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명: 21303 월-E Wall-E
테마: Ideas
부품: [초기출시품] 677개 | [목관절 개선품] 676개
출시: 2015년
정가: 79900원 | 60달러 | 50유로
평점: 10 / 10
[인사이드 아웃]으로 여전히 현역 최강임을 입증한 픽사. 그들이 배출한 걸출한 캐릭터군 중에서도 유독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자랑하는 깡통 하나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월이... 키득키득.
강아지 이름같기도 하고 건설현장 자재명같기도 해서 누구라도 키득거릴 만한 네이밍에 '쓰레기 처리용'이라는 명쾌한 용도, 무쇠 다리 로케트 주먹은 고사하고 장마철만 되면 휴면에 들어가야 하는 한심한 능력의 소유자, 그러나 바로 그 별볼일 없는 기능과 용도 덕에 데리고 다니는 바퀴벌레만큼이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풀 한 포기 안 남은 지구를 수백년간 지켜낸 녀석.
그다지 용감하고 씩씩하지 못함에도 결정적 순간에 눈 감지 않을 줄 아는 모범 풀뿌리, 근면성실의 대명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메카를 향한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간직한 그놈의 눈망울.
발표 후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픽사의 기라성같은 애니메이션 중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명작, [월-E]입니다. 포스팅 시점 현재 IMDb의 'Top 250'에서 여전히 100위권 내에 들어있죠.
높은 인기와 재미난 외모 덕에 완성형 RC 제품, 소형 태엽 완구, 심지어 미소녀 많이 뽑아내는 리볼텍(카이요도) 피겨로까지 나왔을 만큼 완구로도 종횡무진인 이 녀석이 급기야 레고로마저 나온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이 모델을 레고 Ideas 사이트에 만들어 올린 장본인이 다름아닌 애니메이션 [월-E]의 진짜 디자이너라는 사실에 더 크게 놀랐고, 출시된 제품의 높은 완성도를 접한 후 다시금 놀라게 됩니다. 1
진짜 월.E를 만든 사람이 레고 월E도 만들었는데 아주 잘 만든 셈이죠. 열거하자면 이렇습니다.(제품 리뷰는 이렇게 간략히 정리하는 걸루요.)
레고란 게 아무리 결과물이 그럴싸해도 조립법이 별볼일 없으면 수작은 못된다는 생각입니다. 별볼일 있는 조립법이란? 바로 이런 물건을 두고 하는 말이죠. 조립 과정의 참신함만큼은 가히 역대급입니다.
결과물의 모양새 또한 뛰어납니다. 크기도 딱 적당한 것 같고,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더 손대야 할 부분이 있을까 싶어요.
기믹도 좋습니다. 머리, 목, 팔, 손, '손가락', 캐터필러 등 움직일 만한 부분은 다 움직이고 앞뚜껑을 열어보면 쓰레기 담을 공간도 넉넉합니다. 그러고도 충분히 튼튼하구요. 2
나머지 사항들도 만족스럽습니다.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납득할 만했던 국내출시가, 스티커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 아이디어 제품군 특유의 고급진 박스와 설명서까지 흠잡을 구석을 찾기가 어려워요. 가격, 크기, 난이도 등을 감안할 때 지인들에게 선물해서 레고 바이러스 옮기기에도 최적이죠.
이처럼 완벽하달 만한 물건임에도 관련된 아쉬움이 없지는 않으니 크게 두 가지로 수렴됩니다.
첫째, 높은 인기 탓인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경할 기회조차 드물었구요. 대형 온라인몰에 등장했다 하면 순식간에 동나기 일쑤입니다.
지난 여름 이후 레고 대풍의 시대가 도래해 어지간한 미단종 제품은 할인율을 보고 구매하는 풍토가 조성되었지만 얘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지금도 정가 이하로 사기가 쉽지 않죠.
심지어 일찌감치 단종 절차마저 밟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6년 11월, 미국은 12월에 이미 단종이 되었다는군요. 나머지 나라들도 머지않았겠죠. 나온지 고작 1년 조금 더 지난 인기절정의 제품을―해외에서도 물량이 넉넉지 않았다고 하더군요―황급히 단종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둘째, 좀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구조 자체가 움직일 것도 같거든요? 캐터필러에 모터 달면 되고, 다행히 몸 속이 텅 비었으니 여기에 배터리박스 넣으면 될테고, 리모콘 수신기는 등에 달면 될 것 같고, 딱 봐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동 개조가 가능해보여요. 대략 아래 사진처럼 말이죠.
좌우 캐터필러에 M-모터가 하나씩 직결로 연결되어 있으며 등에는 수신기가 살짝 숨겨져있는 상태.
하지만 어디에도 구동 개조를 위한 공식 지원은 없습니다. 용자들은 알아서 뛰어들어보라는 건지...
다 해보고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사실 이 제품은 구동에 최적은 아닙니다. 가만 놔둘 때야 충분히 튼튼하지만 캐터필러와 수직형 구조 때문에 구동을 시키게 되면 얘기가 달라져요.
아마도 이때문에 공식 지원을 않았던 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만, 그건 그쪽 사정이고 일단 좀 움직여보고 싶은 마음을 추스르기엔 너무 늦은 거죠.
이러던 차에 여기저기서 개조 성공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요즘이야 검색해보면 수십 편 넘는 개조기를 접할 수 있지만 작년만 해도 그렇지 않았죠.
그 중 선구적인 용자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어떤 레고든 움직이게 만들기'로 명성이 높은 뿡대디 님이었습니다. 심지어 데스 스타까지 방바닥에서 돌아댕기게 만드는 분이죠;;
이 분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기본적인 구동 개조는 물론 스마트폰으로 조종하기, 태양광 충전으로 작동시키기, 레이저 포인터 따라다니게 만들기, 아예 마인드스톰으로 새로 만들기 등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마개조 내역이 가득합니다.
이제부터 소개할 저의 개조법은 위의 동영상을 참고한 결과임을 밝힙니다. 다만 이 분께서(그리고 다른 대다수의 개조기 역시) 개조에 필요한 부품, 완성 후의 외관, 작동 모습까지만 보여주고 개조 과정 자체는 공개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제 스스로 더듬어 찾은 개조방법을 더한 정도입니다.
또한 아래의 방법은 (당연한 얘기지만)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입니다. 부디 참고만 하시고, 더 좋은 방법을 직접 찾아내서 제게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1) 필요한 부품
21303 정품 세트에 더해 위와 같은 부품이 추가로 필요합니다.(이건 중국산 짝퉁 사지 마세요. 가격도 몇만원 차이 안 나는데다 구동 개조하려면 정품이 더욱더 긴요합니다. 자세한 이유는 이 게시물을 참고해주세요.)
뒷줄은 파워 펑션 구성품들입니다. 왼쪽부터
8884 IR 리시버
88000 AAA 배터리박스
8883 M-모터 두 개입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8885 IR 리모콘(테크닉용 일반 리모콘)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8878 충전식 배터리박스가 속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좋지만 너무 비싸서 추천이 좀 꺼려집니다. AA 배터리박스와 다른 모터들은 크기가 안 맞고, 기차용으로 많이 쓰는 8879 스피드 리모콘으로도 조종이 가능은 하지만 매우 불편합니다.
앞줄은 일반 부품들입니다. 이 중 반드시 저 색깔이어야 하는 건 하나도 없어요. 특히 오른쪽 네 가지는 꽁꽁 숨겨지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색이라도 상관 없고, 왼쪽 두 가지는 등쪽으로 슬쩍 보이는 거라 기왕이면 저 색인 게 좋은 정도입니다.
왼쪽부터 [부품번호 | 부품명 | 색깔 | 수량](표기법은 브릭링크 기준)입니다.
3004 | Brick 1x2 | 브라이트 라이트 오렌지 | 2개 (or 3010 | Brick 1x4 | 같은 색 | 1개) ← 미관상 필요한 것으로, 구동을 위해 필수적이진 않습니다.
3024 | Plate 1x1 | 다크 블루이쉬 그레이(진회색) | 4개 ← 필요는 하지만 색깔은 달라도 됩니다. 라이트 블루이쉬 그레이(연회색)도 무난하고, 위의 부품과 같은 색이라도 괜찮겠구요.
4274 | Technic, Pin 1/2 | 색깔 무관 | 2개
87083 | Technic, Axle 4 with Stop | 색깔 무관 | 2개 ← 뿡대디 님의 동영상과 다른 부분입니다. 이 부품이 더 안정적으로 결합되는 것 같네요.
2780 | Technic, Pin with Friction Ridges Lengthwise WITH Center Slots | 블랙 한 가지밖에 없음 | 2개
18651 | Technic, Axle Pin 3L with Friction Ridges Lengthwise and 2L Axle | 블랙 한 가지밖에 없음 | 1개 ← 뿡대디 님의 동영상에는 없는 부분입니다. 손으로 화분을 잡게 할 때 결합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생략해도 됩니다.
(2) 구동 개조 방법
단순명료하게 설명서를 봐가면서 글로 설명하겠습니다. 일부만 바꾸면 되는 거라 차라리 이 방법이 나을 듯하네요. 아래의 숫자들은 페이지가 아닌 설명서의 큰 번호입니다.
(17번까지는 동일합니다. 아래에서 언급하지 않는 나머지 항목들 또한 설명서대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18번: 검은색 부품 제외
25번: 미관상 진회색 테크닉 브릭을 3004 두 개나 3010 한 개로 대체하면 좋지만, 설명서대로 해도 구동에는 지장 없음
26번: 설명서의 모든 부품을 제외하는 대신 3024 두 개를 양쪽 가장자리에 (제외된 부품 중 1x2 플레이트 둘은 56번에서 사용)
28번: 연회색 플레이트 대신 26번에서처럼 3024 두 개를 양쪽 가장자리에
31번: 진회색 테크닉 브릭 제외
31번까지의 진행상황. 바닥에 놓인 부품들을 제품 우측과 같은 모습으로 좌측에 추가.
33번: 연회색 부품들을 제외하는 대신 IR 리시버를 장착한 뒤, 그 위에 설명서의 노란색 플레이트들을 결합
34번: 생략 (제외된 부품 중 검은색 둘은 아래 41번에서 사용)
41번: 진회색 테크닉 브릭을 34번의 검은색 부품 둘로 대체
50번: 연회색 1x2 홀더 플레이트를 제품에 들어있는 진노랑 1x2 타일로 대체 (해당 부품은 56번 과정에서 남게 됨)
54번: 먼저 IR 리시버 바깥쪽 두 구멍에 4274를 각각 끼운 뒤 설명서대로 등판을 조립 및 결합
56번: 설명서의 과정 대신 2x2 플레이트, 2x2 타일, (26번에서 남은) 1x2 플레이트들로 수신기 양쪽 어깨 위를 장식 (제외된 부품 중 1x2 타일은 50번에서 이미 사용됨)
56번까지의 진행상황 참고용 사진. 54번의 등판은 오른쪽 밑에 놓여있으며, 캐터필러와 M-모터는 이미 조립된 상태.
65번: 생략
75, 86번: 각각의 테크닉 핀을 87083으로 대체
79, 90번: 위에서 대체 부품을 쓴 바로 옆구멍에 2780을 결합 -> 위치를 맞춰 M모터 장착 -> 본체에 결합 -> M모터 선을 몸 속으로 끌어가서 IR 리시버와 연결
왼쪽은 바퀴 부분에, 오른쪽은 M-모터에 각각 4121715를 끼워놓은 상태.
M-모터와 캐터필러의 본체 장착 및 배선 정리까지 마친 상태. M-모터의 선들은 이런 방법으로 몸 속으로 연결.
(목, 머리, 팔 부분은 동일합니다.)
177번: 화분의 결합력 강화를 위해 파란색 테크닉 핀을 18651로 대체하면 좋지만, 구동과는 아무 상관 없음
마지막: IR 리시버와 배터리박스 연결 -> 배터리박스의 녹색 전원버튼 온 -> 배터리박스를 몸 속에 삽입 -> IR 리시버와 리모콘의 채널이 같은지 확인 -> 리모콘으로 조종 시작 3
리시버와 배터리박스의 연결까지 마친 상태. 속내를 드러내보이는 게 영 쑥스러운 듯.
(3) 개조 결과
우선 개조 후 구동 모습을 약소하게나마 동영상으로 확인해보시겠습니다.
이제 몇 가지 체크 사항;
캐터필러가 달린 테크닉 모델들이 대부분 그렇듯, 모터 두 개를 좌우 캐터필러에 각각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더 늦게 나온 42065가 이것과 거의 비슷한 구동계를 갖고 있죠.
레고 정품이라 해도 같은 모터라고 속도까지 완전히 같다는 보장은 없다고 합니다. 더구나 레고 캐터필러라는 것이 정밀도를 그렇게 중시하는 부품은 아니에요. 똑바로 직진하지 못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M모터의 속도가 빠른 편인지라 움직임이 다소 촐싹댄다는 느낌이지만 8885 일반 리모콘을 쓰는 이상 속도조절은 불가능합니다. 반면 8879 스피드 리모콘은 속도조절은 가능해도 얘처럼 두 개의 모터로 구동하는 방식에는 거의 사용이 불가능하죠. 대안은 속도조절 기능이 있는 8878 충전식 배터리박스인데, 너무 비싼 게 흠이에요.
꽤 탈탈거리는 관계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고개는 떨어지고 손도 처지고 여기저기 부품들도 느슨해지다 나중엔 머리가 반쪽씩 분리되기도 하네요. 조금만 턱이 있어도 넘긴커녕 자빠져버려요.
- 두툼한 설명서 앞부분에 당사자인 Angus MacLane의 사진과 본인이 직접 쓴 글이 한 페이지(실은 3개 국어로 세 페이지)에 걸쳐 실려있습니다. 그의 정식 직함은 [월-E]의 디렉팅 애니메이터라죠. [본문으로]
- 물론 목관절 개선 이후의 버전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초기 모델은 목관절의 움직임이 좋지 않고 안정성도 떨어져 지적을 좀 받았죠. 얼마 뒤 개선 버전이 나왔고, 기존 버전을 구입한 모든 이는 레고 회사로 연락하면 수정에 필요한 부품과 설명서를 무료로 보내주는 정책을 펼쳐 칭찬을 받았습니다. 부품 숫자가 676개면 개선 버전이니 걱정 않으셔도 되고, 677개면 지금이라도 레고 코리아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적어도 2016년에 생산된 제품은 전부 개선 버전입니다. [본문으로]
- 주황색 전후진 방향전환 버튼은 IR 리시버와 연결시 기능정지되므로 어떤 쪽으로 세팅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본문으로]
- 이게 다 레코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해외에선 파펑들이 이렇게 비싸지도 않고 더구나 재고가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아예 국내 정식발매를 않은 것도 있어서 소요비용이 얼마라고 정확히 말도 못하겠네요. 북미나 유럽 레고샵에 들를 일 있으시면 파펑을 먼저 찾아보는 것도 팁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