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10220 캠퍼밴의 둔갑술: 베스파 50s 클래식 스쿠터, 아메리칸 카, 로드스터, 커스텀 수퍼카

apparat 2016. 11. 23. 02:47

레고 10220 캠퍼밴과 이를 이용한 멋진 얼터너트 모델 넷까지, 다섯 가지를 한꺼번에 소개합니다. 푸짐하게 차려봤습니다.(마지막 모델은 2019년 12월에 추가했어요.)


(1) 오리지널 모델

  • 품명: 10220 폭스바겐 T1 캠퍼밴 Volkswagen T1 Camper Van[각주:1]

  • 테마: Creator - Expert - Vehicles

  • 부품: 1332개 | 길이 30cm

  • 출시: 2011년

  • 정가: 139,900원

  • 평점: 9 / 10


(2) 베스파 50s 클래식 스쿠터 Vespa 50s Classic Scooter

  • 창작가: 퐁팡핑요(PONPANPINO) 님 from 리브리커블

  • 내용: 10220을 이탈리아 피아조 사의 빈티지 스쿠터로 개조한 얼터너트 모델

  • 사용 부품수: 601개

  • 공개: 2016년 8월

  • 평점: 9 / 10


(3) 아메리칸 카 American Car

  • 창작가: curry eater 님 from 플러스-L

  • 내용: 10220을 50년대 미국식 대형 세단으로 개조한 얼터너트 모델

  • 공개: 2016년 10월

  • 평점: 10 / 10


(4) 로드스터 Roadster

  • 창작가: robson 님 from 리브리커블

  • 내용: 10220을 30년대 클래식 카로 개조한 얼터너트 모델

  • 사용 부품수: 428개

  • 공개: 2017년 12월

  • 평점: 9 / 10


(5) 커스텀 수퍼카 Custom Supercar

  • 창작가: ww 님 from 리브리커블

  • 내용: 10220을 람보르기니 스타일의 수퍼카로 개조한 얼터너트 모델

  • 사용 부품수: 623개

  • 공개: 2019년 3월

  • 평점: 10 / 10


출시 이후 5년이 지나도록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10220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제품은 아닙니다. 실제의 T1―세칭 마이크로버스, 미니버스, 히피버스, 삼바버스 등등―[각주:2]은 앞마당에 한 대 놔두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지만(일단 마당 있는 집부터 정만한 뒤에;;) 레고로 나온 이 제품은 명성과 기대에만큼은 미치지 못했던 것이죠. 어떤 이유에서냐 하면요~



(1) 폴크스바겐 T1 캠퍼밴 Volkswagen T1 Camper Van / 오리지널 모델


일단 이와 같은 모양새와 기믹(이라면 기믹)을 갖추고 있어요.




열 수 있는 모든 문과 창문을 닫은 사진(위)과 연 사진(아래)입니다.

레드/화이트의 불가항력적인 매력과 열릴 거 다 열리는 기능에 많은 분들이 열광하셨습니다. 양쪽 앞문, 뒷문 둘, 뒷트렁크와 엔진룸도 모자라 지붕 환풍구와 앞자리 유리창까지 열립니다. 이 모두가 실제 차량에 근거한 설정들입니다.

아래부터는 내부입니다.



문과 창문뿐 아니라 뒷자리 지붕도 개폐가 가능한데 열어보면 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원래는 그냥 의자가 줄줄이 달려있는 버스인 걸 캠핑용 밴으로 개조했다 치고 요로코롬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이죠.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자동차라면 응당 좌우대칭으로 생겼고 따라서 조립과정마저 대칭이라 재미가 반감되는 약점을 슬기롭게 극복해내고 있습니다.

와인잔이 놓인 흰 테이블을 아래로 접은 뒤 좌석 둘을 펼쳐서 간이침대로 삼을 수도 있어요.



뒷트렁크 밑의 엔진룸입니다. 크리에이터 - 엑스퍼트 - 비이클 시리즈의 공통점이죠. 운전석, 엔진, 트렁크까지 실제 차량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기. 저로선 조립과정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흔치 않은 고무줄, 튜브 등이 마구 동원되고 있어요.



운전석이구요. 계기판은 물론 기어 스틱, 와이퍼 레버,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까지 재현되고 있지요. 레고 문외한/입문자들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경력자들의 눈에서는 (잘 돼있나 확인하는) 레이저가 나오는 대목 중 하나입니다.


그 밖에도 구석구석 뜯어보면 넣어놓은 아이디어가 많은 매력적인 모델임에는 분명합니다. 넉넉한 크기와 부품 수를 기반으로 디자이너의 판타지를 몽땅 재현해놓은 듯 보여요.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다 예쁘장하고 기믹마저 풍부하니 사람 홀리기 딱 좋죠.

위상이랄지 역사성도 있습니다. 비이클 시리즈의 첫 작품인 10187 (구)비틀의 반응이 미지근했거든요. 한 번의 시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엑스퍼트 대형 차량의 면모를 이 후속작이 일신하면서 시리즈가 이어지게 만든 공은 레고사(史)에 남을 거예요.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은 게 문제입니다. 직접 만들고 만져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부분들인데요.


  1. 취향이겠지만, 너무 큽니다. 개인적으로 미피 사이즈(6~8스터드)를 선호하는 탓에 14스터드는 과해보이네요. 세단이 아닌 밴이다 보니 차고가 높기까지 해 더 그렇습니다. 미피를 못 태워서만이 아니라 모듈러 옆에 둬도 중장비처럼 보일 지경이에요.(하세가와와 레벨에서 나온 1:24 프라모델 및 너굴님 원작, 아파라트 개조의 미피 스케일 MOC가 딱 좋은 크기로 보입니다. 길이 15~18cm.)

  2. 실물 재현성이 기대 이하입니다. 발매 당시로선 최선이었을지 모르지만 비틀도 케이터햄도 잘만 빠져주는 2016년을 기준으로 보자면 그래요. 실제 차량이 곡선미의 역대급 아이콘인지라, 각이 진 건지 아닌지 애매한 외관은 안타까움입니다.

  3. 손맛이 별로. 위의 둘보다 더 실망한 부분이었어요. 조립 초반부인 엔진과 후반부의 지붕 환풍구 만들 때 좀 재미있었구요. 그 중간 내내 쌓고 또 쌓고... 신경 많이 썼다곤 하나 모듈러와 플래그십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 정도 가지고는 힘들어 보입니다.

  4. 그놈의 허약 체질... 주요 감점요인입니다. 단단하고 알찬 모델의 반대말 = 캠퍼밴. 아무리 전시용이라 해도 매뉴얼대로 뒷문을 열었을 뿐인데 지붕이 무너져내린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죠. 좌석 밑으로 길바닥이 보이는 구조도 황당하구요. 아이들 손에 맡기면 옆에서 벌벌 떨고 있어야 됩니다. 이래서 공도주행을 금지당했나?


열거한 장단점을 취합해 결론을 내리자면;

성인용 입문 제품으로는 최적의 물건 중 하나입니다. 반면 이미 엑스퍼트 몇 개쯤 만져본 후라면 너무 큰 기대는 않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단, 빼어난 부품 구성은 충분히 1점쯤 더해줄 만합니다. 그래서 9 / 10점.

(+) 차 좋아하고, 콜렉션 좋아하고, 전시 좋아하는 분.

(-) 미피 사이즈 좋아하고, 갖고 놀기 좋아하고, 양심적인 기업 좋아하는 분.


이랬던 관계로 처음엔 뒀다 팔아버릴 생각이었어요. 아니면 다른 차와 교환하거나.

구입 당시로선 개조라고 해야 버스 뒤를 헐어 픽업 트럭으로 만드는 방법과 뒤에 트레일러를 추가하는 방법, 그리고 색놀이가 고작이었기 때문이죠. 어느 쪽도 구미가 당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아래와 같은 MOC 얼터너트 모델들이 하늘 끝에서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세 줄기 빛이 내려앉아 내 마음을 밝혀준 거죠.



(2) 베스파 50s 클래식 스쿠터 Vespa 50s Classic Scooter / 얼터너트 모델 by 퐁팡핑요 님


모를 만도 했습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올 8월경에야 리브리커블에 공개된 창작품이었으니까요.

처음엔 지나칠 뻔했습니다. 버스로 스쿠터를 만든다니, 말이 될까? 캠퍼밴 최대의 장점이 빨강/하양 꼬까색깔인데 이건 그냥 하얗기만 하네?



저는 이렇게 살짝 고쳐놓고 찍었습니다만 오리지날 모델은 앞부분의 빨강과 안장의 파랑이 모두 흰색입니다. 진짜 새하얗죠.

그래, 기왕 팔아먹을 거 이것까지 만들어본 다음에 팔기로 했죠.(이미 픽업 트럭 버전을 만들어보고 재차 실망하던 중이었음.)


그렇게 앞바퀴부터 차곡차곡 만들다보니 서서히 입이 벌어지더군요.

복잡하게 생긴 부위, 예컨대 앞바퀴 옆부분이나 핸들의 표현은 캠퍼밴 엔진 저리가라 할 정도로 참신함이 돋보였구요.

외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곡면들은 어쩌면 그렇게 유려하게 처리되는지, 얼터너트 모델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재현도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지 검색을 통해 실물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실 텐데요.

한때 스쿠터의 대명사처럼 불렸고 지금도 빈티지 모델의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베스파 클래식 모델을 매우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간단하나마 안장이 들리고 작은 수납함이 드러나게끔도 되어있습니다.


단점도 없는 것은 아니에요. 이 모델 역시 내구성이 급소입니다. 특히 앞바퀴 쪽은 부위별 결합력이 약해서 여차하면 바퀴 따로 바람막이 따로 세 동강이 나버리니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모델부터가 워낙 허약했는지라... 개인 창작가의 얼터너트 모델과 본사의 정식 출시 제품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각주:3]

약간 수정을 가하면 나아지긴 하는데, 벌크 상자에서 부품을 몇 개 가져와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보너스가... 최초공개 이후 추가된 것으로 보이는 저 빨간 트레일러가 매달림으로써 모델의 귀염성이 세 배는 상승하는 듯합니다.

반면 길이는 캠퍼밴보다도 더 길 정도로 늘어나기도 하죠. 호빗이 타고다녀도 될 듯.

캠퍼밴의 특수부품들이 트레일러의 옆과 위에서 활용되는 대목에서는 조립하다가 박수칠 뻔했어요. 저 천과 고무줄이 이렇게 쓰이면 되는 거였군요.



트레일러 역시 개폐가 가능합니다. 비록 수납능력은 상징적인 수준이지만요. 이렇게 버스의 바퀴 네 개가 스쿠터에 모두 쓰이는군요.

부품이 절반 가까이 남긴 하지만, 이로써 더하고 뺄 구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예쁘장한 스쿠터로의 변신에 성공했습니다.(구글링 해보니까 전용 사이드카도 있긴 하던데...)


그리고 조립을 시작하고 나서야 저는 알았던 거죠. 이 모델의 창작가가 한국인이라는 걸요.

리브리커블에 올라온 것 치고는 설명서가 무척 잘 만들어져 있는데, 가만 들여다보니 한국어가 병기돼있는 겁니다.

하지만 창작가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었어요. 영어로 PONPANPINO라고 닉네임이 쓰여있는 게 전부였죠.

며칠을 뒤져서야 퐁팡핑요 님이라는 걸 알게 됐네요. 브릭코리아 컨벤션 2016에서 세월호를 주제로 한 작품을 보여주기도 하셨죠.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분이 엑스퍼트 차량의 얼터너트 모델 창작률 100%를 기록하고 계신다는 사실이에요.

이것에 이어 10248 페라리는 F1카로, 10242 미니 쿠퍼는 케이터햄 모양의 레이싱카로 바꿔내고 계신 거죠. 그 후 10252 비틀은 또다른 F1카로, 10258 런던 버스는 포르셰로 바꿔낸 후속작까지 추가되었습니다. 리브리커블의 퐁팡핑요 님 페이지에 다 올라와있어요.

더구나 비틀은 레고 사의 리메이크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셨던 가루녹차 님(리브리커블에선 timeremembered)이 롤스로이스와 빈티지 트럭으로 바꿔놓으신 게 있고 이 모두에는 잘 만들어진 PDF 설명서가 무료로 첨부되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엑스퍼트 차량 얼터너트 모델은 한국이 세계제패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네요.



뒷태마저 섹시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예쁜 스쿠터를 오래 되지도 않아 분해하려니 차마 분해기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다른 곳에서 이미 그에 못지 않은 탁월한 얼터너트 모델을 또 보고야 말았는걸요.

진심 한 개 더 살까 고민하다가, 그러다 두세 개 더 사는 변이 있을 것 같아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그 또다른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3) 아메리칸 카 American Car / 얼터너트 모델 by curry eater 님



일본발 얼터너트 모델 앱인 플러스-L의 존재는 이제 많이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최근 몇 달 동안 이 앱에서 제일 핫한 모델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캠퍼밴 부품으로 만든 '아메리칸 카'.

50년대 '좋았던 옛시절'의 거대한 미제 세단을 재현하고 있죠. 원래는 특정 차종의 명칭을 붙였던 기억인데 설명서를 팔아야 하다 보니 저작권 문제로 인해 '아메리칸 카'로 바꾼 것 같습니다.


하긴 캐딜락이라고 하든 링컨 콘티넨탈, 올즈모빌이라고 부르든 그게 핵심은 아니죠. 어차피 다 미국 차고, 한국에선 주차도 유턴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클래식 세단을 겨냥하는 단어들이니까요.

한국에서 이런 차 구경하려면 강남이 아니라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있는 삼성화재자동차박물관 가셔야 합니다. 회장님께서 손수 모으시던 으리으리한 명차들이 때 빼고 광 내서 좌악 전시되어있죠.

그 중의 하나일 이 차 또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뽀대를 자랑합니다.



캠퍼밴 못지 않게 열릴 거 다 열리구요. 앞 보닛을 열면 엔진이, 뒤 트렁크를 열면 꽤 넓은 수납공간이 드러납니다. 양 옆문은 물론 천장까지 개폐가 가능한 컨버터블 형이기도 하죠.



엔진부입니다. 캠퍼밴의 엔진 부품들이 적당히 재구성되어 있습니다. 보닛 지지대까지 재현되어있는 것이 포인트!

조종석도 무난하긴 하지만 스틱은 있는 대신 페달들은 없는 게 좀 아쉬워요.



천장을 열고 오픈카가 된 모습입니다. 원작에 아주 살짝 손을 봐서 좀 더 잘 열리고 잘 맞게끔 해놓은 상태입니다.

이 모델 역시 곡선미를 살리는 재주가 예사롭지 않더군요. 무한정 벌크든 LDD든 네마음대로 갖다쓰래도 못하겠는데, 아무리 캠퍼밴의 구성품이 좋다한들 이렇게 떡주무르듯 하다뇨.

심지어 내구성도 합격점입니다. 설명서대로 하면 밑프레임의 테크닉 브릭들을 핀으로 연결하지도 않는데 만들어보면 별 문제가 없어요.

그밖에 어느 부분도 부서질까봐 못 건드릴 곳은 없습니다. 베스파 스쿠터는 물론 오리지널 모델보다도 더 튼튼합니다.


2016년 8월경에 이미 화제가 된(인기투표 1위) 모델이지만 설명서가 공개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10월 중순경으로 기억되네요.

플러스-L의 운영방식이 레고 아이디어스 비슷합니다. 개인이 창작품을 올리면 사람들이 인기투표를 하고, 상위권에 랭크된 것 중 운영진이 선택해서 제품화를 합니다.

단, 실물이 아닌 설명서를 앱 내 결제로 파는 거죠. 운영진이 맡아서 설명서를 제작하기 때문에 퀄리티가 상당히 좋은 편이에요. 리브리커블의 상당수를 점하고 있는 난해한 LDD들과는 판이해서 결제할 만합니다.


이 모델 역시 유료입니다만 단돈 1달러입니다. 아이들이나 한 번 만들어보면 될 듯한 소박스 제품들도 같은 값이 매겨진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가격이군요.

설명서가 공개되자마자 판매순위 탑에 올라가 한 달이 넘게 자리를 사수했고, 여전히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창작가인 curry eater 님은 얼마 전 10220의 얼터너트 모델을 또 하나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삼륜차더군요. 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거리를 돌아다니던 바로 그 녀석이라니[각주:4], 이번에도 지나치기란 불가능이겠어요. 그 뒤로 스포츠카마저 추가되어 혼자 3종을 달성중. 참고로 스포츠카는 얼핏 별 특색이 없어보여 인기가 덜했지만 만들어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셋 다 강추예요.


이렇게 흥미진진한 얼터너트가 연이어 등장하는 한 10220을 팔아먹으려던 계획은 백지화할 수밖에 없겠네요.

부수고 만들고를 반복하다 지쳐 잠이 들지언정 장식장 아크릴 케이스 안에 덩그마니 박제해두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저에게 레고는 주물러대라고 있는 물건이니까요.



역시 고혹적인 뒷태를 자랑하는 마지막 사진과 함께 10220의 두 번째 변신술에 대한 리포트를 마무리했던 것인데... 약 1년 뒤에 또 하나의 문제적 얼터너트가 등장합니다.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네요.



(4) 로드스터 Roadster / 얼터너트 모델 by robson 님


2017년 12월에 리브리커블에 등록되었고 저는 2018년 2월초에 따라만들어봤습니다. 위의 아메리칸 카에서 다시 20여년을 더 거슬러올라가는 대략 1930년대 스타일의 클래식 카. 50년대 세단이 명품이라면 30년대 클래식 카는 아예 보물이죠.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습니다.



올 화이트입니다. 밖으로 보이는 빨간색 부품은 하나도 없어요. curry eater 님의 세 얼터너트가 다 좋은데 딱 하나 결점이 빨강/하양의 예쁘장한 컬러라는 생각입니다. 오리지널 모델이야 원래가 앙증맞은 차종이니 상관 없지만 그 앙증맞음을 제대로 못 살려서 탈이지 대형 세단, 스포츠카, 3륜차는 너무 장난감처럼 보였던 거죠.


이렇게 화이트 다이어트를 해버리니 단점이 싹 날아갔어요. 어쩌면 다들 곡선미를 이렇게 잘 뽑아내는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모델을 위해 개발된 부품들인 줄 알겠어요. 대신 뭔가 열리거나 하는 기믹은 전혀 없습니다. 문짝이야 원래부터 없지만.



흥미로운 점은 curry eater 님도 같은 스타일의 흰색 클래식카를 역시 10220 얼터너트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입니다. 상황이 정상적이었다면 아마 이 모델보다 몇 달 먼저 플러스-L에서 인스 판매를 시작했을 거예요.

그러나 요즘 들어 플러스-L이 극도의 소심증에 빠져들면서(자체개발한 로봇 모델만 띄엄띄엄 올리고 있어요) curry eater 님의 클래식카는 후보 목록에서 하염 없이 대기중입니다.


그 와중에 robson 님의 작품이 떡하니 공개된 거죠. 하지만 둘은 꽤 다르게 생겼습니다. 일단 curry eater 님의 것은 지붕을 덮을 수 있는 컨버터블이구요. 그밖에도 여기저기 차이가 확연합니다. 우연의 일치이거나 고작해야 영감을 받은 정도일 거예요. 



창작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습니다. 2017년 12월 중순에 이것과 21309 새턴 V의 얼터너트 모델을 올린 게 전부예요. 짐작컨대 리브리커블에 아직 익숙치 않으신 듯.

왜냐하면 인벤토리가 둘 다 완전히 잘못 올라와있기 때문이죠. 얼터너트 모델이 아닌 오리지널 모델의 부품들로 떡하니 채워져있어서 고쳐달라고 부탁을 해둔 상태입니다. 이 모델의 소요부품 수도 첨부된 lxf 파일에 의하면 1333개가 아닌 428개입니다.


따라만드는 데는 별개의 장벽이 있습니다. 인스 대신 lxf 파일만 공개되어있어서인데요. LDD의 'Building Guide Mode(F7)'로도 가능은 하지만 좀 난해하죠. 블루프린트에서 lxf 파일을 불러와 수정해가며 만드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습니다.(S/W들에 대한 설명은 이 글에서.)


또 현재는 '얼터너트'로 등록되어있지만 정확히는 '모디피케이션'입니다. 즉, 10220에 들어있는 부품 외에 몇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다행히 제일 평범한 것들로 소량이긴 해요; 1x6 플레이트 블랙 1개, 2x2 플레이트 블랙 1개, 2x6 플레이트 블랙 1개, 1x2 타일 블랙 4개 더. 미리 준비해두시구요.



마지막 아쉬움이라면 이 역시 2번만큼 허약체질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방법과 남는 부품들이 있는데도 그냥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서있고 살짝 굴리는 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내부를 조금만 더 보강해주면 뚜렷한 체질개선이 가능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곤 하지만... 완성 후의 외관은 여기 소개하는 모델 중에서도 최상급이군요. 한 마디로 우아합니다. 저의 짙은 빈티지 취향 탓도 있겠습니다만.(범선 외에는 배로 보이지도 않고 기차라곤 증기기관차밖에 몰라요.)

구석구석 조립 아이디어 또한 역시 뛰어납니다. 시종일관 식상하지 않아요. 클래식카에 대한 취향을 공유하시는 레고 팬이라면 반드시 킵해두셔야 할 MOC입니다.



(5) 커스텀 수퍼카 Custom Supercar / 얼터너트 모델 by ww 님


버스, 스쿠터, 30년대와 50년대 클래식 카에 이어 이번엔 최신형 수퍼카입니다. 그것도 람보르기니 타입.(비록 어디에서도 특정 브랜드를 지칭하고 있진 않지만요.) 2019년 3월 리브리커블에 공개되었고 저는 같은해 11월에 만들어 봤습니다. 인스가 유료이긴 하지만 600개가 넘는 부품 수, 잘 만들어진 PDF 설명서임에도 단돈 2.5유로! 거저나 다름없어요.



역시 흰색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빨간색은 액센트로만 활용됩니다. 현대 유럽 수퍼카들 특유의 납작하고 미끈한 곡선을 아주 잘 살려놓았네요. 이런 곡선 구현능력은 대체 어디서들 가져오는 건지. 비록 유리창은 생략됐지만 엔진부터 멋들어진 시트까지 충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몇몇 개폐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지막지한 힘을 뽐낼 듯한 엔진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끔 뒷쪽 보닛이 활짝 열립니다. 더불어 양옆의 문짝도 여닫을 수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시저스 도어는 아니군요. 반면 앞쪽 트렁크 공간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도, 열리지도 않습니다.



한 마디로 뭔가 흠을 잡아보려 해도 그럴 구석이 없는 모델이에요. 분해된 10220과 2.5유로 결제할 생각만 있다면 그냥 만번대 차량 하나 만드는 느낌 그대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갈 수 있더군요. 잘 만들어진 인스, 만드는 재미도 적당, 완성 후의 수려한 외관, 견고성은 오리지널 모델보다도 낫고...


억지로 떠올려본 단점이라는 게 고작 유리창이 생략됐다는 정도? 하지만 그래서 별 문제될 것도 없거니와 레고란 게 종종 그런 식이니까요. 10248/31070의 유리창을 가져오면 잘 어울리긴 하겠습니다만. 그보단 엔진 감상을 하시죠. 수퍼카답게 8기통 후방 엔진입니다. 기름값이 얼마나 나올라나...



창작가인 ww 님은 소형에서 대형까지 각종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작품을 리브리커블에 공개하고 있는 분입니다. 레고 자동차 창작품 찾아볼 때 이분 빼놓으면 섭섭해요. 20세기 초반 클래식카부터 비틀, 미니를 거쳐 최신식 스포츠카까지 하나같이 미려하고 야무집니다.


특히 10220과 10242 미니를 이용한 얼터너트 모델이 여럿인 게 눈에 띄는군요. 10220만으로도 여섯(10242는 무려 여덟) 개의 얼트를 리브리커블에 올려놓았고 종류도 가지각색이에요. 등대, 로봇 개, 구식 로봇, 그리고 자동차 3종.


아쉬운 건 그 중 PDF 인스를 제공하는 게 이것 하나뿐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얘만 유료고 나머지는 다 무료예요.(LDD도 아닌 MLCad용 ldr 파일이 올라와 있습니다.) 돈 내고 싶으니까 부디 PDF 인스 좀 만들어서 올려줬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10242 얼트 일부는 PDF임에도 무료입니다. 연도를 기준으로 딱 나뉘는 걸로 봐서 인스 만들기에 지치신 듯.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여기까지, 모양새만이 아닌 만드는 재미로 봐도 오리지널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네 얼터너트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심지어 3, 5번은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내구성을 뽐내기까지 하고 있어요.


적당히 뽑아서 그냥 크리에이터 3 in 1(혹은 4 in 1)으로 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크리에이터 제품군, 나아가 레고 전제품을 통틀어 길이 남을 걸작으로 기억됐을 거예요.

그만큼 다들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얼터너트들을 만들어보기 위해서라도 10220은 꼭 소장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사실 제대로 된 표기는 '폴크스바겐'이 맞습니다. TV 광고에서도 이렇게 발음하는 거 보셨죠? 영어 아니고 독어니까요. [본문으로]
  2. 정확하게는 Volkswagen 사의 'Type 2 T1'이라는 딱딱한 이름입니다. 나머지는 다 별명이에요. 히틀러의 지시로 세워진 이 회사(직역하면 '국민차')의 첫 모델, 즉 Type 1이 바로 '비틀'입니다. 이 역시 별명이죠. 그리고 두 번째 출시작(Type 2)이 이것입니다. 다른 장수 차량들처럼 얘도 여러 세대가 있는데, 1950~1967년간에 판매된 1세대 모델인 T1이 제일 유명합니다. 요즘은 T6가 생산되고 있다고 하네요. [본문으로]
  3. 많은 창작품, 얼터너트 모델들이 허약한 내구성이라는 취약점을 공유하고 있죠. 재미로 하는 건데 거기까지 신경 쓰라 그러면... 하지만 정식 출시 제품은 달라야 마땅할 겁니다. [본문으로]
  4. 아마도 기아에서 생산하던 그 녀석의 원조집인 일본 마쓰다 Mazda 삼륜트럭이 모델이겠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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