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 모델

레벨(Revell) 스타워즈 - 리퍼블릭 건쉽 1:74

apparat 2016. 10. 25. 16:20
  • 품명: Republic Gunship 1:74 - Star Wars 'Clone Wars' EasyKit Series

  • 회사: 레벨 Revell (독)

  • 품번: 06687 (06667/85-1865의 rebox) [Scalemates DB]

  • 재원: 길이 약 24cm | 49개 부품 | 기본도색 완료

  • 출시: 2013년 (06667/85-1865는 2009년)

  • 평점: 6 / 10


지금이야 스타워즈마저 반다이 천하가 된 프라모델계입니다만, 그 회사조차 어린애 장난감같은 단색 플라스틱 쪼가리를 건담이랍시고 내던 80년대 초반에도 스타워즈 프라모델은 있었습니다.

이제는 인수합병의 연속으로 누가 누구 밑인지도 헷갈리게 된 MCP, AMT, 모노그램같은 미국 회사들의 제품이 그것이죠.

놀랍게도 여지껏 1980년판 스노우스피더, 1981년판 AT-AT같은 고물들을 간간이 리박스(내용물은 같고 포장만 바꿔서 재출시)하곤 하며, 그걸 여지껏 팔고 있는 국내 프라모델 전문샵들도 있습니다.



길고 긴 시간이 흘러 2005년, 미국에 본적을 두고 독일에 분사가 있는 레벨(Revell)에서 본격적으로 스타워즈 기체들을 출시하기 시작하니 이름하여 '이지킷(EasyKit)'시리즈라 합니다.

아무리 반다이가 정벌에 나서고 있다 해도 아직까지 가장 다양한 스타워즈 기체를 내놓은 업체는 물론 레고구요^^. 완제품 타입까지 포함한다면 해즈브로 등 많은 미국 업체들이 있겠지만 프라모델로만 국한한다면 레벨일 겁니다.


임페리얼 셔틀, 공화국 스타 디스트로이어 쯤은 기본이고 드로이드 트라이파이터, ARC-170, AAT, 마그나가드 파이터, AT-TE, AT-RT, V-19 토렌트 스타파이터 등 별 게 다 있죠.

시리즈 역시 기본이 되는 '이지킷' 외에 손바닥 안에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이지킷 포켓', 유아용 장난감에 가까운 '빌드앤플레이', 일본 파인 몰즈(Fine Molds) 제품의 리박스인 '마스터 시리즈' 등 여럿 됩니다.

그 중 이지킷 시리즈로 두 차례에 걸쳐 출시된 리퍼블릭 건쉽을 오늘의 주인공으로 소개합니다.



이제 결론을 미리 말씀드릴게요. 안 사시는 게 속 편합니다;;

이지킷 시리즈는 명칭만큼이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군입니다. 8세 이상용, 고작 50개 내외의 부품, 접착제가 불필요한 스냅온 방식, 심지어 공장에서 기본도색까지 다 해서 나온다는 간편성이 홍보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헐하다는 얘기예요. 반다이의 발가락에도 못 미치는 디테일(기체 내부는 거의 생략), 외부조차 부족한 재현성(그럼 어디가 모델이란 거냐), 너무나 싱거운 조립과정, 스냅온까진 좋은데 가조립 삼아 한 번 끼워놓으면 다시 분해하기가 곤란한 마의 결합력, 데칼이나 스티커는 아예 넣어주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기본도색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싸구려 수준이라 피로감을 배가시킵니다.

그런데 가격은 반다이보다 비싸요. 크기가 달라 1:1 비교는 어렵지만 대략 1.5~2배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가가 좀 비싼 것이고 반대로 반다이의 국내가가 싼 것이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런 줄 알면서도(레벨 제품이 전반적으로 일본 회사들에 비해 평가가 안 좋습니다) 한두 개씩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놈의 품목 때문이겠죠. 리퍼블릭 건쉽만 해도 프라모델 중에선 현재 이것 외에는 동사의 이지킷 포켓 제품(길이 10cm 가량)밖에 없으니까요.

2009년에 6667번으로 처음 나온 본 제품은 2013년에 6687번으로 리박스된 바 있습니다. 85-1865번으로 '스냅타이트 시리즈'라고 적힌 박스도 있는데, 독일과 미국에서 제품번호와 시리즈 명칭을 다르게 붙여놓은 것일 뿐 내용물은 동일합니다.

독일의 이지킷 시리즈를 미국에선 스냅타이트 시리즈로 박스만 바꿔 내기를 10년 가까이 하다가 2015년부터 스냅타이트 맥스로 시리즈명이 바뀌었지만 뭐가 나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더군요.

국내가격은 (6667은 품절되었고) 6687이 55800원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국내 프라모델 전문샵들의 경우 할인행사를 하지 않는 한 가격이 동일한 경우가 많죠.

만드는 데는 고작 한 시간 이내, 대신 도색 등 겉치장에 몇 주일을 까먹게 되는 두려운 물건이 되겠습니다.



일단 겉모습부터 보시면 우리가 아는 그 리퍼블릭 건쉽과 꽤 비슷합니다^^; 에피소드 2의 지오노시스 전투와 3의 우타포 전투에서 맹활약을 펼쳤죠. 클론 전쟁 애니야 물론이고 반란군 애니에서조차 고철덩어리가 되어 간간이 등장하곤 합니다.

아파치 헬기 정도를 모델로 한 듯하죠? 유니크한 외관에 9개에 이르는 각종 발사대, 언제라도 강하를 준비하는 듯한 여러 개의 탑승구(영화에선 거의 항상 열려있죠), 배틀드로이드들을 짐짝처럼 쓸어버리던 호쾌한 첫등장이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이 제품엔 발사대 2개가 없어요. 양쪽 옆으로 튀어나와있어야 할 공모양 터렛들이 간단히 생략되었습니다. 이미 회복불가. 더불어 날개 양쪽 끝의 터렛들도 정체불명의 구체로 변모.

탑승구 역시 원래는 앞부분에 좁은 것 하나, 뒷부분에 넓은 것 하나가 있고 뒷부분 일부에만 문짝이 보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내부수납식이라 열면 안 보이나봐요.

본 제품은 이 또한 과감히 개조했습니다. 앞쪽 탑승구는 생략, 뒷쪽도 문짝 두 개가 다 보이며 앞뒤로 열리는 것으로 개조, 문짝 중간의 뚫린 구멍들은 그냥 회색으로 처리... 나머지 소소한 생략, 변형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대신 뜬금없이 기체 뒷부분에도 문짝이 달려있어 상륙장갑차처럼 활짝 열립니다. 그리고 조종석과 기체 내에 각각 2명의 클론 파일럿과 4명의 클론 트루퍼가 탑승합니다. 레고 미피 1/4 정도 크기의 통짜 고무 제품이에요.

그래서 영화에선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탑승구 3면 개방과 폐쇄가 가능해졌습니다. 어떻게든 문을 여닫을 수 있다는 건 만족스럽군요. 그 외에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앞뒤 포신의 각도 정도가 전부구요.



하지만 가격이나 형태보다도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건 그놈의 기본도색이었어요. 저 인상적인 적갈색 포인트 컬러가 빛바랜 시골 이발소 간판처럼 희끄무레한 색으로 탈바꿈해있는 사진을 구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군데군데 웨더링이랍시고 어이 없는 붓자국으로 떡칠을 해놓은 데다 밑바닥엔 시커먼 반점 서너 개를 꾹꾹 찍어놓기까지... 예컨대 이 페이지에서 조립 이전 및 기본도색 상태의 완성품을 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사진들 클릭하시면 크게 보입니다).


한심해서 도저히 봐주지를 못하겠습니다. 버리든 싹 다시 칠하든 둘 중의 하나죠.

그래서 사진처럼 어설프게나마 겉치장을 하는데 쉬엄쉬엄 작업하느라 두 달 가까이가 걸리고 말았네요.

일단 적갈색 포인트들부터 조색해서 전부 다시 칠하고, 회색 부분도 일부 재도색하고, 역시 어설프게 마무리된 클론 인형들도 손봐주고, 몇 가지 더 고친 뒤 그래도 남은 어이 없는 붓자국들은 사포로 갈아내야 했습니다.

그 뒤 웨더링을 시작하고 보니 이때부턴 자신의 한계와 맞닥뜨리게 되더군요. 거친 전투를 많이 겪은 기체라는 생각에 과하게 더럽혔다가 싹 다시 지워내기를 두 번쯤 하고서야 고작 이 정도로 마무리입니다.

그나마 구글에서도 딱히 좋은 작례를 찾기 어렵더라는 데서 위안을 삼긴 하지만 그거야 고수들이 이 물건에 신경을 안쓴 탓이겠죠.



곡절 끝의 완성이긴 해도 두 달 가까이 주무르다보니 미운정은 들더군요.

클론들 역시 영화만으론 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애니들을 찾아보면서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구나, 그들 역시 사람이었구나.

이 물건도 좀 어두운 데 놔두고 흘깃 쳐다보면 또 그런대로 봐줄 만하군요. 하지만 반다이나 드래곤에서 제품화를 시켜버린대도 견딜 수 있을지...


역시 일본, 홍콩 회사들의 신제품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쪽이 나을 듯합니다. 이 시리즈는 전부 비추인 걸로.

여전히 이 회사 제품으로만 세상에 존재하는 몇몇 기체가 자꾸 생각나긴 하지만 괜히 또 샀다 후회하기를 반복하느니 애써 잊는 쪽이 속 편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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