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어느 락돌이의 일장춘몽 방랑기,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

apparat 2016. 11. 6. 04:07
  • 제목: 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 [IMDB]

  • 감독: 카메론 크로우 Cameron Crowe

  • 배우: 빌리 크루덥 Billy Crudup, 안나 파퀸 Anna Paquin, 프란시스 맥도먼드 Frances McDormand,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Philip Seymour Hoffman 외

  • 제작: 콜럼비아 (미)

  • 개봉: 2000년

- 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 (2000) - 블루레이
배급 :
출시 : 20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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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영화와 함께 DVD/블루레이의 장점을 100% 활용할 수 있는 타이틀이 바로 음악과 관련된 것들이겠습니다. 그냥 음악 타이틀도 있고 오페라, 뮤지컬, 음악영화 등 따지고 보면 꽤 다양하죠. 그중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음악영화 하나가 있으니 바로 본작입니다.

제목만 봐가지고는 액션인지 에로물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카메론 크로우라는, [제리 맥과이어]와 [바닐라 스카이]를 감독한 뭐 그렇고 그런 헐리우드 부족이 제조해낸 또하나의 상품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조건들(하다 못해 포스터까지)을 두루 갖춘 덕에 국내에선 극장개봉조차 해보지 못하고 비디오와 DVD로 직행하고 말았습니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두 가지 정도를 밝혀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첫째, 카메론 크로우는 10대 시절에 밴드들을 쫓아다니며 락 저널리스트가 되어보겠다고 설쳤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 꿈을 실현시키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DVD의 서플먼트 중에는 그가 [롤링 스톤 Rolling Stone] 등 유수의 음악지에 기고했던 기사들이 포함되어있기까지 해요. 심지어 락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여성 락커와 결혼까지 했다죠. 쟁쟁한 중견 락 밴드 '하트 Heart'의 멤버인 낸시 윌슨이 바로 그의 마누라입니다.

둘째, 이 영화는 그런 이력을 지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내용도 자연스럽게 음악인이 아니라 락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열 다섯 수줍은 청춘의 일장춘몽 방랑기입니다. 취재 차원에서 'Still Water'라는 2류 밴드의 전미횡단 투어에 합류하게 되면서 겪는 '락(비지니스)계의 허와 실'에 대한, 몇 달 간의 꿈같은.

하지만 오해 마세요. 감독의 마음씨는 넉넉합니다. 이 영화는 어느 모로 봐도 고발, 비판, 해부, 출동같은 단어들과는 별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저 철없던 한 시절을 지긋한 미소로 되돌아볼 뿐입니다.

영화가 만들어지던 당시 감독의 나이 어느덧 마흔 셋, 장장 28년 전 철모르던 한때를 즐거이 회상하자는 판에 고발은 또 무슨 생뚱맞음이겠어요. 이 점이야말로 본작의 미덕이자 다른 '락계의 허와 실' 영화들(예를 들면 [댓 씽 유 두], [하츠 오브 파이어], 그리고 가장 대척점에 있달 만한 [와이키키 브라더스])과의 변별점이 아닐까 싶네요.


사운드 빵빵하고 스크린 널찍한 극장에서 감상할 기회는 아마도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지만 DVD, 블루레이, IPTV 등 풍요로운 홈씨어터의 시대니까요.(O.S.T. 음반도 나온 게 있구요.)

DVD/블루레이를 구하신다면 극장판에서 무려 40분이 불어난 162분짜리 감독판인지 꼭 확인해보시구요. 감독판은 상황과 인물을 구구절절 설명해주는 느낌이고 극장판은 그것이 많이 생략되어있어요. 제 취향으로는 후자가 더 낫더군요.

얼핏 생각하면 감독판을 먼저 보는 게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저로선 극장판을 먼저 보고 난 다음에 뒷얘기 듣듯 감독판을 보실 것을 권합니다.


서플먼트 중 특기할 만한 것으로는 삭제된 씬들 모음이 있습니다. 특히 본영화(두 버전 모두)에서는 몇십 초 정도 나오고 마는 'Still Water'의 라이브 세 곡이 10분 이상에 걸쳐 완전히 '공연'되는데, 모두가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창작곡들이라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로 이 곡의 대다수를 쓴 사람은 다름 아닌 왕년의 유명 락커 피터 프램튼이며(영화 중간에 까메오로 잠깐 등장하기도), 감독의 아내인 낸시 윌슨은 물론 형수님 되시는 앤 윌슨도 음악작업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뭔가 훈훈.


감독의 페르소나인 주연배우 빌리 크루덥은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 등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구요. 주연 여배우 안나 파퀸은 무엇보다도 엑스맨 시리즈의 로그로 잘 알려져있죠. 그밖에 프란시스 맥도먼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등 '어디서 많이 본 아줌마 아저씨들'도 친근감/사실감을 더해줍니다.

이 영화를 떠올릴 때면 제 귀엔 아직도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엘튼 존의 <Tiny Dancer>가 영롱하게 흐르곤 하네요. 락 음악 좋아하신다면 무조건 봐야 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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