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스파이더맨: 홈커밍 - 레고 시리즈 정보를 덧붙인 감상평

apparat 2017. 7. 10. 06:10
  • 제목: 스파이더맨: 홈커밍 Spider-Man: Homecoming
  • 감독: 존 와츠
  • 배우: 탐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키튼 외
  • 제작: 마블 스튜디오 (미)
  • 개봉: 2017년 7월 5일
  • 평가: IMDb 이용자 평점 7.5 | 메타스코어 평점 73 | 로튼 토마토 신선도 92% | 나의 평점 8
    • 샘 레이미 트릴로지 1: IMDb 이용자 평점 7.3 | 메타스코어 평점 73 | 로튼 토마토 신선도 89%
    • 샘 레이미 트릴로지 2: IMDb 이용자 평점 7.3 | 메타스코어 평점 83 | 로튼 토마토 신선도 94%
    • 샘 레이미 트릴로지 3: IMDb 이용자 평점 6.2 | 메타스코어 평점 59 | 로튼 토마토 신선도 63%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 IMDb 이용자 평점 7.0 | 메타스코어 평점 66 | 로튼 토마토 신선도 72%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IMDb 이용자 평점 6.7 | 메타스코어 평점 53 | 로튼 토마토 신선도 52%



(0) 시작하기 전에


스포일러 없다고 보장 못합니다. 작은 걸로 이것저것 있을 듯해요.

IMDb 이용자 평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네이버 영화의 한국평론가 평점은 안 써놓기로 했습니다. 이전 감상평들에서도 다 지웠어요. 히어로물, SF, 애니 등은 무턱대고 10점 만점에서 2~3점 깎고 시작하는 것 같더군요. 참고로 저는 메타스코어 평점을 제일, 로튼 토마토 신선도를 다음, IMDb 이용자 평점을 세 번째로 신뢰합니다. 물론 네이버영화 이용자 평점도 전혀 신뢰하지 않아요.^^



(1) 촌평


마블이 만들면 다릅니다.

다르다고 했지 더 낫다고는 안 했습니다.

마블 전작들을 안 보고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는 있지만, 이걸 본 다음 차기작들을 안 보고는 못 배길 거예요.



(2) 영화에 관한 수다 (이하, 스포일러 없다고 못함)


이제는 돌아와 MCU 앞에 선 스파이디, 근데 완전히 홈커밍한 게 또 아니라며? 네, 그렇다는군요. 영화를 만들긴 마블 스튜디오가 만들었는데 배급은 소니-컬럼비아가 하고 있죠. 판권 자체부터 완전히 돌아온 게 아니라 소니가 마블에게 역임대한 거라네요. 오히려 소니는 본작의 흥행을 지켜보며 나중에 자기들 식으로 또 어떻게 울궈먹을까 고민 중이라고... 이건 소니와 디즈니 사이의 '시빌 워'니까 관객들은 그냥 맘 편하게 관람을 하자구요. 뭐 이런 데까지 참전하실려구. 그쪽 주식이라도 몇 장 갖고있으면 몰라.


하여튼 마블판 최초의 스파이디 단독주연물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요란한 신고식을 치른 후 이제야 종가집에서 주연 자리에 등극했네요.[각주:1](그래봤자 원더우먼이 겪어낸 인고의 세월에 비하면...)


그렇다면 달라도 뭐가 단단히 달라야 할텐데, 과연? 네, 확연히 다르더군요. 물론 이번엔 DC-워너-잭 스나이더와의 차이가 아닌 소니-샘 레이미와의 차이입니다. 덧붙여 말씀드리지만,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대다수 반응에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두 편은 소외된 삶을 살고 있어요. 안 그래도 샘 레이미 트릴로지에 비해 처진다고 2편만에 조기마감의 수모를 겪은 바 있는데 이젠 마블판에마저 추월 당하는 바람에 샌드위치 신세로 영원히 전락. 미안, 마크 웹 & 앤드류 가필드. 그러게 좀 더 잘 만들지 그랬어.


시작부터 신선했습니다. 전우주적 대결전을 앞두고 긴장감이 팽팽한 MCU에 웬 신출내기 청소년 히어로 대 평민 출신 빌런? 자칫 오프닝 게임 취급당할 수도, 여차하면 재탕삼탕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틀린 것도 아니지만) 처지였지만 초반부터 마블의 전작들과 촘촘히 얽어버리면서 설득력과 흡인력을 배가시킵니다.


벌처[각주:2]가 어쩌다 빌런이 됐는지/될 수 있었는지를 [어벤저스] 1편과 엮는 한편, 스파이디의 과거사는 영악하게도 본인의 셀카(영상 일기)로 요약처리해버림으로써 중복 우려를 일소시키는 요령, 탄복할 만하더군요. 인트로 음악으로 고전 TV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리메이크한 것도 너무나 반가웠구요.[각주:3] 아예 원곡을 한 번 들어보고 지나갈까요?



두 시간 넘게 이어지는 영화를 보고선 문득 블로그에 표 삽입기능을 써먹고 싶어졌습니다. 아, 샘 레이미-토비 맥과이어(우울하고 소심한, 그러나 조숙하고 믿음직한 스파이디) 대 존 와츠-탐 홀랜드(촐싹대고 위태롭고, 아이언맨이 안 도와주면 큰일날 것 같고, 그래서 계속 지켜봐야 될 것만 같은 스파이디)의 비교가 아니에요. 그건 너무 흔하더라구요.^^[각주:4] 이런 겁니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아저씨

  청소년 (만 15세)

  싸움의 의미를 곱씹기에도 지친 백전노장

  싸워보지 못해 안달난 관종 

  맨하탄의 억만장자

  퀸즈의 서민 

  자뻑의 아이콘, 닳디닳은 바람둥이

  이공계 소심이, 여자애한테 속 시원히 고백해보는 게 소원 

  갖고노는 장난감: 최첨단 신개발 초고가 한정판들

  갖고노는 장난감: 친구가 가져온 레고 데스스타 10188[각주:5]


한 명의 수퍼히어로가 탄생하고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첫 편이라는 점에서 [아이언맨 1] 및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와 비교될 여지가 많았을텐데(외계인들은 논외) 아이언맨을 조연까지 열심히 시켜가며 일부러 대비시킨 듯합니다.[각주:6] 다양성도 확보하고, 잔재미도 얹어주고, 앞으로 계속 보게도 만들고.


이런 게 마블의 힘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어요. 방대한 유니버스를 촘촘히 연결시켜내는 스토리 전개 능력, 그 많은 등장인물을 알차게도 써먹는 캐릭터 구축 능력. 현시점에서는 스타워즈보다도 나은 듯하고 지나치게 방대해서 아득한 느낌마저 드는 톨킨의 그것보다 한결 피부에 와닿습니다. 현역최고라는 얘기죠.


변함 없이 발휘된 이 역량 덕에 평판은 한결같이 우수합니다. 역대 최고의 스파이디 무비로 꼽히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2]에 버금가는 호평을 받고 있죠. 제가 보기에도 역대 MCU 영화 중 적어도 중간은 갑니다. 감독이 "히어로물의 해리 포터처럼 만들고 싶다"고 했다던데(주인공의 자연적 성장에 발 맞춰가며 계속 후편을 만들겠다는 얘기겠죠)[각주:7] 3편까지는 무난할 듯합니다. [어벤저스] 후속편들에 어떻게 녹아들어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다만 역대 스파이디 무비 중 최고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평론가들의 반응을 봐도 샘 레이미 1편과 동급, 2편보다는 비교열위로 나오고 있지만, 아무리 잘 봐줘도 동률 1위를 넘지는 않는 듯해요. 캐릭터 해석이야 취향 문제이니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지만 액션 씬만큼은 확실하게 뒤처집니다.


샘 레이미 1편이 나타났을 때, 우와, 많이들 놀랐죠. 어언 2002년의 일입니다. CG로 도배한 실사영화들이 지구를 갓 정복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어요. 1999년에 시작되었던 매트릭스 삼부작과 스타워즈 프리퀄 삼부작, 2000년부터 시작된 엑스맨 시리즈, 2001년부터 시작된 반지 삼부작과 해리 포터 시리즈, 2003년부터 시작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그야말로 신세기적 볼거리들의 '츠나미'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밀리지 않았던 샘 레이미 트릴로지입니다.


이전까지는 도저히 실사영화에서 구현될 수 없었을 법한 스파이더맨의 마천루 활공 장면만으로도 영화는 가치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 인기투표를 해도 여전히 1등 먹을 것 같은 토비 맥과이어의 매력에 더해진 사상 최초의 실사판 거미 활공 씬은 70년대 후반 슈퍼맨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걸 처음 봤던 경험만큼이나 오래 기억될 거예요.[각주:8]


이걸 뛰어넘긴커녕 단순비교를 해봐도 못 미칩니다. 성장해가는 청소년 히어로라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일부러 그랬던 것도 같은데, 거미줄을 칠 마땅한 구조물이 없으면 그만 애처로워지는 장면만도 여러 번 나올 정도니까요. 심지어 '최후의 격투' 장소가 날아가는 비행기 외부라니, 자신만의 장기를 발휘할 여건부터가 안되는 거죠.


하던 걸 반복하느니 다른 길을 가겠다는 계산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과가 그저 그렇습니다. 활공 씬만이 아니고 '기대보다 너무 약한데?'라는 실망을 이겨내더라도[각주:9] 액션 씬의 연출 자체가 그렇게 멋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많은 관객이 벌처 날개 멋있더라는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액션 자체보다 '수트의 활약'이 기억에 남는다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에 의존하지 않고 승리를 거두는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곤 하지만 집에 와서 더 생각나는 건 앞부분인 걸요? 역시 마블은 스토리와 캐릭터의 최강자지 액션마저 원탑은 아닌 듯.


마블-디즈니스러운 거 끝으로 하나 더. 뉴욕의 다문화사회적 특징을 아주 충실히 그려내고 있더군요. 일단 스파이디가 쫓아다니는 여주부터가 흑백 혼혈이고, 'MJ'[각주:10]마저 다인종 혼혈입니다. 절친은 동양인(필리핀계라고 하더군요), 라이벌은 라틴계, 심지어 다니는 학교 교장선생님마저 일본계입니다.


요즘 뉴욕 과기고 가봐라, 실제로 비백인이 과반수다는 반응도 당연합니다만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의지의 반영이라고 봐야 할 거예요. 실제로 디즈니의 요즘 행보는 정치적 올바름(좋은 뜻이든 비꼬는 의미든), 다문화사회에 대한 포용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으니까요. 좀 심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던 [주토피아] 등 대부분의 애니를 비롯, 요즘의 뉴욕하곤 아무 상관 없는 스타워즈에서도 다인종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으니 말이죠.


찾아보니 네이버 포스트 '씨네플레이'가 홍보차 내한한 감독을 직접 인터뷰한 것이 있더군요. 한 번 읽어볼 만해 링크 걸어놓습니다.



(3) 배우에 관한 수다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감독[각주:11]에 대해서는 위의 인터뷰를 참고하시면 충분할 것 같고, 배우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탐 홀랜드, 넘어갑니다. 아주 잘 녹아들어가 있어요. 비록 인기투표에선 밀릴 듯하지만. 로다주, 하던 대로이니 별 할 말 없습니다. 적어도 2년 더 보게 될 테니까요.


마이클 키튼, 배트맨 -> 버드맨 -> 벌처. 명불허전. MCU의 역대 빌런 중 가장 악당 살냄새를 가까이서 풍겼달까요. [아이언맨 2]의 미키 루크(위플래쉬)도 인상 깊었고 3편의 가이 피어스(알드리치 킬리언)도 반전 연기가 빛났지만 살다가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현실감은 이번이 최고였어요. 까딱하면 설득당할 뻔. 짝짝.


존 파브르의 해피 호건 비중이 로다주보다 더 높더군요. [아이언맨 3] 이후 오랜만의 출연 반가웠습니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도 총괄 프로듀서를 맡으셨다죠?


솔직히 기네스 펠트로 여사의 깜짝등장이 더 반가웠습니다.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을 이어붙이려는 지극한 속마음? 하지만 국수 먹긴 힘들겠죠. 타노스가 다가오고 있으니;;


섹시 중년 시전 중인 마리사 토메이의 메이 숙모는 이번에도 활약이 만만치 않네요. 그런데 이 배우, 실은 로다주와 달달한 로맨스 커플 연기를 왕년에 선보였던 바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거장 노만 주이슨 감독의 [온리 유](1994)라는 작품에서였죠. 설마...? 에이... 그래서 페퍼 포츠가 확인사살차 등장한 건지도.


피터 파커를 열심히 갈구는 역의 플래쉬 톰슨 캐릭터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비중 높은 감초입니다. 누가 갈궈줘야 피터의 찌질함이 돋보이잖아요.^^ 그래서 그동안은 미식축구 떡대가 늘 맡았던 배역인데 이번엔 라틴계 깝죽이래서 찬반이 분분하다구요. 은근 DC 까기에 동원돼서 그런가? 그런데 얘,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세요? 토니 레볼로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바로 그 보이입니다. 


단역이지만 일본계 교장 선생님 각별해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의 조연급 캐릭터였던 짐 모리타의 손자라는 설정이라네요.[각주:12] 교장실 벽에 할아버지의 참전용사 시절 사진과 훈장들이 줄줄이 붙어있는 거, 안 놓치셨는지요. 배우는 짐 모리타 때와 같은 분이 맡았습니다. 케네스 최, 한국계죠.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도 조연을 맡았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도 야쿠자 보스로 잠깐 등장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선 TV 드라마에서 더 많이 보이는 얼굴이라더군요. [스타 트렉] 시리즈의 존 조와 함께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한국계 배우인 듯.(그냥 한국인 배우는 빼구요.)


그 학교에선 왜 그리 캡아를 편애하는지도 이제 밝혀진 셈이죠. 교장 선생님의 개취^^. 이번 영화 최고의 우정출연, 크리스 에반스에도 박수를. 엔딩 크레딧 완전히 다 올라갈 때까지. 그나저나 요즘 함께 상영하는 [옥자] 때문에 [설국열차] 생각이 문득문득 나는데, 그 사람이 이 사람이란 게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 하긴, 그땐 틸다 스윈튼도...


하지만 가장 놀라운 참전은 뭐니뭐니 해도 제니퍼 코넬리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전 영화 보고 나서 알았어요. 얼굴이 등장하질 않으니;; 토니 스타크제 수트의 A.I.인 캐런의 목소리 역이었다죠. 리안 판 [헐크]의 여주로도 기억되고 있고 [뷰티풀 마인드] 등 수작이 많지만 유난히 기억력이 좋은 분들은 1985년의 [페노메나]까지 더듬어가실지도.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를 위협하던 시절이었죠. 흥미로운 건 그녀의 실제 남편이 자비스/비전 역의 폴 베타니라는 점입니다. 인공지능 커플. 하지만 자비스와는 달리 거미옷이 따로 체화되진 않을테니(돼봐야 쫄쫄이) 추억 더듬기는 [저스티스 리그]에 또 나오실 다이안 레인으로 대신하는 걸로.



(4) 레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관한 정보


누구 못지 않게 거대한 프렌차이즈 시장을 이끌어온 스파이디인만큼 레고 외의 제품까지 언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대부분의 히어로와 마찬가지로 프라모델 쪽에서 살펴볼 것도 없어요. 이번에도 레고 제품에만 집중하죠. 대신 개별 제품이 너무 많으므로 여러 시리즈(테마와 서브테마) 정보들을 살펴보고 이번 영화 관련제품만 좀 더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 스파이더맨이야말로 레고가 손댄 최초의 히어로였다는 점입니다. 2010년대 들어 DC/마블 수퍼히어로즈 테마를 쏟아내기 10여년 전부터의 일이죠.[각주:13] 그 이후 참 다양하게도 출시됩니다. 이처럼 여러 레고 테마에 발을 걸치고 있는 캐릭터도 드물 거예요. 그만큼 아이들이 선호한다는 의미일 듯. 출시 순서대로 짚어볼게요.


레고 스파이더맨 미니피겨들. 윗줄 왼쪽부터 2002년의 첫 모습(spd001a), 2003년 프로토타입 수트(spd012), 2004년 주니어 피겨(4j004), 2004년 [스파이더맨 2] 버전(spd028), 아랫줄 왼쪽부터 2012년 흑화 버전 코믹콘 한정판(sh045), 2015년 마일스 모랄레스 버전(sh190), 2016년 마이티 마이크로(sh248), 2017년 홈커밍 버전(sh420). [모든 이미지 출처: Brickset]


스튜디오 - 스파이더맨 (2002, 4개)

원래 Studios라는 이름의 테마(2000~2002)는 영화 촬영장을 레고 세트화한다는 의도였습니다. 스필버그 닮은 감독 미피(stu002)가 들어있곤 했죠. 그러다 반응이 별로였는지 '쥬라기 공원 3'(2001, 2개) 및 '스파이더맨' 같은 라이센스 서브테마를 등장시키며 반전을 꾀했던 모양입니다.[각주:14] 2002년 한 해에만 4개가 나왔는데 하나는 팩(기존 제품 모음)이므로 사실상 3개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이더맨 미피가 이때 이미 기본형을 갖추고 있었죠(spd001a). 평상시의 피터 파커, 그린 고블린, 메리 제인은 물론 [홈커밍]에도 나오는 프로토타입 수트 내지 발라클라바 페이스의 미피(spd012)마저 이때 다 나옵니다. 미피 수집가를 위한 제품들이라고 해야겠죠.


스파이더맨 (2003~2004, 10개)

위 제품들의 반응이 좋았던지 다음해부터는 아예 독립 테마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스타워즈와 해리 포터로 이미 라이센스물에 맛을 들인 후죠. 2003년에 'Spider-Man'으로 3개가 나오고, 2004년에는 'Spider-Man 2'로 5개의 일반제품 및 2개의 팩이 꾸려집니다. 2004년 제품들엔 영화에 맞춰 다크 블루 미피(spd028)가 들어있네요. 그린 고블린에 이어 닥터 옥토퍼스도 등장하고, 일반인으로는 JJJ(편집국장)마저 보이는군요. 역시 지금 시점에선 콜렉션용으로 봐야겠죠.


4 주니어스 - 스파이더맨 (2004, 3개)

그 전의 잭 스톤을 이은 것이 4 Juniors 테마(2003~2004)입니다. 현재의 주니어 Juniors(2014~)와 마찬가지로 듀플로와 시스템 사이에 위치한 저연령층 대상의 제품들인데요. 요즘 것과 확실하게 다른 게 피겨입니다. '잭스톤 피겨' 내지 '주니어 피겨'라고 부르는 또다른 녀석들이 한때 존재했던 것이죠...! 얼핏 메가블럭이나 코비가 연상되기도 하는, 듀플로 피겨와 일반 미니피겨 사이에 위치한 제품이 바로 얘네들입니다. 이들 사이에 스파이디가 끼어있어요...!! 두 개의 일반제품(4858, 4860)과 그걸 묶은 팩 하나(65708)에 4j004 스파이더맨, 4j005 닥터 옥토퍼스, 4j012 피터 파커 등이 들어가 있는 것이죠. 국내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이한 물건들인데 인기가 없어 그런지 의외로 브릭링크 시세는 낮더군요. 마찬가지로 희소성에서 재미를 찾는 수집용입니다.


마블 수퍼히어로즈 - 스파이더맨 (2012~)

레고 히어로물은 다크 나이트 삼부작의 개봉에 발맞춘 배트맨 테마(2005~2008) 등으로 이어지지만 스파이더맨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DC/마블 수퍼히어로즈 테마의 등장과 함께 귀환합니다. 2011년 SDCC에서 한정판 미피를 몇 개 선보여 불을 질러놓은 뒤 2012년부터 본격 출시를 시작했죠. 각각 100종에 가까운 제품 중 스파이디 관련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얼티밋 스파이더맨' 서브테마 (2012~2016, 11개): 한동안은 거의 이 주제로 나왔죠. 매년 몇 개씩 5년간 꾸준히 나왔고, 폴리백부터 중박스까지 다양합니다. 76036에만 마일스 모랄레스 버전의 블랙 스파이더맨(sh190)이 들어있는 게 특이하고, 머리 다섯 개짜리 베놈 심비오트가 포함된 30448 폴리백도 해괴했습니다.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서브테마 (2013~2014, 2개): 정발품이 아닙니다. 하나는 2013 코믹콘 한정판 미피고 하나는 일렉트로 미피 폴리백(5002125)이에요. 끝내 버림받는 마크 웹.

  • '스파이더맨' 서브테마 (2016, 3개): 소니와 마블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그냥 '마블 스파이더맨'이라고 된 코믹스 버전이 작년에 몇 개 나왔더랬죠. 76057(양화대교), 76058(고스트라이더), 76059(닥 옥). 하나같이 독창성 있는 제품들이었어요.

  • '마이티 마이크로' 서브테마 (2016~, 2개): 76064(그린 고블린)와 76071(스콜피온)이 해마다 하나씩 나왔습니다. 모두 숏다리 버전이고 기체도 숏하죠. 어떤 이유에서도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어린아이들은 역시 좋아하더군요.

  • 기타

    • 2012 코믹콘 한정판 미피: '스파이더맨 블랙 심비오트 코스튬'이라는 게 하나 있습니다. 약 오르는 한정판.

    • '시빌 워' 서브테마: 76067 탱커 트럭 공격(2016)이 있습니다. 드디어 어벤저스에 합류한 걸 기념하는 듯한, 그러나 구성 자체는 영 별로였던 제품. 이때부터 신형 미피가 채택되기 시작합니다.

  • '스파이더맨: 홈커밍' 서브테마 (2017~): 현재까지는 2개입니다.

    • 76082 ATM 도둑과의 대결: 185개 부품. \34900 / $20. 스파이더맨, 도둑 둘 + ATM 부스, 오토바이. 내용물도 특기할 거 하나 없고 영화에서도 초반부에 잠깐 나오는 씬입니다. 추천하기 어려운 제품입니다만 도둑들이 헐크 가면과 캡아 가면을 쓴 신형부품이라는 거 하나는 눈에 띄네요. 여기에 관심 있는 분을 제외하면 지나치셔도 될 듯.

    • 76083 벌처와의 결투: 375개 부품. \59900 / $40. 스파이더맨, 아이언맨(빈 수트만), 벌처, 쇼커 + 다연발포로 무장한 트럭. 요즘 인기 좋은 제품입니다. 홈커밍 레고는 이게 다라고 해도 좋겠네요. 스파이디는 76082와 동일하고 76067과는 토르소만 살짝 다른 정도입니다. 더구나 기계 날개의 벌처가 버티고 있으니까요. 76059에도 벌처가 들어있지만 코믹스 버전의 깃털 날개인지라 홈커밍 버전은 앞으로도 유일무이가 될 것 같습니다. 빈 수트만이라는 설정을 위해 투명 헤드를 쓴 아이언맨과 기계손으로 무장한 쇼커(영화에서의 활약은 그저그랬지만)도 섭섭지 않고, 지붕을 열면 다연발 슈터가 올라오는 흰색 트럭마저 '히어로물 벌크' 이상의 쓸모를 과시합니다. 세일가라는 조건 하에 적극추천합니다.


주니어 - 마블 수퍼히어로즈 (2014~2015, 2개)

10665와 10687이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주니어 피겨가 아닌 일반 미피죠. 이 둘에만 들은, 팬티가 빨간색이라는 점만 특징적인 스파이디는 그리 탐낼 필요 없을 듯하지만 각각 함께 들은 베놈과 그린 고블린은 지나치기 어려울 수도요. 주니어 제품인 만큼 나머지는 벌크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프린팅 부품이 많이 생기는 건 심심한 위로.[각주:15]


듀플로 - 스파이더맨 (2015, 2개)

스파이디와 바이크 등속으로 구성된 10607, 스파이디 및 그린 고블린과 트럭이 들어있는 10608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듀플로 라이센스물은 권장하지 않는 거 아실지... (자세한 얘기는 여기서.) 라이센스물은 다섯 살 이상, 주니어 제품 이상만 쥐어주자구요. 아, 물론 본인을 위한 듀플로 구입이라면야...


브릭헤즈 - 마블 수퍼히어로즈 (2017, 1개)

SD 타입 조립형 피겨인 브릭헤즈 제품군으로도 하나가 나오긴 했는데 또 한정판이네요. 2017년 7월에 열리는 샌디에고 코믹콘 버전입니다. 스파이더맨과 베놈을 묶은 세트로, 당연히 비싸고 구하기 힘들 겁니다. 내년쯤엔 일반제품으로 나오겠죠. 기다리면 될 듯.


끝으로 10188 데스 스타^^ 요즘 장터가격 많이 내렸던데...


  1. 원작만화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게 1962년이니까 장장 55년만입니다. [본문으로]
  2. Vulture는 대머리수리를 뜻하는 일반명사입니다. 남이 뜯어먹고 남은 시체에 꼬이는 녀석들이죠. 이번 빌런의 특징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니, 실은 그 반대죠. 이 영화가 스파이더맨 초창기부터 존재해왔던 그의 특징을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있는 거였습니다. [본문으로]
  3. 1962년 만화책으로 처음 등장한 스파이더맨은 1967년부터 TV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얻습니다. 물론 미국의 시간대이고, 한국에서는 1978년부터 TV 방영이 이뤄졌다고 하네요. 따라서 이 선율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재 인증, 이라고 교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ㅎㅎ [본문으로]
  4. 더불어 원작과의 비교, 어느쪽의 원작 재현도가 더 높은가엔 일절 관심이 없답니다. 55년 전 만화책부터 일일이 뒤져볼 수도 없고, 그러자면 TV판과의 비교마저 감행해야 될 것만 같고 등. 취미생활 너무 피곤하게 하지 말자구요. [본문으로]
  5. 예고편에도 등장한 소품입니다만, 친구가 부품 수까지 친절히 말해줌으로써 10188이라는 것마저 확인되었습니다. [본문으로]
  6. 또 하나의 비교대상이 될 법 했던 캡틴 아메리카도 나오긴 계속 나와요.^^ 참 인상적으로 계속 나오시죠. [본문으로]
  7. 리차드 링클레이터를 언급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죠. 어차피 넘을 수 없는 산. [본문으로]
  8.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1978년작 슈퍼맨이 첫 극장판은 아닙니다. 1950년대에 이미 여러 편이 나온 바 있지요.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세계 대다수의 관객에겐 "그 슈퍼맨"이 처음이나 다름 없었으니까요. [본문으로]
  9. 이제 갓 데뷔한 만 15세 고딩이 너무 강해도 문제 아니겠어요? 이 부분은 얼마든지 설정으로 이해해줄 수 있을 듯. [본문으로]
  10. 그 MJ, 즉 피터 파커의 가장 유명한 그녀와 이니셜이 겹치는 바람에 한때 논란이 되었으나 그녀의 풀네임이 '미셸 존스'임이 알려지면서 동명이인에 대한 괜한 오해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니셜을 같게 해서 논란을 야기시켰냐구요? 순진한 백성들... [본문으로]
  11. 무명 감독을 발굴하는 눈이 좋다는 얘기기도 하고, 그만큼 시스템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본문으로]
  12. 배역명도 그냥 '모리타 교장'입니다. [본문으로]
  13. 90년대말의 파산 위기 이후 레고가 시도한 갖가지 변신 중 하나가 라이센스물 출시였습니다. 그 전까지 레고 제품엔 라이센스물이 한 개도 없었어요. 이때 처음 시도해본 스타워즈(1999~)가 먹혀들어갔던 거고, 해리 포터(2001~), 스파이더맨(2002~) 등이 뒤를 이은 끝에 지금까지 온 거죠. 이제는 라이센스물의 비중이 너무 커서 탈이 되었습니다. 비싸고 창의력도 떨어지니까요. [본문으로]
  14. 물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2002년에, 2편이 2004년에 개봉되었던 배경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15. 주니어 제품군은 노 스티커 올 프린팅 정책을 취하고 있죠. 유치원생 정도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므로 아이들이 스티커를 제대로 붙이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겠습니다. 대신 비싸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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