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Guarded Medieval Inn: 10193 중세마을 얼터너트 모델 (브릭스타 앱 소개를 겸한)

apparat 2018. 2. 21. 06:11

브릭계에서 나날이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는 MOC 연맹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한 두 번째 포스팅, 새로운 MOC 전문 모바일 앱인 '브릭스타 Brixtar' https://brixtar.com 소개 겸 이를 이용한 얼터너트 빌드 체험기입니다.(첫 번째는 리브리커블을 활용해 벌크로 8043 만들기였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2018년 11월 29일자로 서비스가 중단되었네요. 한때 브릭셋이 밀어주기도 해서 잘나갈 줄 알았는데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고 만 모양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디지털 박제로 보아주시면 될 듯합니다. 단! 아래 소개하는 얼터너트 모델의 설명서만큼은 한 유저의 성실한 복기 덕에 리브리커블에서 무료 PDF로 구해볼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먼저 결과물부터.



브릭스타가 대외적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6월입니다.(애플 앱스토어 등록일 기준. 대내적으로는 그보다 2~3년 전부터 준비했던 것 같구요.) 레고의 고향 덴마크의 옆나라인 스웨덴에서 개발되었고, 지난 2017년 12월에 브릭셋이 소개를 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습니다. 요즘은 둘의 협력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같아요.


확실히 MOC-창작-리빌드-얼터너트의 파이가 커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리브리커블은 2017년에 신규등록된 MOC가 2016년의 무려 두 배였다는 소식[각주:1]도 모자라 몇 달 전 인스 직판을 시작한 뒤로 뛰어난 창작품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구요.[각주:2] 브릭링크도 전용 소프트웨어인 Stud.io를 무료배포해가며 참전 중. 요즘은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일본발 앱인 플러스-L도 건재한데 이젠 스웨덴산까지, 그것도 브릭셋을 등에 업고 가세하다니 말이죠.


그럼 처음 접한다고 가정하고 한 계단씩 밟아나가볼까요.



애플, 안드로이드 다 지원하는 무료 앱을 다운 받아 실행시켜보면 이런 메인 페이지가 뜹니다. 중요한 항목은 다 있어요. 위에서부터

  • What's New  모든 신규등록 창작품입니다. 브릭스타가 리브리커블과 다른 점 하나가 3D 파일도 인스도 없이 사진만 달랑 올려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 Latest Buildables  하지만 3D 파일까지 올리면 '빌더블'로 더 대접을 해주죠. '3D' 딱지도 부여됩니다. 시험 삼아 올려본 저의 31058 메뚜기도 살짝 보이네요^^ 현재는 LDraw 계열의 *.ldr 파일만 업로드가 가능하며 그것도 굳이 웹사이트를 통해야 합니다.(사진만 올리려면 앱으로도 가능합니다.) 3D 파일을 이용한 따라만들기는 무료공유가 원칙인 듯. 자세한 건 아래에서 설명할게요.

  • Brixbox  자신들이 판매하고 있는 벌크 브릭 제품을 홍보할 겸 이를 이용한 창작물만을 따로 모아놓은 코너. 유럽 사람들에게만 해당될 것 같구요.

  • Top List  인기순위입니다. 벌써 몇 주째 '마이크로 스케일 캐슬'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이케아 유리 돔 사이즈에 맞춰놨어요.^^

  • Alternatives  얼터너트 모델만 따로 모아놨습니다.

  • Challenges  이용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브릭 경연대회 코너입니다. 회원 누구나 콘테스트를 주최할 수 있다는 것도 브릭스타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겠죠.

  • Follow Us  창작가끼리의 소셜 네트워킹도 지원합니다.

  • Easy to Build  대략 100개 이하의 부품만을 사용하는 작고 쉬운 모델만 모아놨구요.

  • Matches  리브리커블처럼 '갖고있는 걸로 다른 거 만들기'를 위한 코너. 물론 회원가입 후 내가 갖고있는 제품들을 등록해줘야 합니다. 품번으로 개별등록할 수도 있고, 브릭셋이나 리브리커블에 등록해둔 리스트를 임포트할 수도 있습니다. 리브리커블과 달리 벌크 부품 리스트까지 지원하지는 않아요.

  • Next Generation  자라나는 꿈나무 세대를 위한 별도의 코너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가치를 상당히 강조하는 분위기더군요.


화면 하단에는 다섯 개의 아이콘이 보이는데, 왼쪽부터 위의  메인 페이지 , 소셜 미디어 격인  Your Feed , 나의 창작품을 등록하는  Add Your Build , 나의 보유제품 목록과 위의 Matches를 모아놓은  Your Sets , 그리고 위의  Challenges 까지입니다. 화면 상단 좌우에는 세팅, 알림, 나의 계정 정도가 들어가있구요. 그럼 나머지는 차차 익히기로 하고 오늘의 주인공 얼터너트 빌드부터 찾아가보죠.


화면 하단의 왼쪽에서 네 번째,  Your Sets 로 들어온 후 다시 화면 상단의 Matches로 이동했습니다. 저는 이미 브릭셋의 보유목록을 불러와뒀기 때문에 그것에 기초해서 '내가 갖고있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창작품들'이 부품확보율 순으로 나열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보유목록을 불러오려면 화면 상단 오른쪽의  + 아이콘 을 누른 후 다시  Import 로 들어가면 됩니다. 


목록 중 위에서 세 번째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이름하여 Guarded Medieval Inn, 대략 '중세 여관' 정도로 의역할 수 있을 듯요.[각주:3]

  • 창작가: Willcav
  • 내용: 캐슬 10193 중세마을 Medieval Market Village을 한 채의 건물로 개조한 얼터너트 모델
  • 사용 부품수: 1471개 of 1601개 (부품활용율 91.9%!)
  • 공개: 2018년 2월
  • 평점: 10 / 10



창작품별 페이지는 위와 같습니다. 한가운데의 Build It 버튼을 누르면 먼저 보유 부품을 (말 그대로) 하나하나 체크하기 위한 페이지가 나오는데, 적어도 얼터너트일 경우 그다지 유용해보이진 않습니다. 리브리커블처럼 썸네일로 쫙 나오는 편이 훨씬 나을 듯하네요. 거기서 다시 맨아래의  Build It  버튼을 누르면 한동안 로딩이 되고 드디어 따라만들기 시작입니다.



대략 이런 화면이에요. *.ldr 파일을 올리면 마치 LDD의 Building Guide Mode(F7)처럼 자동으로 인스를 생성해주는 거죠. 이 또한 브릭스타가 갖는 차별점입니다. 리브리커블의 경우 3D 파일을 사이트 내에서 바로 보긴 어렵지요. 다운받은 뒤 PC에서 별도의 소프트웨어로 불러와야 비로소 뭘 할 수가 있습니다.


단 하나의 MOC를 만들어봤을 뿐이고 그것도 차곡차곡 쌓아올라가는 건물이긴 하지만, 일단은 LDD의 F7 모드보다는 좋았습니다. 말도 안되는 순서로 우왕좌왕하게 만들지 않고 거의 적절한 순서대로 제시해주더군요. 3D 파일답게 360도로 돌려가며 볼 수 있다는 것이 태블릿에선 상당한 장점이네요. 확대/축소, 이동도 물론입니다. 


하지만 역시 완전한 인스는 아니에요. 한두 단계쯤 뒤바뀌는 일은 예사더군요. 더 큰 문제는 마음껏 확대가 안된다는 거. 모델 전체가 나오게만 되어있어서 이처럼 커다란 모델인 경우 부분부분이 너무 작게 보입니다. 얼마 전부터 가로 모드도 지원해서 기대를 했더니 가로로는 더 작아지더라는;;


그러나 몇 시간 동안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애써 따라만들다 보면



들인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은 멋진 얼터너트 모델이 내 앞에 웅자를 드러냅니다. 오리지널 모델과 한 번 비교해볼까요?


[이미지 출처: Brickset]


에서



로 변신! 간단히 말해 건물 두 개를 하나로 합친 거죠. 건물은 2층, 옆의 망루는 3층, 폴딩형이며 앞의 쌍두 우마차도 포함입니다.


숱한 캐슬 제품 중에서도 전설의 올드 성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10193입니다만 재창작만큼은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리브리커블엔 하나도 없고, 구글神도 고작 2~3개밖에 찾아내지 못하더군요. 모듈러처럼 원래 모양이 워낙 준수하다보니 생명력이 길었던 거겠죠.


하지만 이 얼터너트 모델만큼은 강력히 권하고 싶습니다. 원작에 뒤지지 않는 조립감(원작의 그것이 대단치 않긴 합니다만), 완성 후의 빼어난 외관―특히 두 채일 때의 아기자기함을 보상하고도 남는 중량감, 충실한 내부 구현, 우려를 불식시키는 견고성까지 빠지는 부분을 찾기 어렵군요. 내부도 한 번 돌아보시죠.



1층은 주막, 2층은 여관이며 둘은 계단으로 연결됩니다. 옆의 망루는 2층에서 사다리로 연결되는데 이 역시 망루 내부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눈에 밟히는 것 하나라면 복작복작한 주막에 비해 여관방이 너무 여유롭고 침대도 거창하다는... 아마도 옆에 놓인 보물상자가 답이겠죠.^^


특기할 것 한 가지는 부품활용율입니다. 얼터너트 모델이란 것이 실제로 만들어보면 70~80%를 넘기기가 무척 어려운데 이것은 무려 91.9%...! 일이백도 아닌 1601 피스 짜리로 이 정도라니 무섭군요. 오리지널 모델의 나무, 가판대, 가금류까지 죄다 분해해서 써먹는 것은 물론 소 두 마리와 마차까지 새 쌍두 우마차 만드는 데 동원됩니다.



즐거운 조립시간이 끝나고 나면 마무리 페이지입니다. 따라만든 창작품의 사진, 소감, 평점과 소요시간을 남길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만점을 줬지요. 완성돼있던 10193을 분해해가며 만드느라 시간은 꽤 걸렸던 기억입니다만, 내내 즐거웠으니까요.


막 활성화 되어가고 있는 앱이라 섣부른 평가는 어렵지만 리브리커블과의 차별성이 일단 먹혀들어가는 것도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바일 전용답게 가볍고 심플한 분위기랄까요?

  • 완성 사진만 올려도 된다는 게 체감상의 가장 큰 무게 차이일 듯하고

  • PDF 인스와 동영상 링크, 페이지 꾸미기 등은 아예 사절

  • 무료공유 원칙도 리브리커블과는 반대방향이구요

  • 벌크 부품 관리같이 까다로운 부분은 쿨하게 무시해주시고

  • 역시 부담스러운 DB 기능은 브릭셋 링크로 간단히 해결

  • 콘테스트 운영권을 회원들에게 넘긴 것도 파격적이죠

PC 기반에 다양한 기능과 DB를 자랑하는 리브리커블이 인스 판매라는 신형 엔진을 달고 점점 대작 위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면 브릭스타는 그 정반대 자리를 파고들지도요.


어쨌거나 풍성해지는 건 환영입니다. 당장엔 고쳐야 할 점도 많으니(특히 *.lxf 파일 불가와 빌드 모드에서의 제한적인 확대비율, 느려터진 이미지 로딩 속도 등) 한동안 더 두고봐야겠지만, 방구석에서 (심지어는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레고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방법이 늘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소식일 거예요. 레고는, 되만드는 거니까요.


  1. 더욱 놀라운 것은 2017년 트래픽 중 나라별/지역별 순위였습니다. 한국이 7위, 서울은 무려 2위였다고 하네요. [본문으로]
  2. 그 전에는 창작가들이 알아서 판매방법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 브릭링크, 이베이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었죠. 리브리커블이 직접 나서면서 일이 아주 간단해졌습니다. 창작가는 수수료 10%만 떼어주면 되고, 구매자는 페이팔로 클릭 두세 번만에 결제할 수 있습니다. 윈윈윈. [본문으로]
  3. 6067 Guarded Inn을 염두에 둔 작명인 것 같죠? 레코가 '레고 기사 휴게소'라는 기상천외한 국역을 선보인 바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가 딸리는 건가 싶기도. [본문으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