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구하기 힘들어 많은 이들을 애먹이는 요즘 레고 제품의 하나로 21303 월-E Wall-E가 있습니다.
2016년 여름 이후 '대풍의 시대'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물량이 많아지고 할인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유독 이 녀석만큼은 여전히 구경하기가 쉽지 않죠. 그 와중에 얼마 전 '단종 예정'임이 공식화되어 또 한 번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지난 여름경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간신히 손에 넣었습니다. 그나마도 주문을 미루다 품절돼버리는 바람에 한 달이 넘게 기다린 끝에 다시 주문을 넣기에 이르렀던 애틋한 사연이 있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꾸 레고 이외의 제품에 대해 눈이 가고 귀가 열렸던 건데요.
이미 소개해드린 타카라 토미의 태엽완구 월-E 외에 일본의 리볼텍(카이요도)에서 나온 완성품 피겨도 하나 있어요. 고작 키 7.5cm에 불과하지만 가동부가 11개나 된다는 이 '픽사 리볼텍 No.002' 제품은 현재 레고 이상으로 구하기 힘들 뿐더러 가격도 4만원 이상으로 만만치가 않네요.
그리고 하나 더, 이런 게 또 있더군요. 캐나다 소재의 씽크웨이 토이즈 Thinkway Toys라는 회사에서 낸 플라스틱 RC 모델, 이른바 'U-Command Wall-E'입니다.
중대형 플라스틱 RC 모델을 여럿 내놓은 이 회사의 제품으로는 아직까지도 국내의 대형 완구매장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R2-D2, C-3PO, 다스 베이더 등의 스타워즈 제품군이 제일 친숙할 거예요. 해외에선 토이 스토리, 스파이더맨 등 훨씬 더 다양한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는군요.
위 제품들의 컨셉트는 어슷비슷합니다. 플라스틱으로 적당한 수준에서 살려놓은 외관, 20~30cm 가량 되는 넉넉한 크기, 전용 리모콘으로 조종하면 전후좌우로 돌아다니거나 관절이 움직이고, 소리나 불빛이 나기도 하고, 특히 일련의 동작을 프로그래밍한 뒤 플레이시킬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는 게 차별화 요소. 1
'U-Command Wall-E' 역시 키 9인치(약 23cm) 짜리로 리모콘 조작에 따라 앞으로 가고, 왼쪽으로 돌고(뒤로 가거나 오른쪽으로 도는 건 안되는 모양인데, 모터가 하나라는 소리겠죠?), 눈에 불 켜지고, 머리가 까딱거리고, 손도 까딱거리고, 효과음도 나고, 이런 동작들을 원하는 순서대로 프로그래밍해서 플레이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 움직임을 보여주는 동영상은 이곳을 참고하시죠. 유튜브에서 여러 가지가 찾아집니다만 하나만 골라봤습니다.
그리고 반전은 지금부터! 놀랍게도 이 제품은 이미 2008년에 국내의 완구회사 미미월드를 통해 라이센스 출시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제품명이 '미미월드 나만의 무선조종 월.E'더군요.
아마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듯해요. 매장에서 본 기억은 전혀 없고, 온라인몰을 뒤져봐도 국내에 물건을 두고 팔고 있는 건 아니고, 중고장터 역시 아주 가끔 매물이 나오면 순식간에 거래가 되어버리는 모양이에요.
미미월드에선 아직도 씽크웨이의 제품 중 미니언즈 등은 팔고 있는 걸로 봐서 라이센스 관계가 지속되는 듯도 한데, 모르겠습니다. 스타워즈 제품군의 경우 현재 '밤나무'라는 회사가 국내출시를 맡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요.
하여간 당장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이 녀석의 구입방법은 현재로선 (또)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들인 듯합니다. 대략 10만원 정도에서부터 가격이 시작되더군요.
미국 아마존에선 80~100달러 가량이던데, 이놈의 아마존은 조금 쌀지는 몰라도 정작 주문하려면 한국으로 배송이 안되는 입점업체도 많고 덩치가 좀 있는 박스의 경우 배송료도 만만치 않아서요. 편하신 대로 선택하시면 될 듯합니다.
제게 하나만 선택하라면 여전히 레고 21303입니다. 놀라울 만큼 참신한 조립법, 근사한 외관, 납득할 만한 가격, 파워 펑션을 이용한 구동 개조 가능성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제품입니다.
그러나 구동성만 놓고 본다면 태생이 RC인 씽크웨이 쪽이 당연히 월등할 것이고 프로그래밍 기능도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가격 또한 얼핏 보면 레고 쪽이 싸보일지 몰라도 파워 펑션 구입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구동을 염두에 둔다면 씽크웨이가 훨씬 싼 게 됩니다.
그리고 월-E의 충심 어린 팬이라면... 이 모든 비교는 잔소리일 따름이죠. 레고는 조립해서 모셔두시고 씽크웨이와 놀아주세요. 리볼텍은 책상 위나 머리 맡에, 타카라 토미는 아이들의 손에 나눠놓으면 딱이겠군요. 크건 작건 움직이든 않든, 월-E는 사랑이니까요.
- 이 회사에선 그 밖에도 갖가지 (주로 미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 완구들을 내고 있고 월-E 한 녀석만 해도 여러 가지 제품이 구비되어 있지만 RC 타입으로 그럴싸하게 나온 걸 찾으신다면 답은 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