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MOCs

[MOC] 조립형 배틀 드로이드 Brick Built Battle Droid (스튜디오 기능 익히기를 겸한)

apparat 2020. 2. 18. 06:12
  • 제목: 배틀 드로이드 Battle Droid

  • 장르: Star Wars

  • 설명: [스타 워즈] 프리퀄 시리즈에 등장하는 B1 배틀 드로이드를 소형 브릭 빌트 피겨 brick built figure로 재현

  • 부품: 36 피스

  • 제작: 2020

  • 인스 다운로드: Rebrickable MOC-36044 [PDF]  |  Bricklink Studio Gallery [Online]





영화가 심심산골로 가든 제품이 골동품점으로 넘어가든 어릴 때 잇몸에 밴 '별들의 전쟁' 맛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레드 제플린같고 신라면같은 거겠죠. 돌아보니 프리퀄이 수작이었다는둥, 극장판은 마징가/건담 뺨칠지언정 드라마는 선방하고 있다는둥, 다 변명이에요. 그저 인이 박혀서일 뿐이죠.


그래서 또 만들어봤습니다.(전작으로는 6스터드짜리 샌드크롤러와 우키피디아에도 안 나오는 제국의 장갑차와 레이저포가 있었고, 20018 AT-AT의 소폭 개조품도 있었습니다.) 작정하고 만들었다기보단 손 가는 대로 가볍게 끼워봤습니다. 그리고 이거야말로 스튜디오(브릭링크가 넥슨 소유이던 시절 개발한 레고 CAD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힐 절호의 기회다 싶어 개인적으로는 그 용도로 더 잘 써먹었습니다. 8개월만의 신작치고 경량급이긴 하군요.(42043 벤츠 아록스의 B모델을 구동개조한 게 있긴 했는데 인스도 없고 해서 유튜브에만 올리고 말았더랬죠.)


참고로 스튜디오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로는 MOC 관련 사이트와 S/W들을 소개한 별도의 게시물이 있어요. 여기선 간단한 사용 소감 정도나 기록해두려 합니다.



프리퀄 시리즈 내내 (마치 지상의 TIE인양, 스토미 머신 버전인양) 쉬임 없이 갈려나가는 우리의 희생양 B1도 은근히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그러니까 레고 제품도 몇 가지 버전이 있고, MOC도 많이 찾아지고, 반다이에서 프라모델까지 만들어내지 않았겠어요? 


△ [左] 반다이의 배틀 드로이드 & STAP 프라모델 (2016), [右] 레고 8001 배틀 드로이드 테크닉 모델 (2000) [출처: 반다이 하비 공홈 & Brickset]


확실히 바라보고 있으면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인상입니다.^^ 반다이 제품이야 (견고성 빼면) 완벽에 가깝지만 저걸 사서 또 붙잡고 있으려니 부담스럽고, 레고로는 20년 전에 나온 데다 부품수급도 지극히 힘든 위 모델 아니면 '그 미니피겨' 뿐이라 중간이 없어 섭섭해요.


그래선지 아니면 만들기 쉬워보여선지 상당히 많은 MOC가 있습니다. 구글링만으로도 한 다발 쏟아지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으로는 hachiroku24의 100여 피스짜리(유튜브 링크)와 2bricksofficial의 319 피스짜리(리브리커블 링크)가 있더군요. 다들 잘 만드셨고 멋집니다. 제 것은 50 피스 이하의 경량급이라는 데서 살 길을 도모해야겠던데요.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접히긴 합니다. 목, 어깨, 허리, 무릎 정도가 가동관절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좀 더 접힙니다. 이거 안되면 B1 아닌 거잖아요. 이 덕에 매력치 대폭 상승하는 거 아니겠어요. MOC 설명은 이 정도로 충분할 듯하고...


여러 해동안 써온 LDD를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 아니, 당장 지워버려!가 이번 체험의 소중한 결론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빌룬트의 업데이트 의지가 박약해보이던 LDD는 브릭링크(및 스튜디오)의 인수와 함께 관뚜껑에 못 박았습니다. 굳이 삭제 않을 이유가 있다면 기존의 lxf 파일 중에 스튜디오에서 호환이 잘 안되는 게 있을까봐 정도. 그나마도 확인 후 문제 있는 부분만 스튜디오에서 수정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CAD 기능이야 사실 LDD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부분적으로는 여전히 LDD가 더 편한 부분도 있구요. 하지만 아래와 같은 차이는 넘을 수 없는 벽.

  1. 인스 만들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 없습니다. 내장 인스 제작 기능이 충분히 훌륭합니다. 인스 제작 중에 조립 순서 수정하기, 이미지나 텍스트 넣기, 페이지별 시점 조정 등 필요한 건 얼추 다 됩니다. Step List에서 조립 순서만 잘 지정해두면 OK. PC 환경이라면 따로 PDF를 뽑을 필요도 없습니다. 스튜디오 안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고 온라인마저 지원돼요.[각주:1]

  2. 렌더링 이미지 만들기 기능은 모두가 엄지를 세우는 중. 기존의 어떤 렌더러보다도 낫다고 할 정도군요. 대다수 일반 유저에겐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혹시 위의 MOC 이미지들이 사진인 줄 아셨나요? 아뇨. 스튜디오에서 만든 렌더링 이미지입니다. 다만 퀄리티를 'Very High'로 했더니 고작 36 피스짜리 뽑는데 10분이 넘더군요. 그동안 CPU 사용률은 내내 100%. 웹서핑도 힘겨워요.

  3. 브릭링크와의 연동 기능은 LDD에선 상상도 못했던 것. 부품별 가격 시세 보기, 내가 만든 MOC의 부품 위시리스트 만들기, (브릭링크에 등록돼있는) 기성제품의 부품 목록 가져오기, 스튜디오 온라인 갤러리에 나의 MOC 등록하기, 그래서 온라인으로 (PDF 없이) 인스 보기 등이 전부 자동. 여러분~ 여기 신세계예요.

  4. 파트 디자이너라는 확장 기능도 있습니다. 커스텀 부품을 만들어넣을 수도, 커스텀 프린팅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점은 또 하나의 가능성이겠죠.

  5. 업데이트의 신뢰성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LDD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죠. 신규부품은 끊임 없이 만들어내면서 자기네 회사 소프트웨어에 그걸 반영하는 데는 빨라도 반 년;; 스튜디오는 그런 거 없습니다. 제꺽제꺽, 자동으로, 부드럽게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기능이 제한 없이 무료이며, 알고 보니 한국 개발진이 만든 거더라는 뿌듯함에다[각주:2], 그 덕에 개발진에게 한국어로 메일 보내고 받을 수 있다는 이점까지.


어차피 빌룬트는 LDD에 신경을 끊을 겁니다. 애진작에 방치하다시피 한 거, 이리 좋은 걸 인수했으니 미련을 남길 리 없죠. 이제 브릭 창작에 관심 있는 모든 분에게 스튜디오는 마치 아래아한글이나 포토샵같은 필수 소프트웨어가 된 듯해요.



렌더링 이미지다보니 떼샷도 부담 없습니다.(대신 CPU가 고생이지만.) 고백하자면 이번 MOC의 경우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으니 탠(Tan) 색 부품 일부가 상당히 비싸고 드물다는 점입니다. 물론 연회색 등으로 대체하면 되긴 하지만요. 저 역시 실물을 만들 땐 다른 색들을 썼었고 그 아쉬움을 떼샷으로 날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조립부터 인스, 렌더링, 업로드까지 스튜디오 체험 골고루 해본 것만으로도 제게 B1은 한몫을 너끈히 해주었습니다. 앞으로 LDD(와 블루프린트, 블루렌더)로 만들고 올리는 일은 없을 모양이에요. 옛것이 지고 새것이 뜨는 사잇길에서 배틀 드로이드 한 대가 로저로저거리고 있네요.


  1. 이번에 리브리커블에 올리면서 PDF를 굳이 첨부한 건 순전히 모바일 등에서의 호환성, 편의성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자동 업로드 기능을 통해 (브릭링크 내) 마이 스튜디오에 업로드하면 이마저도 불필요해지는 것이 사실이죠. [본문으로]
  2. 2019 브코컨 아티스트 파티 때도 개발진의 인사와 소개가 있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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