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10243 파리의 레스토랑 조합하기 - 크리에이터 부동산 또는 다른 모듈러들과

apparat 2016. 11. 2. 05:41

레고 크리에이터 엑스퍼트 시리즈의 서브테마인 모듈러 빌딩스, 한 마디로 성인용 레고 제품의 아이콘이죠. 그 무섭다는 스타워즈 등의 라이센스물, 레고의 뿌리이자 줄기인 시티와 크리에이터 3 in 1, 매니아들에 의해 "여기가 종착역"이라며 결사옹위되곤 하는 테크닉을 모두 제치고 그 자리에 등극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예요.

이에 대한 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엔 열 개 이상의 모듈러 중에서도 늘 수위를 다투는 능력자, 최소한 '가장 예쁜 모듈러'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는 제품, "단종되지 않은 것 중 딱 한 개만 산다면 뭘 고를까요?"라는 질문에 늘 1순위로 추천되는 물건, 너무 튀어서 오히려 다른 건물들과의 부조화가 문제인 까탈물, 10243 파리의 레스토랑 Parisian Restaurant의 조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흔히 하는 방식과 좀 다르게 가보죠. 모듈러끼리의 조합 시도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덩치가 1/4 가량밖에 안되는 크리에이터 부동산[각주:1]과의 그것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십니다.

마침 갖고 있는 것들로 몇몇 시도를 해본 터라 이거 먼저 소개를 드리고, 모듈러끼리는 실물이 아닌 LDD를 활용한 사례를 보여드릴까 합니다.



(1) 10243 + 크리에이터 부동산 조합



왼쪽이 우리의 스타 10243, 오른쪽은 31026 자전거샵과 카페 Bike Shop & Café의 C모델인 꽃집 Flower Shop입니다.

미니피겨 시리즈 16의 하이커와 킥복서, 그밖에 여기저기서 찾아준 미피와 동물들이 찬조출연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꽃집이 뭔가 이상하다 싶으셨다면 아마도 이 모델을 만들어본데다 기억력까지 비상하신 경우일 겁니다.

실외 계단이라는 특유의 구조물 탓에 10243은 오른쪽을 어떻게든 비워둬야 할 것 같아서 자그마한 꽃집 건물을 일단 붙여봤습니다. 별로더군요. 계단이 서로 겹쳐요.


그래서 일종의 개조를 했습니다. 거울 이미지처럼 건물의 좌우를 뒤바꿔 리버스 조립을 한 거죠. 이제야 좀 어울리네요.

어느 제품 쪽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레고 디자이너스 비디오에도 이런 식으로 조합을 해놓았던 것이 참고가 됐죠.

하지만 좀 허전하네요. 그래서 하나 추가합니다.



31036 장난감 가게와 식료품점 Toy & Grocery Shop(내맘대로 의역으로는 '구멍가게')이 오른쪽에 더해졌습니다. 31036은 접어놓으면 어느 쪽을 건물 앞으로 해야 할지가 좀 애매해요. 그래서 31026과 달리 펼쳐놓기로 했습니다.

옆이나 뒤에서 보면 이상할지 몰라도 앞에서만 보기엔 이쪽이 더 나은 듯하네요. 하나는 접고 하나는 펴면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군요.

놔두고 보니 지붕 색의 매치가 눈에 띕니다. 높낮이가 적당히 물결을 치며 다크 블루로 통일되어 키체인 구실을 해주네요. 뭔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말았다 했던 중요한 요인 하나를 찾아낸 기분입니다.


내친 김에 다른 형태의 조합도 보여드리죠. 31026을 A모델로 변경하고 위치도 바꿔봅니다.



왼쪽부터 31036, 31026, 10243입니다. 앞의 둘은 모두 펼쳐놓았구요. 10243이 맨오른쪽으로 온 것도 차이겠네요.(배경색 바뀐 건 간과해주세요.^^)

위의 사례보다 더 길쭉하다보니 나름 버젓한 스트리트 뷰에 가까워졌습니다.

이처럼 가격도 덩치도 1/4에 불과한 미니 모듈러들도 잘만 배치하면 모듈러와 제법 어울려줍니다. 모듈러끼리가 대도시 한복판처럼 느껴진다면 이쪽은 호젓한 읍내 분위기? 다만 배치방식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긴 하더군요.


너무 큰 집만 찾지 마시고, 누구 좋으라고 전종 타령 좀 접어두시고, 있는 걸로 어떻게 최선의 조합을 끌어낼까 꾸미기를 거듭해보는 것도 모으기, 만들기 못지 않은 레고 생활의 재미 중 하나일 듯합니다. 물론 증축, 확장이라는 또다른 접근법도 있겠구요.



(2) 10243 + 다른 모듈러 조합, LDD로 마음껏 시도해보기


10243의 오른쪽에 가장 어울리는 건물은 사실 10190 마켓 스트리트 Market Street가 아닐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10243의 계단을 장점인 동시에 타제품과 부조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장점 그 자체입니다.

해결방법 중 제일 쉬운 건 그냥 우측을 비워두는 것일 테고, 코너 건물을 마주보게 하든지 다른 건물과 간격을 좀 띄워도 괜찮을 듯합니다. 아예 골목길을 조성하면 더 좋겠구요.


그렇지 않고 건물을 잇닿아있게 하려면 좌측이 심하게 비어있는 마켓 스트리트가 최적인데, 현재로선 사실상 구입이 불가능한 가격이죠.[각주:2]

그렇다고 블로그에다 대놓고 '중국산 짝퉁으로 대체하시죠'랄 순 없지 않겠어요? 더구나 품질이나 유독성 우려는 많이 극복되었다손 쳐도 부품의 다량누락, 그러나 A/S 불가, 해외배송의 불편함, 통관 상의 문제 등이 여전히 산적해있으니까요.


이럴 때 필요한 건? 가상현실. 다행히 우리 손엔 LDD(LEGO Digital Designer)라는 물건이 있지요.

레고사에서 직접 만들어 무료로 배포 중인 이 '컴퓨터로 레고 브릭 쌓아보는 프로그램'은 창작/개조를 위해서도 더없이 위력적이지만 제품들의 가상조합을 위해서도 제법 쓸모를 뽐내줍니다.


LDD의 초기 로딩 화면. 일종의 레고 전용 CAD 소프트웨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순서] 우선 LDD를 다운 받아 설치하고, 간단히 사용법을 배운 뒤(적어도 엑셀보다 어렵진 않아요), 조합해보려는 제품들의 LDD용 파일(확장자 lxf)을 물색합니다. 레고 커뮤니티나 구글링을 통해서 찾을 수 있는데, 모듈러들은 구하기 쉬운 편입니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배치해보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작업한 결과 몇 가지를 샘플 삼아 보여드릴게요. 아래와 같이 깔끔하게 결과물을 캡처할 수 있는 기능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별로 관심이 없고 어울릴 것 같지도 않은 카페, 백화점, 시청, 소방대 등은 처음부터 제외한 편파적 선별이니 감안하시구요.


◇ 후보 1번. 10185 그린 그로서 - 파리 - 마켓



무척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 마치 19세기 유럽으로 되돌아간 듯한 톤입니다. 모듈러의 컨셉트 자체가 고풍스러운 유럽 시가를 재현하는 것이지만 초기 제품들은 그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죠.

파리가 이런 초기 제품들과 아무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는 점이 포인트. 하여튼 예쁜 건 뭘 해도 예쁘다는.

순서를 파리 - 마켓 - 그린으로 바꿔봐도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더군요. '파리 - 마켓'이기만 하면 된다는 거죠.


◇ 후보 2번. 그린 - 10251 브릭 뱅크 - 파리



파리의 오른쪽을 아예 비워놓는 설정입니다. 그렇다고 왼쪽에 아무 거나 둬도 되는 건 아닐테죠.

은행은 무채색인데다 크지도 않아서 무리 없는 조화를 보여주는군요. 골목이 저렇게 사이에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죠. 코너형은 끝에 배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쯤 던져도 그만.

1번 후보에 비해 착 가라앉은 차분함 내지 무난함, 취향에 따라서는 칙칙함도 느낄 수 있겠습니다.


◇ 후보 3번. 은행 - 파리 - 10246 탐정 사무소



일부러 최신작 세 개만으로 시도해본 조합입니다.

파리의 오른쪽엔 그나마 높이가 가장 낮은 탐사의 왼쪽이 옵니다. 파리의 계단과의 색 조화도 나쁘지 않구요.

위 후보들에 비해 모던하면서도 소박하죠. '우리 동네' 느낌. 초기작과 최근작의 차이란 게 이런 것이었던지요? 여기에 펫샵이 대신 들어오거나 추가돼도 대동소이하더군요.


◇ P.S. 결론. 마켓 반 - 파리 - (골목길) - 마켓 반 - 그린



여러 시도 끝에 요즘은 이렇게 두고 있습니다. 마켓을 반으로 나눠 배치하고 중간에 골목길을 비워둔 거죠. 다만 이렇게 조합하려면 마켓 꼭대기층을 리버스로 조립해야겠더군요. 골목길엔 레스토랑의 스쿠터와 함께 나중에 생겨난 미피 스케일 캠퍼밴을 세워뒀구요. 마켓의 낮은 건물(캠퍼밴 오른쪽) 옥상은 자작 옥상 밴드의 스테이지로 제공되었습니다(위 이미지에선 생략). 자리는 더 많이 차지하지만 이게 지금으로썬 제일 마음에 드는 조합으로 여러 달째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LDD를 익히고 lxf 파일을 구하는 수고만 감내한다면 10종이 넘어가고 있는 모듈러들을 이처럼 얼마든지 가상배치해가며 즐거운/골아픈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다만 부품수가 각 2000여개씩에 이르다 보니 어지간한 PC로는 간만의 버벅임을 만끽하시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자체의 한계라 별 수 없어요. LDD는 레고사에서 놀멘쉬멘 배포 중인 무료 제품이거든요.^^


  1. 크리에이터 시리즈 중 건물 제품들에 대한 애칭. 상가 및 관공서 건물을 소재로 하는 모듈러 빌딩스와 달리 주로 가정집, 별장 등 사적인 공간을 소재로 한다. 2014년부터는 1년에 하나씩 소형 상가건물도 나오고 있는데, 이를 통칭 '미니 모듈러'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2. 머지 않아 내부까지 꽉꽉 채워 리메이크 될 것으로 기대해봅니다.(어디까지나 기대에요, 기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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