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테크닉 42009 + 42030 + 3만원 = 8043 전동식 굴착기 (리뷰 겸 리브리커블 이용 팁)

apparat 2018. 1. 30. 06:42
  • 품명: 8043 전동식 굴착기 Motorized Excavator (세칭 '포크레인')[각주:1]
  • 테마: Technic
  • 부품: 1123개
  • 출시: 2010년
  • 정가: 27만원 | 200달러 | 170유로
  • 평점: A모델 10 / 10  |  B모델 10 / 10


레고 테크닉 팬들에겐 하나의 로망과도 같은 모델, 8043. 풀구동 파워펑션이라면 맨앞에 8275 불도저가 있고 명성으로는 그 뒤의 42009 모바일 크레인 MKII와 42030 볼보 휠로더도 뒤지지 않지만, 기계적 로망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왠지 8043이 제일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거예요. 8275는 구동이 단순한 편이고, 42009는 굴러다니질 않고, 42030은 만드는 재미가 상대적으로 덜하죠. (느린 속도조차) 실물을 그대로 줄여놓은 듯한 외형과 움직임, 42009와 함께 투톱을 달리는 조립 난이도(즉 만드는 재미), 기어 변환식인 동시에 리모콘 풀구동이라는 획기적인 설계(리모콘으로 기어를 변환시킵니다), 웬만한 플래그쉽 A모델 못지 않은 B모델의 존재, 벌크력 높은 부품 구성과 거품 없는 가격이라는 테크닉 고유의 미덕까지, 어느 하나 크게 빠지는 부분이 없어요.



딱 하나 결정타라면 나온지 8년이 되어간다는 점... 신품이라면 어딜 가도 40만원 이상은 생각하셔야 하고 중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브릭링크를 들러보니 박스 없는 중고가 25만을 넘네요. 배송료만도 따로 몇만원 나올 거구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레고 거품기에 형성된 흔한 편견 중 하나가 "레고는 한 번 만든 다음 장식장에 박제하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모듈러나 UCS라면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최소한 클래식 - 크리에이터 - 테크닉으로 이어지는 정통 레고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크리에이터는 3 in 1이니까 3개 사셔야죠", 멍드립입니다. 테크닉 2 in 1도 마찬가지. 42009는 잘 알려진 얼터너트 모델만 6개인데 그럼 8개 사란 얘긴가요?


이럴 때 쓰라는 리브리커블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레고 제품[각주:2]과 부품을 입력해놓으면 그걸로 다른 뭘 만들 수 있는지, 혹은 거꾸로 어떤 레고 모델(정발품이든 MOC든)을 만들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이나 부품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자동으로 계산해주고 제시해주고 구입까지 도와주는 신통한 사이트, 숱한 레고 관련 사이트 중 제가 보기엔 제일 머리 좋은 사이트죠. 작년 한 해 한국 유저들의 비중이 7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고도 하네요.


저도 이렇게 8043을 '복제'했습니다.(정확하게는 소폭개조입니다. 정발품과 다른 부분이 사진 여기저기에 보이실 거예요.) 워낙에 명망 높은 모델인 만큼 제품 리뷰는 맨앞의 문단들과 동영상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리브리커블을 통한 복제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합니다.


  

  

1. 권장 벌크 제품


이미 테크닉 중장비를 2~3개쯤 보유하고 있다면 얘기는 쉬워집니다. 아래와 같은 제품들이라면 더욱 가뿐합니다:

  • 42009 모바일 크레인 MKII: 8043을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의 63.2%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 42030 볼보 휠로더: 52%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 42042 크롤러 크레인: 54.2%

  • 42055 버킷 휠 엑스케베이터: 53.6%

  • 42043 벤츠 아록스 트럭: 52%


특히 42009는 넘쳐흐르는 기어들로, 42030은 환상적인 파펑 구성으로 인해 최고의 벌크용 제품으로 각광 받고 있죠. 저도 이 둘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같은 중장비라 색깔도 노랑노랑하니까요. 캐터필러 관련 부품들(과 8043엔 안 쓰이지만 신형 기어박스 부품들)로는 42042를 추천합니다. 벌크 수급을 위해서도, 제품 자체로도 손에 꼽을 만한 물건일 거예요.

다음은 리브리커블의 핵심기능들을 100% 활용할 차례입니다. 아, 레고 정발품의 인스는 공홈, 브릭셋, 브릭 인스트럭션스의 세 군데만 뒤지면 99% 이상 무료 PDF를 구할 수 있으니 걱정 없구요.


2. 리브리커블을 통해 모자란 부품 알아내기

아예 8043 제품 페이지로 가보죠. 부품 목록부터 좍 나오네요. 개별 부품의 브릭링크 평균가를 원화로 표시해주는 기능은 너무나 소중하죠. 이미 회원가입을 하고 내가 보유한 제품과 부품들을 등록해두었을 경우[각주:3] 이 목록에 테두리 색깔로 표시를 해줍니다. 8043을 만드는데 필요한 수량을 모두 갖고 있으면 녹색, 일부만 있으면 "탄색", 하나도 없는 건 빨간색이죠. 다 합해서 몇 퍼센트인지 오른쪽에 표시도 해줍니다(파란 동그라미).



없는 게 우선이니 편리한 체크를 위해 다음 단계로 갑니다. 위의 퍼센트 수치 밑에 'Build this Set'이라는 버튼이 있죠(빨간 네모).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오는데요. 'Change Build Options' 버튼(파란 네모)을 눌러 선택 항목들을 펼쳐놓은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야 당연히 'Build Source Options' 밑의 두 항목(빨간 네모)이 체크되어 있어야죠.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과 부품들을 활용할 것인지 여부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42009와 42030 두 제품만으로 얼마나 충당이 될지 알아보기 위해 잠시 꺼두었습니다. 대신 오른쪽의 빈칸들에 해당 제품번호를 입력했구요. 결과는 72.1%군요. 42009 하나만으로도 63.2%였는데, 겹치는 부품이 많아선지 기대엔 조금 못 미칩니다.


그렇다면 'Build Matching Options'로 가보죠. 색깔 매치도를 얼마나 따질 것이냐는 옵션인데, 일반적인 레고라면 대부분 동일한 색의 부품이 선호되므로 맨왼쪽 'Exact'로 둬야겠지만 테크닉이라면 또 달라지지요. 만들고 나면 보이지도 않는 안쪽 부품들(특히 기어, 핀, 액슬 등)이야 색이 무슨 상관이며 메인 컬러가 아닐 경우 진회색/연회색 구분이 필요할런지요. 그래서 저는 테크닉의 경우 맨오른쪽 'Ignore'까지 레버를 끌어놓아버린답니다.(3단계로밖에 설정 못해요.^^)


그런 다음 'Re-run Build with new options'(윗쪽의 녹색 버튼)를 누르면 부품 보유율이 72.1%에서 84.7%로 급상승! 1122개 중 불과 172개만 추가로 구하면 8043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게 어떤 것들이며 몇 개씩이 필요한지는 아래와 같이 목록이 나오구요. 'Buy Parts' 탭(주황색 동그라미)으로 가면 브릭링크 등에서 바로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해당부품들로 위시리스트를 만들 수도, 쇼핑카트에 담을 수도, 셀러별 재고와 가격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오른쪽의 'Suggested Sets' 탭에서 필요한 부품이 많이 있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죠.



끝으로 'Find My Parts for this Build' 버튼(위의 보라색 네모)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품이 내가 보유한 어떤 제품에 포함되어있는지 표로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지금은 42009와 42030 두 개만 활용하고 있으니 괜찮지만 내가 가진 여러 제품으로부터 벌크를 끌어모으려면 이 기능을 써야 한결 수월해집니다. 단, 이 기능에선 색깔 매치도가 'Exact'로 고정되어 있어요. 이래저래 테크닉보다는 시스템 계열에 요긴한 기능일 듯하네요.



3. 브릭링크를 통해 모자란 부품 구입하기


필요한 부품만으로 이미 위시리스트 내지 카트를 채워놓았으니 브릭링크에선 하던 대로 오더를 넣으면 되겠습니다...만, 아무리 부품 호환도가 높은 테크닉이라 해도 꼭 몇 개씩은 '지뢰'가 있게 마련입니다. 8043의 경우 위의 목록 맨아래에 있는 노란색 64681, 64393 패널들이 장본인이죠. 개당 1만원을 넘기는 녀석이 무려 10개나 필요하군요.ㅠㅠ


얘네들은 없어도 됩니다. 위아래의 완성 후 사진들을 보시면 길이가 좀 짧은 64683, 64391로 대체해놓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42009와 42030을 합치면 딱 필요한 수량만큼 충당되는군요. 제 눈에는 이쪽도 제법 그럴싸하네요. 적어도 10만원 더 쓸 필요는 못 느끼겠습니다.



이처럼 대체 가능한 희귀부품이 늘 몇 개씩 있는데, 사진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가 8043의 옥의 티로 꼽혀온 버킷이 아닐까 합니다. B모델까지 고려하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듯합니다만 비율도 안 맞는 부품이 가격마저 비싸죠. 심지어는 가동범위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세 가지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이 있으니 그 유명한 얼티밋 버전입니다. 42009 얼티밋 버전으로 더 유명한 네델란드 창작가 JurgenKrooshoop의 작품이죠. 리모콘으로 기어를 변환하는 대신 더 많은 모터와 리모콘을 택했던 이 버전은 동시에 버킷의 크기와 구조 또한 개선해놓고 있습니다. 1만원짜리 32030(10x18) 대신 2천원짜리 2951(8x10) 부품을 써서 비율도 가격도 좋아졌고 가동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완전한 얼티밋 개조까지는 아니라도 버킷 부분만큼은 꼭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인스조차 무료입니다.


남은 장벽은 무려 3개가 더 필요한 M모터 정도네요. 이거야 뭐 어쩔 수 없지만 불편을 조금 감수해가며 42009와 42030에 하나씩 들어있는 L모터를 활용할 수도 있고(본체 뒷쪽을 한 칸 늘려야 하는데 다행히 어려운 부분은 아니에요) 어차피 두고두고 쓸 거 이 기회에 과감히 장만해도 좋겠습니다.


지뢰들을 제거하고 난 후의 부품 가격은 불과 3만원 정도에 불과하게 됩니다(M모터 제외). 풀백 제품 하나 값이죠. 제 경우 구동개조 월-E로부터 M모터 둘과 캐터필러 일부까지 빌려왔기 때문에 더 적게 들었습니다. 이같은 방식을 활용하면 적어도 노란색 테크닉 중장비의 대부분을 5만원 안쪽의 추가부품만으로 만들 수 있게 되죠. 큼지막한 제품 두세 개만 갖고있다면. 



이런 과정을 거쳐 복제 및 소폭개조를 마친 8043의 구동 동영상입니다. 느릿느릿 거동하시는 자태가 영락 없는 양반님네셔요.ㅎㅎ 기존 제품들의 스티커를 떼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터라 그만 볼보 브랜드가 되어버렸습니다만 그 또한 봐줄 만합니다. 나머지 스티커들도 적재적소에만 쓰면 없는 것보다 나을 수 있으니 너무 민감하지 않아도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B모델입니다. 다른 플래그쉽 제품들과 달리 8043은 이렇다할 얼터너트 모델이 보이지 않더군요. 위의 얼티밋 버전을 포함, 모두 또다른 포크레인일 뿐입니다. 대신 똘망똘망한 B모델이 벌충을 해주네요. 이름하여 트랙드 로더 Tracked Loader, 42030의 바퀴 대신 무한궤도가 달린 로더입니다.



A모델과 같은 과정을 거친 복제인 만큼 여기에도 여러 대체 부품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노란색 패널들이 좀 더 짧고(또한 여전히 자연스러워보이고), 캐터필러는 검은색이고, 결정적으로 42030에 쓰인 큼지막한 버킷(15265)이 달려있습니다. 10x18에서 13x23으로  커진 만큼 이번엔 이쪽이 비율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만 간신히 참아줄 정도까진 되는 듯합니다.



버킷을 제외하면 크기를 포함해 모든 것이 컴팩트한 대신 스마트해졌습니다. M모터 4개를 다 쓰지만 기어박스가 사라진 탓에 작동부는 6개에서 4개로 줄어들었구요(왼쪽 궤도, 오른쪽 궤도, 붐, 버킷). 구조가 단순해진 만큼 작동속도는 속 시원해졌습니다. 특히 궤도에 M모터가 거의 직결로 연결되는지라 주행속도는 체감상 열 배쯤 빨라진 것 같네요. 위의 A모델 동영상과 아래를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궤도에 서스펜션 비슷하게 가동성이 주어져있기 때문에 등판능력 또한 A모델을 훌쩍 뛰어넘는 성능을 자랑합니다. A모델은 사실 뭔가를 넘게 할 생각이 들지도 않죠.^^ 동영상의 20초 가량부터가 해당 내용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42030과는 바퀴냐 캐터필러냐 및 그에 따른 조향방식의 차이 말고는 뚜렷한 구별지점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촐싹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던 42030의 굴절식 조향 대신 너무 빨라서 오히려 좀 장난감스러워진 8043-B의 주행속도가 주거니받거니를 하지 않았나 싶구요. 종류별 모터 하나씩 4개냐 M모터만 4개냐라는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8043을 먼저 가지고 있었다면 둘의 차이가 이 정도임을 알고도 42030을 또 장만했을지 의문이네요. 그만큼 여느 A모델 못지 않게 실한 B모델이었습니다.


같은 방식을 더 예전 제품인 8275 불도저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신품가 60만원 이상에 달하는 이 파펑계의 개국공신을 42009와 42030으로 시도할 경우 Exact 컬러 옵션으로 57.4%, Ignore 옵션으로는 79.3%를 충당할 수 있군요. 그리고 비슷한 지뢰제거 작업을 거친 후의 견적은 약 45000원으로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테크닉 중장비만 섭렵해도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겠어요. 아, 공압 라인은 일단 별개로요. 그쪽까지 가려면 42043 벤츠 아록스나 42053 볼보 포크레인이 간절하겠죠?[각주:4] 이런 게 테크닉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혹시 비좁은 방 안에 대형 테크닉 여러 개를 (그것도 장식장 맨아래나 책장 위 틈새에) 겹겹이 쌓아놓고 계시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분해입니다. 그 다음 리브리커블부터 찬찬히 둘러보세요. 매무새 단단한 정발품부터 으리으리한 MOC까지, 빌드 앤 리빌드의 망망대해가 펼쳐진답니다.


  1. 아시다시피 'Poclain'은 상표명이죠. 프랑스 회사이기 때문에 발음 역시 포크레인도 포클레인도 아닌 '포클랭'이라더군요. 영어로는 Excavator, 국어로는 보통 '굴삭기'라고 하는데 요즘엔 '굴착기'로 바꿔쓸 것이 권유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2. 아쉽지만 메가블럭, 옥스포드, 코비같은 호환품은 전혀 지원하지 않습니다. 대륙마다 주로 팔리는 브랜드가 다르기까지 해서 이른 시일 안에 지원될 가능성은 희박해보이네요. [본문으로]
  3. 혹시 보유제품들을 브릭셋에 등록해두었거나 브릭링크/브릭아울을 통해 (제품이든 부품이든) 주문한 게 있다면 간단히 불러올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4. 그리고 42055는 논외로 두기로 하죠;; 어디에나 예외란 있는 법이니까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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