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미니 모듈러의 시작이자 정점: 크리에이터 31026 자전거샵과 카페

apparat 2016. 11. 4. 06:32
  • 품명: 31026 자전거샵과 카페 Bike Shop & Cafe

  • 테마: Creator (- 'Mini Modular')

  • 부품: 1023개 | 미니피겨 3개

  • 출시: 2014년

  • 정가: 124,000원

  • 평점: 10 / 10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칭 '미니 모듈러'라 불리는 비공식 라인업의 출발점인 동시에 정점. 짐짓 모듈러인양 1년에 하나씩 나오고 있으나 후속작인 31036과 31050이 초호기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

2017년에도 31065 파크 스트리트 타운하우스가 뒤를 이을 예정이지만 공개된 이미지를 봐서는 아무래도 마찬가지일 듯해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는 나날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 물건 내지 건물의 완성도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겠죠. 후속작들은 이것의 연장, 변주에 불과해 보이네요. 규모와 가격 모두 절반이라는 건 감안해야겠지만.

 

이 제품을 모듈러 빌딩스 시리즈에 견주어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습니다. 가격과 부품수가 절반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3 in 1 제품이라는 결정적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모듈러에 비해 단순한 디테일과 생략 많은 인테리어의 원인이 부품 갯수만은 아니겠죠. 어떻게든 두 개를 더 구현해야 하므로 개발시 머리 깨나 굴렸을 겁니다.


A모델의 자동차 부품이 B 모델에서는 간판에 쓰이고, 프라이팬이었던 게 실외등으로 변모하는 재미는 모듈러도 따라올 수 없죠. 하나 값으로 세 개를 만든다는 경제성만이 아닌, 레고 건물 '창작가'의 길로 인도해주는 최고의 교재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크리에이터 제품을 딸랑 A모델 하나만 만들어보고 좋다 나쁘다 평하는 것은 테크닉 플래그쉽 제품을 파워 펑션 빼고 만들어놓고 논하는 것만큼이나 적절치 못한 노릇일 겁니다. 아니면 히어로물을 미피 빼고 왈가왈부하는 것쯤 될까요?


가로로 층별 분리가 되는 (모듈러의) 방식이 아니라 세로로 열리고 닫히는 폴더형 구조라는 것 또한 중요한 차이입니다. 전 이쪽이 더 좋아요. 10193 중세 마을에서부터 10228 유령의 집, 71006과 71016 심슨즈 건물들, 76038 어벤져스 타워 공격, 75827 고스트 버스터즈 소방본부 등 이제는 다양한 제품에서 이런 구조를 찾아볼 수 있죠.

 

A모델인 자전거샵과 카페를 펼쳐놓았을 때의 건물 외부 모습.


A모델인 자전거샵과 카페를 펼쳐놓았을 때의 건물 내부 모습.


크리에이터 건물들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모듈러와 같은 식이었다가 2011년 제품들부터 슬슬 바뀌기 시작해 이제는 이 방식이 대세가 됐죠.

내부를 보고 만지기 편해서만이 아니라 펼쳐놓았을 때 마치 독립된 두 채의 건물처럼 보이는 완성도는 큰 장점이 됩니다. 이 제품엔 건물이 두 개 들었으니 펼치면 네 채, 한 블럭이 지어지네요.


접어서도 펼쳐서도 전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간활용 및 장식이 용이하고 만드는 재미도 더 나아요. 가격 면에서만 모듈러보다 부담이 적은 게 아닌 거죠.

이렇듯 모듈러엔 없는 장점들을 갖추고 있으므로 "비록 작지만, 대신 싸니까" 식으로 비교하고 우열을 가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는 길이 달라보여요.

 


A모델: 자전거샵과 카페 Bike Shop & Cafe



독립된 주상복합건물 둘 다 마음에 쏙 듭니다. 왼쪽이 자전거포, 오른쪽이 카페죠. 2층은 둘 다 주거공간이구요. 물론 두 건물은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독립형 구조입니다. 포함된 미피 셋 중 주황색 재킷의 청년이 자전거포 오너라는 설정이에요. 부품을 거의 다 씁니다. 개별평점 10 / 10.



B모델: 카센터 Auto repair shop



상대적으로 제일 별로입니다. 좀 심심해요. 네모난 게 아닌 오각형으로 집을 짓는 게 제일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1층 내부로 자동차가 쏙 들어갈 공간이 있고 2층은 사무실이에요. 미피 중 정장 아저씨가 카센터 주인이시라네요. 자전거포 청년이 파란 트럭을 고치러 온 거랍니다. 사용 부품수 583개라 완성 후 부품이 꽤 남습니다. 개별평점 8 / 10.



C모델: 꽃집 Flower shop



부품수는 제일 적게 쓰지만(486개) A모델 못지 않습니다. 은근히 10243 느낌도 들고 그래요. 디자이너 비디오에서도 둘을 매치시키더군요. 아기자기한 1층 꽃집과 노란 소파가 인상적인 2층 주거공간을 아치로 장식된 실외계단이 연결해줍니다. 미피 중 아가씨가 바로 이 꽃집 주인이었던 거죠. 자전거포 청년이 목하 대시중. 개별평점 9 / 10.


이렇게 [펄프 픽션]처럼 세 모델이 미피 세 개로 연결되게끔 설정을 잡아놓았다는 점도 사랑스럽습니다. 구석구석 재치만점인 각종 조립법들이 마치 "레고 건물은 이렇게 만드는 거예요"라고 알려주는 교본과도 같아요.

자전거샵에 왜 자전거가 한 개밖에 안 들었냐며 투덜거리시는 분 많이 봤는데, 그보다 중요한 게 많다구요.-_- 정 자전거를 더 갖고 싶으시면 국내 부품점들(요 글의 4번 항목에서 찾아보세요)에서 개당 몇천원씩에 팔고 있으니 별도로 사시면 되겠죠.


그리고 중요한 정보 하나 더, 크리에이터 시리즈답게 리브리커블 Rebrickable의 본 제품 페이지를 보시면 이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위의 B와 C를 제외하고) 세 개의 대체 모델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3층 건물(MOC-2415)과 패스트푸드점(MOC-3315)은 꼭 한 번 도전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셋 다 설명서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물론 구글에서 여러 얼터너트 모델이 더 찾아지기까지 합니다. 이 물건 하나만으로 대체 며칠을 즐길 수 있는지 몰라요. 가면 갈수록 가치를 인정받게 될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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