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저학년 아들노미가 직접 만든 건프라 연작의 하나로, 7~8세때 것 8종과 9세때 것 3종을 다섯 번에 나누어 올립니다.
(1) HG 밴시, 페니체 리나시타, 사자비
(2) SD 스타 위닝 건담, 데스사이즈 헬
(3) SD 삼국창걸전 여포 시난주, 장료 사자비, 하후연 톨기스
(4) HG 페넥스 골드 코팅
(5) HG 엘도라 브루트, 세라비 건담 세헤라자드 (with 건빌 시리즈 전편 감상기)
(1)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 디스트로이 모드 RX-0 Unicorn Gundam 02 Bansee [Destroy Mode]
- 회사: 반다이 Bandai (일)
- 품번: HGUC 134 [Scalemates | 달롱넷]
- 스케일: 1/144
- 출시: 2012.1
- 등장: 기동전사 건담 UC (2010)
건담과 초딩의 만남이라니, 그것도 갓 입학한 여덟 살짜리라니 도대체가 말이 안됩니다. 그 리얼하고 처절한 전쟁 드라마를 얘네가 무슨 수로 소화하겠어요. 그런 까닭에 마련된 빌드 파이터즈나 SD도 아니고 버젓이 우주세기의 일원인 밴시라니. 하지만 어쩌겠어요. 마트에서 박스만 보고 멋지다고 사온 걸.
그래도 조립의 70% 가량은 자기 힘으로 해내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더군요. 체계적인 레고 조기교육의 성과. 포즈 하나 제대로 못 잡으면서도 자신의 첫 건프라를 놓고 뿌듯해하는 모습은 후속기 양산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어버립니다.
저연령층에겐 어려워서 그렇지 제품 자체는 상당하네요. 자그마한 체구 안에 디스트로이 모드의 복잡한 외형을 그럴싸하게 살려놨고, 가동성이나 부속 등 모든 면에서 별로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보통의 손으로 빔 사벨과 방패를 잡고 있을 수도 있어요.(이게 소설판 형태라던가요.) 금색이 제대로가 아니라는 말들도 있지만 HG에 뭘 그리...
그래도 반다이니까 일곱 살한테 쥐어줄 수 있는 거지, 접착제 필수에 갈고 다듬어야 하고 도색마저 요구되는 여타 브랜드라면 꿈도 못꿀 일이죠. 저도 어릴 때 매일같이 접착제와 애나멜 범벅이었던 기억입니다만 그것도 초등 고학년의 일이었으니까요. 레고보다 더 딱딱 들어맞고 색분할까지 멀쩡한 요즘 건프라를 보면 격세지감이란 게 이런 뜻이구나 싶습니다.
참고로 퍼스트 건담이 드디어 더빙 방영되기에 이른 요즘까지도 제 아이가 제대로 본 건담 애니는 하나도 없답니다.^^ 나이에 안 맞는 것들은 당연히 보여줄 수 없고(봐봐야 중도포기할 걸요), 유튜브에서 [SD건담 삼국전]이나 몇 편 보다 마네요. 빌드 파이터즈 시리즈라도 더빙판이 있으면 좋을텐데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읽기 연습을 더 열심히 하렴.
(2) 건담 페니체 리나시타 Gundam Fenice Rinascita XXG-01Wfr
- 회사: 반다이 Bandai (일)
- 품번: HGBF 17 [Scalemates | 달롱넷]
- 스케일: 1/144
- 출시: 2014.9
- 등장: 건담 빌드 파이터즈 (2013)
밴시로 자신감이 붙었는지 아이는 채 여덟 살을 맞기도 전인 2018년 12월에 한 건을 더 지르게 됩니다. "이번에는 변신 건담을 만들어보겠다"고 벼르기를 몇 달째, 드디어 마트에서 적당한 물건을 찾아낸 것이죠. 적어도 밴시보단 제 나이에 훨씬 어울려 보여서 저도 동의해줬습니다.
윙 건담의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설정이 붙어있는 만큼 화려한 외모와 비행체로의 변신 기믹이 인상적입니다. 확실히 건담 류 디자인은 어린아이들에게도 먹히나봐요. "만화도 제대로 본 적 없으면서 건담이 왜 좋다는 거니?"라는 물음에 "이 로봇이 제일 멋있어"라는 명쾌한 답이 돌아오더군요. 그것도 외모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윙 건담 계열, 더구나 아이들이 죽고 못사는 변신 기믹.
이 형태에서
이 형태로입니다. 사실은 엎드린 다음에 날개 각도 조절하고 방패를 머리에 쓰는(...) 게 다예요. 다시 한 번, HG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되는 거죠. 제 눈에는 밴시의 디테일에 미치지 못하고 컬러도 딱 유년기스럽고 크기마저 더 적지만 당사자들에겐 맞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립 난이도도 한결 수월한 듯하구요.
그래도 경험이 한 번 쌓여서인지 그 나이엔 몇 달도 긴 시간이어서인지, 이 모델은 거의 자기 힘으로 완성해냈습니다. 별달리 도와준 부분이 생각나지 않네요. 일부러 먹선도 생략. 열 살 이하의 아이에게라면 이 글의 세 가지 모델 중에선 가장 추천할 만합니다. BF 시리즈(HGBF + SDBF) 전체와 함께요.
(3) 사자비 MSN-04 Sazabi
- 회사: 반다이 Bandai (일)
- 품번: HGUC 088 [Scalemates | 달롱넷]
- 스케일: 1/144
- 출시: 2008.6
- 등장: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988)
놀라셨죠? 저도 놀랐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2019년 봄, 분당 하비페어 행사장에 데려간 게 화근이었습니다. 마트에서 봐왔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퀄에 홀려버린 아이를 달랠 것은 결국 이 정도 되는 물건이더군요. 이번만큼은 무리일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기우였습니다. 먹선만 아빠의 손길이고 나머지는 스스로 다 했어요. 역시 아이들은 빨리 느네요.(실은 한 달 전에 3호기로 SD도 만들어본 참이었습니다.)
이젠 그냥 제품에 집중할게요. 집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MG 버카의 드높은 명성이야 익히 들어왔지만 HG마저 이 정도 급일 줄은 몰랐거든요. 나온지 11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밀릴 기색이 없습니다.
굳이 단점을 집어내자면 가동성 부족 정도? 하지만 저 육중한 더덕더덕 장갑들을 보세요. 이만큼이라도 움직이는 게 다행이죠. 하여간 무릎은 뒤로 45도나 간신히 구부려지고(앞쪽으론 제로) 발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머리의 열 배는 돼보이는 왕발 덕에 세워놓기는 좋습니다. 하긴 HG용 액션베이스 II로는 불안해서 올려놓지도 못해요. MG용인 I은 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MG만큼 크니까요.
MG 퍼스트 건담 2.0과의 시합 장면^^입니다.(원래는 다른 기체여야 하지만 파일럿이 같으니 어물쩡 넘어가기로. 그러고 보니 둘이 같은 2008년산이군요.) 동일한 18cm 가량이에요. 같은 1/100이라면 무제한급 경기가 돼버리겠는데요? 가동성이나 디테일이야 MG들에 비할 바 아니고 풀 오픈 모드 따위 존재하지도 않지만, 어지간하면 이쯤에서 눌러앉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MG 버카는 언젠가 천지의 기운이 내려앉는 날 영접하는 걸로.
머리맡에 놓아두면 잡귀가 물러갈 것만 같은 떡대. 아마도 HG로 얻을 수 있는 만족도의 최상치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덩치에 비해 가격도 별로 높지 않아요. 보통의 HG들과 같은 2만원대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레고 가격을 생각하면...) 지금 봐도 이 모델 하나만큼은 아들 덕에 잘 구했다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