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브릭코리아 컨벤션 2022 - 10주년 기념전 관람기

apparat 2023. 1. 8. 01:31
  • 행사명: 2022 브릭코리아 컨벤션 10주년 기념전
  • 일시: 2022.12.19 ~ 2023.1.8
  • 장소: 서울 코엑스 1층 로비
  • 관람료: 무료

 

브릭코리아가 드디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다사다난했던 코로나 시국에도 이어졌던(2020년은 취소, 2021년은 개최) 저력을 보여준 바 있죠. 한 행사가 10회를 개최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뒷이야기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준비하고 진행하신 모든 분, 참여하신 모든 크리에이터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 이전 브코컨 관람기 : 2016 | 2017 | 2018 | 2019 ]

 

 

△ 브릭코리아 2022 전시현장 입구

 

전시장 모습은 코엑스로 옮긴 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어보였고, 참여작이 보다 다채롭다는 느낌 정도를 받았습니다. 앙증맞은 소품에서 놀랄 만한 대작까지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몇 작품 소개해봅니다.

 

 

△ 후원의 향, 양승환(하야로비) 님

 

35000여개의 브릭을 이용해 만든 창덕궁 후원 부용지 일대의 디오라마입니다. 이전에도 '불국사' 등으로 한국 전통건축 재현에 탁월한 기량을 보여주셨던 (MBC  블록버스터 프로그램으로도 익숙한) 햐야로비 님의 작품이었네요. 부용지 연못 자체는 모니터 스크린 동영상을 이용하여 더욱 놀라운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런 퓨전 좋아해요.

 

 

△ 달마도, 민승희(민대리) 님

 

제가 딱히 한국적/동양적인 소재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외국의 숱한 브릭 전시회에서 이런 작품 보기 힘들잖아요. 희소성만으로도 50점 먹고 들어가는 게 창작이니까요. 특히 달마의 얼굴 선들을 한 가지 부품으로 재치있게 표현한 아이디어가 놀라웠습니다. 흔한 모자이크/부조 작품들과는 확 다른 결과물이 저 부품 하나로 얻어지는군요.

 

 

△ 군함도(지옥섬), 서승연(로하스) 님

 

무려 10만여개의 브릭으로 재현한 군함도 전경입니다. 규모와 디테일도 대단하거니와, 얼마 전에 영화로 나오기도 했다지만 이렇게 현대사의 아픈 부분을 의미심장하게 가져온 자체가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죠. 히어로물도 좋고 시티도 테크닉도 다 좋은데 어느 쪽에 가산점을 줄 거냐고 설문조사해본다면 결과는 뻔하니까요.

 

 

△ 달고나 뽑기 놀이터(오징어 게임), 김성범(브릭비쥬얼) 님

 

[오징어 게임]을 비롯, 요즘 핫한 문화상품을 다룬 출품작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의외입니다. 또 스타워즈, 또 마블, 또 해리 포터... 최근 1~2년 사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빵빵 뜬 문화상품이 한둘이 아닐 텐데요. 매번 같은 아저씨들이 참여해서 그런가? 본작은 가장 강렬했던 씬을 작지만 효율적으로 재현했습니다. 미피 하나하나가 커스텀이란 점.

 

 

△ 조커 Joker, 허윤성(허윤성) 님 - 한 작품을 측면에서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을 이어붙임

 

양면 모자이크의 대가 허윤성 님의 조커입니다. 예전 브릭캠퍼스 서울에서도 배트맨/조커, 해리 포터/볼드모트, 아이언맨/타노스의 양면 모자이크가 큼지막하게 전시되어있었죠. 이번엔 아예 조커 한 사람의 두 모습입니다. 이건 호아킨 피닉스가 직접 구입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요? 많은 관람객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꼽을 만했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작품들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아쉬움도 없지 않은 행사였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었던 이전 회차들에서 전혀 개선되지 않은(어쩌면 영영 개선되지 못할) 열악한 조명과 산만한 분위기는 여전했구요. 움직여야 할 작품 대부분이 움직이지 않는 문제 역시 해결이 난망한 듯합니다.(와중에 관객의 손모양을 캡처해서 따라 움직이는 마인드스톰(?) 작품은 많은 주목을 끌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출품작 전반의 (수준이나 완성도가 아닌) 신선도 내지 주제에 대해서인데요. 현대미술 전시같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브릭 창작품의 대중적 속성을 감안할 때 그렇게 갈 수가 없죠. 맞아요, 브릭 MOC는 어디까지나 대중문화에요. 팝 음악, 상업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같은 거 말이죠.

 

그런데 지난 수 년간의 브릭 전시회들을 돌아보면 그냥 대중문화가 아니라 다른 대중문화의 하위문화같아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마블 영화 뜨면 마블 창작물 많이 보이고, 어느 게임이 인기 있으면 관련 창작물 많이 보이고, 주로 아저씨들이 창작하다보니까 스타워즈와 건담 계속 보이고... 빌룬트 본사도 아닌 다음에야 브릭 MOC로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조하긴 어렵겠지만 대략 서너 가지 테마가 마냥 반복된다는 느낌은 과연 느낌적이어서일 뿐일까요?

 

당장 저 자신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얘기긴 합니다. 최근엔 명맥이 끊어질 지경이기마저 한 제 초라한 MOC 목록만 봐도 기존 문화 컨텐츠 재현이 태반, 나머지는 기존작 개조나 얼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군요. 해외로 눈을 돌려도 뭐 그리 대단치 않아요. 다만 1년에 한 번 있는 국내 최대의 브릭 MOC 전시회에서만큼은 새롭고 놀라운 작품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순수한 소망인 거죠. 메이드 인 코리아가 월드 랭킹 탑에 마구 올라가는 시절이라 눈이 너무 높아졌나요^^.

 

 

△ 브릭코리아 2022 전시현장 한쪽 끝

 

어쨌든 행사 하나가 10년을 이어왔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2013년 신촌 현대백화점에서가 처음이었다죠.) 중요한 건 앞으로 10년, 100년을 계속 이어가는 거, 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의 매순간이 즐겁고 신나는 거겠죠. 올해도 많은 관람객이 행사를 즐겼으리라 생각합니다.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되는 거죠. 두고두고 건승을 기원합니다. 돈 더 써라, 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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