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 모델

반다이 스타워즈 - AT-AT 1:144

apparat 2017. 11. 30. 07:13
  • 품명: AT-AT 1:144 - Star Wars 'Episode IV / V / VI' Vehicle Line
  • 회사: 반다이 Bandai (일)
  • 품번: 0214476 [Bandai Official]
  • 크기: 길이 약 19.5cm, 높이 약 15.5cm
  • 출시: 2017년 3월 30일 (일본 기준)
  • 평점: 9 / 10

왜 없겠습니까. 까마득한 1981년부터 무려 네 회사와 다섯 종류의 박스를 갈아치워가며 출몰을 거듭해온 MPC 등의 1:100, 2007년과 2016년에 세 종류의 박스를 입고 나왔던 레벨 Revell의 1:53, 나온다고 나온다고 예고로만 1년을 지샌 드래곤의 1:35 등 프라모델(스케일메이츠 DB)은 물론이요, 간이 조립형인 F-Toys의 몇 가지 제품과 Thinkway Toys의 RC 모델마저 존재합니다. 해즈브로를 비롯한 여러 완성형 제품이야 입 아프구요.

레고도 뒤질 리가 없죠. 출발부터 1000 피스가 넘었던 2003년의 4483부터 미니 모델인 4489, 모터 구동이 가능했던 UCS 10178, 세 번째 대형모델 8129, 브릭마스터 20018(개조기), 최근의 대형모델인 75054, 마파 75075도 모자라 어드벤트 캘린더나 잡지 부록, 퍼오의 AT-M6들까지 합치면 열손가락이 넘어갑니다.

그만큼 인기 기체입니다. 1980년 [제국의 역습]에서 치렀던 호스 데뷔전이 너무도 강렬한 것이어서 그 씬 하나만으로도 35년을 버텼고, 끝없는 콜에 힘입은 [반란군]에서의 AT-TE와의 타이틀 매치 성사, [깨어난 포스]에서의 ‘우정출연’, [로그 원] 사이를 휘젓고 다닌 자매기 AT-ACT에 이어 [라스트 제다이]에도 후손인 AT-M6의 활약이 예고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결국엔 AT-AT입니다. 6족 장갑차형 AT-TE, 8족 오픈탑 모델 AT-OP, 3족 AT-AP, 2족 1인승 AT-RT, 2족 대형기 AT-DP와 AT-ST까지 숱한 '워커' 기종이 있지만 결국 대표주자는 AT-AT입니다. 뭔가 허약해보이는 AT-ACT도 이건 쫌 오버다 싶은 AT-M6도 아니고 콕 찝어 AT-AT입니다.


그리고 결국엔 반다이입니다. 손재주 부족한 미국 제품들은 신경쓸 것도 없거니와 큼지막한 1:35이면 뭐합니까. 안 나오는데. 다시 한 번 반다이에 의한 평정. 오히려 기존의 밀레니엄 팔콘, 슬레이브 I, U-윙 및 비이클 모델들과 스케일도 맞는 1:144으로 나오길 잘했습니다. 비이클 모델 008로 AT-ST & 스노우스피더도 나와있으니 디오라마 꾸미기도 좋겠어요. 비록 비이클 모델이 지나치게 작아져버리긴 했지만.



반다이 스타워즈 프라모델을 사면서 디테일이 괜찮을까 걱정하는 건 레고 정품 사면서 딱딱 잘 맞을까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영화를 되돌려보면서 눈이 빠지게 살펴도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더군요. 둘이 같은 몰드로 찍어낸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 레고 이상의 완벽한 조립감, 딱 필요한 만큼 움직여주는 가동성, 몇 가지 귀여운 기믹도 빠지지 않습니다.


가격 또한 국내 실구입가 4만원대 초반으로 무난한 수준이며 재고는 원하는 만큼 있습니다. 다 팔리면 또 찍어낼 테니까요. 일본에서 (처음이든 재출시든) 나오기 무섭게 며칠 안에 국내로 들어올테니 기다림도 길지 않죠. 반다이 사기 좋은 나라에 살고 있어요.^^



기믹 하나 먼저 소개합니다. 마주봤을 때 오른쪽 옆면의 일부(두 곳)가 열리고 내부 기계장치들이 드러나도록 되어있어요. 하필이면 오른쪽인 것은 영화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호스 전투 내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격하거든요. 그 유명한 앞무릎 꿇기 장면에서 바로 위의 두 부분 장갑이 떨어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색깔이 다른 것은 도색이에요. 지난번의 '까마귀' 다스 베이더보다 더한 게 이 물건이더군요. 앞유리창과 레이저포 궤적 등 최소한의 부품을 제외하면 오로지 회색, 또 회색입니다. 아무리 제국의 상징색이라지만 도저히 그냥 놔둘 수가 없을 정도. 마침 이 기믹 덕에 일부분이나마 색다름을 추구할 수 있어 덜 지루했습니다.(등짝에도 같은 색을 칠할 부분이 한 군데 더 있어요.)


그밖에는 도색할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먹선과 각종 웨더링에 더 집중했던 것 같네요. 그러다 보니 발이 좀 꼬질꼬질하죠?^^ 호스 전투만 생각하면 흙 묻힐 일이 없겠지만 [반란군]도 있고 해서 몸체와 발에 흙먼지를 좀 더했습니다. 어쩌면 이 녀석은 그쪽 버전인 걸지도요.



위에서 보이는 레이저포 궤적이 회색이 아닌 극히 일부 부품 중 하나입니다. 두 개가 제공되지만 하나만 끼워놓아야 맞죠. 영화에 의하면 좌우 두 문이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번갈아 발사되기 때문입니다. 둘 다 끼워놓으면 좀 잡스러워보이기도 하구요. 그밖에 앞유리창에도 같은 빨간색 클리어 부품이 적용되어있지만 거의 보이지 않아요. 심지어 데칼까지 몇 개 붙이게 되어있는데;;


그러고 보니 데칼마저 거의 쓰이지 않는 녀석입니다. 앞유리창의 검은색 세로줄무늬 외엔 조종석 내부에 앉아있는 드라이버 둘의 헬멧에 붙이는 게 전부. 고작 5번까지입니다. 100개가 넘는 데칼 지옥이었던 밀팔과는 하늘과 땅 차이죠.(그래도 데칼과 스티커가 이중으로 제공되는 정성은 여전합니다.) 물론 조종석 내부도 그냥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머리 부분을 열어주어야만 내부가 드러나도록 되어있죠. 내부의 재현은 뒷벽과 기판 약간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어차피 만들고 나서는 많아야 1년에 한두 번 열어볼 테니까요.


드라이버들은 흰색으로 칠한 뒤 헬멧 부분에 데칼만 붙인 상태입니다. 공식 작례에는 유니폼 부분부분까지 도색을 해놓았던데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어요ㅠㅠ 핑계 김에 내부 도색 역시 생략했습니다. 공식 작례에 의하면 유광/무광 블랙으로 꾸며져있네요. 영화에선 그냥 어두컴컴...



뒷모습입니다. 꾸며져있기야 뒤와 위는 물론 평소엔 들여다볼 일 없을 아랫부분까지 완벽에 가까운 디테일을 자랑하지요. 다만 하나 짚어둘 것은 다리 부분입니다. 가동성 자체는 훌륭해요. 움직여야 할 모든 부분이 움직여주고 있으며 발목 안쪽의 세로 파이프 등은 부드러운 고무 부품을 쓰는 배려까지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관절'(몸체와 다리가 이어지는 부분)과 연동하게 되어있는 두 부품(4족이니까 모두 8개)의 존재가 골칫거리입니다. 다리를 움직이면 두 개의 부품이 따라움직이는 모습 자체는 인상적이지만 결합방식이 아슬아슬하게 걸친 정도의 것이어서 여차하면 탈구가 되어버리고 마네요. 몇 번 제자리를 잡아보다 이내 포기하게 됩니다. 순전히 이 결함 때문에 -1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더불어 목 부분의 가동폭이 조금만 더 넓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나머지는 데칼이 거의 안 쓰이는 것만 빼면 밀팔 때와 대동소이합니다. 놀라운 디테일, 완벽한 조립감, 먹선이며 치핑이며 파스텔 가루며 각종 웨더링에 도전하게끔 만드는 그 무언가까지, 이런 제품을 만들어주어서 감사하다고 엽서라도 보내야 할 판입니다.(어차피 독점인 건프라와는 달라요. 다른 제조사들의 스타워즈 프라모델을 두세 개만 손대보면 이렇게 된답니다.)



덕분에 저의 미니 호스 디오라마도 성큼 업그레이드 되었네요. 고작 짝퉁 앗스트로 버티던 걸 제대로 된 앗앗이가 등장하니 위압감이 폭증하는군요. 그 사이 한 마리 분양받았던 톤톤도 투입되구요. 간단하게 다시 정리하면 왼쪽부터 레고 톤톤(여러 제품에 포함돼있음), 레고 8083 배틀팩(약간 개조), 핫휠 스노우스피더, 반다이 AT-AT, 레고 8084 배틀팩의 미피들과 창작 레이저포입니다.


은하계의 팍스 반다이아나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듯합니다. 8개월 전에 출시된 이 제품 뒤로도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그리버스 장군과 대형 BB-8(무려 1:2), 그리고 마침내 1:72 밀팔마저 등장했으니까요. 너무 비싸서 그렇지. 이번에도 두말 없이 강력추천합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확연히 예의 색놀이, 옆그레이드에 심취한 듯해 다소 걱정이 되긴 합니다. 슬레이브 I의 장고 펫 버전같은 거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클래식 및 깨포 버전 상당수를 라스트 제다이에 재동원한다는 건 애피소드 9에서도 또 그럴 거라는 예고편만 같아서 말이죠. 프리퀄 기체 대부분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조금만 더 분발해주기를 바랍니다. 색놀이 사이사이에 조금씩이라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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