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 모델

반다이 MG 피겨라이즈 No.1 드래곤볼 Z 손오공 포즈 놀이

apparat 2016. 10. 25. 01:21
  • 품명: 'Dragonball Z' Son Gokou 1:8 - MG Figurerise No.1

  • 회사: 반다이 Bandai(일)

  • 품번: MGF001

  • 크기: 키 약 22cm

  • 출시: 2009년 12월

  • 평점: 9 / 10


오랜 세월, 그러니까 이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장장 30여년간 그놈의 건담을 우려먹어온 일본의 프라모델 제조사 반다이가 드디어 새로운 시리즈의 출시계획을 공개합니다. 이름하여 'MG 피겨라이즈'(보통은 'MG 피규어라이즈'라고들 쓰긴 합니다), 그동안의 인체형 로봇 제조기술을 응용해서 사람 프라모델, 그러니까 캐릭터 피겨형 프라모델들을 만들어내겠다는 거였죠.


조립형 프라모델은 프라모델대로, 완성품 피겨는 피겨대로 각각 월드 베스트 클래스를 구가해온 회사가 이 둘을 뒤섞겠다고 나섰으니 파장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MG'는 Master Grade의 약자로, 반다이 건프라 제품군의 등급명입니다. 20~30만원까지 하는 최고급 제품군인 PG(Perfect Grade)의 바로 밑이죠. 4~10만원, 실제크기 18cm 가량(애니 기준으로 1:100 비율)으로 사실 이쯤만 해도 차고넘칠 정도의 고급제품군입니다.


이런 체급으로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액션 피겨를, 그것도 조립형 제품으로는 처음 시리즈화한다는 계획에 국내 애호가들도 무척 솔깃했던 바 있으나, 무슨 사연인지 손오공과 몽키 D. 루피([원피스]의 주인공) 정도를 제외하고는 일본 내에서만 알려진 캐릭터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바람에 지금은 시들은 시리즈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리즈의 다수를 점했던 게 아는 사람만 아는 [가면 라이더]였고, 나머지는 [타이거 & 버니], [엑셀 월드] 등 더욱 생소한 캐릭터들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죠. 그러다 장장 7년이 지난 2016년 7월부터 하위 시리즈라 할 수 있는 '피겨라이즈 스탠더드' 제품군이 등장하면서 드래곤볼 제품군은 부활하기에 이릅니다.


프리저(최종형태), 셀(완전체) 등속이 나왔고 앞으로 마인 부우(순수) 따위마저 준비되고 있다는군요. MG 피겨라이즈에 비해 한결 작은 12~19cm 가량의 크기와 다소 적은 부품수, 별로 차이 나지 않는 가격-_-, 대체 뭣때매 제품 라인만 하나 더 만들어 사람 헷갈리게 하는 건지?


어쨌거나, 통틀어 반다이 드래곤볼 시리즈라 부를 수 있는 일련의 제품들 중 1호작으로 발표된 것이 바로 드래곤볼 Z 버전의(다시 말해 성인이 된) 손오공입니다. 제품번호도 MGF001이네요. 설명이 필요한 등장인물은 아니죠. 2호작으로는 초사이어인 버전이 나왔습니다. 거의 머리 색깔만 달라요. 그러라는 반다이.


최초 출시일이 꽤 지났다곤 하나 여전히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구요. 가격은 보통 35000원 정도 하는데 3만원 밑으로 할인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완성품 사진을 보실 때 일단 주의를 끄는 점은 재현성일 겁니다. 프라'모델'이니 당연히 재현성이 높아야겠지만 이건 높은 게 아니라 그냥 똑같습니다. 어딜 봐도 만화에서 바로 튀어나왔어요. 살짝살짝 드러나는 관절 연결부만 빼구요.^^


키 22cm라고 말씀드렸죠? MG 건프라나 스타워즈 캐릭터들(대략 17cm 내외)보다 큽니다. 접착제와 도색이 전혀 필요 없이 그냥 끼워맞추기만 하면 되는 스냅온 형태의 제품이구요.


색분할이 하도 잘 되어있어서 도색을 하면 오히려 망칠 것 같아요. 대신 약간의 습식 데칼과 스티커가 함께 들어있군요.(둘 중 하나를 골라서 쓰면 됩니다.) 투명 스탠드도 포함되어있어 이와 같은 공중부양도 아무렇지 않게 시전하십지요.



이 제품의 진가는 역시 준수한 가동성에 있습니다. 액션 피겨 제품들은 보통 '가동관절이 몇 개'라는 게 중요한 제품정보의 하나인데, 이건 세어보기도 어려운 게 인체의 거의 모든 주요관절은 물론 상의의 옷깃과 허리띠 매듭까지 움직여주니까요.


대략 30개쯤 될까요? 완성형 액션 피겨나 건프라 제품을 많이 접해오신 분들에겐 평이한 수준이지만 익숙해지기 전엔 신기방기할 정도죠. 어중간한 자세나마 책상다리에 팔짱을 낄 수도 있습니다.



팔짱에 책상다리가 앞으로 최대한 접는 자세라면 요가할 때의 브리지 자세는 뒤로 최대한 접는 자세가 되겠죠. 어렵지 않군요. 손오공과 함께 하는 요가 교실 차려도 되겠어요.


사진들을 잘 비교해보시면 팔을 많이 굽힐 경우 알통이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감탄했던 부분이었어요. 발 역시 발목만이 아니라 발끝 부분까지 굽혀집니다. 이런 거 몇 가지로 훨씬 자연스러운 포징이 가능해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무술시범 좀 관전해볼까요. 이소룡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 법한 포즈를 먼저 선택해봤습니다. 스탠드가 동원된 장면이죠. 투명 스탠드는 허리에 가볍게 끼우고 뺄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옆으로, 뒤로, 비스듬히, 위아래로 가동이 가능합니다. 높이는 레버로 고정시킬 수 있구요.


다시 한 번 사진들을 잘 비교해보세요.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손은 벌써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두 가지 페이스(앙다문 입과 고함치는 입)가 제공되고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게 또 하나의 기믹입니다. 눈알 방향도 데칼 및 스티커로 자유연출이 가능하구요. 단, 페이스 부품이 둘이므로 눈알 방향도 두 가지가 한계겠죠. 손은 양손 각각 주먹과 보자기가 제공됩니다.



특히 이 자세를 하려면 보자기가 필수니까요. 손오공의 상징, 에~너~지~ 파~~!!! (만화책으로 먼저 보신 분들에겐 '에네르기파'란 표기가 더 친숙할 수도.)


가동률도 가동률이지만 관절들을 움직일 때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메카인 건담과는 또 달라서 너무 뻑뻑하지도 헐겁지도 않게 딱 좋은 정도를 어떻게 플라스틱으로 이리 잘 구현했을까 신기하기만 합니다.


관절 움직일 때의 느낌이 봉제완구나 고무인형 만지는 것 같아요. 하긴, 이 한 제품 안에 들어간 플라스틱 종류만도 보통, 머리카락 등에 쓰인 조금 연한 것, 물렁물렁한 관절 연결용, 미끄러지지 말라고 빡빡한 고무로 만든 발바닥, 주요 관절과 스탠드에 쓰인 ABS 등 5가지에 이르니까요.



가동성만으로 치면 더 나은 건프라 제품도 많다고는 하나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드래곤볼을 본 분이라면 충분히 흥미로우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냥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에너지파가, 원기옥이 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드래곤볼은 재미있게 본 사람과 재미없게 본 사람으로 나뉘지 않죠. 그냥 본 사람과 안본 사람으로 나뉠 뿐이죠.^^ 단, 극장판은 빼고.)


더불어 프라모델 성인 초보에게 일순위로 추천할 만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대다수 프라모델을 다룰 때 우리를 힘겹게 만드는 요인들(접착제는 불편한 데다 냄새도 지독하고, 부품은 딱딱 안 맞아 벌어지거나 단차가 있고, 도색과 웨더링을 위해 갖은 고역을 치러야 하고, 경우에 따라 100개가 넘는 데칼/스티커/판박이를 그것도 굴곡면에 붙여야 하고, 이 고생을 다 겪어도 원래 제품 자체가 별로라 마음에 안 들기 일쑤고, 그나마 애들이 건들면 망가질까 전전긍긍...)이 싹 제거되어 있거든요.


런너에서 잘라내고 게이트 자국 다듬는 과정만 제외하면 레고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에요. 잘 만들어진 설명서 앞에 놓고 딱딱 맞아들어가는 손맛을 즐기며 조립을 마친 뒤 스티커만 몇 개 붙여주면 됩니다. 대략 3~4시간 정도면 완성할 수 있더군요.



만드는 재미, 포즈 잡는 재미, 전시 효과는 물론 아이들이 갖고놀기에도 좋습니다. 견고성이 대략 레고 스타워즈 빌더블 피겨즈와 비슷하고 빠지면 다시 끼우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저도 사실 어린 아들노미의 생일선물을 고르느라 이 제품을 직접 만지게 된 것이었어요. 다만 조립은 15세 이상용이므로 어른이 만들어서 아이에게 줘야겠지요.


온라인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가격도 레고 중소박스 정도에 '불과'합니다. 추천하지 않을 구석을 찾기 어려운 제품이죠. 요즘 스타워즈 캐릭터 프라모델들(다스 베이더에서 배틀드로이드까지)의 조상뻘이기도 하구요.


피겨라이즈 스탠더드 시리즈로 여러 가지가 나오고 있다곤 하나 우리의 친구 손오공만큼은 본 1호작으로 만져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직은 재고가 충분한 듯하니 너무 늦기 전에 관심을 가져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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