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 모델

미니어처 & 모델링 잔치, 하비 페어 Hobby Fair 2019 관람기

apparat 2019. 3. 31. 05:30
  • 행사명: 하비 페어 2019 Hobby Fair 2019
  • 일시: 2019.3.30(토) ~ 3.31(일) | am 10:00 ~ pm 6:00
  • 장소: 분당 코리안디자인센터 지하1층
  • 관람료: 성인 5000원 (중학생 이하 무료)
  • 공식 홈페이지: https://www.hobbyfair.co.kr



대한민국 모델러들의 큰잔치라고 하죠. MMZ가 주관/주최하는 하비 페어 2019 행사가 3월의 마지막 주말 이틀 동안 분당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11주년이네요. 토요일 오후의 관람기를 전시작 사진 위주로 간단하게나마 전합니다.


주관 단체인 MMZ의 성격상 아무래도 프라모델, 그 중에서도 밀리터리 스케일 모델이 중심을 이루고 있기는 합니다만[각주:1] 역시 MMZ의 그간 경향을 반영하듯 건프라/캐릭터 모델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건프라만 보러 가셔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으실 정도. 더불어 과연 MMZ답게 프라모델 외에 커스텀 피겨/미니어처에도 상당한 지분이 할당되고 있습니다. 레진 킷, 3D 프린팅, 목재, 철도 등 구색도 다양했구요.


다만 레고/브릭이나 인형, 다이캐스팅, RC 등은 찾아볼 수 없고, 어린이용 완구는 물론 핫토이 피겨 역시 대상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i) '모델링'이라는 정의에 걸맞게, 완제품 위주가 아니라 (제품을 베이스로 했건 처음부터 빚어냈건) 모델러의 손을 거친 가공물 위주입니다. 손을 많이 거칠수록 높이 쳐주는 것이 이 동네 관행이죠. 그래서 개당 수십만원짜리 핫토이가 여기서는 찬밥은 고사하고 대문 안에 들어오지도 못합니다.

(ii) 가공의 난이도가 공예 쪽에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기 때문에 자연히 어른들 위주의 잔치가 됩니다. 출품자는 물론 관람객의 80% 이상이 아저씨들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중학생 이하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죠.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건프라 계열 출품작도 상당하기 때문에 초등학생들도 지루해하진 않습니다. 아빠와 아들이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iii) 전시만 하진 않습니다. 상당한 양과 종류의 벼룩시장도 상시 진행되고, 각종 강좌/시연회도 있고, 관련업체들의 홍보 부스도 있습니다. 전시장 옆에 매점도 하나 있고(자유 출입 가능) 주차 사정도 간신히 되긴 합니다. 전철역도 멀지 않구요.



그럼 전시장의 주력군이라 할 밀리터리 스케일 모델부터 구경해볼까요.





지금까지 프라모델을 베이스로 가공한 디오라마들이었습니다. 물론 이밖에도 수많은 탱크, 전투기, 장갑차와 몇 척의 군함이 있습니다.(변함 없이 대다수가 2차 대전의 무한반복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아래와 같은 밀리터리 피겨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밀리터리 쪽은 관심도 부족하고(초등학교 졸업 이후 아예 만들어본 적이 없음) 지식도 제로에 수렴하는 인간임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아마 제대로 챙겨보지도 챙겨 찍지도 못했을 거예요. 하여튼 수량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또한 밀리터리 외의 스케일 모델, 예컨대 승용차나 중장비같은 것도 있긴 하지만 역시 소수였어요.



다음은 건프라/캐릭터 모델입니다.[각주:2] 역시 건담 패거리가 장악중이고, 그밖에 다양한 창작물 속의 등장인물과 탈것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밀리터리와 대략 6:4~7:3 정도의 비율이었던 것 같네요.



밀리터리와 건프라(어차피 다 싸우고 죽이는 거)를 절묘하게 혼합한 이런 디오라마도 있구요.



구프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이런 출품작도 있습니다. 크고 작은 건담 계열 메카만 족히 수백 대는 됐던 것 같네요.



반면 한국에서 건담에 결코 밀리지 않을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 워즈의 경우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더군요. 수십 년 전부터(그러니까 건프라와 거의 비슷한 시간 동안) 다양한 회사에 의해 제품화가 되어왔고 2014년부터는 반다이가 좋은 제품들을 콸콸 쏟아내고 있음에도 한국의 모델링 계에서 '스타프라'의 입지는 건프라의 1/10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캐릭터들도 마찬가지. 피겨 쪽이라면 수량도 종류도 제법 다양하지만 프라모델 쪽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마크로스의 발키리, 원피스의 고잉메리호, 드래곤볼의 쬐끄만 차량(반다이 메카코레), 조이드, 마징가, 에반게리온, 사이버 포뮬러 정도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던 것 같네요. 대신 이런 게 있더군요.



전시작이 아니라 관련업체의 신제품 홍보죠. 아카데미에서 곧 출시한다는 독수리 오형제 사령선입니다. 완성품, 변형태, 런너들까지 일목요연하게 소개되고 있더군요. 실로 추억템이라 아니할 수 없는...



대신 커스텀 피겨/미니어처 쪽은 훨씬 다양했어요. 아무래도 제품부터가 다종다양하고 레진이나 3D 프린터 등으로 아예 직접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죠. 이를테면



이렇게 또다른 추억템도 있고(국내에는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으로 먼저, [별나라 손오공]으로 한 번 더 알려졌던 [SF 서유기 스타징가]입니다. 무려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



이렇게 추억이라기보단 씻기지 않는 기억템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있었습니다. 언제 완결되나...


'미니어처 & 모델링'의 영역은 넓고도 다채롭죠. 플라스틱 파츠들을 조립한 게 아니라도, 합성수지로 찍어낸 게 아니라도 뭔가 대상의 모양을 작고 비슷하게 만들어냈다면 다 미니어처고 모델링입니다.(단, 공장에서 만든 게 전부인 기성품은 안 끼워준다는 거죠. 여기는 모으는 동네가 아니라 만드는 동네니까요. 그럼 프라탑은?) 그래서 이런 출품작들도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주재료로 쓰이게 된 20세기 중반 이전까지 인류의 모형 활동에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재료, 나무입니다. 여전히 목재는 산업은 물론 공예의 재료로도 매우 활발히 이용되고 있죠. 다만 모델링 분야에서 마이너가 됐을 뿐. 그래서인지 이런 대형 선박 모형은 향수와 동경, 감탄 등 오만 가지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기차까지. 그냥 기차 모형은 딱 하나 봤던 것 같고, 전시장 한쪽 끝에 제법 규모를 갖춘 철도 모형이 유장하게 운행 중에 있었습니다. 레고는 늘 따로 치니까 빼고, 토믹스 Tomix가 됐든 프라레일이 됐든 철도모형 기성품은 원래 들어올 여지가 없는 전시지만 예외적으로 한 주문제작 전문 업체가 협찬을 했던 모양입니다. 달리 말하면 일반인들이 구입하기는 힘든 물건이에요^^;;



다양한 전시작이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소개하려다 보니 행사장 모습도 없고 분야별로 깊이 들어가지도 못했네요. 더 많은 사진과 동영상은 공식 홈페이지(현재는 2018년 사진만 있어요)와 커뮤니티들, 유튜브에 양보하고자 합니다. 행사 자체는 입장료 5000원이 결코 아깝지 않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방문객 수에 비해 협소한 공간, 평면적인 전시기법, 장르 치우침 등을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만 형편을 생각하면 오히려 주최측에 고마워할 일이죠.


가장 큰 아쉬움은 행사가 단 이틀밖에 열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몰라서 못 가는 사람, 아는데 시간이 안되는 사람 무척 많을 거예요. 그거 참... 어렵죠? 브릭코리아 컨벤션처럼 주말 두 번 끼워가며 넉넉하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예산부터 관리까지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테니 말이죠. 저로선 그저 앞으로도 매년 꾸준히 개최되기만 바랄 뿐, 그리고 이 게시물이라도 홍보에 일말의 도움이 되기를 바랄 따름이랍니다.


  1. 하지만 M자 두 개 어디에도 'military'가 들어가 있지는 않습니다. 'Miniature & Modeling Zone'의 약자예요. [본문으로]
  2. 용어가 중구난방인데, 인스타그램에서 영어로 찾아봐도 마찬가지예요. 업로드 시점 기준 검색결과물 숫자가 #scalemodel 72.4만, #modelkit 52.9만, #plasticmodel 34.2만, #plamodel 11.2만, 그리고 #gunpla 167만... 그러나 건프라 안에 티거나 셔먼이 포함되진 않으니 결국 이 단어 저 단어 막 쓰게 됩니다. 더 이상의 따따부따는 생략!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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