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리지널 모델
- 품명: 10252 폭스바겐 비틀 Volkswagen Beetle
- 테마: Creator - Expert - Vehicles
- 부품: 1167개 | 길이 29cm
- 출시: 2016년
- 정가: 139,900원 | 99.99달러 | 89.99유로
- 평점: 10 / 10
- 한 줄 평: 레고 조립 뭐 있어 하는 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걸작
제이미 버라드 Jamie Berard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1975년 미국 생. 현재는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디자인 총괄팀장 쯤을 맡고 있죠.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레고 르네상스를 일구어낸, 특히 성인 레고 매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되게 만든 일등공신입니다. 모듈러, 랜드마크, 놀이공원, 윈터 빌리지, 탈것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레고에서 내놓은 만번대 명작의 대다수가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마이크 사이키 Mike Psiaki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1986년 미국 생. 우주항공과 기계공학 전공. 제이미의 후계자로 불리고 있는 인물이죠. 2014년부터 시작해 줄곧 크리에이터/엑스퍼트 라인에서 걸출한 물건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페라리, 비틀, 애스턴 마틴, 포드 머스탱과 같은 '국민차' 라인을 비롯, (신) 회전목마, 다운타운 레스토랑 등이 그의 것입니다.
목록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 마이크의 디자인에는 뚜렷한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a. 제이미와 달리 색감과 조형감각이 그다지 출중해보이진 않습니다. 제이미는 멋진 모델을 기발한 조립법으로 만들어낼 뿐 아니라 디자인 감각 자체가 매우 출중한 인물입니다. 뭘 만들어도 일단 보기에 좋아요. 그러나 마이크는 들쑥날쑥하죠. 분기점은 아예 새로운 형상을 창조했느냐 여부에 있더군요. 그런 경우엔 빼어난 조립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완성 후 모습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31032 레드 드래곤, 31034 비행 로봇은 물론 다운타운 레스토랑도 같은 케이스라고 봅니다.
b. 대신 원래 있는 형상을 레고로 옮겨온다면 이런 단점은 말끔히 커버될 겁니다. 공룡(31058)이나 회전목마(10257)같은 경우겠죠. 과연 닌자고같은 건 절대 못 맡길 인물인 반면 이미 존재하는 자동차 모델을 레고화하는 거라면 물 만난 고기인 셈. 앞으로도 여러 해동안 실물 재현형 대형제품의 상당수는 그의 손을 거칠 듯합니다. 제이미의 전성기가 10년쯤 지속됐다고 보면 그의 시대 역시 반밖에 지나지 않은 거니까요.
c. 실물 재현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지만 대형 모델은 사람들의 기대치가 워낙 높아놔서 말이죠. 특히 그가 참여하는 크리에이터/엑스퍼트 라인은 신규/특수부품을 가급적 쓰지 않고 조립 아이디어를 짜내는 분야로 굳어져버린지라 만만치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너끈히 해내고 있어요. 적어도 조립 아이디어, 달리 말해 만드는 재미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게 마이크인 듯합니다.
한 마디로 미술적 두뇌는 평범한 대신 기하학적 두뇌가 뛰어나달까요?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할 만큼 너드스러운 면도 있는(그래서 요즘엔 아예 오피셜 디자이너 비디오를 남이 대신 찍는) 그의 비범한 재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걸작이 10252가 아닐까 합니다.
레고에서 한 번 냈다 별 재미를 못 봤던, 이 현대적 곡선미의 아이콘과도 같은 '계륵'을 과감히 다시 꺼낸 마이크는 그야말로 신묘한 조립 아이디어 대잔치를 벌입니다. 0.5 스터드/플레이트의 마법 시연회라고나 할까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플레이트 3개를 겹쳐쌓으면 브릭 하나 두께가 된다는 것까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1스터드 폭은 플레이트 두께로는 얼마일까요? 정답은 2.5입니다. 실제 조립에서는 주로 2:5나 4:10 비율이 활용되겠죠. 일반적으로 스터드 폭은 x축이고 플레이트 두께는 y축이니까 상관 없을 것 같지만, 그리고 0.5 스터드/플레이트짜리 부품은 있지도 않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거든요. 각종 브라켓, 패널 등이 난무하는 (동시에 체계성을 포기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요즘 레고에선 이 0.5의 활용 여부에 따라 가능성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1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 바로 10252입니다. 비틀 특유의 곡선을 살리려고 그랬다고는 하는데, 마치 자기 머리 속에 넘치는 조립 아이디어들로 3D 디오라마를 구현해놓은 듯한 느낌마저 받습니다. 근데 과하다는 생각이 안 드네요.
많은 분들이 이 모델의 유려한 곡선미, 쾌청한 색감, 여기저기 열리고 닫히는 기능 등을 거론하시지만 그건 다이캐스트 제품에서도 다 찾을 수 있는, 아니 더 잘 찾을 수 있는 항목들일 겁니다. 이 모델의 진가는 일일이 조립을 해봐야만 비소로 드러납니다. 진짜 레고죠. 제이미의 걸작 중에서도 첫손으로 흔히 10243 파리의 레스토랑을 꼽듯, 마이크의 것으로는 10252를 꼽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한동안은요.
그리고 이 멋진 제품을 강호의 '크리에이터 엑스퍼트'들은 얼터너트 빌드라는 최선의 예로써 대우하고 있습니다. 국민차 라인이란 게 워낙 얼트 빌드가 활발한 분야이기도 하구요.(10220 캠퍼밴은 이미 소개한 바 있죠.) 리브리커블의 해당 항목만 찾아봐도 풍요롭군요. 또 하나의 얼트를 보탤 능력이 안 되는 저로선 그 중 몇몇을 만들어보고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아래의 항목은 지속적으로 사후추가될 예정입니다.)
(2) 폴크스바겐 비틀 카브리오 VW Beetle Cabrio
- 창작가: fgee (Lucky-Ramses 것의 수정)
- 내용: 10252를 컨버터블로 소폭 개조 | 10252에는 없는 부품을 일부 사용하는 'Modifications'
- 사용 부품수: 999개 (10252에 없는 것 36개 포함)
- 공개: 2016년
- 한 줄 평: 심플하고 스마트한 튜닝 옵션
첫 번째는 가장 간단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컨버터블 타입으로의 소폭 수정 버전입니다. 위에서 밝혔듯 Lucky-Ramses의 1차 수정 버전을 다시 조금 고친 것인데요. 특히 오리지널 모델의 정신 사나운 지붕이 취향에 맞지 않는 분들에겐 더 나아보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다른 부분 건드리는 일 없이 딱 컨버터블로의 튜닝만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부품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평범한 블랙 플레이트 위주로 36개). 비록 지붕을 진짜로 열고닫을 수는 없지만 오리지널 모델이 살짝 지겨워질 때 가벼운 변주로 시도해보기 좋습니다.
잘 만들어진 PDF 인스를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꼽을 만하겠습니다. 특히 오리지널 인스와 다른 부분만 콕 찝어서 열거해놓은 점이 마음에 들더군요. 추가로 필요한 부품 목록이 인스 맨뒤에 따로 정리되어 있으니 그 부분부터 미리 확인하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창작가는 이 외에도 엑스퍼트 차량 얼트 모델들 여럿의 수정 버전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화자, 하나같이 무료 PDF로군요.
(3) 사이키델릭 클래식 롤스로이스 Psychedelic Classic Rolls-Royce
- 창작가: timeremembered (가루녹차)
- 내용: 10252의 부품만으로 클래식 롤스로이스로 변신. 존 레논의 롤스로이스를 참고해 사이키한 느낌 강조
- 사용 부품수: 1067개
- 공개: 2016년
- 한 줄 평: 놀랍고도 과감한 일대변신
리브리커블에서도 손꼽히는 얼트 빌더의 하나인 한국인 창작가 가루녹차 님(리브리커블에선 timeremembered)의 작품으로, 모든 10252 관련 창작 중 제일 높은 좋아요 수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고 창작가의 리브리커블 공개작 중 인기순위 2위이기도 합니다.
작고 예쁜 차의 상징인 비틀이 크고 화려한 차의 상징인 롤스로이스로 변신한 것도 모자라 히피 스타일의 사이키델릭함을 뽐내기까지 하는 것이 특징. 아마도 부품 사정과 관련이 있었을 듯합니다. 무채색-저채도의 내장재들과 짙은 하늘색 외장재로 양분되는 10252의 부품 구성에서 평지돌출같은 존재가 아이스박스와 서프 보드죠. 보통은 얘네들을 벌크함에 구겨넣고 말텐데, 오히려 적극 활용해 알록달록함을 강조한 과감한 디자인입니다. 다만 호오는 갈릴 수도 있겠어요.
또 하나의 특징은 조립법에 있습니다. 오리지널 모델과 얼터너트 빌드 간엔 부품 목록이 공유될 뿐이지, 조립법의 특징까지 비슷하게 가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엔 위에서 말한 오리지널의 독특한 조립법을 부분부분마다 적극 도입하고 있어 만드는 과정의 재미까지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가루녹차 님의 10252 얼트로는 이것 못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는 빈티지 트럭(아래 6에서 소개합니다)도 있으니 끝까지 봐주시구요. 둘 다 아주 잘 만들어진 PDF 인스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부품수 1000개 남짓 되는 창작품을, 그것도 공들여 PDF 인스까지 만들고서 무료 공개하는 일은 요즘 흔치 않죠.
(4) 케이터햄 7 Caterham 7
- 창작가: xx1Andi
- 내용: 10252의 부품만으로 클래식 레이싱카인 케이터햄 7으로 변신
- 사용 부품수: 약 800개 (정확치 않으며, 이유는 밑에서 설명합니다)
- 공개: 2016년
- 한 줄 평: 뽀대 하나로 용서되는 허약 체질과 인스 부재
10252와 같은 해에 아이디어 테마로 제품화된 21307 케이터햄을 얼트로 뚝딱 빚어낸 사례. 21307에 비해 조금 부족해보이는 거야 당연한 얘기겠지만 적어도 색감만큼은 노랑병아리보단 이쪽이 나아보입니다. 부품 수와 크기도 엇비슷해보이네요. 시트가 너무 큰 것만 잘 다듬으면 한결 나을 듯도 싶습니다.
특유의 납작한 쐐기형 차체를 재현하느라 고심한 흔적이 많이 엿보이는데요. 게다가 얼트 빌드다보니 희생양이 된 건 견고성. 약하기로 소문난 21307보다 한결 심합니다. 앞바퀴 머드가드('휀다')의 조립은 상당히 참신하긴 하나 간신히 매달려있는 수준에 불과하며 헤드라이트, 보닛, 배기관까지 튼튼한 부분이 거의 없어 옮기는 것조차 조마조마합니다. 뒷바퀴 머드가드는 제위치에 있기도 힘들어 제가 임의로 약간 수정한 게 위의 사진이에요.
또 하나의 단점은 인스의 부재입니다. lxf 파일만 무료 공개되어있는데 그나마 LDD 상의 충돌 등의 이유로 제대로 다듬어져 있지도 않습니다. 파일을 열어보시면 여분 파트들이 옆에 나열되어있을 거예요. 충돌 문제 때문에 본체에는 대충 수정한 걸 붙여놓고 원본은 옆에 떼어놓은 겁니다. 그밖에도 말끔히 정리되지 못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죠.(부품 수를 정확히 적지 못한 이유입니다.) 다행히 LDD의 빌딩 가이드 모드로 간신히 따라만들 정도긴 합니다만.
근데 겉모습만큼은 과연 인상적이기 짝이 없단 말이죠. 심지어 (열어보긴 힘들지만) 엔진까지 재현되어 있어요. 이런 구형 레이싱카는 정식 제품이건 MOC건 레고화된 게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납니다. 창작가는 이것 외에도 다양한 국민차 라인의 얼트 모델들을 공개하고 있으니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5) 폴크스바겐 비틀 핫로드 VW Beetle Hot Rod
- 창작가: buildme
- 내용: 10252의 부품만으로 비틀을 핫로드 타입으로 개조
- 사용 부품수: 874개
- 공개: 2017년
- 한 줄 평: 둥글둥글한 첫인상 뒤에 숨겨진 탄탄한 내실
'비틀을 가지고 핫로드 개조를?'이라는 생각부터 우선 들기 쉽고 '역시 뭐 그냥저냥 소폭 개조네'라는 게 사진만 봤을 때의 첫인상이기 쉬운 모델. 그러나 원작 그대로인 건 보닛과 엔진 정도일 뿐인 대폭 개조이자 어느 얼터너트에도 뒤지지 않을 탄탄하고 다부진 내실을 자랑합니다.
무엇보다도 만드는 재미가 뛰어나요. 평이하게 시작하는 것 같다가 뒤로 갈수록 흥미로와지더군요. 그러고도 내구성까지 잡았습니다. 어느 부분을 잡고 들어도 안심일 안정적인 구조는 단지 갖고놀거나 청소하기 쉬우라는 게 아니죠.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의미일 겁니다.
아주 잘 만들어진 인스가 (거의) 무료로 제공되는 것도 장점입니다.(얘기하다 보니 위의 케이터햄과 정반대네요.) 특이하게도 모바일 앱 으로 나와있는데 광고가 포함된 무료 버전이고, 1달러를 결제하면 바로 광고가 사라집니다. 만들어보실 거라면 당연히 결제하는 쪽을 권하구요. 참고로 이 분의 인스 중 이 모델이 유난히 싼 겁니다. 오르기 전에 구해두시는 것도...
창작가는 중대형 자동차 전문이더군요. 10242 미니 쿠퍼의 얼트들이 제일 유명하고 그밖에도 직접 창작하거나 얼트로 만든 500~1000여 피스짜리 차량이 여럿 됩니다. 같은 10252로 꽃게를 만들어버린 유쾌한 작품도 있으니 한 번 살펴보세요.
(6) 빈티지 트럭 Vintage Truck
- 창작가: timeremembered (가루녹차)
- 내용: 10252의 부품만으로 만들어낸 구식 소형 픽업 트럭
- 사용 부품수: 862개 (오리지널 모델의 서프 보드와 아이스박스는 제외)
- 공개: 2017년
- 한 줄 평: 착실하게 백 투 더 베이직
위 3번의 롤스로이스가 일대변신이라면 이번엔 기본으로의 회귀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본 듯한 구식 픽업 트럭. 우리나라에선 포터에 밀리고 SUV에 치어 구경하기 힘든 차종이지만 미국에선 자동차 판매순위 최상위권에 늘 올라가 있다죠.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넘칩니다. 조립법과 외관 모두 스탠더드에 보다 가깝네요. 전 특히 그릴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트럭임에도 뭐가 많이 됩니다. 양쪽 문짝과 운전석 지붕이 열리는 거야 기본. 간소하게나마 보닛을 열고 엔진을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화물칸엔 오리지널 모델의 서프 보드와 아이스박스를 실을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네요. 이 화물들은 인스에도 없고 부품 수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모델에서 그대로 가져오시면 돼요.
100개 가까운 가루녹차 님의 리브리커블 공개 창작품 중 좋아요 수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작이기도 하구요(롤스로이스는 2위).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주 잘 만들어진 PDF 인스가 무료로 공개되고 있어 안 만들어보면 손해를 보는 경우입니다. 가루녹차 님은 2019년에도 미니 음향기기 시리즈를 중심으로 여전히 활발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계시죠.
- 한편 테크닉 빔과 테크닉 브릭 사이엔 비율 대신 수열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3홀짜리 빔으로 테크닉 브릭들을 세로 연결하려면 중간에 2 플레이트를 더해주면 됩니다. 브릭 2 + 플레이트 2 = 8 플레이트 높이겠죠. 이게 반복되니까 결과적으론 '테크닉 브릭 1 + 플레이트 2' 순서로 계속 쌓으면 몇 홀짜리 빔과든 잘 맞게 됩니다. 수열로 정리하자면 빔은 3-5-7 식으로 +2의 반복, 플레이트는 8-13-18 식으로 +5의 반복인 거죠. 다만 실제로는 플레이트 대신 해당 수량의 브릭으로 채워넣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