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퍽라이트가 레고를 만났을 때

apparat 2016. 12. 8. 05:53

널리 알려진 건 2014~2015년경이지만 국내에 들어온 것은 2010년대 초반부터인 듯합니다. 수입년월이 2011년으로 찍혀있는 사진도 검색되니까요. 대륙발 또 하나의 문제적 물건, 퍽라이트(6 LED Puck Lights with Remote Control)입니다.

회원제 쇼핑몰인 코스트코에서 독점판매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요즘은 23000원대에 팔고 있더군요.[각주:1] 날짜와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고 걱정은 크게 않아도 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코스트코에서만 파는 거라 그랬는데 온라인몰에서도 파는 거 다 아시죠?^^ 물론 1~2천원이라도 더 붙긴 하지만요.



포장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LED 전등 6개, 듀라셀 정품 건전지 18개, 리모콘, 리모콘용 동전 건전지 1개, 부착용 3M 양면테잎 6개가 한 세트입니다.



낱개 제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토록 단순하게 생긴 물건이 입소문을 타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이럴 때 열거 안하면 언제 하겠어요.


  1. 맨 위 사진에서 보셨다시피, 여섯 개 한 세트에 23000원대의 가격입니다.

  2. 개당 AAA 배터리가 세 개씩 들어갑니다. 그럼 무려 18개의 배터리가 소모되는군요. 그게 다 포함되어있는 가격입니다. 그것도 듀라셀 정품으로요.(가품이라면 코스트코에서 판매되긴 어렵겠죠.)

  3. 한 마디로 배터리를 쓰는 LED 전등입니다. 바꿔 말하면 전선도, 충전도 필요없는 거죠. LED라는 물건이 워낙 전기를 적게 먹다 보니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4. 그런데 그냥 켜고 끄는 것만 되는 게 아니라 타이머 기능도 있습니다. 광량조절도 됩니다. 이 기능들이 리모콘으로 조절가능합니다. 그리고 리모콘(과 그 안에 들어가는 동전 건전지)도 다 포함된 가격입니다. 남으니 팔겠지요만...

  5. 온/오프는 리모콘으로도 되고, 본체(볼록한 부분)를 눌러서도 됩니다. 물론 리모콘으로는 여러 개를 한 번에 켜고 끌 수 있죠. 타이머는 10/30/60/120분 중 선택 가능하며 리모콘으로만 됩니다. 광량조절은 10/40/80/100% 중 선택할 수도 있고 +-로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으며 리모콘으로만 됩니다. 한 번 세팅한 광량은 메모리되어 건전지를 바꾸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6. 아무리 그래도 건전지입니다. 하루 몇 시간씩 켜놓으라는 용도는 아니죠. 화장실 불이나 타이머 취침등처럼 하루 몇 분~몇십 분 정도 켜는 용도로 여기저기 간편하게 올려두고 붙여두라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접착용 3M 정품 양면테이프도 여섯 개 포함되어 있습니다.

  7. 이렇게 사용할 경우, 더구나 광량을 좀 낮춰놓을 경우 몇 달씩 갑니다. 더구나 저가형 배터리를 써먹기 딱 좋은 물건입니다. 그래서 저는 비싼 충전지 더 안 사고 그냥 저가형 배터리들로 충당하기로 했답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본체 자체는 온/오프 기능 외엔 아무 것도 없어요. 그냥 원하는 곳에 올려놓거나 붙이면 끝이라는 사실은 지금껏 전선과 콘센트에 치여온 세월을 무상하게 만들어버리는군요.



광량 비교해보겠습니다. 앞에 있는 물건이 동봉된 리모콘이구요. 왼쪽부터 10/40/80/100% 광량입니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빛의 강약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비교하는 데 영 취약하다죠. 실제로는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더구나 여러 개를 함께 켜놓으면요.


처음엔 화장대 테두리에 배우들 분장실의 거울처럼 좌악 붙여놓는 용도로 유명해졌죠. 스마트폰의 랜턴 기능과 비슷한 시기에 알려진 만큼 휴대용으로는 거의 찾는 이가 없었구요.

그리고 우리 덕후님들이 드디어 무엇에 쓸지를 간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장식장이죠.

내 소중한 컬랙션들이 자랑스러이 디피되어있는 장식장 내부가 애석하게도 어두컴컴하네요? 조명을 달 수 있긴 한데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고, 처음부터 시설되어있는 모델은 너무 비쌉니다. 근데 이거 한 두 세트로 해결되는 거죠. 퍼펑~! 이래서 퍽라이트인가?


여기에서 멈출 덕후님들이 아니시죠. 컬렉션 내부에 집어넣어봅니다.

이 대목에서 딱 떠오르는 단어, 바로 모듈러죠. 정교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우아한 근대 유럽 건물 시리즈,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 오밀조밀하게 구성된 레고 시스템의 정점, 그래서 꼭 좀 실내등이 환히 켜졌으면 하는 바로 그 물건, 모듈러 빌딩스입니다.

10243 파리의 레스토랑을 책상 위로 옮겨옵니다.



이런 식이죠. 1, 2, 3층에 각각 하나씩의 퍽라이트를 넣어봤습니다. 워낙에 조밀한 내부를 자랑하는 모델인데다 2, 3층은 더욱 비좁은지라 쑥 들어가진 않더군요. 시네마만 해도 공간이 남아돌 텐데...

천장에 붙여봐야 오돌도돌한 브릭 밑부분 특성상 몇 시간 안에 떨어져버리는지라 결국 적당히 이리저리 쑤셔넣었습니다. 이제야 밤의 빠리를 다시 찾은 것 같네요.

위 사진은 불을 다 끄고 찍으려니 너무 어두워서 나머지 퍽라이트들을 촬영용 조명으로 동원한 것입니다. 이처럼 소품촬영용 보조조명으로도 써먹을 수 있습니다.


또다른, 장르도 생김새도 아예 다른 건물도 하나 가져와보겠습니다.

스타워즈 75052 모스 에이슬리 칸티나입니다. [에피소드 4]의 그 외계인이 득실거리던 술집 씬 기억 나시죠? 타투인 읍내의 분위기 거칠한 선술집도 불을 밝혀주면 좀 화사해지려나요?



낮과 밤의 분위기 차이가 제대로 나네요. 왠지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 같아졌습니다만;; (사진 클릭하시면 많이 커져요.)

지붕이 뚫려있는 건물의 위에 지붕 대신 걸쳐놓은 셈인데요. 생각보다 그리 거슬리지도 않고 먼지를 막아주는 효과도 있는 듯해서 계속 저렇게 두게 되네요.

사진 속엔 75052 세트에 들어있지 않은 것도 여럿 걸쳐져 있습니다. 저만의 타투인 디오라마를 꾸며가는 중이에요.^^


이번엔 건물이 아닌 것도 시도해봅니다. 집 말고 내부에 조명이 들어갈 만한 거라면 덩치가 좀 있는 자동차겠죠? 10220 폭스바겐 T1 캠퍼밴이 딱이겠다 싶어 여기에도 하나 넣어봤습니다. 뒷좌석 시트 위에 올려놓은 거구요.



아무래도 건물만큼 효과가 있진 않네요. 그저 장식효과가 살짝 나아지는 정도. 역시 차는 헤드라이트가 켜져야 되나봐요.

이번에도 퍽라이트 두 개가 촬영조명 역할을 한 것입니다. 왼쪽은 멀리, 오른쪽은 가까이 거리 조절하기 편하네요, 라고 쓰고 나니 아! 광량 조절 되는 거였지-_-;; (개별조절이 약간 번거롭긴 합니다만.)


건물이 됐든 자동차가 됐든 아니면 디오라마 전체가 됐든, 작지만은 않은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써먹을 수 있는 구석은 꽤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리모콘 + 광량조절 + 타이머 = 최적의 레고 취침등이라는 결론이 멋지더군요. 모듈러 디오라마에 하나둘씩 불이 꺼지는 모습을 보면서 잠을 청하노라면 이보다 더한 레고 팬의 운치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용도로 꼽을 수 있는 최고의 사례를 감히 꼽아보자면 바로 이것이죠.


옥스포드 타지 마할의 아파라트 개조 버전 + 퍽라이트 Modified Version of Oxford Taj Mahal by Apparat + Puck Light


옥스포드 BM35211 타지 마할을 아파라트가 개조한 버전 내에 퍽라이트를 하나 넣어둔 것입니다. 퍽라이트의 모든 장점이 (하필이면 크기도 구조도 딱 맞는) 옥지마할을 만나 천상의 궁합을 발휘합니다. 이보다 아름다운 취침등을 본 기억이 없네요. 강력히 추천합니다.


하여튼 대륙 물건들은 부담없이 질러볼 수 있어서 좋단 말이죠. 이게 5만원 넘었으면 궁금증만으로 샀겠습니까. 그런데 써보면 또 괜찮은 게 간간이 있으니까요. 샤오미 블루투스 스피커도 2만원대라는 가격에 혹해서 산 걸 잘 쓰고 있거든요.

그리고 드디어 후속작 소식이 들려오네요. 조명의 각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고 네 가지 색(화이트/레드/블루/그린)으로 빛의 색깔을 변경할 수 있는[각주:2] 같은 브랜드(캡스톤 Capstone)의 신제품이 지난 9월경에 등장했습니다. 그밖에 Nape라는 브랜드의 좀 다르게 생긴 제품도 보이며 구글링을 통해서는 훨씬 다양한 사진들이 등장하는군요.


브릭/프라모델용을 기준으로 하자면 광량은 좀 낮아도 괜찮으니 가급적 덩치가 작고 화이트-옐로우 변경 정도만 가능하면 딱 좋겠는데 아직은 그런 제품이 눈에 띄지 않네요.

기다려보면 언젠가 또 등장해주겠죠? 멀지 않았으리라 예상해봅니다.


  1. 현재 시중에 여러 회사의 여러 모델이 판매되고 있습니다만, 이 리뷰가 다루는 것은 코스트코에서 판매 중인 중국 Capstone 브랜드의 대표상품 한 가지입니다. [본문으로]
  2. LED는 원래부터 빛의 색깔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컴퓨터 모니터와 똑같이 빛의 삼원색(RGB)을 합쳐서 흰색을 만드는 것이므로, 삼원색의 비율만 바꾸면 어떤 색이든 가능하죠. 다만 전등으로는 그럴 일이 별로 없고 가격이 비싸지므로 그동안 조절기능을 잘 넣지 않아왔을 뿐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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