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브릭코리아 컨벤션 2019 관람기

apparat 2019. 12. 26. 19:40
  • 행사명: 브릭코리아 컨벤션 2019 Brickorea Convention 2019
  • 일시: 2019.12.19(목) ~ 2020.1.5(일) | am 10:00 ~ pm 8:00 (마지막날은 6시까지)
  • 장소: 서울 코엑스 1층 로비
  • 관람료: 무료
 

 

2013년 시작된 브릭코리아 컨벤션이 7회째를 맞아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1. 수 년간의 개최지였던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서울 코엑스로 자리를 옮기고
  2. 행사기간도 더 길어졌으며
  3. 기존 출품작의 재출품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더 좋아졌나구요? 조금 짚어보는 감상문이 되어보려 합니다.

 

 

참고로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이며, 출품작들의 자세한 정보를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지난 행사들에 관한 저의 리뷰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6년

2017년

2018년

 

 

△ 전시장 전경. 코엑스 1층 로비가 전시장이므로 별도의 입구도, 내외부 구분도 없습니다.

 

 

변화된 공간과 그 장단점

 

무엇보다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판교에서 서울로 장소를 옮겼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경기 남부에 많은 사람이 산다지만 대개의 경우엔 서울이 더 선호되기 마련이죠. 서울, 경기 북부는 물론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들도 이쪽이 더 편하실 겁니다. 그것도 지하철역이 코 앞에 있는 유명한 건물이니까요.

 

다만 코엑스의 전시장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로비(라지만 사실은 넓은 통로)에서 하는 것이라 여러 가지 차이랄까 제약이 생겨나게 된 듯합니다. 어차피 계속 무료였으니 내외부 구분이 없는 거야 그렇다 쳐도,

 

첫째, 아무래도 공간이 어수선합니다. 현백 판교점 때는 비록 복작복작하다지만 전시공간에서 제대로 보여준다는 기분이었는데 이번은 '길거리 전시회'의 바로 그것. 지하철역 통로같은 데서 여는 각종 미술/공예 전시 있죠? 물경 코엑스에다 공간도 훨씬 넓지만 다가오는 느낌엔 별 차이가 없더군요. 뭘 어떻게 해도 이 어수선한 '간이 느낌'을 상쇄하긴 어려울 거예요.

 

△ 전시장 일부. 전시공간의 상당부분은 긴 통로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둘째, 접근성이 좋아진 대신 산만해졌습니다. 공간이 아닌 관람객 구성의 문제인데요. 원체 사람이 많은 장소인데다 연말연시다 보니 별 홍보 없이도 수많은 관객이 찾게 됩니다. 이건 분명 큰 장점이죠. 대신 일부러 찾아오는 관객으로 채워질 때와 전시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뭐야? 어, 레고네?"라는 멘트 자주 듣게 되더군요. 일장일단이 있겠습니다.

 

셋째, 조명이 어둡습니다. 큰 난점이죠. 낮엔 자연채광 때문에 괜찮은데 해가 지면(동지 무렵이라 무척 빨리 지잖아요) 꽤 어두워지고 맙니다. 천장이 너무 높고 일일이 스탠드 조명을 설치하기도 어려워 난감하겠더군요. 벽 쪽의 전시물들은 해결이 가능한데 가운데 있는 것들은 그만... 조명이 이런 판이니 "가동형 작품들이 멀뚱멀뚱 서있어요" 따위의 불평은 꺼내지도 못하겠더군요.

 

넷째, 부대행사가 거의 없습니다. 공간의 제약 때문인지 레고 제품 세일 말고는 부대행사가 전무하더군요. 세일 품목도 1년에 서너 번은 보아온 것들이라 관심 가질 만하지 않았구요. 과거의 브릭 월, 모자이크 월, 키즈 존, 포토 존, 부스트 체험전 등... 그립더군요.

 

장소를 옮긴 것은 큰 결정이었을 겁니다. 어른들의 사정이란 것도 있겠고 주최측도 많은 고민을 했겠죠. 아마 관객 수는 훨씬 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시란 것이 관객만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기 말고 다른 좋은 곳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군요.

 

△ 불국사 - 양승환(하야로비) 님 [앞모습].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래서 브릭'코리아'인 거죠.

 

△ 불국사 - 양승환(하야로비) 님 [옆모습]

 

△ 불국사 - 양승환(하야로비) 님 [일부]. 다보탑과 석가탑 사이의 참배객들. 이런 데서 레고다움이 배가되는 거죠.

 

 

전시작이 줄었...을까요?

 

오해를 덜고자 먼저 몇 가지 말씀을 드릴게요. 이번 전시작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서 사진으로 소개하는 작품들은 당연히 더 좋게 봤던 것들일 테구요. 재출품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도 환영입니다. 다른 나라 레고 전시회도 다들 그렇게 한다더군요. 커뮤니티별 출품에서 개인별 출품으로 바뀌었던 것처럼 이런 변화는 더 많은 가능성을 끌어안는 개선사항이라 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공간의 어수선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전시작이 아니라) 전시 자체가 예년보다 조촐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말이죠. 미술 쪽이라면 작가/작품이 아닌 기획자/큐레이터의 역량 부족을 지적 받았을 겁니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왠지 전시작 수도 줄어든 것 같구요.(예년에는 대략 400여점 내외, 이번엔 350여점이라는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수량보다 아쉬웠던 건 뭔가 축소된 듯한 흔적들이었습니다. 재출품작 중 여럿이 이전에 봤던 것보다 규모가 작아졌습니다. 연작으로 8개이던 것이 2개만 보인다든가, 가로세로 1미터가 넘는 디오라마였는데 일부분만 나와있다든가. 재출품의 장점은 예전보다 업그레이드된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아닐까요? 유튜브 요약 동영상도 아니고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축소판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한데요.

 

여러 해째 관람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브릭캠퍼스며 또다른 레고 전시회도 많이 있는 요즘이라 비교가 되어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료와 무료를 직접 비교하는 게 적절치 않을 수도 있겠죠. 주최측 사정인지 후원사 사정인지도 알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관객은 자기 눈으로 본 느낌을 간직할 뿐이지 저간의 사정같은 건 감안해주지 않는 법이니까요.

 

△ To Van Gogh from Vant, 김승유(Vant) 님. 작년엔 동백꽃, 올해는 해바라기네요. 많은 관객들이 '화구마저 레고'라는 걸 간파하곤 놀라시더군요. 이런 걸 많이 보고 싶었다구요.

 

 

이제부턴 작품 감상의 시간

 

좋은 작품은 모름지기 주위 사정에도 아랑곳 않고 빛을 발하기 마련이죠. 임의로 분야를 나눠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아이디어가 넘치는 창작물들입니다.

 

△ 포기하지 말아요(Come Alive), 진형준(육포공장) 님

 

여러 조각(오른쪽 사진 참고)이 합쳐져 하나의 완성된 모습(왼쪽 사진)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라는 작가노트의 내용 전해드려요.

 

△ 브릭으로 만든 작은 마을, 송하윤 님

 

여러 개의 마이크로형 작품들이 모여있으니 더 예뻐보이네요. 뒤의 작은 네 개는 각각 사계절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 The Pteridium Aquilinum var. Latiusculum, 정우현(퐁팡핑요) 님

 

무지무지 어려운 제목인데 검색해보니 고사리의 학명이군요. 왠지 시적인 작품. 퐁팡핑요 님의 만번대 차량 얼트 모델들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있죠. 리브리커블엔 차량 얼트 모델을, 전시회엔 알쏭달쏭한^^ 작품을 종종 선보이십니다. 2016년의 '혼자 추는 춤' 등.

 

△ 브릭 플랜테리어, 이관호(윈디파인) 님

 

늘 아이디어 충만한 창작물을 보여주는 또 한 분입니다. 작년엔 오토마타를 한아름 들고오셨는데 이번엔 식물(과 이중섭)이네요. '플랜테리어'는 식물이나 화분을 이용한 인테리어를 뜻한다고 합니다.

 

 

다음은 재현물/라이센스물입니다. 원래 있는 형상을 레고화시킨 경우를 통틀은 셈이죠.

 

△ 조, 이강준(FOLD) 님

 

아마도 '새 조 鳥'겠죠? 전형적인 조형물 타입의 작품으로 상당한 크기와 디테일, 우아함을 자랑합니다. 오른쪽에 있던 흰머리수리도 마찬가지였구요.

 

△ 크툴루, 윤홍준 님

 

러브크래프트가 만들어낸 크툴루 신화의 그 크툴루가 이런 모습이라고 하네요. 히어로 팩토리 타입의 캐릭터 창작물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 보헤미안 랩소디, 이강준(FOLD) 님

 

위의 조(공작)와 같은 작가입니다.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던 영화죠. 이런 디오라마엔 역시 커스텀 미피가 제격이에요.

 

△ 왕좌의 게임, 장정필(해피브릭) 님

 

[왕좌의 게임] 관련작품을 국내 전시에서 거의 본 적이 없다는 게 오히려 의아해요. 19금이라서인지? 커스텀 미피와 철왕좌가 돋보입니다.

 

△ 7살 아들과 40살 아빠의 연결고리, 배형렬(뻘밭) 님 & 배시윤(뻘밭주니어) 님

 

숱한 로봇/메카물 중에서도 각별히 눈에 들어왔던 작품. 저도 아들 아빠라서겠죠.^^ 아들이 어디까지 맡았을지 제 아들과 같이 궁금해 했더랬습니다.

 

△ 해리 포터 거리, 오지수(루시의별) 님

 

작고 예쁜 디오라마를 꾸준히 선보이고 계시죠. 2016년의 '북유럽의 거리', '고흐 시리즈' 등. 이번엔 해리 포터 거리인데 나이트 버스마저 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납작하게 평면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작풍.

 

그런데... 라이센스물 소개한다면서 스타워즈, 히어로물이 하나도 없네요. 무슨 심각한 의도라도? 그런 건 아니구요. 여전히 전시작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한데 예전에 이미 소개했거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것이 많아 넘어갈 뿐입니다.

 

하나만 얘기해볼게요. 다른 데서 본 것 같은 기분이야 라이센스물이니 당연한 거지만 같은 전시공간에 나와있는 작품들끼리마저 그런 느낌이라면? [엔드게임] 최종대결 씬만 하루에 서너 번 보게 되면 감흥이 덜할 수밖에요. 요즘 레고 스타워즈 제품들이 과거보다 못한 게 아니에요. 리뉴얼을 거듭했으니 오히려 낫죠. 하지만 놀라움은 전혀 늘지 않아요. 창작물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브릭코리아 2019, 여전히 흥미롭고 영감을 주는 멋진 창작품으로 가득한 전시였습니다. 다만 그 규모가 예전에 비해 좀 줄어든 것 같고, 무엇보다도 전시환경이 작품들을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더군요.

 

최근에 대규모 레고 전시를 여러 번 보신 경험이 있다면 힘들여 찾아갔을 때 기대만큼의 감흥이 아닐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특히 기왕 코엑스 쪽으로 발걸음 하실 일이 있다면 지나칠 이유가 없겠죠. 2020년엔 더욱 내실 있는 행사가 되길 기대하며, 후원사도 신경 좀 더 써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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