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잉칼] 재출간 기념 신구판 대조

apparat 2023. 11. 16. 17:01

7년 전 이 블로그에 23년 전에 번역되어 나온 43년 전 만화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헉헉.

 

[잉칼](원제 [존 디풀의 모험])이었죠.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모르는 사람만 모른다는 유럽 SF 그래픽 노블의 대표작입니다. 자세한 작품 소개는 위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길.(한 마디로 [왓치맨]보다 전혀 밀리지 않아요.) 국내 초역이었던 2000년 교보판이 메마른지도 까마득해서 중고가가 꽤 뛰어있습니다. 상태 좋으면 7~8만원을 호가하더군요(발매가 11500원).

 

그런데 재출간이 되었습니다!! 코믹스/그래픽 노블 팬들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이게 실제로 이루어지네요. 반가운 마음에 신구판을 견주어봤습니다. 참고로 이번에도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아직 1권만 나왔어요. 2권은 내년 2월쯤 나온다고 합니다.

 

23년만에 재출간된 [잉칼] 국역 신판.

 

그래도 서지정보 정도는 짚어놔야죠. 변경사항 비교입니다.

  • 출판사: 교보문고 → 아폴로 북스
  • 출간일: 2000.9.25 (1, 2권 동시출간) → 2023.9.5 (1권 먼저 출간)
  • 판형: 188x257mm(B5) →  240x315mm
  • 표지: 페이퍼백 →  하드커버
  • 무게: 319g → 1424g
  • 쪽수: 168쪽 → 160쪽
  • 구성: 구판 맨앞의 인물소개가 신판에선 생략됨
  • 가격: 11500원 →  42000원 (구판의 요즘 중고가를 감안하세요)

 

반면 바뀌지 않은 사항들입니다.

  • 볼륨: 전 2권 (원래는 여섯 편으로 나누어 1981~1988년 사이에 연재되었다죠. 신구판 모두 1권이 원작의 1~3편, 2권이 4~6편을 싣고 있습니다)
  • 번역: 이세욱 (밑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할게요)
  • 역자의 말: 초판의 것 그대로 다시 실음

 

[잉칼] 신구판 표지 비교. 왼쪽이 2000년 구판, 오른쪽이 2023년 신판.

 

제일 먼저 느껴지는 건 외양. 훌쩍 커졌고 하드커버로 바뀌었습니다. 이쯤 되는 명작은 하드커버가 맞죠. 게다가 얇고 커서 오래 꽂아두면 휘어지기 쉽잖아요. 확 바뀐 표지는 기괴함만을 강조한 듯한 구판보다 마음에 듭니다. 이거 기잎이 있는 작품이라구요.

 

서지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는 속내로 좀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적당히 한 페이지 펼쳐볼까요. 거의 맨앞부분입니다.

 

[잉칼] 신구판 본문 비교. 왼쪽은 구판의 14쪽, 오른쪽은 신판의 6쪽.

 

폰카로도 색감 차이가 드러나죠? 구판이 오래 돼서 누래진 게 아니라 색보정을 거친 거라고 합니다. 이브 샬랑과 이자벨 보메니-조안넷에 의해서라고 되어있네요. 전체적으로 채도가 좀 줄었는데 특히 노랑~빨강 쪽의 과한 채도가 많이 줄어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얼굴이 오렌지색에서 살구색으로.

 

종이 질도 확 좋아졌어요. 책 무게가 무려 4배도 넘게 무거워진 게 하드커버 때문만이 아닌 거죠. 무게에 비하면 책값이 덜 오른 겁니다^^. 양쪽 페이지 사이에 흰 여백을 충분히 넣어서 가려진 부분 무리하게 펼치다 쩍 갈라지는 참사도 덜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하드커버라 잘 펼쳐지긴 하지만요.

 

번역은 거의 동일합니다. 어색한 문구만 몇 페이지당 하나씩 바뀐 정도. 예를 들면 소비행정 → 소형 비행정 / 우주에 순결한 어둠을 → 우주의 순결한 어둠을 / 벽이 열리는 것 같지 않아? → 길이 열리는 것 같지 않아? 등. 번역때문에 신판을 다시 살 필요까진 없는 듯.

 

그보다 눈에 띄는 차이는 효과음 표현이에요. 저 위의 페이지, 떨어지면서 지르는 소리가 "아아아아아아"에서 "AARGHHHHN"으로 바뀌었죠? 이처럼 의성어, 의태어를 구판에서는 일일이 로컬라이징해놨는데 신판은 원본으로 되돌렸습니다. 전세계 역본이 그렇기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거라는. 본문 글씨는 오히려 작아졌고, 강조체의 디자인에도 변경이 있습니다. 그냥 확대복사해놓은 건 아니에요ㅎㅎ.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절판된 명작이 재출간되었다는 사실 자체겠죠. 더 큰 판형, 더 좋은 지질, 하드커버, 최소한 나빠지진 않은 번역과 디자인으로 상태 좋은 중고가보다 싸게 나왔습니다. 없어서 못 구하신 분들 이번엔 늦지 마시고, 수집가 분들 발 빠르게 대응하시고, 부디 이번엔 2쇄 3쇄 계속 나오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교보문고, 인터파크 도서 등 일부 온라인 서점에서만 보이던데 아무 데나 다 깔리길 바라구요. 2권도 얼른 나와서 끊어가는 고통을 줄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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