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 - 레고 제품 정보를 덧붙인 감상기

apparat 2017. 5. 4. 18:52
  • 전시: 픽사 애니메이션 300주년 특별전

  • 기간: 2017.4.15 ~ 8.8

  • 장소: 서울 동대문 DDP (배움터 지하 2층 디자인 전시관)[각주:1]

  • 시간: am 10:00 ~ pm 9:00.  주말, 공휴일 동일. 전시기간 중 무휴

  • 티켓: 성인 13000원 | 청소년 11000원 | 어린이 9000원[각주:2]

  • 링크: DDP 공식 홈페이지


가정의 달을 맞아서인지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는 분들이 놓치기 힘든 전시가 하나 열리고 있더군요. 20세기 후반 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맨앞에서 써온 픽사 Pixar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입니다. 1986년에 스티브 잡스가 설립했고, 1995년 [토이 스토리]를 첫 장편으로 내놓았으며, 2006년엔 디즈니에 인수합병된 이 스튜디오가 올해로 30주년이 맞는지 짚어볼 필요까지는 없을 듯해요. 2005년 미국 뉴욕의 MoMA(현대미술관) 이래 계속되어온 전세계 순회전시의 서울 차례가 돌아온 것 뿐이죠.



디자인 문화의 중심지로 다행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한 DDP에서는 이런 대중문화 계열의 전시/행사가 많이 열립니다. 만화/애니, 게임, 패션, 공예, 팝아트 등이 기존 미술관의 콧대를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어 기념비적으로 생긴 건축물과 제법 어우러지고 있는 듯. 물론 속내까지야 알 리 없습니다만. 기껏 지은 건물 기왕이면 잘 쓰려고 노력하는 게 현명한 방향 아니겠어요? 하여간.



1. 전시에 대해


전시 자체에 너무 큰 기대는 않으시는 게 좋겠어요. 어마어마한 픽사 판타지 월드가 펼쳐지지 않습니다. 테마파크 아녜요. 어디까지나 정적인 전시회입니다. 대부분의 전시물은 애니 제작 과정에서 생산된 스케치, 스토리보드, 레진으로 만든 작은 모형들입니다. 그냥 미완성 그림과 인형을 한 번 일람한다고 보시면 돼요.


그것만으론 아무래도 싱거우니까 준비된 게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왔던 것은 '조이트로프'라는 기계입니다. 인형들을 원반 위에서 빠르게 돌리면서 스트로보 조명을 이용해 착시효과를 주는 옛날 물건인데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신기합니다. 전시장 중간쯤에 따로 어두운 방 안에서 돌리고 있으니 놓치지 마시구요. 원래 촬영금지인데 언론사에서 올려놓은 동영상이 있으니 가볍게 링크라도.(실제로 보시면 훨씬 더 멋져요.)


또한 픽사의 단편영화들을 모아서 상영하고도 있고(어지간한 건 IPTV에서 무료로 볼 수 있긴 합니다), 전시를 위해 따로 제작된 기념 영상물(무지하게 파노라마)도 틀고 있고, 전시장을 나서면 각종 기념품과 포토존도 기다리고 있지요. 피겨, 포스터, 퍼즐, 문구 등 다양해서 골라볼 만합니다.


포토존의 설리. 물론 바로 옆엔 와조스키가 함께 하고 있어요. 저쪽 옆엔 우디와 버즈도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참고로 전시장 내부는 촬영금지입니다.


픽사 냄새 한 번 맡아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신다면 어른 단독으로도 아이 동반으로도 좋을 듯합니다. 할인 받아서 만 원 이하(어린이는 5천원쯤), 관람시간 한 시간 이내로 즐거운 체험을 한 후 DDP를 이리저리 느껴보는 것도 괜찮겠죠. 물론 이쪽 전공이거나 관련인 분들에게야 '배움터' 맞겠구요.



2. 레고의 픽사 제품에 대해


말 나온 김에 레고에서 내놓은 픽사 제품들을 한 번 훑어볼까요? [로그 원] 감상평에 레고와 반다이의 제품들을, [레고 배트맨 무비] 감상평에도 레고 제품들을 엮어놓았듯 이번에도 한 번 덧붙여봅니다. 그리 많지 않거든요.


덴마크 회사면서 참으로 우직하게도 미국 대중문화 콘텐트에만 일로매진하고 있는 줏대도 쓸개도 없는 레고입니다만, 픽사물이라면 그래도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워낙 명작들이어야죠. 레고 외에도 숱하게 제품화되어왔지만 대부분은 머리 속에서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단순한 피겨, 문구 등이기에 별달리 소개할 게 없어요.(이미 RC 완성품 월-E꼬마 태엽완구 월-E를 소개드린 바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레고 제품들이 붙잡고 들여다볼 만합니다.


(1) [토이 스토리] 관련 제품들


맨앞에 다뤄야 할 건 역시 '토이 스토리' 자체 테마의 제품들이겠죠. 3편이 개봉되었던 2010년에 15종의 제품이 나왔습니다. 일반적인 박스 제품이 9개, 스타워즈 빌더블 피겨즈 비슷한 조립형 피겨 2개(7591 저그 대마왕, 7592 버즈), 그리고 프로모션용 폴리백이 4개입니다. 그밖에 자석 세트, 시계 세트 등의 액세서리 제품들도 따로 몇 가지 있구요.


대체적으로 예쁘고 귀여운 어린이용 제품 모양을 하고 있지만 몇몇은 특별한 주목을 받기도 했죠. 7597 서부열차 추격은 애니 3편의 인트로를 장식했던 증기기관차를 재현한 것으로, 적당히 파워펑션 개조를 하면 다른 레고 기차들처럼 씽씽 달릴 수도 있어서 인기가 높았구요.[각주:3] 7595 장난감 병정의 경우 현대 전쟁물 절대 안 만든다던 레고가 내놓은 현대 미군병사 미피와 군용차량인지라 각별한 관심을 끈 바 있습니다(덩달아 같은 계열의 폴리백인 30071까지).[각주:4]


제품마다 애니를 빼다박은 미피들이 알뜰하게도 나뉘어 들어있어(심지어 7591과 7592에도 에일리언[각주:5]이 하나씩 들어있습니다) 모으느라 땀 뺐던 분 많습니다. 브릭셋 DB에는 해당 테마의 미피가 모두 9개인 걸로 나오지만 뙈지 햄, 공룡 렉스, 우디의 말 불스아이, 3편의 메인 빌런 랏소, 문어 스트레치 등은 미피로 치지 않고 있어서(별개의 부품으로 간주하는 거죠) 다 신경쓰려면 만만치 않죠. 다행히 꽤 팔린 제품들이라 박스든 미피든 이제라도 구하기가 그리 험난한 편은 아닙니다.


이렇게 마감되는가 싶던 해당 미피들은 2016년 '디즈니 미니피겨 시리즈'로 살짝 컴백을 합니다. 총 18종 중 버즈와 에일리언이 포함됐었죠. 이 중 버즈는 이전만 못한 재현성(보통의 미피 헤드 사용)으로 좋은 평가를 못 받았고, 에일리언은 기존 버전들과 프린팅만 살짝 다른 정도라 역시 인기 없었습니다. 중복 부담이 적다는 건 장점이지만요.


그리고도 한 가지가 더 있어요. 바로 듀플로 버전 토이 스토리 제품 4종입니다. 마찬가지로 2010년에 모두 4개가 나왔고, 당연히 피겨들도 듀플로 규격의 다른 녀석들입니다. 진정한 콜렉터라면 이것까지... 다만 아기들을 위해 이런 걸 사주지는 마세요. 과연 영유아들이 이 애니를 제대로 이해하고 보기나 할 것이며(한국 나이로 4~5세는 돼야 하는 것 같더군요) 한창 자유조립을 통해 두뇌개발을 해야 할 아기들에게 거의 완성품이나 다름 없는 제품을 쥐어주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거든요.


(2) [카] 관련 제품들


희한하게 레고가 집착하는 게 [카]더군요. 재미도 별로고 평판도 안 좋은데 아이들에겐 잘 팔아먹을 수 있으려니 생각하나봐요. 열람하자면, 일단 2편이 개봉된 2011년에 '카 Cars' 자체 테마로 무려 19개가 나왔고(그 중 셋은 폴리백, 둘은 여러 제품을 모은 패킹물), 2012년에도 추가로 9개가 나온 바 있습니다(여기도 하나는 패킹물). 구성이야 등장 자동차들을 기본으로 큰 박스엔 벌크성 구조물이 추가된 뻔한 것들이었죠.


토이 스토리처럼 이쪽도 듀플로 버전마저 나옵니다. 그것도 2010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번에 나눠 총 17개나 나왔네요. 꾸준하기도 해라. 그러고 보면 차라리 듀플로가 어울리는 듯도 하지만, 토이 스토리와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영유아용으로 이 제품들을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고도 성이 안 찼던지 올해 들어 주니어 테마 내에 '카 3' 서브테마를 만들어가며 6월에 개봉하는 애니 3편을 준비하고 있네요. 해외에선 이미 7개가 나왔고 한 개가 더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품 성격은 기존과 대동소이하구요. 과연 애니든 레고든 흑역사를 탈출할 수 있을지...


(3) 그밖의 제품들


사실 레고 픽사물 중 가장 추천하고픈 제품은 단연 아이디어즈 테마로 나온 21303 월-E입니다. 원작의 캐릭터 디자인 담당자가 직접 만들어 제품화에까지 이른 특별한 경우로[각주:6], 저도 구동개조 리뷰를 올린 바 있지요. 아이디어즈 테마로도 픽사 관련물로도 단연 첫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니 꼭 만나보시길.


잘 알려지지 않은 픽사물 하나로는 디즈니(혹은 디즈니 프린세스) 테마로 나온 41051 메리다의 하이랜드 게임 페스티벌(2014)이 있습니다. 원작인 [메리다와 마법의 숲 Brave]도, 디즈니 프린세스 테마도 그다지 주목의 대상이 아니다보니 조용히 묻혀가고 있네요. 게다가 영화보다 2년이나 늦게 나왔으니까요. 전형적인 프렌즈/디즈니 프린세스 계열의 물건으로 주인공 미니돌 딸랑 하나와 벽 한 쪽짜리 건물, 기타 각종 소품으로 채워져있는 소박스입니다.


한편 레고와 디즈니가 야심차게 손잡은 또 하나의 물건인 71040 디즈니 캐슬의 경우 관련성 찾기가 사막에서 바늘입니다. 대략 건물 한구석의 활과 과녁이 메리다를 의미하기에 브릭셋이 픽사 태그를 붙여놓은 듯합니다만 끼워줘야 하나 망설여질 정도네요.


끝으로 앞서 언급한 '디즈니 미니피겨 시리즈'에 [인크레더블]의 주인공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메인 빌런인 신드롬이 포함돼있습니다만 둘 다 최하위를 맴돌았던지라...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정말이지 너무했어요. 얼핏 보면 로빈인가 싶기도. 덕분에 단종 이후에도 정가 주고 사면 호갱인 레고 중 하나로 등재되고 말았다죠.


(4) 앞으로...?


결국 우리가 가장 기다리는 것은 아마도 '디즈니 미니피겨 시즌 2'일 겁니다. 심슨즈의 사례도 있으니만큼 틀림 없이 출시할 거라고 예상은 하는데요. 올해는 배트맨 무비닌자고 무비다 바빠서 건너뛰는 듯하지만 돈 될 게 뻔한데 안낼 이유가 없어보입니다.


아직 한 번도 레고화되지 않은 작품만 꼽아봐도

  • 몬스터 주식회사/대학교: 설리가 미스터 인크레더블처럼 나올까 두렵긴 합니다만. 그러고 보니 와조스키는 그리버스 못지 않은 커스텀화가 되어야겠네요.

  • 니모/도리를 찾아서: 미피로 물고기들을 어떻게...? 그쪽 사람들도 고민일 듯하네요.

  • 벅스 라이프: 이건 좀...

  • 라따뚜이: 역시 쉽지 않을 듯하구요.

  • 업: 요건 딱일 듯한데 말이죠.

  • 인사이드 아웃: 마찬가지입니다. 미피로 만들기 너무 좋네요.

  • 굿 다이노: 원작 자체가...

간단치는 않아보입니다만, 어차피 '픽사'가 아닌 '디즈니' 미니피겨이니 신데렐라, 백설공주, 피노키오, 구피, 곰돌이 푸우, 미녀와 야수, 뮬란, 타잔, 주먹왕 랄프, 빅 히어로, 주토피아... 헉헉... 등과 함께 내면 될테니까요. 아, 또 모르죠. 그들에겐 디멘션즈라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으니 어느날 뭔가가 짠~ 등장할지도요.


  1. 주차장이 있는데 비싸요. 이 동네는 다 비싸서 시간당 5000원쯤 해요. 그나마 DDP 내에서 전시회 포함, 돈을 좀 쓰면 얼마쯤은 깎아주니 주변의 다른 주차장을 이용하지 말고 DDP 전용 주차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물론 가능만 하다면 대중교통이 낫겠구요. [본문으로]
  2. 이런저런 할인정보들이 있으니 찾아보셔요. 저는 약소하게 KT 멤버쉽 할인 조금 받고 그냥 표 끊었습니다. [본문으로]
  3. 그러나 설명서에 파펑 개조 방법이 전혀 제시되어있지 않아 알아서 시도하셔야 합니다. 검색해보시면 어느 정도 답이 나와있긴 해요. [본문으로]
  4. 비슷한 사례로 인디아나 존스 테마의 몇몇 제품이 있습니다. 영화를 따라 나치를 등장시키다보니 또 현대 전쟁물이 생산된 거죠. 작품 속 내용이라 괜찮은 거라면 아예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내지... 하지만 너무 연연하실 필요 없어요. 옥스포드, 메가블럭, 코비에서 밀리터리물 엄청 내고 있고, 커스텀 제품도 브릭링크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요. 전쟁이 그렇게 좋으시다면. [본문으로]
  5. 네. Alien입니다. 대체 왜 얘를 '알린'이라고들 부르는지 누가 제발 알려주세요. 영화 [Alien]도 한때 '에이리언'을 넘어 '에어리언'이라고들 발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제 그만 도마도와 오리브의 시대는 마감하자구요. [본문으로]
  6. 캐릭터 디자인 당시부터 레고 부품들을 이용했다더군요. 건축계에선 레고를 꽤 쓴다고 들었지만 애니 쪽에서도 그런 모양이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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