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정품도 모자라 개인 창작가들의 MOC까지, 주로 베끼면서는 간혹 멀쩡히 계약을 맺기도 하는 요지경 세상, 중국 브릭업계에 관한 또 하나의 정보입니다. 관련정보 및 저의 입장을 정리해놓은 이전 게시물도 참고해주시고요.
얼마 전에 한국 브릭업체 옥스포드 Oxford에서 '광개토대왕 - 장군' 시리즈 4종을 냈죠. 1
실은 2006~2007년에 태왕 광개토라는 제목의 제품 6개가 있었고, 그걸 리뉴얼해서 낸 2011년판 제품 3개가 또 있고, 이걸 다시 고쳐서 이번에 또 낸 것이죠.
건물 등이 꽤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만(일부는 2014년 장군 이순신 시리즈의 재활용이기도요), 사진만으로는 어째 예전 제품이 더 나은 것도 같습니다. 아마도 이번 것이 대상연령대를 많이 낮춰서 그런 듯해요. 사실성 강조해봐야 아저씨들이 옥포 잘 사주지도 않고...
이를 계기로 예전 옥스포드 제품들 찾아보기 -> 중국산(계몽) 삼국지 미니피겨 찾아보기 -> 모든 삼국지 브릭 제품 찾아보기 -> 어? 뭔가 이상한...? 의 순서로 일이 흘러갑니다. 2
박스아트를 한 번 보시죠. 옥스포드의 태왕 광개토 제품들(2006~7)과 슬루반 Sluban이라는 중국 회사에서 낸 삼국지(중국식 품명 '三國', 영어식 품명 'Three Kingdoms' 혹은 'Red Cliff') 제품들 비교 이미지입니다.
1-1. 옥스포드 Oxford, GT0672 (=GT72000), 2006
1-2. 슬루반 Sluban, M38-B0267
(참고로 박스 오른쪽 아래의 초록색 악어는 브릭분해기입니다^^;;)
2-1. 옥스포드 Oxford, GT0660 (=GT60000), 2006
2-2. 슬루반 Sluban, M38-B0266
3-1. 옥스포드 Oxford, GT0645 (=GT45000), 2006
3-2. 슬루반 Sluban, M38-B0265
(그나저나, 아까부터 보이는 왼쪽 아래의 저 괴이한 '기프트'는 대체 뭘까요?)
4-1. 옥스포드 Oxford, GT0720 (=GT20000), 2006
4-2. 슬루반 Sluban, M38-B0262
5-1. 옥스포드 Oxford, GT3094 (=GT5000), 2007
(위의 제품은 '태왕 광개토' 시리즈가 아닌 '5000' 시리즈의 하나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제품 정가가 5000원이라서 5000 시리즈라고...) 3
5-2. 슬루반 Sluban, M38-B0271
변함없이 베낀 거죠. 알리바바에서 찾아보면 몇 개 더 나옵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박스를 촬영한 각도, 숨은그림찾기로 쓰기 좋은 박스아트의 부분부분들, 난이도가 좀 더 높은 미피와 소품들, 현판과 깃발의 한문과 문장 등.
한국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한 11년 전 광개토대왕이 대륙으로 건너가 "싼궈지"로 둔갑하고 해외에다가는 'Chinese Three Kingdoms'로 소개 및 판매가 되고 있네요.
그 자들도 참,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들을 무릎 꿇렸던 광개토대왕을, 그것도 자기들의 자존심인 삼국지에다... 돈이면 무슨 짓이든 하는 마인드가 바로 이거로군요.
중국인들이 이 사실을 알면 자존심 상해서 불매운동을 벌이게 될지 아니면 동북공정의 영향으로 "그럴 수도 있잖아" 하고 말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한중 이외의 소비자들은 고구려식 무장과 성채를 중국 것으로 여기게 될테니 이런 뒤죽박죽이 또 없고 말이죠.
정작 옥스포드의 삼국지 시리즈 2종은 복제대상에 간택되지 못했네요. 제가 보기에도 이것들은 별로더군요. 중복 덩어리인 치우천황 시리즈는 특이한 맛이라도 있죠.
계몽의 삼국지 미피들은 디자인이 꽤 멀쩡해서 칭찬 좀 해줄까 싶었는데 또다른 브랜드는 이렇군요.
홈페이지 보니 밀리터리물도 많이 냈던데 죄다 베낀 거 아닌지 의심부터 해야 되려나요. 실제로 이 회사의 밀리터리물 일부도 옥스포드의 코브라 전투단 등을 베낀 흔적이 짙고, 타이타닉(대형 버전, 미니 버전 둘 다) 역시 옥스포드 것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되어 있습니다. 스위트 시리즈 등도 마찬가지라고 하구요.
레고에 MOC에 옥스포드까지, 다음은 메가블럭일까요? 아니면 코비? 레고만큼이나 옥포도 더더욱 신경쓰고 분발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 선물용으로 많이 사줄테니까 CH3243 '코리아 하우스' 2 in 1 제품과 KH3362 '전통혼례' 디오라마 제품 재발매 좀 얼른... 뒤의 것은 공식 블로그에서 수요조사 시작한 게 만 1년 전이라구요.(반대로 IS3051 '아이언 솔저' 시리즈같은 구닥다리 제품은 하루빨리 단종시키셔야겠고.)
P.S. 옥스포드 측에서도 이런 사실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것이라구요. 그 나라, 벤츠 랜드로버 포르셰까지 베껴서 만들고 정부가 옹호해주는 데니까요.
- 기존 '장군 이순신' 시리즈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걸로 보이는 부제입니다만, 대왕이 장군으로 격하되는 문제는 어쩔 거여요. 그래선지 주요 온라인샵들은 물론 옥스포드 홈페이지에도 품명이 '광개토대왕2017'로만 되어있더군요. [본문으로]
- 계몽 Enlighten이라는 중국 브릭업체에서 2016년에 내놓은 삼국지 미피 두 세트가 있습니다. 각각 주연급 4, 병졸 2, 말 2의 구성으로, 가성비는 물론 디자인도 상당히 준수해보입니다.(부품의 품질은 꽝이라고 합니다만.) 포인트는 이 물건이 오리지널이라는 것이죠. 삼국지 관련물을 냈을 리 없는 레고는 물론 다른 어느 회사에서도 이런 제품이 나온 적 없는 것으로 압니다.(혹시 커스텀 피겨를 베낀 걸지는...) [본문으로]
- 과거 옥스포드 제품에서는 이와 같은 품번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 제품들의 품번이 두 가지인 이유도 그래서인데, 괄호 속의 품번들이 정가를 뜻합니다. 실은 앞 품번도 정가와 연관이 있죠. 이런 민망한 습속은 몇 년 전에야 사라진 듯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