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퍼스트 건담 - RX-78-2 Gundam MG Ver. 2.0
회사: 반다이 Bandai (일)
품번: MG 111 [Scalemates | 달롱넷]
크기: 1:100 스케일. 키 약 18cm
출시: 2008.7.
평점: 9 / 10
(2) 자쿠 II - MS-06J Zaku II MG Ver. 2.0
회사: 반다이 Bandai (일)
품번: MG 097 [Scalemates | 달롱넷]
크기: 1:100 스케일. 키 약 18cm
출시: 2007.4.
평점: 10 / 10
전설을 넘어 신화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만화/애니 캐릭터들이 있죠. 완성도, 인지도, 연혁, 영향력, 산업규모에 이르기까지, 'OO 신화'로 호명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현대 대중문화의 또다른 아이콘입니다. 실존인물이나 실사영화/드라마 캐릭터와 달리 시간의 무게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이들 중 일부는 어쩌면 다음 세기에도 현역으로 뛰고 있을지 모를 일이에요.
그 중에 '건담'이 있습니다. 1979년, 일본, 토미노 요시유키(스타워즈로 치면 조지 루카스쯤 되는 인물)에 의해, TV 연재만화로 처음 등장했다죠. 얼마 있으면 40주년인데 까딱 없어요. NT, 섬광의 하사웨이, 심지어 헐리우드 실사판까지 준비중이라니 오래 살고 봐야겠더군요.
프라모델과 최상의 케미를 구축해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건프라 없는 건담이란 상상할 수도 없죠. 그러니까 이 블로그에도 건프라 관련 게시물이 하나는 있어야 돼요. 아무리 스타워즈 중심이라곤 해도 아예 없다는 건 역시 이상해요. 그런데 정작 올리려니 아는 게 별로 없네요.
왜냐하면 40년 가까이 된 옛날 만화니까요. 그리고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으니까요. 네, 1979년작 TV 연재물 [기동전사 건담]은 TV로도 DVD로도, 웹으로조차도 국내에 정식 방영/출시된 적이 전혀 없습니다. 당연히 더빙이든 자막이든 정식 번역도 없습니다. 일본판 미디어를 원어로 접하지 않은 이상 제대로 봤을 리가 없는 거죠. 1 2
아, 근데 왜 굳이 79년 1호작이냐구요? 본국에서건 한국에서건 평가가 압도적이니까요. 2018년 봄에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전건담 대투표'가 단적인 증거겠고, 건담이 생모라고 할 수 있는 나무위키를 뒤져봐도 마찬가지예요. 건담 하면 퍼건, 다른 건 몰라요. 헤이세이라면 폼포코? 오히려 '대투표'의 모빌 수트 항목에서 퍼건이 10위에 턱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따름인 걸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들어오긴 했는데 정작 원작을 접할 길은 없었던, 그래서 더욱 신비한 아우라마저 감도는 퍼스트 건담과 그의 단짝 자쿠 II(이제부턴 편의상 담이와 쿠우라고 부를게요)의 완성샷은 이래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원작을 3정식으로는 안 봤는데 둘이 무슨 사이인지 알 게 뭐야. 사랑과 평화, 좋잖아요?
이야기는 맨 위의 사진으로 돌아가 시작됩니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희미한 기억으로만 전해내려오는 대란의 시대에 만들어진 두 모빌 수트가 있었습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이들은 완성 후 전장에 투입되지 않은 채 창고 깊숙이 먼지만 먹고 있었죠. 'Caution', 'Warning' 등의 건식 데칼과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인 채.(실전을 구른 몸이었다면 저런 문구들이 남아있을 리가.)
긴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싸이코뮤인지 뭔지 알 길 없는 이유로 둘은 각자 다른 곳에서 깨어났어요. 널려있는 물건들을 되는대로 챙겨들고 정처 없이 길을 나섰죠. 그것은 뉴타입도 강화인간도 다 사라진 황량한 광경. B&L의 우주선마저 떠난 뒤였답니다.
그렇게 둘은 만나게 된 거예요. 할 일도 없었던지라 워보이마냥 껄렁대며 다니다 마주친 담이와 쿠우는 한눈에 서로가 운명의 상대라는 걸 감지했던 거죠. 다행히도 "너와는 다르다"며 끼어드는 훼방꾼같은 건 일절 없었어요. 스폰서의 압력으로 기어나온 즈곡크, 앗가이 나부랭이, 심지어 모빌 아머 따위 우주먼지가 된 지 오래거든요.
둘은 곧 둘도 없는(응?) 단짝이 되었답니다. 운명이긴 한데 어떤 운명인진 모르니 그냥 친해지기로 한 거죠. 시간은 펑펑 남아돌았어요. 느즈막히 일어나 커플 요가로 몸을 푼 다음 브런치 삼아 티타임을 가지는 여유로운 일과의 연속이었죠.
유연성은 막상막하예요. 옛날옛적 멀고 먼 다른 은하의 그들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탄탄한 프레임이거든요. 섬섬옥수같은 손가락들도 몰라보면 섭하구요. 이중관절에 기반한 유연성이야 그들도 만만치 않지만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과 무엇보다도 완성까지의 알찬 과정은 비교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4
특히 이런 자세는 따라하기 힘들 걸? 이게 다 알찬 프레임에서 비롯된 안정감 덕이죠. 다만 창피하게 스커트가 자꾸 벗겨지긴 하더라. 앞으로는 90도 이상도 괜찮은데 뒤나 옆으로 다리를 찢으려면 툭툭 떨어져나가는 통에 얼굴을 붉히기 일쑤랍니다. 위 사진에서도 올린 다리쪽 파트들은 사실 탈거 상태라죠.
솔직히 더 뻣뻣한 건 허리예요. 담이는 뱃속에 코어파이터를 품고 있는지라 허리가 거의 안 돌아가는 건 물론 여차하면 윗몸 아랫몸이 분리돼버려 큰 고민이지요.(하지만 그것은 소중한 것이니까요.) 그럴 땐 옆자리의 쿠우를 보면서 위로를 받곤 한답니다. 쟤는 속에 아무 것도 없는데 담이보다 나을 게 없어요.ㅋㅋ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쿠우 쪽의 만족도가 조금 더 높긴 하지만.
요가 뒤엔 티타임, 그것도 격식을 제대로 갖춘 다도랍니다. 물론 일본식이에요. 한국이나 중국에선 자세나 순서 엄격하게 지키는 게 전통이 아니라면서요? 근데 저희 현해탄 건너왔거든요.ㅎㅎ 형편이 황량하다보니 다구는 구름왕국 뻐꾸기랜드에서 빌려다 쓰긴 하지만.
얌전만 떨다 하루를 마감할 수야 없죠. 지금까지는 몸 풀기였을 뿐, 이제부터가 활동시간이랍니다. 먼저 닭싸움.
그 다음 말뚝박기.
(몇천원씩 주고 액션 베이스를 따로 사야 하나 싶다가도 써먹긴 한단 말이죠. 다만 제품들의 한계로 인해 다이나믹한 포징은 어렵습니다. 아래 정도의 기울기도 조마조마해서 찍자마자 분리했어요.) 5
그리고 연날리기까지.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이것이 젊음인가...
해머에 달린 체인을 연줄로 쓰는 건 이해해주셔야 해요. 이래 봬도 둘은 마징가 Z 따라하느라 전장 18미터, 건장한 성인 남성의 10배나 되는 거구라구요. 그걸 편하게 100분의 1로 줄이다 보니 18cm짜리 모델이 되었던 거구요. 이 정도 크기가 실용적으로는 딱 좋네요. 안 그래도 레고로 넘쳐나는데 PG까지 둘 데가;;
- 근데 담이야, 너 항상 등에 차고 다니는 막대기들은 뭐야?
- 응, 나도 몰라. 깼을 때 옆에 있길래 챙겨 나온 건데 습관적으로 꽂고 다녀. 말 나온 김에 우리 세간 따먹기 놀이 할까?
- 와, 그거 재밌겠다. 가위 바위 보! 빠!!
- 아... 또 졌다. 쿠우야, 넌 왜 그렇게 묵찌빠를 잘해?
- 응, 나도 몰라. 근데 너하고 시합하면 왠지 폭죽이 펑펑 터지는 느낌이 들어서 정신이 바짝 차려지곤 해. 너도 그런 기분이니?
- 아니. 근데 질 것 같을 땐 갑자기 위를 올려다보고 싶은 기분이 들긴 해.
담이는 빔 라이플과 그 앞에 끼울 수 있는 수퍼 네이팜, 하이퍼 바주카, 건담 해머, 두 자루의 빔 사벨, 그 중 하나와 손잡이를 공유해야 하는 빔 자벨린(창), 그리고 쉴드를, 쿠우는 자쿠 머신 건, 자쿠 바주카, 히트 호크(도끼)와 양쪽 발목에 하나씩 차는 미사일 포드, 그리고 두 가지 뿔을 끼울 수 있는 보조 헬멧을 세간 삼아 가지고 있지요. 하나같이 슬라이드 사출에 빛나 매끈해요. 물론 둘에겐 놀이용 칩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던 먼 옛날은 이제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아요. 미노프스키 핵융합로가 마르고 닳도록 평화와 우애를 다져나갈 뿐. 따지고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조종하는대로 움직일 뿐인 모빌 수트에게 불변의 악연 따위 있을 리가요.(하물며 제타 자쿠도 돌아다니는데.)
비록 언더 게이트를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전면도색까진 아니라도 사후 스파팅 spotting이 필수긴 하지만, 습식 데칼의 부재가 못내 아쉽긴 하지만, 퍼건의 경우 조금만 더 패널 라인이 많았으면 싶기도 하지만 6, 그래도 둘은 알차고 탄탄하며 똑 부러집니다. 무엇보다 멋져요. 깨는 줄 알면서도 (이 버전 퍼건과 완벽 호환된다는) MG 117 G파이터까지 장만해 변신합체놀이에 빠지고 싶어지네요. 7
- TV판을 편집해서 만든 극장판 세 편은 영화제에서 특별상영한 적이 있다더군요. 하지만 엄연히 다른 작품이라고 봐야겠습니다. [본문으로]
- [사후 추가]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사건이 포스팅 반 년 후에 일어났죠. 40주년을 기념하여(그렇다 치고) 2019년 4월 15일부터 재능TV가 퍼건을 더빙 방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살아남고 볼 일. [본문으로]
- 2000년대 초반까지의 DC/마블 만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TV 애니로 보고 드라마로 보고 영화로도 봤지만 정작 원작 코믹스는 한국에선 구경도 힘들었죠. 슈퍼맨, 헐크, 원더우먼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들이 원래 만화책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중장년층이 많은 것도 그래서예요. [본문으로]
- 그런데도 만원 이하의 가격 차이밖에 안 난다니 이게 싸다고 웃어야 할지 그걸 비싸다고 울어야 할지. 스타워즈 캐릭터 라인 제품들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 25000~30000원, 이 둘은 대략 30000~35000원. 비록 약식 받침대마저 생략되어있긴 하지만. [본문으로]
- 요란하게만 생겼지 액션 베이스 1은 (높이 조절을 제외하면) 끝부분 틸트밖에 되는 게 없고, 이 두 구모델은 동봉된 전용 파트로만 연결이 가능한데 이게 스위블 불가에다 결합력도 아슬아슬합니다. 결국 가능한 건 높이 조절과 살짝 전후 틸트가 전부. 요즘 HG + 액션 베이스 2 조합보다도 못해요. [본문으로]
- 붙이기 번거롭다곤 해도 역시 습식 데칼이 위치 수정, 굴곡면 처리, 마무새 등을 고려할 때 완성 후 만족도는 제일 높은 것 같습니다. 스타워즈 모델들처럼 습식 데칼을 함께 넣어 선택의 여지를 줬다면 좋았을 걸요. [본문으로]
- 먹선과 데칼/스티커 작업은 스타워즈 모델들과 비교하면 거저먹기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쪽 비이클들이 밀리터리에 많이 가까움을 새삼 절감할 수 있어요.특히 먹선과 데칼의 지옥이라 할 밀팔, 전체 붓도색을 강요받다시피 하는 슬레이브 I을 생각하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