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중국산 짝퉁 레고에 관한 10가지 팩트 체크

apparat 2016. 11. 30. 07:16

2016년 들어 상황이 확! 달라졌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산 짝퉁 레고, 짝퉁 블럭이라고 하면 5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손바닥보다 작은 자동차나 로봇 정도의 물건이라는 인식이 강했죠. 품질 또한 당장 쓰레기통에 집어넣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사실은 그보다 몇 년 전에도 더 큰 물건이 있긴 했습니다. 에펠탑, 타워 브리지, 텀블러 등등... 2013년까지도 거슬러올라가죠. 다만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국내에 덜 알려졌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짝퉁 모듈러가 등장했습니다.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국내에 소문이 퍼진 건 올해 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름이 되자 모듈러 전종이 출시됩니다. 가을이 되자 테크닉이 파워 펑션을 달고 출시됩니다. 최근엔 인기 MOC들마저 사냥감이 되었습니다. 짝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샤오미에서 마인드스톰을 연상시키는 '토이블럭'을 출시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1년 안에 벌어졌어요. 실로 중국다운 대약진입니다.

이렇게 하여 브릭 시장, 브릭 문화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양상, 예컨대 갑자기 물량이 엄청 늘어났다든지 세일이 잦아졌다든지에 대해서는 이전의 게시물을 참고하시기 바라구요.

오늘은 도대체 중국산 레고 짝퉁, 어디까지가 진실인가에 대해 몇 가지 팩트 체크만 해두고자 합니다.

냉정하게 사실만을 적시하는 무미건조한 정보성 글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결코 짝퉁 제품을 옹호하는 글이 아니며, 남들 다 하는 비난만 반복하려는 것 또한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팩트만을 전달함으로써 여러분 자신의 판단에 도움이 되고자 함임을 밝혀둡니다.



1. 불법인가 아닌가


당연히 불법입니다.

레고 사의 부품 규격은 이미 특허가 만료되었습니다. 레고의 그것과 똑같은 모양의 부품들로 다른 걸 만드는 제품, 예컨대 한국의 옥스포드나 캐나다의 메가블럭, 폴란드의 코비 등은 따라서 불법이 아닙니다. 이미 합법인 걸로 소송 마무리지어졌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옥스포드 등 써드파티 업체들 비난하면서 브릭 부심 부리려는 분들, 인생 살면서 무슨 자부심을 마트에서 파는 플라스틱 쪼가리로 세우려 하십니까? 이런 걸로 꼬투리 잡으려 들면 현대 산업 전반을 부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걸 알아두시길.

그러나 레고 사의 특정 제품을 조립방식부터 박스 디자인까지 그대로 베껴 출시한다면? 당연히 불법입니다. 저작권 침해죠. 더구나 레고 사의 제품 상당수는 라이센스물입니다. 스타워즈, 어벤저스 등 원작을 만든 회사들에 라이센스료를 지불하며 제품화하고 있고, 그래서 더 비싸죠. 짝퉁이 이럴 리가요.

따라서 써드파티와 짝퉁은 완전히 격이 다른 겁니다. 둘을 헷갈리면 안됩니다.


2. 중국산은 다 짝퉁인가


아닙니다. 중국산 오리지날도 상당히 많습니다. 위 1의 기준에 따라 불법도 아니구요.

조립형 RC카, 기차, (당연히 나왔어야 할) 삼국지 테마물, 숱한 밀리터리물 등 찾아보면 꽤 됩니다. 관심도가 떨어져서 덜 알려졌을 뿐이에요.

특히 중국/동양 테마의 제품이라면 저도 기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왜 맨날 유럽 캐슬만 해야 됩니까? 사대주의자예요?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디오라마 얼마나 멋져요.[각주:1]

안타까운 사연: 이런 오리지날 제품을 들여오다 고생하는 경우가 요즘 많다더군요. 지난 여름부터 세관에서 중국산 짝퉁을 단속하고 있는 것 아시죠? 덩달아 짝퉁으로 오해받아서 걸렸다가 확인절차를 걸친 후에야 반입되곤 한다더군요. 중국산 짝퉁이 자국 오리지날에 피해를 끼치는 양상인 거죠.


3. 어떤 브랜드가 있는가


굉장히 많습니다. 다 알지도 못하고 과연 서로 다른 회사인지 유령회사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국에서 '유명한' 회사로는 레핀 Lepin 乐拼, 포고 Pogo 品高, 데쿨 Decool, SY, 만격 Wange 万格, 계몽 Enlighten 啓蒙 등이 있습니다.

이들 중 어떤 곳은 짝퉁만 내는 반면 어떤 곳은 써트파티로 봐야 할 업체입니다. 다만 그들의 제품 전반을 꿰고 있지 못해 명쾌하게 구분 지어놓진 못하겠네요. 단, 현재 시점 가장 '유명한' 짝퉁 브랜드는 레핀이긴 합니다.

참고로 나노블럭 역시 정품과 카피가 있습니다. '나노블럭'이란 것 자체가 일반명사가 아니며 엄연히 일본 카와다 사의 브랜드입니다. 몇몇 회사가 똑같은 규격의 제품들을 쏟아내놓고 있는데, 이들 사이의 특허권 문제는 정보가 부족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4.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가


끝도 없이 많습니다. 아마 열심히 찾아서 정리하면 또 나오고, 또 정리하는 도중에 신규 브랜드가 또 생길 겁니다.

개략적으로만 언급하자면 일단 모듈러는 다 나와있구요. 테크닉 플래그쉽, UCS, 엑스퍼트같은 대형 제품부터 미니피겨, 소형 제품, 레코 공홈보다 더 빨리 유통될 정도인 최신 제품, 급기야는 유명 MOC들까지.[각주:2] 아마 직접 찾아보시는 게 빠를 겁니다. 어디서요? 우리가 다 아는 가격비교 사이트나 대형 온라인몰들에서요.


5. 가격은 얼마 정도 되는가


당연히 정품보다 싸겠죠. 레고의 제품값은 사실 상당수가 개발비(소프트웨어)일 겁니다. 거기에 부품 자체(하드웨어)의 가격과 라이센스비가 더해진다고 봐야 할 거예요.

짝퉁들은 부품 자체의 품질도 떨어지거니와 개발비, 라이센스비를 몽땅 뜅겨먹으니 싸지 않으면 강도죠.

그런데 요즘 가격을 보면 받을 만큼 다 받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국산 옥스포드보다 그다지 싸지 않아요. 물론 중국 현지에선 또 다른 가격표가 붙어있겠지만요.

레고 정품의 대략 1/3 정도 되는 것 같던데 포인트는 이게 아니죠. 정품 6만원짜리 놔두고 짝퉁 2만원짜리를 살 사람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러나 원래부터 고가인 제품에 단종 프리미엄이 붙는 바람에 심지어 출시가의 10배도 넘는다, 수백만원에 거래된다... 대표적으로 모듈러 초기 3종, 타지 마할, UCS 밀팔, 회전목마 등이라면 얘기가 많이 달라져버리는 거죠.

10배까진 아니라도 3배쯤 오른 고가품이라면 많은 분들이 망설이기 시작하시겠군요. 정부군 함선, 에메랄드 나이트 등이 해당될 것 같습니다.


6. 유해성 우려가 있다던데


일단 검색을 한 번 해보세요. 중국산을 수입해다 파는 업자들이 해당 제품을 한국의 공인 검사기관에 직접 들고 가서 받아온 KC 인증서가 튀어나오곤 합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거죠.

다만 이것은 특정 브랜드의 특정 제품에 한정되는 이야기임은 물론입니다. 2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브릭에서 냄새가 난다, 뭔가 기름기같은 것이 묻어난다 등의 보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 레고 등 ABS 브릭들에서는 어떠한 냄새도 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떠한 것도 손에 묻어나지 말아야 하며, 액체 성분 따위가 표면에 묻어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박스, 설명서, 스티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아는 종이 냄새 외의 냄새가 나선 안되죠.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 즉시 최소한 베란다 밖에 내놓으십시오. 어린 아이가 주변에 가지도 못하게 하십시오. 입에 넣었다면 병원에 데려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늘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 품질 자체는 괜찮은지


말씀드렸듯 불과 2년쯤 전만 해도 유해성은 물론 품질도 형편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빨리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브릭 자체만 놓고 보면, 최근 출시품의 경우 플레이트, 타일 등을 포함한 기본부품들은 옥스포드 뺨칠 정도로 멀쩡해졌습니다. 다만 대형 밑판은 휘어짐이 심한 경우가 종종 보고되며, 얼룩이 섞여있거나 색깔이 고르지 못하다든지(안료 배합의 문제) 결합력이 다소 불균질한 경우가 드물지 않게 관찰된다고 합니다.

특수부품들은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사각형 브릭이나 테크닉 기본부품에서 멀면 멀수록 나쁘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컨대 스프링 슈터는 죄다 먹통이라고 보면 되며, 테크닉 공압 부품도 마찬가지고, 파워 펑션 모터들은 소음도 심한데다 뭔가 불안하고, 타이어나 천, 고무줄, 실 등은 기대를 접는 편이 낫고, 호스나 빨대 등 레고 부품 맞나 싶게 생긴 가지각색의 특수 부품들은 규격을 지키지 못해 결합 자체가 안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합니다.

한편 프린팅은 빠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못봐줄 지경이었던 미피들이 이젠 얼핏 분간이 쉽지 않을 정도까지 추격해왔습니다. 그러나 역시 프린팅은 사출보다 좀 더 노하우가 필요한 모양이에요. 차이가 눈으로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며 스티커, 박스, 설명서 등은 좀 더 어려워집니다. 이건 옥스포드도 아직 못 따라가고 있는 부분이죠.


8. 배송, 통관, A/S 등 구매 전후의 문제는 없는가


짝퉁은 현재 보따리 장사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반입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레고 사가 세관에 단속을 요청했고, 세관은 이를 받아들여 걸렸다 하면 그냥 폐기시켜버리고 있어요.

그럼 이젠 못 들어오느냐? 판매자들에게 물어봐도 확답을 못해줄 겁니다. 박스를 제거하고 재포장한다, 설명서 앞장을 찢는다, 혹은 아예 설명서를 뺀다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도 못 들어오기도 하고 멀쩡하게 박스채 통과되기도 하고 중구난방인 모양입니다.

한 가지, 만약 들어오다 걸리면 전액 환불은 해주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홍보들은 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문제는 누락, 불량 등에 대한 A/S입니다. 유통과정상 당연히 정식 애프터서비스는 없습니다. 그런데 뻑하면 누락, 불량이 나오기로 악명이 높거든요. 어떤 땐 한 개도 누락이 없다가 어떤 땐 비닐 봉지 하나가 통째로 누락되기도 한다네요.

이에 대한 대처 또한 다양합니다. 어떤 업자는 중국에서 부품을 다시 들여와야 한다며 몇만원의 배송비를 요구하기도 하며, 어떤 업자는 국내에 부품을 좀 쌓아놨는지 쉽게 처리해주기도 한다는 소식입니다. 이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9. 정품과 어떻게 구분이 가능한지


레고 짝퉁들의 공통점 한 가지는 정품으로 위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박스도 제품도 거의 그대로 베끼면서도 자사의 브랜드를 분명하게 각인시켜 놓습니다.(레핀처럼 상표조차 레고 비슷하게 생긴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이것만으로도 우선 정품/가품 여부는 분간이 되겠구요.

부품에도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직도 레고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것 하나가 스터드에 상표를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즉, 브릭 윗부분의 볼록한 돌기 하나하나마다에 'LEGO'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죠. 이건 다른 회사가 방식 자체를 따라하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짝퉁들은 그냥 안하고 맙니다. 스터드에 글자가 새겨져있는지만 보면 레고 정품 여부를 알 수 있는 거죠.

다만 스터드가 없는 숱한 모양의 부품들도 있긴 합니다. 이건 다 구분법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만, 여하튼 짝퉁들이 자기가 정품이라고 속이지는 않습니다.

만일 속인다면 개봉 후의 중고품이 장터에서 거래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을텐데 이건 그냥 사기에 해당하니 그에 맞게 대처하면 될테지만, 정품과 짝퉁 부품이 뒤섞여 거래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각자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판매자도 짝퉁 부품이 섞여있는줄 모르고 내놓는 수도 있을 테니까요. 창작하시는 분들에겐 골머리 썩일 일이 하나 늘어난 셈이죠.


10. 결론적으로, 짝퉁 구입을 추천한다는 건가 안한다는 건가


당연히 추천하지 않습니다. 요약 겸 되짚어보죠.

일단, 물건으로서의 값어치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내가 1/3 가격에 샀으면 소장 시의 값어치도 1/3인 거고 내놓을 때의 값어치도 그 이하일 겁니다. 위 9에서 밝혔듯 거짓말도 못할 테구요.

다음, 아무리 따라왔다 해도 품질이 떨어집니다. 다종다양한 특수부품이 기기묘묘하게 활용되고 있는 요즘 레고 제품들을 보면 더욱 신경쓰이는 부분입니다. 밑판이 붕 들떠있는 모듈러, 삐걱거리며 움직이는 테크닉, 조립하다 중단한 채 해결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UCS... 안타깝죠. 유해성 문제도 많이 좋아졌다곤 하나 100% 안전하다는 대답은 아마도 영원히 나올 수 없을 거예요.

또한, 구입 전후의 피로감도 큽니다. 안 그래도 배송기간이 긴데 "유감스럽게도 통관이 안되어 환불해드릴테니 다른 데 가서 알아보세요" 하는 연락 받을까봐 노심초사해야 하는 거, 짜증나죠. 더구나 간신히 받아서 조립하다 보니 부품이 모자라거나 불량이다, 연락해봤더니 배송료 또 내고 다시 기다리란다, 지칩니다.

끝으로, 불법복제품을 쓴다는 부담감입니다. 그래서 잡혀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지만 내놓고 자랑하기도 그렇죠. 일단 레고 커뮤니티에 올리질 못합니다. 짝퉁 모듈러 사진 올렸다가 귀신같이 알아챈 회원들에게 지적만 당하고 삭제하는 경우 여럿 봤습니다. 집으로 손님들이 찾아와도, 아이가 물어봐도 계속 걸리는 한 마디, 짝/퉁/...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서두에 말씀드렸듯 각자의 판단을 위한 정보일 뿐입니다. 단점 다 알겠고 감수하겠다면 그런 것이죠. 다만 지인이 자문을 구해온다면 이렇게 말씀드릴 것 같습니다.

최소한 단종되지 않은 제품과 단종됐어도 프리미엄이 많이 붙지 않은 제품만큼은 정품을 구입하시는 편이 결과적으로 이득입니다. 대부분 몇만~십몇만원인데 그 돈 때문에 이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기에는 시간과 정성이 너무 아까워요.

그리고 우린 가장 확실하게 돈을 아끼는 방법도 알고 있잖아요? 이거고 저거고 다 안 사는 거.^^ 즐레 되시길.


  1. 물론 장군 이순신 시리즈가 옥스포드에서 나와있긴 합니다만 흑과 백이 너무 분명해서 재미가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죠. 차라리 삼국시대를 다룬다면 어떨까요. [본문으로]
  2. 레고 부품을 이용한 개인 창작품들마저 짝퉁화가 시작된 건 가장 최근의 일입니다. 대략 한두 달 전부터였던 듯하네요. 물론 이들도 마찬가지로 불법복제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대기업인 레고와 달리 개인 창작가가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기는 매우 어렵겠죠. 이를 노리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도 하고, 그래서 요즘 더욱 욕을 먹고 있는 형국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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