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명: The Dark Knight Trilogy - Batmobile(Tumbler), Bat-pod, Batman(Figure Set) 1:25
회사: 뫼비우스 Moebius (미)
평점: 9 / 10
올 여름 혹서를 핑계로 밤마다 에어콘 틀어놓고 작업을 이어갔던 뫼비우스 배트맨 3종 세트입니다.
하루에 3시간여씩 약 열흘, 물론 띄엄띄엄이니까 시작한 날로부턴 한 달은 족히 지났겠네요.
그 이상 긴 시간은 눈이 아파서 못하겠어요. 진짜로 ㅠㅠ ← 이렇게 되더군요. 프라모델이란 이제 아저씨들의 취미로 남은 장르니까요.^^;
어떻든 명색이 배트맨입니다. 그것도 무려 다크 로드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DC의 유일한 성공작에 등장하는 역대급 기체들인 텀블러와 배트팟인 거죠. 배트맨 피겨 두 개는 끼워팔기같은 거구요.
레고 제품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이 두 기체(사실상 DC를 통틀어 내세울 만한 단 두 개의 기체)의 디자인은 SF 영화사에 두고두고 남을 만큼 탁월한 것이었죠.
60년대 TV판부터 올해까지 수많은 배트모빌이 명멸을 거듭해왔지만 텀블러보다 인상적인 녀석은 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배트팟이라니, 항복일 수밖에요.
수퍼히어로 중 거의 유일하게 각종 기체를 애용하여 완구회사들의 배를 불려주는 위인인 만큼 배트맨 관련제품은 하고많습니다.(악을 퇴치하는 영웅인가, 우리의 지갑을 터는 악당인가.)
레고와 완성형 피겨는 물론 프라모델로도 AMT, 레벨, 반다이, 아오시마 등 많은 업체들이 다뤄왔지요.
그 중 뫼비우스라는 브랜드는 저로선 이번이 첫 조우인데, SF와 호러물을 전문으로 하는 자칭 마이너 기업입니다. 오래 되지 않은 미국 회사인 걸로 알고 있구요.
희한하게도 텀블러는 2005년 반다이의 1/35 모델 외에 별다른 제품을 찾아볼 수 없던데,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유일한 제품이 뫼비우스 것이기도 합니다.
이것과 스케일까지 짝을 이루는 배트팟과 배트맨 피겨셋은 아예 다른 업체 물건을 찾을 수도 없었구요.
맨위에 간단히 모아서 써놓은 걸 품목별로 헤쳐모으자면;
품명: 다크 나이트 배트모빌(텀블러) | 스케일: 1/25 | 완성품 크기: 길이 17.5cm | 부품수: 128개 + 고무타이어 6개 + 금속 샤프트 1개 | 발매: 2013년 | 가격: 미국 아마존 실구입가 \40000 (배송료 별도)
품명: 다크 나이트 배트팟 | 스케일: 1/25 | 완성품 크기: 길이 14.5cm | 부품수: 49개 + 고무타이어 2개 | 발매: 2012년 | 가격: 미국 아마존 실구입가 \22500 (배송료 별도)
품명: 다크 나이트 배트맨 피겨키트셋 | 스케일: 1/25 | 완성품 크기: 키 7.6cm(서있는 배트맨) | 서있는 배트맨 & 위 2에 탑승되게끔 자세를 잡고 있는 배트맨 | 발매: 2012년 | 가격: 국내 온라인몰 \22500
1, 2는 국내 구입이 어려운데 미국 아마존 가격이 괜찮고(둘 합쳐서 배송료 13500원), 3은 반대로 아마존에선 구하기 힘든데 국내에선 비싸게나마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몇 달 전 구입 당시의 여건과 가격이었으니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는지는 모르겠군요. 그래서, 이렇게 생겼습니다.
텀블러 + 서있는 배트맨입니다.
배트맨 피겨들의 경우 전혀 가동이 되지 않습니다. 그냥 폼이에요. 저런 거 두 개에 2만원을 넘게 받다니, 레고보다 더한 놈들입니다. 물론 국내가가 많이 높은 거겠지만.
애초에 전체도색을 전제로 하기 마련인 밀리터리 제품들과 달리 SF 제품들은 색분할이나 사전도색이 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얘네는 원체가 까마귀 톤인데다 반다이같은 퀄리티를 기대할 만한 회사는 아닌 관계로 알아서 도색을 해줘야 합니다.
성실한 분들은 본체까지 일일이 약간 더 까맣고 조금 덜 까맣게 도색을 하시지만 저같은 베짱이가 그럴 수야 없죠.
유리창 부분의 클리어파트만 제외하고 몽땅 검은색인 부품들 중 내부(조종석) 전체와 외부의 작은 파트들에만 도색이 들어갔습니다.
피겨 역시 원래는 올블랙이어서 눈, 입, 벨트에만 색칠을 했구요. 눈동자만큼은 도저히 요령부득이어서 미피라 치고 그냥 흰색으로.
옆태, 앞태도 인상적이지만 특히 뒷태가 이만한 자동차도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군용트럭처럼 커다란 타이어 두 개를 겹쳐놓은 뒷바퀴들은 유일한 금속부품인 샤프트로 이어져있어 안정감을 줍니다. 대신 바퀴가 돌아간다는 것 외의 기믹은 전혀 없어요.
위에 달린 '날개'들 접착하느라 삼복더위에 땀 좀 흘렸던 기억이네요.
전체적인 비율이나 완성도는 준수한 편이지만 개별부품들의 조립용이성, 설명서의 친절도 등은 좀 떨어집니다. 반다이보다는 물론 못하고 레벨 따위보다는 나은 정도?
콕핏을 개방한 상태입니다.
영화에서는 저게 미닫이 식으로 뒤로 열리죠? 이 제품은 원래는 안 열립니다;; 설명서엔 그냥 접착제로 붙이라고 되어있고, 안 붙인 채 놔두면 조금 삐걱대긴 해도 가끔 개폐가 가능한 정도는 됩니다.
개방된 천장부도 딱히 고정시키는 곳이 있는 게 아니라 뒷날개에 적당히 걸쳐놓은 건데 제 눈엔 그럴싸해보이더군요.
조종석 내부는 거의 전면도색입니다. 악몽의 블루스크린이 떠있는 모니터만 무려 8개... 이걸 언제 다 보면서 조종을 하는지.
도색해놓고 뚜껑 접착해버리기가 너무 아까워서 어떻게든 개폐가 가능하게 개조해볼 작정이었는데, 그냥 요령껏 끼워넣고 잡아빼면 되더군요-_-
배트맨은 간지죠. 아니면 몸싸움이나 일삼는 자가 뭔 망토차림에...
이어서 배트팟 + 탑승형 배트맨입니다.
저거 좀 태워보자고 멀대같이 서있는 자까지 합쳐 2만원을 넘게 준 거죠.
길이는 14.5cm로 텀블러의 17.5cm와 큰 차이 안 나지만 폭이 훨씬 좁기 때문에 많이 왜소해보입니다. 레고 스타워즈 배틀팩에 들어가는 기체들 만해요.
역시 100% 검은색인 부품에 부분적으로 은색 도색이 들어갔습니다. 아주 약간 동색, 흰색도 있습니다.
그냥 검은색으로 남겨놓았다면 무척 심심하고 더 작아보이기까지 했을 거예요.
텀블러와 마찬가지로 재현도와 품질은 괜찮습니다. 다만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괴상하게 생긴 바이크인 만큼 부품들의 수평을 잡아주면서 만들기가 좀 어렵더군요.
만드는 중간중간 굴려보면서(나름 좀 굴러갑니다) 휠 얼라인먼트를 해주는 게 좋습니다.
완성샷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야밤에 출근 출동~
구하기가 좀 까다로운 게 단점이지만 제품 자체는 추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듯합니다. 현재 시중에서 유일하게 구입 가능한 텀블러와 배트팟 프라모델이기도 하구요.
자잘하니 세공하는 재미와 무난한 가격, 충실하게 재현된 외관이 꽤 매력적인 게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반다이 밀팔 다음으로 결과물의 만족도가 높네요. 먹선 넣고 데칼 붙일 일이 없는 대신 조립은 더 까다로왔던 듯하구요.
이 크기와 재현성에 만족을 못하신다면 핫토이, 소프 스튜디오 등의 완성품을 찾아보셔야 하는데 아마 50만원쯤에서 시작할 겁니다.^^;; 반면 리볼텍 등의 10만원 이하 제품은 너무 작구요.
같은 라인의 제품으로 '캣우먼 위드 배트팟'도 있는데, 1:25이 아닌 1:18로 좀 더 크고 한 박스 안에 캣우먼 피겨와 배트팟이 같이 들어있는 제품이에요.
캣우먼 부품이 살구색 레진이라 전면도색이 필요하다던데, 얼굴이 영 못생겨보여서 저는 안 샀습니다. 국내에 재고는 많더군요.
한편 배대슈 버전 배트모빌이며 리즈 시절인 1966년 TV판 피겨들도 아마존에서 팔고 있습니다. 정작 회사 홈페이지에는 목록에도 없거나 여전히 커밍 순으로 되어있지만.
그밖에 프라모델로 만져볼 만한 수퍼히어로물은 별달리 없는 것 같습니다. 갖가지 버전의 배트모빌, 배트윙, 배트보트 등이 있긴 한데 썩 구미가 당기지 않네요.
하기야, 맨몸으로 혹성을 들었다놨다 하시는 분들께 뭔놈의 기체가 필요하겠어요. 히어로물은 역시 액션피겨가 정답이죠. 혹시 반다이에서 이마저 프라모델화시켜버린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