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고 테크닉 Lego Technic 9397 : 목재 운반 트럭 Logging Truck
레고 9397 목재 운반 트럭. 이하의 모든 사진과 동영상은 (벌크를 활용한 레플리카이므로) 색깔 및 모양이 원모델과 조금 다릅니다.
따지고 보면 흔한 대형 테크닉 중 하나. 2012년 출시, 부품수 1308개, 가격 \173000 / $140. 이 정도 크기의 테크닉 제품이 드문 것도 아니고, 트럭이야 넘쳐흐르고 파펑마저 최소한의 구성, 별 거 없어요. 과연 평점조차 어딜 가봐도 그냥저냥입니다. 특별한 매력이 없는 범생이같달까요.
그래서 장단점을 고루 열거하기에도, 중급용으로 꼽기에도, 쉽게 레플리카를 시도하기에도 좋습니다. 총평 또한 불 보듯 뻔한 안정권 합격점. 애써 구할 것까진 없지만 지나치기엔 영 아쉬운 물건, 9397 로깅 트럭을 하나하나 뜯어봅니다.
(A) 외관
소위 아메리칸 트럭이라고 하죠. Long Nose, Big Rig 등의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익숙한 (요즘 한국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음) 운전석 앞의 거대한 엔진룸은 뭔가 대단히 파워풀하고 남성미 넘치는 느낌입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게 틀림 없이 T-800일 거라는 착각마저 일으키곤 하죠.
유럽 회사인데 미국 라이센스물만 죽어라 내는 레고도 아메리칸 트럭 모델을 꾸준히 출시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5571 자이언트 트럭과 8285 토우 트럭이었고, 찾아보면 4955, 5580, 7347, 8868, 근자의 42078 맥 트레일러까지 중대형만도 꽤 되더군요.
이 제품 또한 1300여개라는 적지 않은 부품으로 그 매력을 성실히 살려놓았습니다. "앞은 멋진데 뒤가 허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당사자로선 좀 억울할 부분이에요. logging truck으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목재 운반 트럭이란 게 원래 이렇게 생겼거든요.
(B) 구동
파워펑션이 포함은 됐는데 최소한만 됐습니다. M모터 하나, AA 배터리박스 하나가 전부예요. 그래서 기어박스 쌓아가는 재미를 얻긴 합니다. 이들의 조합으로 총 네 가지 동작을 구현할 수 있고, 그 중 두 가지는 선별적 동시구동도 가능하죠.(아래의 장황한 설명보다 2.와 3. 사이에 있는 동영상이 훨씬 쉬울 수 있습니다.)
양측면의 아웃리거 펴고 접기
집게팔(너클 붐) 전체의 360도 회전
집게팔 2단의 각도 조절 (대형 리니어 액추에이터)
집게팔 3단의 각도 조절 (소형 리니어 액추에이터)
이 중 I, II가 차체 앞에서 왼쪽 옆, III과 IV가 오른쪽 옆에 각각 위치한 레버에 의해 작동합니다. 따라서 I과 II 중 하나와 III과 IV 중 하나를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일단 흥미롭죠.
그런데 정작 해보면 흥미보다 짜증이 유발되기 십상입니다. 조작성이 매우 불편해서인데요. 훗날 나온 42042 등과 달리 여기엔 기어 자체에 방향전환 기능이 없거든요. 결국 상단의 배터리박스 스위치로 대신해야 하니까 좌/우/상에 위치한 세 개의 레버를 정신 없이 오고가야 합니다. 지쳐요. 하물며 끝까지 갔다 하면 여지없이 틱틱거리는 레고 파펑(특히 리니어 액추에이터) 아니겠습니까.
나머지 기능이 죄다 수동이라는 것도 또다른 약점입니다. 엔진룸 커버 열기, 실린더 기믹, 차 문 여닫기야 그러려니 하고, 집게팔 끝부분의 회전 및 여닫기까지 이해한다 쳐도 주행/조향까지 손(과 입)으로 붕~붕~거리기엔 영 아쉬운 허우대란 말이죠. 요즘 일부 모델처럼 너무 크고 무거워서 가기 힘든 것도 아니고.
이 모든 고충을 해결해주는 풀구동 RC 개조물이 이미 있습니다. 바로 Wanucha라는 해외 창작가의 것인데요(리브리커블 | 브릭셀프). 속 시원한 풀개조에 무료이기까지 함에도 두 가지 아픔이 있어요. 첫째, 무려 6개의 모터, 3개의 수신기, 2개의 리모콘에다 연장 케이블 1개까지 필요합니다. 둘째, 인스라곤 LDD용 파일밖에 공개된 게 없습니다. 1300 피스가 넘는데, 쉽지 않아요;;
2. 부분개조 : 리모콘으로 전후진과 조향이 가능하게 RC Modification (Partial)
그래서 나온 부분개조입니다. 어차피 집게팔은 주정차 상태에서만 쓰는 것이 상식, 기존의 구동부는 그대로 놔두고 주행/조향 기능만 추가해봅니다. 위 풀구동 RC 개조물을 대충 참고해서 직접 시도한 것이구요. 당연히 많은 힌트를 얻었습니다.
사실 이만큼 바꾸기는 무척 쉬워요. 애초부터 부분개조를 염두에 둔 듯한 내부입니다. XL모터와 서보 모터 들어갈 자리를 비워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더군요.(서보 모터가 첫선을 보인 제품이 이것과 같은 시기에 나온 9398이었습니다.) 추가된 파펑은 아래와 같습니다.
XL모터: 주행. 뒷쪽 앞바퀴(디퍼렌셜 기어가 달린) 바로 위에 장착
서보 모터: 조향. 운전석 시트 밑에 장착
20cm(8") 연장 케이블: XL모터와 배터리박스 간 연결
수신기와 리모콘: 수신기는 운전석 천장에 장착
XL모터 서보 모터
IR 수신기
와중에 실린더 기믹은 날아갔네요. 풀구동에서는 재미있게도 고무줄을 써서 기믹을 살려놓았던데 저는 정성이 부족하여... 작동 영상 보여드립니다. 고스란히 남아있는 원래의 기어박스식 구동까지 다 돌려봤습니다.
이 동영상 외에는 설명서도 LDD도 없습니다. 테크닉 개조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해낼 수 있거든요. 굳이 인스가 필요치 않을 듯하여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3. B-Model : 제설차 Container truck with snowplow(snowplough)
그리고 B모델입니다. 제설차 혹은 제설 트럭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 면에서 A모델과 좋은 대조를 보여주는, 손꼽아줄 만한 B모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선 모양부터가 A모델의 아메리칸 트럭과 대비되는 유러피안 트럭입니다. 요즘 한국의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짜형 운전석이죠. 그 앞엔 제설기(넉가래)를 달았고, 뒤의 집게팔은 온데간데 없이 덤프 트럭식 짐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저 짐칸에 염화칼슘 포대를 잔뜩 싣고 다니려나요?
A모델 대비 부품활용률이 88.4%이니만큼 크기로도 꿀리지 않고, (그 잘난 9398, 42042 등과 달리) A모델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조립법도 만족입니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구동으로, A모델과 똑같이 네 가지 동작, 두 가지 동시구동, 그러나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 운전석(겸 엔진룸) 커버 열고 닫기
- 덤프 트럭식 짐칸 기울이고 내리기
- 제설기 올리고 내리기
- 맨뒷바퀴 가변축 올리고 내리기
그리고 불편한 조작성마저 A모델과 동일합니다. 기어박스의 디자인 컨셉트가 같기 때문이겠죠. 더구나 A모델에 비해 가동범위가 작은 편들이라 틱틱거림의 압박을 좀 더 받게 됩니다. 자주 켜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드네요. 어쨌든 이번에도 작동 영상입니다.
이번엔 원모델 그대로였습니다. 이쪽은 구동개조가 영 난감한 내부였거든요. 유튜브를 뒤져봐도 개조물이 한두 개밖에 안 나올 정도. 그 중 하나는 주행용 모터를 트럭 뒤로 꼬리처럼 빼놓았더군요. 그만큼 안쪽에 자리가 없다는 얘기겠죠. 더불어, 주행/조향 외에도 몇 가지 수동 기믹이 있습니다. 엔진 실린더, 차 문 여닫기, 그리고 제설기의 좌우 스위블까지네요.
짠내 풍기는 파펑 구성 덕에 건드리는 재미가 늘어난 경우였습니다. A, B모델 어느 하나만 놓고 보면 10점 만점에 8점을 넘기 어렵지만 둘을 합쳐 가산점을 주는 게 맞지 싶네요. 9점! 부분개조 결과물도 그쯤으로 보입니다. 부분개조 가이드라도 공식 제공되었다면 더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끝으로 덧붙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