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크리에이터와 파워 펑션의 만남 - 4958 몬스터 공룡 / 거미 / 악어

apparat 2018. 4. 10. 08:40
  • 품명: 4958 몬스터 공룡 Monster Dino
  • 테마: Creator
  • 부품: 792개 [파워펑션: XL모터 1개, M모터 1개, 수신기 1개, 일반리모콘 1개, AA배터리박스 1개 + 전용 사운드 브릭 1개]
  • 출시: 2007년
  • 정가: 124500원 | 90달러 | 68.5유로
  • 평점: A모델 몬스터 공룡 10 / 10 | B모델 거미 9 / 10 | C모델 악어 9 / 10


테크닉의 전유물, 파워펑션. 그 중에서도 탈것, 그 중에서도 중장비와 스포츠카가 어디까지나 중심, 이라는 게 상식입니다. 하지만 시작은 그렇지 않았죠. 파펑에 관한 개요 글 도입부에도 밝혔듯 그 시작은 2007년의 네 제품이었고 그 중 '상식'에 부합하는 건 딱 하나, 8275 동력 불도저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사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틀렸달 것도 아니에요. 한정판 사은품이었던 시티 4999 베스타 윈드 터빈(풍력발전기, 2008)과 몇십년이 지나도 튈 만한 물건인 10196 초대형 회전목마(2009)를 제외하고는 그 뒤로 테크닉 외의 제품에 파펑이 채택된 사례가 없습니다. 물론 기차나 에듀케이션 제품들은 별개로 하구요.



4958은 그만큼 특이한 물건입니다. 제대로 파펑이 채택된 유일무이한 크리에이터, 파펑으로 (더구나 RC로) 조종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레고 동물[각주:2], 3 in 1을 지원하는 공전절후의 파펑 세트. 더구나 출시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다소간의 신비감마저 감돌게 되었죠.(비록 리브리커블 이용 팁브릭링크 이용 팁에서 다뤘듯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긴 하지만.)


그래서 복제해봤습니다. 하는 김에 마음에 안 드는 검/록 조합 대신 권능의 검/빨 조합으로 색깔도 바꿔봤습니다. 희귀 아이템이 되어버린 전용 사운드 브릭(60125)은 가뿐히 생략했습니다. A모델에만 쓰이는데다 없어도 조립에 아무 지장을 주지 않아요. A, B, C 세 모델 전부를 작동 동영상을 곁들여 소개합니다.



◇ A모델: 몬스터 공룡 Monster Dino



명실상부 A모델답습니다. 숱한 레고 공룡 중 단연 원탑. 걷습니다, 앞발도 움직입니다, 입을 쩍쩍 벌립니다, 꼬리는 흐느적거립니다, 심지어 울부짖기까지 합니다!! 사운드 브릭만 어렵사리 구해넣으면.



800개 가까운 부품을 삼킨 육중한 체격과 블랙 베이스의 묵직한 색감, 이빨에서 갈기와 발톱을 거쳐 꼬리 돌기로 마무리되는 삐죽삐죽 엣지, 영락없이 메카고지라를 연상시키는 기계스러움까지, 외형만으로도 역대급인 이 녀석이 거동을 시작하면 따라서 입이 벌어지지 않을 남자란 없을 거라 자신합니다.


조향불가 정도를 유일한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까요. 두 개의 모터가 발휘하는 효과는 실로 강렬합니다. 적당히 뒤뚱거리면서도 좀처럼 넘어지지 않는 비결도 잘 숨겨져 있구요. 원제품의 음향효과와 야광효과[각주:3]까지 살려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어요.



디자인은 다소 투박한 감도 있지만 11년 전 제품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요즘 흔한 부품들의 상당수가 그때는 존재하지 않았죠. 복제하신다면 색깔은 물론 디자인 업그레이드도 적극 시도해보시기를. 온갖 움직이는 레고 제품을 통틀어 못해도 열손가락, 잘하면 다섯손가락 안에 들 만한 '괴작'입니다.



◇ B모델: 거미 Spider



4958의 또다른 대단함은 3 in 1이라는 것이죠. 공룡 못지 않게 남자아이들이 흥미를 갖는 동물, 큼지막한 거미가 이어집니다. 머리 삼아 달고 있는 수신기부터 배 한가운데 품은 배터리박스까지, 검불그스름한 색감마저 더해져 암만 봐도 맹독성 타란툴라군요. 레고 거미 중에서 제일 큰 축에 들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디어 반짝이는 외관 디자인도 특이하지만, 이 모델은 두 가지 다른 모터를 이용해 전후진 및 조향을 구현하는 지극히 예외적인 메카니즘을 '자랑'합니다. 두 개의 바퀴로 굴러다니는 방식인데 한쪽은 XL모터가, 다른 한쪽은 M모터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죠.


당연히 정상적인 드라이빙은 불가능합니다. 나름 기어 구성을 통해 속도 차이를 극복해보려 했다지만 유튜브를 아무리 뒤져봐도 똑바로 전후진하는 모습은 찾아지지 않더군요. 대신 조향은 가능하고 빠르기도 상당합니다. 종횡무진 빨빨거리는 모습이 거미다운 구석도 있어요.



자유롭게 좌우로 흔들리는 '목'과 각도 변경이 꽤 자유로운 여덟 개의 다리는 덤. A모델과 완전히 다른 구동방식을 과감히 채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도는 높군요.



◇ C모델: 악어 Crocodile



그러고도 하나가 더 남았습니다. 공룡과 독충이 앞길을 누볐으니 마지막은 현존하는 흉포한 맹수가 장식할 차례. 위협적인 외관만큼은 셋 다 막상막하로군요. 3년 뒤에 나온 크리에이터 5868 사나운 동물들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건 두발 공룡 / 악어 / 상어의 3 in 1이었죠. 겉모습은 더 말쑥한 대신 구동은 불가능한 제품이었습니다.



이번에는 XL모터 하나만 사용됩니다. 기어 구성도 지극히 단순한 편인데 용케 전후진, 양쪽 발 휘젓기, 턱을 쩍쩍 벌리기까지 동시에 구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A모델에 이어 조향은 불가. 이 부품 구성으로 조향 개조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긴 합니다.


역시 A모델처럼 꼬리가 자유로이 흐느적거립니다. B모델의 거미 '목'에도, 5868이나 키마/닌자고의 괴수들에도 자주 적용되어온 방식이죠. 헐렁헐렁한 힌지 플레이트(3639 및 3640)의 전매특허와 같은 효과입니다.



다소 촐싹거리는 듯한 움직임과 상대적으로 엉성한 외관에는 C모델다운 아쉬움이 남기도요. 어떻게든 개조야 가능하겠지만 3 in 1으로 제품화하는 입장에서는 제약이 만만찮았겠죠? 그것도 셋 다 RC 구동이라니 여간한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나하나 만들어보고 움직여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다소 투박한 디자인도 불충분한 가동성(조향불가 아니면 직진불가)도 아닌, 후속작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3 in 1은 고사하고 단일모델도 전무했죠. 너무 어려워서였을까요? 아니면 이 제품에 대한 반응이 기대보다 낮아서? 아마도 라이센스물 찍어내느라 바빠서.


이제라도 후속작이 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파펑 사후확장이 가능한 식도 좋구요. 올해 안으로 블루투스며 NFC며 파펑의 세대교체도 시작된다니[각주:4] 적극활용해서 움직이는 동물 모델이 나와주었으면 해요. 밀려오는 VR/AR의 시대에 레고도 재혁신을 꾀해야 하지 않을지, 11년 전의 유별나게 혁신적이었던 제품을 빌미 삼아 재촉해봅니다.


  1. 박스 겉면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그 파워펑션 상표가 떡하니 박혀있었습니다. [본문으로]
  2. 보다 예전인 1995년에 8485라는 희한한 제품이 있긴 했습니다. '움직이는 공룡'을 만들 수도 있었죠. 하지만 무선조종이 불가능함은 물론 컨트롤러/받침대를 떠나 걸어다니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고정형 제품이었어요. 파펑과 달리 핵심 구성품인 컨트롤러의 범용성도 사실상 제로였구요. [본문으로]
  3. 등의 갈기 9개가 원래는 야광입니다. 이번 복제에서는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바꾼 색깔과도 어울리지 않아 흰색으로 대체했어요. [본문으로]
  4.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60197, 60198 시티 기차들과 76112 앱 콘트롤드 배트모빌에 블루투스가, 10874, 10875 듀플로 기차들에 (아마도) NFC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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