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명: 42030 볼보 L350F 휠 로더 Volvo L350F Wheel Loader
- 테마: Technic
- 부품: 1636개
- 출시: 2014년
- 정가: 30만원 | 250달러 | 220유로
- 평점: A모델 10 / 10 | B모델 9 / 10 | C모델 9 / 10
테크닉의 아이콘, 파워펑션-풀구동-RC의 대명사, 테크닉 본격 입문용으로 필수이자 최고인 제품. 42030 휠로더에 쏟아지는 찬사들입니다.
그럴 만도 하죠. 파펑팩, 모터팩이라고 불릴 정도의 역대최강 구성, 충분히 흥미롭고 입문자에겐 오히려 과하지 않아 좋은 조립과정, 완벽 그 자체인 구동성, 둘째 가라면 서러울 외관, 해외와 비교해봐도 파펑 부품들의 개별가를 따져봐도 괜찮은 가격까지, 단점을 찾아낼 수가 없거든요. 1
42030에 기본으로 포함되어있는 파워 펑션 부품들.
대체 이 파펑들 좀 보세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들어가며) 테크닉 계열 전원공급장치의 표준인 AA 배터리 박스, 변강쇠 파워를 자랑한다는 XL 모터, 파워와 스피드의 준수한 밸런스를 뽐내는 신형 L-모터, 존재 자체가 완소인 조향 전용의 서보 모터, 테크닉 계열 표준 원격조종장치인 IR 리모콘이 두 개, 그에 맞춰 IR 리시버도 두 개, 마지막으로 날쌘돌이 M-모터까지... 무려 아홉 개나 됩니다.
이게 다 한 제품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거죠.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8043 전동식 굴착기에도 동일한 숫자의 파펑이 들어있었지만 모터 네 개가 몽땅 M-모터라는 치명적 결점이 있고, 난다긴다 하는 여타 플래그쉽 세트들도 이렇게 호화로운 경우는 없었어요. 2
더구나 그 귀한 서보 모터를 비롯, 차량에 들어갈 만한 레고 사의 파펑 모터 4종이 골고루 하나씩 포함되어있다는 건 작정했다는 얘기로밖에 안 들리죠. 3
한국에서 이 제품의 존재는 더욱 소중해집니다. 소수의 테크닉 매니아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작정한 건지 소수의 매니아 따위엔 관심이 없는 건지, 한국에서 파펑 부품들의 가격(해외가 대비)은 돈타워즈 뺨칠 만큼 높고 재고조차 만년 가뭄입니다.
이 제품에 포함된 파펑들을 하나하나 별도로 구입하려면 없는 재고 찾아내는 고생을 제외하고도 무려 20만원 이상의 출혈을 감수해야 하죠. 그런데 이 제품의 요즘 중고가가 20만원 가량 되니까요.
이처럼 포함된 파펑만으로도 테크닉 본격 입문을 위해서는 전공필수 제품이 되겠습니다만, 나머지 어떠한 요소를 두고 따져봐도 흠잡을 구석이 없습니다.
만들면서는 만드느라 재미있고, 만들고 나서는 작동시키느라 재미있고, 외관 역시 어디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근사하고, 더구나 준수한 B모델, C모델까지 거느리고 있으니 말이죠.
기왕 세간에 A, B, C모델로 불리고 있으니만큼 셋 모두에 대한 소개를 한 번에 하고자 합니다. 오리지날이라고 할 A모델부터 시작합니다.
> A모델: 볼보 L350F 휠 로더 Volvo L350F Wheel Loader
테크닉과 시티를 중심으로 19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수십 가지의 프론트 로더가 레고 모델로 등장했지만 현재 그 대명사는 두말할 것 없이 이 모델입니다. 실제 차량부터 한 번 보시죠.
(출처: 볼보 공식 홈페이지)
볼보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L350F는 지금도 볼보 사의 대형 휠로더를 대표하고 있는 현역 중장비입니다. 오랫동안 실물 재현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던 레고 테크닉이 이걸 콕 찍어서 재현하자고 나섰던 것이죠. 결과는 이렇습니다.
(설명서가 그랬듯) 일부러 똑같은 구도로 찍어놓는다면 헷갈리기 쉬울 정도로 실물재현성이 높습니다. 테크닉은 원래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0_0;
똑같기만 한 게 아니라 모양 자체도 근사하고 크기도 어지간해서 길이가 장장 58cm입니다. 엔간한 스타워즈 UCS며 대형 범선들에 밀리지 않죠.
그러나 뛰어난 재현도를 위해서만 아홉 개의 파펑이 투입될 리 없습니다. 요리조리 네 개의 모터와 두 개의 리시버, 한 개의 배터리 박스를 장착하고 조합하는 재미를 만끽하고 나면... 무려 풀구동 모델이 눈 앞에 버티고 서있는 것이죠.
리모콘으로 전후좌우 조종을 합니다. 리모콘으로 버킷(삽)의 높이와 각도도 조종합니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모두를 동시에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바퀴를 왼쪽으로 꺾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도중에 버킷을 위로 올리면서 각도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두 개의 리모콘(에 달린 네 개의 레버)이 필요한 것이고, 대신 기어는 생략됩니다. 기어가 만개하는 42009 등과는 정반대의 무척 동적인 모델이죠.
더 이상의 설명은 동영상으로 대신하는 것이 나을 듯하네요.
보셨다시피 바퀴 대신 차체 중간이 꺾이는 조향 방식인데 실제 차량 자체가 그렇습니다. 심지어 차량 뒷부분의 엔진 냉각팬이 돌아가는 '기믹'도 실제 차량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에요. 실물 브로셔에서 가져온 아래 이미지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출처: 볼보 공식 홈페이지)
유일하게 지적받는 부분이 바로 이 조향인 것도 사실입니다. 무슨 강아지마냥 다소 촐랑거리죠? 하지만 그 동작만 떼어놓고 봤을 때의 얘기지 주행 중에 방향전환을 해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느렸다면 둔하다는 소리 들었을 거예요.
모듈러에 파리가 있고 아이디어에 월-E가 있다면 테크닉에는 휠로더가 있습니다. 성인을 위한 입문용이라는 포지션으로 본다면 T1 캠퍼밴에 비견해도 좋겠네요. 그만큼 뛰어난 밸런스를 자랑하는 준수한 작품입니다.
테크닉 대형모델의 입문은 여기가 정답이라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이것을 발판 삼아 8043, 42009 등 더 높은 조립난이도의 제품들로 가도 좋겠고 MOC의 망망대해로 출항하기에도 든든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B모델, C모델부터 만나보고 가실게요.
> B모델: 볼보 A25F 굴절식 트럭 Volvo A25F Articulated Hauler
테크닉 제품의 대다수는 박스에 '2 in 1'이라고 써놓다시피 B모델을 제공하죠. 크리에이터가 세 가지라면 여기는 두 가지인 셈입니다.(보다 풍성했던 옛시절의 레고는 이미 흘러간 얘기가 되었구요.)
특히 플래그쉽 세트는 빠짐 없이 B모델이 제공되는데, 요즘엔 당연한 듯 설명서를 홈페이지에 PDF 파일 올려두는 것으로 대신하곤 합니다. 하긴, 워낙 설명서가 두꺼워야 말이죠. 4
플래그쉽 세트의 일부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A모델과 별로 차이도 안 나는 B모델이 제공되어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똘똘이 휠로더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같은 볼보 사의, 로더가 아닌 트럭을, 그것도 L350F와 실제로 함께 공사현장에 투입되곤 한다는 A25F 굴절식 트럭을 B모델로 제공하여 완벽을 기하고 있지요. 이번엔 레고 모델부터 보시겠습니다.
트럭치고는 앞대가리 부분이 지나치게 큰 듯도 하죠? 바퀴도 너무 커다랗지 않나 싶고, 뭔가 실제하는 트럭이 아니라 B모델을 디자인하다보니 불가피하게 이 정도로 마무리한 것처럼도 보입니다. 더구나 휠로더처럼 가운데가 휙휙 꺾이는 식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트럭이라뇨.
다음은 실제 차량입니다.
(출처: 볼보 공식 홈페이지)
네, 실제로 이렇게 생긴 거였습니다. 차량의 중간이 꺾이는 조향 방식 또한 실제 그대로구요. '굴절식 트럭(articulated hauler)'이라는 게 바로 이런 방식을 뜻하는 것입니다. 웹에서 실제 차량이 돌아다니는 동영상을 찾아보면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습이 레고 모델과 판박이더군요. 5
이 차량 역시 볼보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휠로더와 달리 현재는 G 모델로 대체가 되었지만 겉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이 둘이 함께 작업하는 이미지도 친절하게 준비가 되어있더군요.(이번엔 좀 작긴 합니다만.)
(출처: 볼보 공식 홈페이지)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나온 B모델이 아닌, 어려움에도 최선을 다해 쥐어짜낸 절묘한 B모델이었던 거죠. 이쯤 되면 독립 제품으로 봐줘도 될 정도의 완성도입니다. 물론 같은 풀구동이구요. 동영상으로 확인하시죠.
다만 생긴 게 뭔가 친해지기 어려워보이는데다 주행 외의 조작 역시 적재함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것밖엔 없어 재미가 떨어지는 바람에 사이드 B 신세가 되고말았을 뿐인 거죠. 여유가 되는 분께서는 두 박스를 구해 함께 어우러져보시는 것도...
참고로 위 사진들과 동영상은 붙일 스티커 다 붙여가며 A모델을 만든 후 분해-재조립한 결과입니다. 스티커를 붙인 부품들의 위치만 잘 선정해주시면 원래 B모델용으로 준비된 스티커였나 싶을 정도로 그럴싸해보입니다.
크기는 휠로더보다 '조금' 작아서 길이 50cm입니다. 하기야 휠로더는 버킷 때문에 길이가 많이 길어진 탓도 있으니 덩치만으로 보면 이쪽이 더 육중할지도요. 사용되는 부품 수는 1390개로 남는 게 좀 되긴 합니다.
> C모델: MOC 텔레핸들러 MOC Telehandler (by MrTekneex)
마지막으로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C모델입니다. 리브리커블에 올라와있는 얼터너트 모델 중 하나가 워낙 완성도가 뛰어나고 평판이 좋다 보니 그만 세칭 C모델이 되고 만 것이죠. 유명한 테크닉 창작가 중 한 명인 이탈리아의 MrTekneex 님 작품입니다.
돈 만 원 가까이 줘야 설명서를 받을 수 있는 유료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C모델입니다"라고 기꺼이 소개할 만한 수작입니다. 별 것도 아닌 제품들, 미피들에 아무렇지도 않게 몇만원씩 쓰면서 이렇게 멋진 대형 모델의 창작가를 응원하는 몇천원이 아까워서야 아니될 일이죠.
특히 좋았던 점은 A, B모델과의 여러 차이점 때문이었습니다. 붐대가 달려 팔이 길게 늘어나는 지게차라고도 볼 수 있는 텔레핸들러는 원래부터 볼보 사 제품이 없는 모양이에요. 더구나 개인 창작가의 입장에서 라이센스 문제도 걸리다 보니 실물재현형이 아닌 형태로 자유롭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원래도 특이하게 생겼고 모델로는 더욱 특이해져 구조 상의 재미가 여럿 숨어있습니다.
A, B모델과 달리 네 개의 바퀴 모두가 직접 꺾이는 조향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만드는 재미, 조작하는 재미가 배가될 수 있었고 붐대가 늘어나는 원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리니어 액추에이터 괜히 남기지 않고 수동으로라도 팔레트 포크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좋았구요. 수동식이나마 아웃트리거 또한 A, B모델에선 찾을 수 없었던 부분입니다.
역시 동영상으로 확인하시는 게 제일일 듯합니다.
이처럼 흥미로운 모양새와 작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 보니 세 번째 조립이라고 지루해질 틈이 없네요. 오히려 B모델보다 신선도는 좀 더 높았던 듯합니다. 과연 제대로 마무리될까, 내가 혹시 어디 틀린 건 아닐까 조마조마하다 결국 제대로 움직여지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안도감이란.^^
돈값을 해야 하는지라 설명서는 정성스레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그럴싸한 얼터너트 모델이 공개되었다 한들 부품 숫자 천 개가 넘어가는 테크닉 모델을 LDD 파일이나 사진을 보고 따라만들라면 포기하는 쪽이 현명할 수도요. 차라리 몇천원을 간절히 지불하고 싶어지죠.^^
들어가는 부품 수는 1520개로 오리지날 모델의 자원 대부분을 쓴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크기 역시 길이 57cm로 A모델(58cm)과 거의 동일합니다. 반면 A, B모델과 달리 엔진은 4기통 구조를 보여주며 동력전달방식 또한 2륜 구동으로 간소화되어있습니다.
여기까지 총 세 가지 모델로 변신해가며 파펑 중장비의 진면모를 보여준 42030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저로선 오히려 리브리커블에 제대로 된 얼터너트 모델이 하나밖에 올라와있지 않은 것이 의아해요. 이쯤 되는 제품이라면 충분히 몇 가지 더 등록되어있을 듯도 한데 말이죠.
이 점은 42009가 무려 6개의 완성형 얼터너트 모델과 그 유명한 얼티밋 버전(대체 모델이 아닌 개조-보완 모델)까지 주렁주렁 거느리고 있는 것과 극명한 대조가 되네요. 하긴, 그쪽이 유난한 경우이긴 합니다만.
나온지 어언 3년이 되어 2016년 12월로 단종이 되었고 C모델 역시 2015년에 공개된 것이지만 그동안 풀린 재고가 많아 여기저기서 아직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상태만 괜찮다면 중고를 마다할 이유도 찾기 어렵구요.(봉지별 번호 없어요-_-) 테크닉 제품들은 단종 프리미엄이 붙지 않기로 유명하니 조바심 낼 필요 없이 찬찬히 찾아보셔도 될 듯합니다.
- 많이 비교되는 8043 전동식 굴착기와 42009 모바일 크레인 MKII는 이에 반해 최고의 조립난이도로 유명하죠. 숙련자에게는 더없는 재미겠으나 입문자에게는 험난한 장벽이 되고 말 가능성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 레고 테크닉 중 최상위 제품들에 부여되는 훈장같은 것입니다. 스타워즈의 'UCS', 크리에이터의 '엑스퍼트'와 유사하지만 매년 단 한 개만 출시된다는 점에서 더욱 폭 좁은 개념이라 하겠습니다. 항상 하반기에 공개가 되며 수천 개에 이르는 부품 수, 파펑 기본 포함, 최상의 조립감과 작동성으로 인해 테크닉의 정수로 꼽힙니다. [본문으로]
- 이 4종을 제외하고 레고가 내놓은 파펑 모터는 (일반 차량에 쓰일 가능성이 희박한) 기차 모터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기차 전용인 물건이죠. [본문으로]
- A모델 하나만 들어있는 본 제품 설명서가 무려 332페이지에 이릅니다. 그것도 A4 용지 크기로요. [본문으로]
-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는데, 바퀴가 4개냐 6개냐 하는 부분입니다. 실제 차량 자료를 찾아보니 이전 모델인 A25D, E 등은 4륜형과 6륜형으로 나뉘던데 F 모델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