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옥스포드 태왕 광개토를 베낀 중국 슬루반 삼국지

apparat 2017. 5. 2. 09:27

레고 정품도 모자라 개인 창작가들의 MOC까지, 주로 베끼면서는 간혹 멀쩡히 계약을 맺기도 하는 요지경 세상, 중국 브릭업계에 관한 또 하나의 정보입니다. 관련정보 및 저의 입장을 정리해놓은 이전 게시물도 참고해주시고요.


얼마 전에 한국 브릭업체 옥스포드 Oxford에서 '광개토대왕 - 장군' 시리즈 4종을 냈죠.[각주:1]

실은 2006~2007년에 태왕 광개토라는 제목의 제품 6개가 있었고, 그걸 리뉴얼해서 낸 2011년판 제품 3개가 또 있고, 이걸 다시 고쳐서 이번에 또 낸 것이죠.

건물 등이 꽤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만(일부는 2014년 장군 이순신 시리즈의 재활용이기도요), 사진만으로는 어째 예전 제품이 더 나은 것도 같습니다. 아마도 이번 것이 대상연령대를 많이 낮춰서 그런 듯해요. 사실성 강조해봐야 아저씨들이 옥포 잘 사주지도 않고...


이를 계기로 예전 옥스포드 제품들 찾아보기 -> 중국산(계몽) 삼국지 미니피겨 찾아보기[각주:2] -> 모든 삼국지 브릭 제품 찾아보기 -> 어? 뭔가 이상한...? 의 순서로 일이 흘러갑니다.

박스아트를 한 번 보시죠. 옥스포드의 태왕 광개토 제품들(2006~7)과 슬루반 Sluban이라는 중국 회사에서 낸 삼국지(중국식 품명 '三國', 영어식 품명 'Three Kingdoms' 혹은 'Red Cliff') 제품들 비교 이미지입니다.


1-1. 옥스포드 Oxford, GT0672 (=GT72000), 2006



1-2. 슬루반 Sluban, M38-B0267



(참고로 박스 오른쪽 아래의 초록색 악어는 브릭분해기입니다^^;;)


2-1. 옥스포드 Oxford, GT0660 (=GT60000), 2006



2-2. 슬루반 Sluban, M38-B0266



3-1. 옥스포드 Oxford, GT0645 (=GT45000), 2006



3-2. 슬루반 Sluban, M38-B0265


(그나저나, 아까부터 보이는 왼쪽 아래의 저 괴이한 '기프트'는 대체 뭘까요?)


4-1. 옥스포드 Oxford, GT0720 (=GT20000), 2006


4-2. 슬루반 Sluban, M38-B0262



5-1. 옥스포드 Oxford, GT3094 (=GT5000), 2007



(위의 제품은 '태왕 광개토' 시리즈가 아닌 '5000' 시리즈의 하나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제품 정가가 5000원이라서 5000 시리즈라고...)[각주:3]


5-2. 슬루반 Sluban, M38-B0271



변함없이 베낀 거죠. 알리바바에서 찾아보면 몇 개 더 나옵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박스를 촬영한 각도, 숨은그림찾기로 쓰기 좋은 박스아트의 부분부분들, 난이도가 좀 더 높은 미피와 소품들, 현판과 깃발의 한문과 문장 등.

한국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한 11년 전 광개토대왕이 대륙으로 건너가 "싼궈지"로 둔갑하고 해외에다가는 'Chinese Three Kingdoms'로 소개 및 판매가 되고 있네요.


그 자들도 참,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들을 무릎 꿇렸던 광개토대왕을, 그것도 자기들의 자존심인 삼국지에다... 돈이면 무슨 짓이든 하는 마인드가 바로 이거로군요.

중국인들이 이 사실을 알면 자존심 상해서 불매운동을 벌이게 될지 아니면 동북공정의 영향으로 "그럴 수도 있잖아" 하고 말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한중 이외의 소비자들은 고구려식 무장과 성채를 중국 것으로 여기게 될테니 이런 뒤죽박죽이 또 없고 말이죠.


정작 옥스포드의 삼국지 시리즈 2종은 복제대상에 간택되지 못했네요. 제가 보기에도 이것들은 별로더군요. 중복 덩어리인 치우천황 시리즈는 특이한 맛이라도 있죠.

계몽의 삼국지 미피들은 디자인이 꽤 멀쩡해서 칭찬 좀 해줄까 싶었는데 또다른 브랜드는 이렇군요.

홈페이지 보니 밀리터리물도 많이 냈던데 죄다 베낀 거 아닌지 의심부터 해야 되려나요. 실제로 이 회사의 밀리터리물 일부도 옥스포드의 코브라 전투단 등을 베낀 흔적이 짙고, 타이타닉(대형 버전, 미니 버전 둘 다) 역시 옥스포드 것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되어 있습니다. 스위트 시리즈 등도 마찬가지라고 하구요.


레고에 MOC에 옥스포드까지, 다음은 메가블럭일까요? 아니면 코비? 레고만큼이나 옥포도 더더욱 신경쓰고 분발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 선물용으로 많이 사줄테니까 CH3243 '코리아 하우스' 2 in 1 제품과 KH3362 '전통혼례' 디오라마 제품 재발매 좀 얼른... 뒤의 것은 공식 블로그에서 수요조사 시작한 게 만 1년 전이라구요.(반대로 IS3051 '아이언 솔저' 시리즈같은 구닥다리 제품은 하루빨리 단종시키셔야겠고.)


P.S. 옥스포드 측에서도 이런 사실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것이라구요. 그 나라, 벤츠 랜드로버 포르셰까지 베껴서 만들고 정부가 옹호해주는 데니까요.


  1. 기존 '장군 이순신' 시리즈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걸로 보이는 부제입니다만, 대왕이 장군으로 격하되는 문제는 어쩔 거여요. 그래선지 주요 온라인샵들은 물론 옥스포드 홈페이지에도 품명이 '광개토대왕2017'로만 되어있더군요. [본문으로]
  2. 계몽 Enlighten이라는 중국 브릭업체에서 2016년에 내놓은 삼국지 미피 두 세트가 있습니다. 각각 주연급 4, 병졸 2, 말 2의 구성으로, 가성비는 물론 디자인도 상당히 준수해보입니다.(부품의 품질은 꽝이라고 합니다만.) 포인트는 이 물건이 오리지널이라는 것이죠. 삼국지 관련물을 냈을 리 없는 레고는 물론 다른 어느 회사에서도 이런 제품이 나온 적 없는 것으로 압니다.(혹시 커스텀 피겨를 베낀 걸지는...) [본문으로]
  3. 과거 옥스포드 제품에서는 이와 같은 품번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 제품들의 품번이 두 가지인 이유도 그래서인데, 괄호 속의 품번들이 정가를 뜻합니다. 실은 앞 품번도 정가와 연관이 있죠. 이런 민망한 습속은 몇 년 전에야 사라진 듯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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