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를 위한 제주 시리즈
(1) 제주도 장난감 박물관 토이파크
(2) 브릭캠퍼스 제주 vs. 서울 전격비교
(3) 피규어 뮤지엄 제주 vs 서프라이즈 테마파크
[*브릭캠퍼스 서울관은 2020년 10월 11일로 문을 닫았습니다. 아쉽지만 다음번 더 좋은 기회를 기다려봅니다.]
2017년, "세계 최초, 세계 유일의 브릭 아트 테마파크"를 표방하며 ' 1브릭캠퍼스 제주'가 문을 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레고/브릭 전문 상설 전시공간으로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인 건 확실했지요. 그리고 2년 후인 지난 2019년 7월, 서울숲 옆에 '브릭캠퍼스 서울'이 또 문을 열었습니다. 최근 두 곳을 연달아 방문할 기회가 생겨 비교기를 준비해봤습니다. 두 곳의 브릭캠퍼스, 어디가 어떻게 다르고 좋을까요?
1. 위치: 제주 <<< 서울
말할 것도 없이 서울 압승입니다. 전국민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 지역에서도 중심부에 위치해있으니까요. 하지만 국내 최고의 여행지인 제주도에 자리 잡은 제주관도 나쁜 위치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놀이공원이나 수목원처럼 자주 방문할 일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공항에서 승용차로 20~30분 거리에 불과하기도 하고, 비 오면 대책 마련에 분주해져야 하는 제주 여행에서 비장의 카드로 활용하기에도 좋습니다.
2. 규모: 제주 > 서울
동네 땅값이 얼만데 서울관에서 제주관만한 규모를 기대할 수 있겠어요.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제주관은 이름 그대로 캠퍼스스러운 반면 서울관은 큰 빌딩의 지하층 일부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기분상으로도 제주관은 여행지를 찾은 느낌, 서울관은 전시장에 온 느낌.
하지만 거꾸로 말해 서울관이 공간 활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넓은 전시공간은 물론 다양한 부대시설을 널널하게 굴리고 있는 듯한 제주관과 달리 서울관은 한 평이라도 쥐어짜려는 대도시 전시공간의 특징 그대로였거든요.(그러니까 대체 평당 얼만데...)
제가 찾은 9월초의 제주관이 마침 일부 교육시설 등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었을지도요. 제주관은 야외공간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3. 전시 자체: 제주 ≤ 서울
두 공간의 전시기법은 일관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잘해놨어요. 그동안 다녀온 레고/브릭 전시회는 늘 복작복작한 산업박람회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이곳들은 말 그대로 작품 전시장. 간단하게 '행사장 대 미술관' 떠올리시면 됩니다. 이처럼 좋은 여건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들이 부럽기도 하더군요.
다만 전시작의 성격은 조금 다릅니다. 제주관이 지난 여러 해동안 온/오프에서 익히 보아온 명작들의 컬렉션같은 성격이라면 서울관은 화제의 신작들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서울관의 신선도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일반 관람객이라면 어느 쪽이라도 충분히 만족하실 듯합니다. 입장료 아깝지 않았어요. 2
다만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역시나 움직이는 작품들의 문제입니다. 기기묘묘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작품 대부분이 여전히 본모습을 뽐내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네요. 고작 소형 모니터 속 동영상으로 보여질 뿐. 그러려면 왜 전시장을 직접 오나요? 그냥 유튜브 들어가지.
레고는 으레 그러려니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하비가 아니라 아트라면서요. 세상 어느 미술관이 원래는 움직이는 작품(요즘엔 미술 쪽에도 그런 거 많아요)을 편의상 세워놓던가요? 직원이 붙어앉아서 직접 구동시키든, 시간당 1회라도 구동이 되게 해놓든, 부품이 마모되면 수시로 교체를 하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 내고 들어온 관람객들이 작동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류의 작품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이니 더더욱.
다행히도 서울관의 일부 작품(기차, 테크닉 등)은 부분적으로나마 구동이 가능하게 되어있더군요. 내가 다 반갑더라는... 이런 이유에서라도 전시 자체로는 서울관이 약간 더 좋았다고 해야겠네요.
말 나온 김에 주요 전시작 좀 더 보시죠. 무작정 많이 찍어올리기보단 장르별, 작가별로 최대한 골라봤습니다.
4. 부대시설: 제주 > 서울
규모에 비례할 수밖에 없겠죠. 제주관은 일단 아이들을 위한 체험관과 샵이 별도의 건물로 독립되어 있구요. 꽤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는 샵이 1층에, 체험관이 2층과 3층에 나뉘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정문 옆엔 특이한 모양(과 높은 가격)으로 유명한 브릭 버거를 파는 식당도 널찍하게 따로 자리하고 있지요. 3
반면 서울관은 행사장으로의 유턴입니다. 자투리 공간에 체험시설, 샵, 까페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요. 저 훌륭한 양면 모자이크 앞에 유모차들 주차된 것 좀 보세요. 내내 미술관이다가 막판에 다시 박람회장이 되니 "레고는 역시 애들 장난감이었어"라는 결론에 이르는 듯. 상쇄시켜주려는 의도였는지 나오는 길에 레고 사진 작품들이 전시돼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주차 편의성도 당연히 제주 완승입니다. 제주도의 대다수 시설처럼 넓은 야외주차장이고 주차비 없습니다. 반면 서울관은 아무리 싸도 2시간 3000원(전시장 내 샵에서 주차할인권 구매 필수)이고 거기서 넘어가면... 서울 주차비 아시죠?
결론적으로 서울관이 멀지 않으면 꼭 한 번 들러보세요. 아이와도 좋고 데이트 코스로도 좋습니다. 서울숲도 바로 옆이구요. 그리고 제주도 가게 되면 제주관도 꼭 들러보세요. 특히 가족여행지로, 비오는 날 대안으로 최고입니다. 두 곳의 전시작 내역은 완전히 다르므로 둘 다 가셔도 좋습니다.
아무쪼록 잘 운영되기만 바랄 뿐입니다. 적절한 전시작 교체, 가동형 작품들에 대한 대책 수립, 다양한 부대행사 개최도 기대해봅니다. 해외 작가들이 "한국의 브릭캠퍼스에서 전시 한 번 해보고 싶어" 안달할 날이 곧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