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 모델

하세가와 하록 선장 - 아르카디아호 1번함 1:1500

apparat 2016. 10. 23. 03:32
  • 품명: Space Pirate Battleship 'Arcadia' First Ship 1:1500 - Space Pirate Captain Harlock 'Dimension Voyage' (하록 선장 차원항해 버전)

  • 회사: 하세가와 Hasegawa (일)

  • 품번: 64724 [Scalemates DB]

  • 크기: 길이 약 35cm

  • 출시: 2014년으로 추정

  • 평점: 8 / 10


'하록 선장(원제: 우주 해적 캡틴 하록)'은 1978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TV 만화입니다. 그 이후로 여러 번 리메이크가 되었고, 극장판도 몇 개 나왔습니다.

최근의 경우에는 2014년초에 한국에서 조용히 걸렸다 내려진 버전도 있었죠. 류승룡의 하록 선장 역 더빙이 인상적이었다고들 하더군요.

잘 아시다시피 '은하철도 999' 및 '천년여왕'과 이리저리 얼키고설켜있는 작품입니다. 원작자의 이름을 따서 '레이지버스(마츠모토 레이지 유니버스)'라고 하더군요. 이 양반도 조지 루카스 못지 않은 편집증 환자인 듯.

관계망이 상당히 복잡한데, 대략 주인공들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 카더라 정도에서 구글에게 공을 넘기고자 합니다.



한국에는 1980년 처음 국내방영되었습니다. 제목은 '하록 선장'인 적도 있었고, '애꾸눈 선장'이었던 적도 있었구요.

그에 따라 주제가도 여러 버전입니다만, 저에게는 "저 우주는 우리의 희망의 바다~"로 시작해 "애꾸눈 선장, 애꾸눈 선장, 용감하다 애꾸눈 선장~"으로 마무리되는 별셋 아저씨들의 버전이 팍 각인되어 있습니다.

(옛날 만화 주제가와 오프닝 영상은 요즘 유튜브에서 얼마든지 찾아보실 수 있어요.)




제작사인 하세가와는 그래도 나름 일본 프라모델계의 4대 회사 중 하나라고 합니다만, 그 중 호평이 많은 본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반다이와는 현격한 품질 차이를 보여주고 맙니다.

우선 거의 다 접착제로 붙여야 되구요. 습식 데칼 한 가지만 달랑 들어있는데 그나마 뻣뻣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붙이느라 꽤 애를 먹구요.

특히 전함 뒷쪽의 갈색 부분(선장실)은 데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해야 하는데 거의가 요철면입니다. 포기하고 도색으로 대신하는 분들도 많으시더군요.

사출의 정밀도와 마감, 패널 라인의 깊이, 플라스틱의 강도, 심지어 설명서까지 모든 부분에서 반다이가 왜 세계최고인지를 반증해줍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제품의 색깔 자체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더 밝고 채도가 높은 카키색이어야 애니 모델다운 매력이 살 것 같은데, 결과물은 그냥 밀리터리의 그 국방색입니다.

갑판과 뒷부분의 갈색도 마찬가지로 너무 어둡구요. 도색을 하려 들면 락커로 모조리 색을 다시 입혀야 할 것 같아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만, 불만이 가시지 않네요.

어떻게 때워보려고 여기저기 그을음을 많이 집어넣어봤으나 결과는 그냥 지저분... 실력이 여기까지니 별 수 없죠.


참고로 지금 보시는 사진들은 실제 색과 조금 다릅니다. 일부러 화이트밸런스를 따뜻한 쪽으로 조정해놓고 채도도 많이 올려서 제가 원하는 색에 좀 더 가까워진 상태입니다.

실제 물건은 뵈기 싫은 그냥 국방색이에요(밀리터리 안 좋아하는 모델러 일인). 저 정도로만 나왔어도 한결 나았을텐데... 아, 그냥 제가 노란색 전등을 켜고 보면 되겠군요.

 


그러나 정작 제가 어릴 때 봤던 TV 만화에서의 아르카디아호는 이 형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반전.

같은 회사에서 '2번함'으로 출시되어있는 파란색 모델이 78년 TVA 버전이고, 앞에 해골 문양이 새겨진 카키색의 이 모델은 80년대초 극장판 이후의 버전이라고 하더군요.

보시는 모델은 그 중에서도 최근에 디자인을 살짝 업그레이드시킨 소위 '차원항해 버전'이라고 합니다. 해골 문양이 좀 더 디테일해졌고 함교의 안테나가 약간 다르다는데, 솔직히 모르겠어요.

한정판이라고까지 써있는 물건을 대폭할인하길래 얼른 주문했을 뿐입니다. 원래 6만원 넘는데 4만원 조금 넘게 줬습니다.



위 사진에 나오는 전함 앞의 거대한 칼은 애니에서 실제로 등장하는 비장의 무기 되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만화틱해서 보통은 빼놓고 있습니다.

기믹이라고는 3기의 주포 방향과 각도를 조정할 수 있는 것 외엔 찾아볼 수 없고요. 레이지버스를 감안해서인지 특이하게도 은하철도 999가 부속품처럼 들어있습니다(1, 3, 5번째 사진).

나름 비율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프라모델계이니만큼 둘의 실제 크기 차이가 저렇겠죠? 남는 런너를 이용해 적당히 곁들여놓으니 없는 것보단 낫더군요.


스타워즈도 스타워즈지만 초딩 시절의 TV 만화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의 페이지들이죠. 그래서인지 여전히 마징가 Z 프라모델과 액션피겨가 잘 팔리고 건프라 중에서도 퍼스트 건담의 지위는 굳건하다더군요.

나와있기는 미래소년 코난, 나우시카, 라퓨타 관련 제품들도 여러 가지 있지만 그리 매력적이지가 않아요.

그나마 하록 선장 관련제품들이 제일 그럴싸합니다. 몇 가지 버전의 아르카디아호 외에 소형전투기인 스페이스 울프가 또한 몇 가지 버전으로 나와있지요. 모두 하세가와에서 만들었습니다. 이런 식의 추억 쓰다듬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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