품질과 레고 뺨치는 가격에 구성도 별로입니다. 미니언즈와 스폰지밥 미니피겨들을 미스테리팩(뽑기식)으로 낸 게 있으니 그거나 몇 개 사면 될 듯해요.


엘프 Elves

프렌즈와 같은 여아용 시리즈지만 일상물이 아닌 판타지물입니다. 모든 제품이 나름의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설정 하에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보다 화려할 필요가 있어서인지 5~6세 대상의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고 보통 만 7세 이상을 대상으로 합니다.

프렌즈 중형 이상과 라이센스물의 중간쯤인 포지션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미니피겨 Collectable Minifigures

(원래는 다른 제품 속에 포함되어 나오는) 미니피겨만을 별도 제품화한 것으로, 오히려 어른들이 수집용으로 좋아합니다. 한 시즌당 16개 내외의 미스테리팩으로 나옵니다.

일반 시리즈와 스페셜 시리즈가 있는데, 일반 시리즈 전부와 스페셜 시리즈 일부는 주변의 일반인(보통 직업별), 역사나 신화 속 등장인물 등이 중심이라 아이들에게는 밋밋할 수도 담백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2016년의 디즈니 시리즈, 2017년의 레고 배트맨 무비 시리즈와 레고 닌자고 무비 시리즈는 아이들도 환호할 것 같네요.

더불어 '시티 스타터 세트'와 '스타워즈 배틀팩'이라는 미니피겨 모음 형식의 제품군이 따로 있으니 기억해두시면 좋습니다. 가성비는 그쪽이 높거든요.[각주:9]



▶ 10세 이상


이 나이쯤 되면 레고의 용도도 달라지겠죠. 조절만 잘한다면 바둑이나 공예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우선 기계와 로봇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테크닉, 부스트, 위두, 마인드스톰, 스파이크 프라임이 여기에 해당하죠.

반면 (크리에이터 중형 이상을 제외하면) 위에서 언급한 제품들을 그저 설명서대로 만드는 건 더 이상 별 효과가 없습니다. 대신 창작의 세계로 적극 뛰어들겠다면 그건 권장할 만하겠군요. 이때는 기성품이 아닌 부품을 따로 구해야 할텐데, 링크를 따라가셔서 3번 및 4번의 '부품점' 항목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테크닉

'움직이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기본인 시리즈로,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장수 아이템입니다.

아예 부품부터가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그것(시스템 계열[각주:10])과는 다릅니다. 벽돌 모양의 블럭이 아니라 골재나 기계 부품같이 생겼죠. 구동에 적합하고 뼈대를 만들기 좋으며 더 튼튼합니다. 결과물은 대부분 탈것, 주로 자동차와 중장비구요.

만 7세용 제품도 있는데 이쪽에 포함시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기계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그러려면 톱니바퀴와 구동축도 많이 들어가고 파워 펑션/컨트롤+라 부르는 구동 부품들도 달려야 제격입니다.

이런 것들이 넉넉히 들어가있는 제품들은 7~8세용을 훌쩍 넘어서게 마련이죠. 따라서 나이가 충분히 됐을 때 중형 이상의 약간 어려운 제품부터 시작하는 것이 목적에 맞습니다.

듀플로 - 클래식 - 크리에이터로 이어지는 교육용 레고의 고학년 버전인 셈으로, 부품의 재활용도도 높고 얼터너트 모델도 유난히 많아 경제성도 뒤지지 않습니다. 중대형 제품의 경우 가격이 꽤 나가지만 돈이 그리 아깝지 않은 이유입니다.


부스트 / 마인드스톰

테크닉이 기계라면 이쪽은 로봇입니다. 움직이는 하드웨어 + 움직이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 로봇이죠.

로보틱스 공부를 위한 실습 교재나 다름 없는데, 초등 고학년(만 10세) 이상용인 마인드스톰이 먼저 나왔고 만 7~12세용인 부스트는 올 여름에 나옵니다.[각주:11] 전자는 MIT와 공동개발한 것이기도 합니다.

필수적으로 태블릿이나 PC를 이용한 코딩까지 해야 하는 제품이므로 저학년에겐 좀 어렵지 않을까 해서 이쪽으로 넣었습니다. 이거 사주려면 먼저 태블릿부터 쥐어줘야 하니까요.(부스트는 초등 저학년도 가능한 걸로 되어는 있습니다만.)

이런 제품들은 집에 사다두고 끝이 아니라고 합니다. 로봇 학원(요즘은 드물지 않게 보이죠)을 다녀가며 배워야 제대로라네요. 특히 레고 에듀케이션 센터라는 곳들이 따로 있으니 참고하시길.

내 아이의 미래를 4차 산업혁명과 연관지어보고 싶으시다면 주의 깊게 봐두어야 할 제품군입니다. 특히 초등학생 STEM 교육용으로 부스트는 강력하게 권장할 만합니다.


크리에이터 엑스퍼트

적어도 청소년용이라고 보면 되는 시리즈입니다. 소재부터가 아이들이 관심 없어할 것들이고, 난이도도 꽤 높고(대개 만 16세 이상, 부품 수천 개), 가격은 더 높습니다.

모듈러 빌딩스, 랜드마크 시리즈 등 작품에 가까운 물건이 즐비하지만 게시물 성격에는 제일 안 맞는 시리즈가 되겠네요.


[옥스포드] 브릭 포 매니아

레고에 크리에이터 엑스퍼트가 있다면 옥스포드엔 이 시리즈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게시물과 어울리지 않는 편이지만, 레고에서 낼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불국사 석탑, 미니 거북선 등 한국 전통물이나 최후의 만찬과 같은 종교물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취향이 맞을 만한 고학년생이라면 반가운 제품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가격과 난이도도 비교적 낮아 모든 제품이 만 8세 이상이며 10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개인들의 창작품 콘테스트를 통해 선별된 것을 제품화하는 독특한 시리즈로, 그 과정 자체가 어린이용은 아니게끔 되어있는 셈입니다.

과연 제품화에 이른 것은 고학년에 한해 선별적으로 관심을 보일 만한 것들입니다. 난이도 역시 만 10세 이상이 대부분이구요.

월-E, 새턴 V 로켓 등 훌륭한 물건이 많아 은근히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옥스포드] 전통 밀리터리물 - 장군 이순신, 광개토대왕 등 / 현대 밀리터리물 - 밀리터리 월드 워, 코드네임 코브라 등

앞서 말씀드렸듯 레고에선 일부러 만들지 않는 밀러터리물입니다. 이 외에 메가블럭, 코비 등에서도 나오는 게 있는데 유통은 원활하게 안되고 있습니다.

현대 밀리터리물을 굳이 아이들에게 사주시라고 권할 생각은 없네요. 남자아이들이 이런 데 관심을 가지는 게 어쩌면 본성이라 말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먼저 권할 것까지야 있을까 싶어서요. 이런 것도 있다는 사실만 전해드립니다.

다만 전통 밀리터리라면 얘기가 다르죠. 역사물이기도 하니까요. 왜 동양 아이들이 유럽 성, 유럽 기사, 유럽 드래곤만 갖고놀아야 합니까?[각주:12] 한국 아이들은 광개토대왕, 이순신 갖고놀고 중국 아이들은 삼국지, 수호지 갖고놀아도 좋잖아요. 다행히 한국 회사에서 한국 역사물을 내놓은 게 있어 선택의 여지가 반갑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레고 캐슬보다 잘 만들어진 제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교육적 효과도 중요할 것 같아요. 다행히 가격 괜찮고 인체 무해성도 증명된 제품이니 레고 열 개 사줄 때 이거 하나쯤 고려해봐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 한해서겠지만요.


  1. 레고 사에서는 '테마'라고 부릅니다만, 이번 글에서만큼은 그냥 통칭대로 시리즈라고 하겠습니다. [본문으로]
  2. 듀플로에 비해 가로, 세로, 높이 모두 절반이고 돌기(스터드)의 크기도 그에 맞춰 작아집니다. 둘 사이에 호환이 아예 안되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어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두 제품군을 섞어서 가지고놀려 들지 않을 겁니다. [본문으로]
  3. 무엇이 됐든 아이가 마음대로 만들도록 내버려두는 게 최선이라고 하면서도 제품 안에 샘플 모델이 제공되고 저 또한 다른 모델들을 만들어볼 수 있는 앱을 앞에서 소개했습니다. 자기모순이죠.^^ 그런데 아이들에게 클래식 제품군을 사서 그냥 안겨주면 처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모방을 반복하면서 창조가 뒤따르는 듯해요. 따라서 가장 좋은 순서는 먼저 부모가 샘플 모델들을 만들어 보여주면서 따라하게 만든 뒤, 스스로 따라 만들어보게도 한 다음 완전히 마음대로 하게 맡기는 것입니다. 어떤 걸 만들어오더라도 칭찬과 격려를 잊지 마시고요. [본문으로]
  4. 명칭마저 다릅니다. 시티 등의 표준적인 레고 인형은 '미니피겨', 이쪽은 '미니돌'이라고 합니다. 다만 발바닥과 손바닥 모양은 거의 같아서 밑판 위에 세우고 손에 뭘 쥐어주는 것만큼은 호환이 됩니다. [본문으로]
  5. 레고는 정책적으로 군대는 물론 스와트 정도도 허용치 않고 있습니다. 픽션의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되지만 현실에서의 전쟁과 범죄만큼은 제품화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죠. 같은 이유에서 종교색이 있는 제품도 내지 않기 때문에 성당이나 사원도 없습니다. [본문으로]
  6. 그런데 프라모델은 이렇게 비싸지도 않고 많이 사게 되지도 않죠. 그쪽은 그쪽대로 공예에 준하는 미덕이 있어요.(그래서 어린이에게 적합한 취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레고와 프라모델의 단점만 모아놓은 것 같단 말이죠. [본문으로]
  7. 예전 스타워즈 영화들(1~6)은 연소자 관람가지만 아저씨들이 더 좋아하고, 히어로물 TV 만화는 국내에선 12세 이상 관람가인 것이 대부분이죠. 영화는 물론이구요. [본문으로]
  8. 슈퍼맨, 배트맨이 처음 만화책으로 나온 게 무려 80여년 전이고 스타워즈는 40년째 후속편이 나오고 있죠. 디즈니 캐릭터들도 뒤지지 않구요. [본문으로]
  9. 다른 시리즈에서도 미니피겨 몇 개를 모아놓은 제품이 간간이 나오지만 이것들은 아예 서브테마로 정착되어 있는 거죠. 미니피겨가 여럿 필요하다면 당연히 이런 제품들이 최적입니다. [본문으로]
  10. 여기서의 '시스템'이란 보통 규격의 레고 브릭들로 이루어진 제품군 전체를 뜻합니다. 그밖에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두 배씩 더 큰 영유아용 제품군인 '듀플로' 라인이 있고, 전혀 다른 모양새와 용도(움직이는 기계 만들기)의 '테크닉' 라인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몇몇 규격과 규격외 제품들이 명멸해온 레고입니다만, 이 세 가지 규격/제품군은 수십년째 레고의 트라이앵글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11. 같은 초등학생용으로 위두 WeDo라는 것도 있는데 일반인에겐 팔지 않는 교육기관용입니다. 이것을 업그레이드하고 일반판매용으로 돌린 것이 부스트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마인드스톰 V4의 교육기관용인 스파이크 프라임이란 것이 있습니다. 교육기관용 제품들은 개인이 구할 수 있다 해도 너무 비싸고 용도도 다르므로 구입고려 대상에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본문으로]
  12. 레고 캐슬 제품군이 이에 해당합니다. 1978년 이래 숱한 제품을 출시하며 레고의 한 기둥을 담당해왔죠. 그러나 요즘엔 서양 아이들도 역사물에 관심이 적은지 제품군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신제품 출시도 뜸해졌습니다. 다만 어릴 때 이걸 갖고놀았던 아저씨들은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라도 더욱 한국 전통물, 동양 전통물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네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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