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나의 레고 창작품 만들기부터 알리기까지 - 필수 사이트와 소프트웨어들

apparat 2017. 4. 20. 08:30

레고/브릭 생태계를 하나의 나무라고 한다면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겁니다. 듀플로는 뿌리, 시티와 크리에이터는 줄기, 나머지 온갖 테마들이 가지, 미니피겨가 잎사귀, 그리고 개인 창작품이야말로 꽃.[각주:1]


영어권에서는 MOC(My Own Creation)라고 부르는 개인 창작품이야말로 레고/브릭의 본령이자 귀착지가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하는 '블럭 놀이'란 게 원래 이 모양 저 모양의 나무/플라스틱 블럭으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아무 것이든 만드는 게 아니었던가요. 그리고 레고 및 호환 브릭들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호환성이야말로 이걸로 뭔가 또다른 걸 만들어보라는 뜻이 아닐까요.


스타워즈 에피소드별로 장식장을 채우고 DC/마블 미피로 벽을 도배하는 것도 좋지만(아마도 본인보다 빌룬트에 계신 분들이 더 좋아하겠죠), 아무리 간소하고 허접해보여도 내가 직접 만들어낸 창작품만큼 소중할까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빨리 신제품 정보를 실어날라 조회수 수천을 기록하고 높은 품계의 회원으로 명성을 떨치는 것도 짜릿한 일이지만, 나의 창작품을 전세계의 레고 애호가들이 보아주고 간혹 추천과 코멘트도 남겨준다면 과연 어느 쪽이 더 뿌듯하고 남는 기억일까요?


그러니 우리 창작을 합시다. 내 머리 내 손으로 직접 뭔가를 만들어냅시다. 이것만이 레고/브릭을 오래도록 즐기면서도 빌룬트의 노예 신세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입니다. 그 회사에서 직접 만든(혹은 만들라고 시킨) 영화 [레고 무비]를 상기해도 좋겠군요. 아예 접착제로 붙여놓고 아이는 얼씬도 못하게 하는 '레고 덕후' 아빠가 빌런 취급 당하는 거 보셨죠? "그냥 떠오르는 대로, 엉뚱하더라도 만들어보자구요!"라던 와일드스타일의 사자후를 벌써 잊었나요? 좋아요, 잔소리는 그만. 실전으로 돌입하죠.



1. 창작품 구상하기


따로 답이 있을 리 없는 첫 고개에서부터 "나는 어려서부터 이런 게 안돼"라고 좌절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지만 잘못 알고 계세요. 당신의 손에 브릭이 들려져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신이 뭔가 만들기를 좋아하며 창작을 해낼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럼 뭘, 어떻게? 답은 그야말로 자유입니다. 시작이 꼭 100% 창작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개조든, 꾸밈이든, 얼터너트 모델이든, 뭐라도 좋습니다. 설명서 밖으로 단 한 걸음이라도 벗어나보는 데서부터 창작은 시작되는 거니까요.


다만 좋은 창작을 위한 일반 원칙이란 건 있더군요. 재료를 갖고 조물거리다 우연히 결과물이 빚어지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니고, 처음부터 '뭘 만들어봐야겠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공예를 하든 작곡을 하든 사진을 찍든 뒷발로 쥐 잡기로는 발전이 없다는 거죠. 이를테면 그냥 내 주변의 사물이나 좋아하는 아무 주제로나 시작해봐도 좋을 거예요. 우리집 가구들이라든지, 좋아하는 자동차나 우주선이라든지, 하여튼 좋을대로 말이죠.



2. 소프트웨어로 미리 만들어보기 - LDD vs. Studio


레고 만들어보는 소프트웨어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CAD 프로그램의 원리를 차용해서 만들어진 게, 그것도 레고 본사에서 직접 만들어놓은 게 무료로 배포되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LDD(Lego Digital Designer)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죠. 이 외에도 여러 종류의 소프트웨어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브릭링크에서 만들어 역시 무료로 배포하는 스튜디오(Studio)가 크게 힘을 얻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게 무려 한국 개발진의 작품이라더군요.


*2019년 11월 하순에 레고사가 브릭링크(와 소호브릭스)를 넥슨으로부터 인수함으로써 LDD와 스튜디오는 하루아침에 형제지간이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LDD에 대한 레고사의 지원이 점점 메말라가던 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앞으로는 스튜디오 쪽으로 무게중심이 완전히 넘어갈 거라 봐야겠죠. 여러분, 2019년 12월부터는 LDD 새로 익히지 마세요. 그냥 스튜디오 쓰세요.


대표적인 레고 창작용 소프트웨어였던(과거형) LDD의 로딩 화면.


얘네들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레고 부품들의 목록을 화면 한쪽에 나열해놓은 다음 마우스로 골라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죠. LDD는 이 기능이 사실상 전부였지만 스튜디오엔 그에 더해 설명서 만들기와 렌더링 이미지[각주:2] 만들기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습니다.(따라서 LDD에 한해 두 가지 소프트웨어가 추가로 필요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레고 CAD 파일이고, 그 파일을 만드는 게 이 소프트웨어들이므로 여기가 곧 출발점인 셈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실제 브릭을 만지작거리며 창작하는 게 좋지, 소프트웨어에 붙잡혀있고 싶진 않아!" 하는 분들도 약간은 배워둬야 편하다는 얘기인데, 혹시 포토샵이나 오토캐드 비슷하게 어렵지 않을까 겁먹지 않으셔도 돼요. 비유하자면 라이트룸이나 원노트 수준에 불과하니까요. 처음부터 새롭게 조형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부품들을 가상으로 조립하는 데 기능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불과 며칠이면 익숙해질 수 있는 쉬운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미 수많은 사용법/강좌가 있으므로 제가 사족을 달 필요는 없을 거구요.

> LDD: 다운로드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시면 되고 / 사용법은 이호아빠 님의 동영상 강좌 세 편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 스튜디오: 다운로드브릭링크 공식 페이지에서 하시면 되고 / 사용법은 포기남 님의 블로그 해당메뉴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3. 부품 구하기 - 따로 사거나 벌크로 만들거나


2에서 바로 4로 가는 분들도 계십니다. 즉, 실제 브릭들로 조립을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가상 조립 → 가상 이미지 생성 → 세상에 공개'로 끝나는 분들도 많은 사이버 세상이죠. 하지만 오프라인 전시회에 참가하려면 결국 실제 브릭을 끼워맞춰야 한다는 거... 취향의 문제일 거구요.


여하튼 부품은 필요합니다. 그렇게 제품을 사댔는데 부품이 또 필요합니다. 이때 요긴한 두세 개의 사이트가 있습니다.


(1) 따로 살 때 - 브릭링크


말할 나위도 없는 세계 최고의 레고 오픈마켓입니다.[각주:3] 자기들이 직접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지마켓, 11번가처럼 온라인 장터를 마련만 해주는 거죠. 심지어 결제 기능도 완비되어있지 않아서 입점해있는 샵마다 결제 방법이 제각각입니다. 영어가 안되면 이용이 좀 어렵고, 그밖에도 여러 낯선 기능이 가득한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별 수가 없네요. 첫째, 희귀한 부품이나 미피, 오래 전에 단종된 제품을 구하려면 전세계를 뒤질 수밖에요. 이렇게 모여있기라도 하니 다행이죠. 둘째, 싸거든요. 국내 개별 부품점들의 대략 반값에 불과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브릭링크 내 한국 셀러들의 가격도 그 정도라는 거죠. 반면 배송료와 배송기간은 여타 국내업체와 동일한 수준이므로 현재로선 최고의 선택지가 됩니다.


다만 다종다양한 부품을 구비한 한국 셀러가 아직은 많지 않아 한 번에 필요한 부품을 다 구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네요. 이 링크를 보시면 현재 어떤 한국 셀러들이 있으며, 부품/제품의 종류(Lots)와 수량(Items)은 얼마나 되고 최소 주문금액(Min Buy)은 얼마인지 상위에서부터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쪽 샵들에서 먼저 구할 수 있는 걸 구한 뒤 나머지를 해외 셀러나 국내의 개별 부품점들(링크된 글의 4번 항목 참고)에서 수급하시는 게 무난할 듯합니다.


여하튼 창작을 하려면 브릭링크는 필수인데, 요령을 딱 두 가지로 요약해드리죠.(한국 셀러에 관한 정보도 요령이라면 요령이었구요.)


첫째, 위시리스트 우선주의입니다. 부품도 셀러도 너무 많아서 무작정 찾다간 난파되고 말죠. 내가 원하는 부품/제품의 목록을 먼저 만드세요. 회원가입 후 화면 우측 상단, 하트 모양의 Want → Wanted Lists로 가면 됩니다. 이곳에 구하는 것들을 담아놓으면 누가 그걸 파는지 찾을 수도 있고(Want → Buy), 특정 셀러별로 내가 구하는 게 있나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셀러별 페이지 → Shop → Wanted List 항목).


둘째, '주문 → Invoice(송장) 수령 → 결제'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셀러마다 나라마다 배송료, 수수료, 세금이 다 달라서 제품가격만으론 최종결제금액을 못 뽑기 때문에 그렇다네요. 실은 간단합니다. 주문을 클릭한 뒤 Invoice가 메일로 올 때까지 하루쯤 기다리면 됩니다. 한국 셀러라면 보통 그날 안에 오죠. 이때 비로소 최종결제금액을 확인 후 결제를 하면 됩니다. 익숙해지면 별 거 아녜요.

더구나 신규 기능인 Instant Checkout을 지원하는 셀러(셀러명 옆에 노란 번개 마크가 있음)는 이조차 필요 없습니다. 보통의 샵처럼 주문 → 즉시 최종입금액 표시 → 즉시 결제(통상 해외 셀러는 페이팔, 국내 셀러는 은행 이체)하면 됩니다.


(2) 벌크로 만들 때 - 리브리커블 & 브릭셋


세계 최고의 레고 오픈마켓을 알아뒀는데 뭘 더 알아야 하나요? 그리고 리브리커블은 해창 인스 다운받는 곳이고 브릭셋은 제품 정보 찾는 곳 아닌가요? 맞긴 맞는데요. '내가 현재 어떤 부품을 보유하고 있나'를 아는 데도 매우 요긴한 사이트들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회원가입 후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 및 부품들을 등록해둬야겠죠. 제품은 브릭셋에, 부품은 리브리커블에 등록하세요. 브릭셋에 보유제품 등록을 하면 리브리커블에 자동반영이 되는 한편 브릭셋엔 부품 등록기능은 없거든요. 물론 제품을 등록하면 그 안에 포함된 부품들은 다 자동으로 등록이 되는 것이구요.


그런 뒤 특정 부품을 검색하면 그것이 '내가 갖고 있는 어떤 제품에 무슨 색으로 몇 개나 들어있는지'를 찾아줍니다. 편하죠. 창작을 위해 소요되는 부품들을 몽땅 새로 사는 것도 좋지만 일부는 보유 제품에서 벌크로 충당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일일이 엑셀로 정리하거나 매번 뒤질 필요 없습니다. 대신 찾아줍니다. 두 사이트 각각의 세세한 기능은 (어차피 계속 바뀌기도 하거니와) 직접 이용해보시는 게 더 빠릅니다. 소프트웨어도 아닌 사이트니까요.



4. 설명서 만들기 - Blueprint (LDD 한정)


2와 3을 통해 실제로든 가상으로든 창작품 자체를 만드는 작업은 마쳤습니다. 이제 세상에 내놓기까지 두 가지 정도가 더 필요하군요. 하나는 조립 설명서, 하나는 완성품의 이미지입니다. 4와 5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LDD만으로도 조립설명서 비슷한 방식, 즉 하나하나 조립해가는 과정을 볼 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Building guide mode(단축키 F7)라는 게 있긴 하죠. 그런데 한 번만 겪어보시면 알겠지만 참으로 따라만들기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도무지 순서가 알파고 수준이에요.


부품수 100개 이하의 소품이라면 몰라도 수백을 넘어가고 심지어 파펑 달린 테크닉이라면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결국 설명서가 따로 필요하다는 얘긴데...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일일이 조립과정을 찍어야 할지[각주:4] LDD에서 일일이 화면캡처를 해야 할지 난감한 이 상황을 타개해줄 구세주같은 소프트웨어가 있으니 바로 블루프린트입니다.


*반면 스튜디오는 설명서 만들기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얘기가 좀 다릅니다. 4부는 어디까지나 LDD 한정이에요.


설명서 제작 소프트웨어인 블루프린트의 두 가지 모드. 왼쪽이 조립순서를 편집할 수 있는 스텝 디자인 모드, 오른쪽이 페이지별 디자인을 고칠 수 있는 페이지 레이아웃 모드다.


이 기특한 무료배포 소프트웨어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바 최신 버전. 상당수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이 그렇듯 자바 기반으로 돌아가는 녀석이거든요. 둘째, lxf 파일. LDD로 만들어진 lxf 파일이 없다면 이 소프트웨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이제 고생 끝에 마련한 lxf 파일을 불러들이면...(시간이 약간 걸려요)... 설명서가 이미 반쯤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걸 적당히 편집해서 PDF 파일로 변환해내는 과정을 익히는 덴 하루도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만큼 쉽고 직관적이며 대신 다양한 기능은 생략돼있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최악의 경우 lxf 파일을 불러온 뒤 PDF로 단순 변환만 해도 훨씬 낫습니다. 최소한 밑에서부터 순서대로 쌓아가긴 하거든요.[각주:5]


> 다운로드이 포럼 게시물의 Download 항목에서 찾으시면 되고 (개발자가 직접 올린 거라 참고가 됩니다)

> 사용법영어와 그림으로 된 이 게시물 하나만 보시면 됩니다.


그밖에도 이전엔 LPub 등 여러 소프트웨어가 쓰였으나 최근에는 LDD+블루프린트 혹은 스튜디오로 정리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5. 렌더링 이미지 만들기 - Bluerender (LDD 한정)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렌더링이라는 개념 자체가 CAD에서 가져온 것인 만큼 역사도 길고 기능 좋고 사용법도 그만큼 복잡한 소프트웨어가 여럿 있습니다만(예컨대 포브-레이), 싹 다 생략하고 위의 블루프린트 제작자가 함께 내놓은 블루렌더를 소개합니다. 역시 자바 기반의 프리웨어이고, 극도로 기능이 단순하고, 가볍고 쉽습니다.


*이 역시 스튜디오는 렌더링 이미지 생성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별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치 않습니다. 심지어 스튜디오의 렌더링 이미지가 훨씬 더 좋기까지 합니다. 5부도 LDD 한정이에요.


렌더링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인 블루렌더의 작업창. 기능만큼이나 단순해보인다.


만약 실제 브릭으로 만든 결과물이 있고 사진으로 찍을 수만 있다면 이 5번 과정은 건너뛰어도 됩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든 촬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렇게 가상 이미지를 만들어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죠.


블루프린트와 마찬가지로 자바 최신 버전과 lxf 파일이 필요하구요. 사용법을 익힐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쩌면 너무) 단순한 소프트입니다. 그저 lxf를 불러와서 jpg로 변환만 시키는 셈이니까요. 크기 조정 등 몇 가지 가능하구요. 속도 빠르고, 결과물 좋습니다. 리브리커블에서도 추천해온 소프트웨어구요.


> 다운로드는 블루프린트와 동일한 요령으로 이 포럼 게시물에서 찾으시면 되고 (역시 개발자의 게시물입니다)

> 사용법이 게시물 하나로 충분합니다.

> 레고 사진 촬영법에 대한 좋은 강좌가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역시 이호아빠 님의 게시물이네요. 일반적인 소품 촬영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되지만, 아직 낯설 경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촬영법부터 뽀샵법까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6. 세상에 공개하기 - 몇몇 사이트


드디어 준비가 끝났습니다. 창작품, 설명서, 이미지(사진이든 렌더링이든)까지. 이제 온세상에 나의 작품을 공개해야죠. 물론 한 곳이 아닐 거고, 당연히 국내의 도토리 키 재는 커뮤니티들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국내 커뮤니티에 올리고 말아버릴 이유가 대체 어딨답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보다 위대해서 월드와이드한 사이트들에 올리는 거 아니어요. 그게 당연한 겁니다. 위축될 이유, 없어요. 주저할 필요, 전혀요. 철판 딱 깔고 펀펀funfun하게 올려버리세요. 우물 안에서 끼리끼리만 놀려고 하는 거 극복해야 할 악습이에요.


(1) 브릭세이프


준비된 이미지와 설명서를 먼저 이곳에 올립니다. 그래야 (2)의 리브리커블에 최종적으로 공개하기 용이해서인데요. 여기에 이미지들을 올리면 리브리커블에서 자동으로 슬라이드 쇼를 보여줄 수 있고(안 그러면 한 장밖에 못 보여줍니다), 설명서를 배포하기에도 여기가 편합니다.



이곳 또한 좀 놀랄 만큼 회원가입에서부터 사용법까지 간단명료하기 짝이 없습니다.[각주:6] 금세 가입하시고, 10기가 무료공간 얻으시고, 창작품별로 폴더를 만들어 업로드(이게 요령!)하시면 됩니다.


(2) 리브리커블


이 사이트는 중복소개를 하게 되네요. 그만큼 내 부품 찾는데도, 남의 창작품 따라만드는데도, 내 창작품 공개하는데도 이만한 사이트가 없습니다. 브릭셋이며 브릭링크며 하나같이 머리 많이 쓴 티가 팍팍 나지만 그중에 갑은 리브리커블이 아닐까 해요.


한 마디로 온세상의 레고 창작품이 모여드는 곳이죠. 더구나 기존 제품 및 부품 정보로도 셋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입니다. 블로그와 포럼마저 운영되고 있어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 V2, V3로 업그레이드한다고 부산스럽기까지 합니다. 천천히 익혀가면 될 것 같아요.


나의 창작품을 올리는 것은 (브릭세이프에 이미지와 설명서를 이미 올려놨다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몇몇 선택항목들이 있는데 써보시면 바로 알 수 있구요. 다만 혹시 오류가 있지 않나 등의 검사과정을 일일이 거치기 때문에 최종승인까지 며칠 걸리긴 합니다. 그 후엔 나의 페이지도 생기고 창작품 별로 통계까지 내주죠.


대신 꼭 구비해야 할 '3I'가 있으니 완성품 이미지 Image, 설명서 Instruction, 부품 목록 Inventory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등록이 안된답니다. 남들이 따라만들 수 있게끔 해서 공개하라는 얘기죠.[각주:7] 부품 목록은 레고 CAD 파일(LDD의 lxf 혹은 스튜디오의 io)만 올리면 자동으로 생성되므로 한 걱정은 덜어집니다. 역시 레고 CAD부터 익히셔야...


(3) 경연 사이트들


리브리커블에도 콘테스트가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경연의 장은 아니겠구요. 레고/브릭 사이트 모음글 3번 항목에서 열거한 바와 같은 경연 사이트들이 있지요. 플러스-L은 설명서 온라인 발매를 위한 소박한 경연(채택될 경우 같은 앱 내에서 설명서 판매가 가능해짐), 레고 리브릭은 본사에서 제시하는 주제별로 진행되는 백일장식 경연, 그리고 레고 아이디어즈는 찬란한 제품화의 결실을 향해 일만배 정진을 이어가는 고행의 경연길;;이랄지요.


기본 요건만 갖추면 마음껏 올릴 수 있는 리브리커블과 달리 각기 제한사항들은 있습니다. 플러스-L의 경우 기성 제품의 얼터너트 모델이어야 하구요. 리브릭은 그때그때 제시되는 주제에 따라야만 하고, 아이디어즈는 나날이 까다로와지고 있지요. 이런 연유로 초보자들에게 바로 권유할 수는 없지만 더 넓은 무대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아는 둬야 포부도 원대해지는 법이니까요.


*이쪽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레고 아이디어즈과 레고 리브릭 사이트가 통합되었고, 플러스-L은 고사되어가고 있는 실정.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들이야 불문가지일테니 넘어갑니다.



이상, 구상에서부터 발표까지 일련의 과정마다 필수적인 사이트와 소프트웨어들을 소개해보았습니다. 소프트웨어 사용법은 성공적으로 기존 게시물들에 다 떠넘겼네요.^^


아무래도 세상에 공개하려면 요건을 갖춰야 되다보니 레고 CAD에 설명서며 이미지까지 필요하게 되고, 그것들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또 익혀야 하고, 올릴 사이트까지 여럿 알아두게 됩니다. 어쩌면 창작 자체보다 더 번잡한 과정이 되어버려 오히려 창작의욕을 감퇴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뭔가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하면 이 또한 재밌지 아니한가 하는 마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애당초 뭔가 만지고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접어든 길이니 말이죠. 서두를 것 없이 하나하나 밟아가다보면 어느덧 나도 마스터빌더! 어설픈 창작품 하나 열 컬렉션 안 부럽다! 즐깁시다.


  1. 아이디어 제품군을 꽃에서 맺힌 열매라고 해주면 훈훈은 하겠는데... 잇달은 의문의 선정결과와 너프 탓에 여론이 그리 좋질 못해서 말이죠. [본문으로]
  2. 실제 사진처럼 보이게끔 효과를 준 가상 이미지를 말합니다. LDD에서 표현되는 결과물이 워낙 CAD 티가 나다보니 이걸 좀 보기 좋게 처리(렌더링)한 이미지를 쓰는 경우가 많죠. [본문으로]
  3. 이밖에 브릭아울 Brickowl이라는 오픈마켓도 있는데 아무래도 규모가 좀 떨어집니다. 그래도 세계 2위이긴 하지만요. [본문으로]
  4. 레고 CAD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는 이 방법밖에 없죠. 하지만 찍어서 올리기도 힘들거니와 보는 입장에서도 편하지가 않고 용량 부담마저 크므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동원하실 것을 권합니다. [본문으로]
  5. 물론 낱장의 이미지 파일들로 컨버팅한 뒤 필요한 만큼 포토샵에서 수정을 해준 뒤 PDF로 묶으면 더 좋긴 합니다. 하지만 일단은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좀 친해지는 게 순서겠죠. [본문으로]
  6. 약관과 팝업창과 입력항목들의 심산유곡을 헤매게 만드는 한국 사이트들 빨리 좀 망했으면 좋겠어요. 버튼수 100개가 자랑인줄 알던 TV 리모콘과 뭐가 달라요. [본문으로]
  7.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선 어차피 따라만들 일 없을 대형 디오라마 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테크닉이 주를 이루고 얼터너트 모델이 대접을 받는 것이 이 사이트 고유의 색깔이죠. 제목부터가 'Re-Brick-Able'이니까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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