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 모델

여덟 살의 건프라 (1) HG 밴시, 페니체 리나시타, 사자비

apparat 2019. 8. 1. 04:48
초딩 저학년 아들노미가 직접 만든 건프라 연작의 하나로, 7~8세때 것 8종과 9세때 것 3종을 다섯 번에 나누어 올립니다.

    (1) HG 밴시, 페니체 리나시타, 사자비

    (2) SD 스타 위닝 건담, 데스사이즈 헬
    (3) SD 삼국창걸전 여포 시난주, 장료 사자비, 하후연 톨기스
    (4) HG 페넥스 골드 코팅
    (5) HG 엘도라 브루트, 세라비 건담 세헤라자드 (with 건빌 시리즈 전편 감상기)

 

 

(1)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 디스트로이 모드 RX-0 Unicorn Gundam 02 Bansee [Destroy Mode]

  • 회사: 반다이 Bandai (일)
  • 품번: HGUC 134 [Scalemates | 달롱넷]
  • 스케일: 1/144
  • 출시: 2012.1
  • 등장: 기동전사 건담 UC (2010)
 

 

건담과 초딩의 만남이라니, 그것도 갓 입학한 여덟 살짜리라니 도대체가 말이 안됩니다. 그 리얼하고 처절한 전쟁 드라마를 얘네가 무슨 수로 소화하겠어요. 그런 까닭에 마련된 빌드 파이터즈나 SD도 아니고 버젓이 우주세기의 일원인 밴시라니. 하지만 어쩌겠어요. 마트에서 박스만 보고 멋지다고 사온 걸.

 
실은 여덟도 아닌 일곱 살, 유치원 마지막 해인 2018년 여름의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HG가 8세 이상이라지만 어디까지나 만 나이 기준이죠. 환불하자니 울어제낄 테고, 할 수 없이 아빠의 도움(이라는 명목의 감독과 협업) 아래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역시 일곱 살에 맞는 물건은 아니더군요. 하필이면 디스트로이 모드, HG 중에서도 상당히 복잡하고 섬세한 구조로 되어있어요. 그 나이의 아이가 건프라를 붙들고 떼를 쓴다면 가급적 SD부터 차근차근 유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설명서 보는 법, 니퍼 잡는 법부터 눈높이 속성강좌가 진행되고 다듬기, 스티커, 스파팅같은 부분은 아빠가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

 

 

그래도 조립의 70% 가량은 자기 힘으로 해내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더군요. 체계적인 레고 조기교육의 성과. 포즈 하나 제대로 못 잡으면서도 자신의 첫 건프라를 놓고 뿌듯해하는 모습은 후속기 양산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어버립니다.

 

저연령층에겐 어려워서 그렇지 제품 자체는 상당하네요. 자그마한 체구 안에 디스트로이 모드의 복잡한 외형을 그럴싸하게 살려놨고, 가동성이나 부속 등 모든 면에서 별로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보통의 손으로 빔 사벨과 방패를 잡고 있을 수도 있어요.(이게 소설판 형태라던가요.) 금색이 제대로가 아니라는 말들도 있지만 HG에 뭘 그리...

 

 

그래도 반다이니까 일곱 살한테 쥐어줄 수 있는 거지, 접착제 필수에 갈고 다듬어야 하고 도색마저 요구되는 여타 브랜드라면 꿈도 못꿀 일이죠. 저도 어릴 때 매일같이 접착제와 애나멜 범벅이었던 기억입니다만 그것도 초등 고학년의 일이었으니까요. 레고보다 더 딱딱 들어맞고 색분할까지 멀쩡한 요즘 건프라를 보면 격세지감이란 게 이런 뜻이구나 싶습니다.

 

참고로 퍼스트 건담이 드디어 더빙 방영되기에 이른 요즘까지도 제 아이가 제대로 본 건담 애니는 하나도 없답니다.^^ 나이에 안 맞는 것들은 당연히 보여줄 수 없고(봐봐야 중도포기할 걸요), 유튜브에서 [SD건담 삼국전]이나 몇 편 보다 마네요. 빌드 파이터즈 시리즈라도 더빙판이 있으면 좋을텐데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읽기 연습을 더 열심히 하렴.

 

 

(2) 건담 페니체 리나시타 Gundam Fenice Rinascita XXG-01Wfr

  • 회사: 반다이 Bandai (일)
  • 품번: HGBF 17 [Scalemates | 달롱넷]
  • 스케일: 1/144
  • 출시: 2014.9
  • 등장: 건담 빌드 파이터즈 (2013)
 

 

밴시로 자신감이 붙었는지 아이는 채 여덟 살을 맞기도 전인 2018년 12월에 한 건을 더 지르게 됩니다. "이번에는 변신 건담을 만들어보겠다"고 벼르기를 몇 달째, 드디어 마트에서 적당한 물건을 찾아낸 것이죠. 적어도 밴시보단 제 나이에 훨씬 어울려 보여서 저도 동의해줬습니다.

 

윙 건담의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설정이 붙어있는 만큼 화려한 외모와 비행체로의 변신 기믹이 인상적입니다. 확실히 건담 류 디자인은 어린아이들에게도 먹히나봐요. "만화도 제대로 본 적 없으면서 건담이 왜 좋다는 거니?"라는 물음에 "이 로봇이 제일 멋있어"라는 명쾌한 답이 돌아오더군요. 그것도 외모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윙 건담 계열, 더구나 아이들이 죽고 못사는 변신 기믹.

 

 

이 형태에서

 

 

이 형태로입니다. 사실은 엎드린 다음에 날개 각도 조절하고 방패를 머리에 쓰는(...) 게 다예요. 다시 한 번, HG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되는 거죠. 제 눈에는 밴시의 디테일에 미치지 못하고 컬러도 딱 유년기스럽고 크기마저 더 적지만 당사자들에겐 맞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립 난이도도 한결 수월한 듯하구요.

 

그래도 경험이 한 번 쌓여서인지 그 나이엔 몇 달도 긴 시간이어서인지, 이 모델은 거의 자기 힘으로 완성해냈습니다. 별달리 도와준 부분이 생각나지 않네요. 일부러 먹선도 생략. 열 살 이하의 아이에게라면 이 글의 세 가지 모델 중에선 가장 추천할 만합니다. BF 시리즈(HGBF + SDBF) 전체와 함께요.

 

 

(3) 사자비 MSN-04 Sazabi

  • 회사: 반다이 Bandai (일)
  • 품번: HGUC 088 [Scalemates | 달롱넷]
  • 스케일: 1/144
  • 출시: 2008.6
  • 등장: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988)

 

 

놀라셨죠? 저도 놀랐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2019년 봄, 분당 하비페어 행사장에 데려간 게 화근이었습니다. 마트에서 봐왔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퀄에 홀려버린 아이를 달랠 것은 결국 이 정도 되는 물건이더군요. 이번만큼은 무리일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기우였습니다. 먹선만 아빠의 손길이고 나머지는 스스로 다 했어요. 역시 아이들은 빨리 느네요.(실은 한 달 전에 3호기로 SD도 만들어본 참이었습니다.)

 

이젠 그냥 제품에 집중할게요. 집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MG 버카의 드높은 명성이야 익히 들어왔지만 HG마저 이 정도 급일 줄은 몰랐거든요. 나온지 11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밀릴 기색이 없습니다.

 

 

굳이 단점을 집어내자면 가동성 부족 정도? 하지만 저 육중한 더덕더덕 장갑들을 보세요. 이만큼이라도 움직이는 게 다행이죠. 하여간 무릎은 뒤로 45도나 간신히 구부려지고(앞쪽으론 제로) 발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머리의 열 배는 돼보이는 왕발 덕에 세워놓기는 좋습니다. 하긴 HG용 액션베이스 II로는 불안해서 올려놓지도 못해요. MG용인 I은 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MG만큼 크니까요.

 

 

MG 퍼스트 건담 2.0과의 시합 장면^^입니다.(원래는 다른 기체여야 하지만 파일럿이 같으니 어물쩡 넘어가기로. 그러고 보니 둘이 같은 2008년산이군요.) 동일한 18cm 가량이에요. 같은 1/100이라면 무제한급 경기가 돼버리겠는데요? 가동성이나 디테일이야 MG들에 비할 바 아니고 풀 오픈 모드 따위 존재하지도 않지만, 어지간하면 이쯤에서 눌러앉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MG 버카는 언젠가 천지의 기운이 내려앉는 날 영접하는 걸로.

 

 

머리맡에 놓아두면 잡귀가 물러갈 것만 같은 떡대. 아마도 HG로 얻을 수 있는 만족도의 최상치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덩치에 비해 가격도 별로 높지 않아요. 보통의 HG들과 같은 2만원대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레고 가격을 생각하면...) 지금 봐도 이 모델 하나만큼은 아들 덕에 잘 구했다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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