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Merry Bricksmas - 브릭코리아 컨벤션 2018

apparat 2018. 12. 17. 19:22
  • 행사명: 브릭코리아 컨벤션 2018 Brickorea Convention 2018

  • 일시: 2018.12.15(토) ~ 12.23(일) | am 10:30 ~ pm 8:00 (마지막날은 6시까지)

  • 장소: 현대백화점 판교점 10층

  • 관람료: 무료



지난 일요일(16일)에 잘 보고 왔습니다. 올해도 변함 없이 우리를 찾아와준 브릭코리아 컨벤션, 더구나 예년보다 개최시기가 두 달쯤 늦춰진지라 더욱 선물보따리 받은 기분이네요. 돈 많이 써야 주는 럭키박스보다 훨씬 럭키하고 해피합니다.^^ 장소와 운영방식은 동일하구요.

몇 마디 총평 뒤에 작품별 감상을 이어볼까 합니다만, 우선 지난번 전시 게시물들 링크부터 걸어놓고 시작할게요. 물론 공식 홈페이지에 상세한 정보들이 제일 잘 정리되어있긴 합니다.

이 땅의 레고 문화도 행사 자체도 연식이 다져지다 보니(올해로 6회째) 이제는 좀 자리 잡은 느낌, 이 한 마디로 총평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혹은 안정감이라고도 할 수 있을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거품이 걷힌 느낌이기도 하겠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제 레고 붐은 많이 꺼졌습니다. 한국만의 일도 아닌 것 같고 일시적인 현상같지도 않습니다. 그런 세태의 반영인지 우선 전시작 숫자가 줄은 것이 눈에 띕니다. 복작복작하던 것이 공간에 딱 맞게 조정된 느낌? 전시는 마땅히 양보다 질이므로 이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도 들어요.


△ 행사장 입구의 대형 오버워치 디오라마. 부산 맵이랍니다. 첫날에는 세계 최초로 2019 레고 오버워치 제품들을 판매하기도 했다죠(수량 한정).


그리고 부대행사가 많이 간소화됐네요. 늘 보이는 브릭 월, 자유조립 놀이터, 할인 판매 외에는 작년에 꽤 인상적이었던 모자이크 월도 보이지 않고 테크닉 MOC들이 움츠리고 뛸 부스도 없군요. 부스트 체험 행사도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거라곤 폴리백 사은품을 인형 뽑기 식으로 제공하는 5층의 팝업스토어 정도? (실패해서 우는 아이도 있었어요;;)

네, 예산이 줄었나봐요. 할 수 없죠. 그래도 머리를 짜내면 돈 별로 안 들고 판촉효과 좋은 부대행사도 있을텐데 전체적으로 너무 정적이고 아이들이 해볼 만한 게 적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철로를 길게 깐다든지, 스핀짓주 시합이라든지, 42065/42095 주행체험을 시키고 시간 안에 들어오면 폴리백을 하나 준다든지, 뭔가 있지 않을까요?


또 하나 달라진 부분은 '동호회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참가의 주체가 바뀌었다는 점이겠습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차이를 느끼기 힘든 부분이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당사자들은 다르죠. 여러 이유와 사정이 있었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창작자들 개인이 특정 동호회에 별로 소속감을 갖지 않는 시대라는 점에서(대부분이 중복가입, 중복활동 중이니까요) 저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봅니다.

그럼 이제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 전시장 내부 전경


△ 5인 공동창작품인 '전쟁의 서막'


제일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거대한 디오라마 작품 '전쟁의 서막'입니다. Last Falcons, 지누라이더, juno, 세인트, 초코기사 님의 공동작품이네요. 이 외에도 서부시대 디오라마와 스타 워즈 디오라마가 홀의 한켠씩을 차지한 채 제각기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캐슬, 웨스턴, 스페이스군요.^^ 이런 데서 대형 디오라마 감상 안하면 어디서 하겠어요. 레고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라 하겠습니다.


오히려 이런 공동창작, 공동구성이 더 많아지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놀이동산도 있고, 동물원이나 로봇 대전도 좋겠고, 엘프 판타지도 가능할 것 같구요. 준비하는 분들이 더 힘들어지...시겠죠? 아예 공동창작 분야를 따로 접수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 진케이 님의 '해리하다'


대형 디오라마들 못지 않게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조각품'이 하나 있습니다. 어, 네이선 사와야 것이 왜 여기...? 알고 보니 진케이 님 작품입니다. 작년에는 '귀'로, 재작년에는 '에티오피아 마라토너'로 늘 의미심장한 대작을 선보여오셨죠. '코뿔소'와 '나이브(Naiv)'도 유명하구요. 이번 작품은 꿈 꾸기에 관한 것이라고 하네요. '해리'의 사전적 정의는 "풀려서 떨어짐"입니다.


△ 배라딘9 님의 '가을산'


대작이라면 베라딘9 님도 빠질 수 없죠. 2016년의 봄('벚꽃엔딩'), 2017년의 여름('여름 해변')에 이어서 올해는 가을입니다. 단풍, 계곡, 등산로, 하나같이 특유의 운치와 디테일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네요. 사진은 작품의 일부인데 계곡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어서 이렇게 찍어봤습니다. 2019년의 겨울, 우리 함께 기대해보아요.


△ 반트 님의 '동백꽃'


거대한 동백꽃 한 송이가 가까이에 놓여있습니다. 그냥 큰 것만도 대단한데(저런 곡선을 레고로 구현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액자 효과까지 절묘하게 더해져 있습니다. 하여튼 조형적 감각이 좋은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다른 한쪽으로는 로봇들이 이열횡대로 벽 하나를 꽉 메우고 있습니다만, 취향에 의거하여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기록보다 주관적 감상 위주로 게시중입니다.^^


△ onecase 님의 'Executor Star Dreadnought'


스타워즈와 SF 등 좀 역동적인 것들이 건너편에 있습니다. 그 중 첫 순서가 무려 onecase 님의 대작들! 단 세 점의 스타워즈 비이클로 리브리커블을 점령하신 분이죠. 그 중 둘을 실물로 접할 기회였습니다. 추천수 660 이상에 빛나는 위의 SSD, 그리고 옆자리에서 다소곳하게(...) 제다 시티를 뒤덮고 있는 ISD.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세계 곳곳의 레고 커뮤니티/사이트에서 한국 창작가들의 약진은 괄목할 만합니다. 앞서 소개한 진케이 님 등 덴마크 레고하우스의 초청을 받고 다녀오신 분도 이미 여럿이구요. 역시 단 세 점의 모듈러 얼트 모델로 리브리커블을 달군 InyongBricks 님, 빌룬트와 리브리커블의 합작 프로젝트 '레고 리메이크'의 7인 중 하나셨던 timeremembered(가루녹차) 님도 빼놓을 수 없죠.


△ 장군운전병 님의 레고 사진들


국위선양이라면 장군운전병 이제형 님의 레고 사진들도 만만찮습니다. 스토미 연작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다방면에 걸친 레고 패러디물로 브릭링크 대문에도 걸리고 청와대 앞에서 전시도 하셨죠. 브릭 창작물만이 아니라 브릭을 활용한 사진이나 동영상 작품도 전시에서 같이 볼 수 있으니 참 좋네요. 참고로 사진 앞의 커다란 작품은 올드스쿨티 님의 '스타 워즈 호스 에코 베이스'입니다.


△ 윈디파인 님의 오토마톤 작품들


오토마톤(자동 기계; 복수형은 '오토마타')으로 유명한 윈디파인 님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습니다. 하나같이 작동이 되는, 그리고 작동 모습을 봐야만 비로소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만 함께 설치된 태블릿 동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랩니다. 그런데 솔직히 잘 안 달래집니다. 최소한 태블릿이 제일 앞쪽에 위치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게 다 내구성과 전원 탓이죠. 전시장에서 실물을 봐야 제대로인 브릭 아트로 디오라마, 대형 작품, 그리고 오토마톤을 꼽을 수 있을 텐데요. 그 중 한 축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서야 전시가 계속 기울어진 삼발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입니다. 브릭 아트 고유의 약점이긴 합니다만 타이머가 됐든 알바가 됐든 어떻게라도 보완이 필요할 듯해요. 몇 년째 진전이 없네요.


△ 와니31 님의 '토토로 고양이 버스'


△ 레고은상 님의 '드래곤볼 브릭헤즈' 시리즈


그래도 이런 이쁘고 흥미로운 작품들 덕에 마음이 추스려집니다. 레고 사가 '미국 외 콘텐츠'에는 영 관심이 없으니 우리로선 창작품으로 대신할 밖에요. 올해도 다양한 '레고 외 콘텐츠' 관련작을 볼 수 있었습니다. 브릭헤즈 대약진의 해답게 이런 타입도 갖가지였구요. 사진은 없지만 [날아라 슈퍼보드] 브릭헤즈도 기억나는군요. 앞으로 한국 콘텐츠 관련작도 더 많이 볼 수 있길 바랍니다. 태권 V는 그만...


△ 준브라더 님의 '평화의 소녀상 브릭헤즈 버전'


브릭헤즈라면 이런 작품도 꼽게 되네요. 작년에는 일반 버전의 '평화의 소녀상'을 출품하셨던 준브라더 님이 올해는 브릭헤즈 버전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확실히 친근감 있고 접근하기 용이한 (일종의) 포맷이긴 한 것 같아요.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인물 누구라도 가능할 테니 말이죠. 역사물, 시사물로도 한없이 이어가겠는걸요?


△ 다산 팀의 테크닉 자동차들


높은 단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산 팀의 테크닉 자동차들입니다. 작년에는 바깥 로비의 별도 부스에서 최소한의 전기라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이번엔 "그저 있습니다." 아무래도 움직이는 작품들은 별도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아요. 테크닉이야말로 구동이 되게 하려고 훨씬 더 힘들게 만드는 건데 정작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니, 이건 흡사 동물원 가서 박제 구경하는 셈이란 말이죠. 최소한 태블릿 동영상이라도 준비돼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원이맘 님의 'Christmas(동방박사와 아기예수)'


시즌에 맞춘 창작물은 전시장 한가운데의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만이 아니었습니다. 소담스런 성탄절 디오라마의 원이맘 님은 지난 전시들의 '원이마마' 님과 같은 분 맞으시겠죠?^^ '미피 아파트'도 '스토미 아파트'도 하나같이 흥미진진했었습니다. 참고로 지붕에 내려앉아있는 천사 미피들은 클리앙 레고당의 자선행사용 커스텀이랍니다.


△ 규갱파 님의 '가을 고향'


△ 규갱파 님의 '쌍학도'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소재의 대가, 규갱파 님의 작품들도 변함 없이 개근입니다. 때로는 소형 디오라마로, 때로는 비네트로, 혹은 정물로 형태를 가리지 않고 놀라운 아이디어와 표현력을 자랑하십니다. 앤트맨 제품의 개미 날개를 활용한 '매미' 앞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감탄사를 숨기지 못하더군요.


△ 잡동사니 님의 '혼천의'


한국적인 작품 몇 가지 더 이어집니다. 안쪽에 따로 모아놨더라구요. 잡동사니 님의 경우 작년엔 실물로 보기도 힘든 국악기인 편종과 편경을 선보이셨었죠. 이번엔 혼천의(옛날의 천문관측기)입니다. 원래 어떻게 측정하는 건지 원리를 몰라서 얼마나 재현이 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옆에는 꾸러기 님의 '자격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매 10분마다 미니피겨가 움직이며 종과 징과 북을 번갈아 치고, 그에 해당하는 소리가 양쪽의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면서 물이 튀어오르는 효과까지 곁들여진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꼭 작동 모습을 보셔야 할 것 같아서 동영상까지 찍어봤어요.


사실은 덕수궁에 물단지 몇 개로만 덩그마니 남아있는 자격루의 원형이 이처럼 북 치고 종 치는 인형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비록 작동부의 본체는 디지털 기기(구체적으로 라즈베리 파이; 일종의 미니 컴퓨터 모듈)로 역할을 넘겨줬지만 최종 구동부는 레고로 흥미롭게 복원되고 있습니다.


△ 슝파 님의 '유옥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목욕탕)'


애니의 장면장면들이 생생히 되살아날 듯합니다. 건물 지붕과 앞마당 여기저기에 작은 개별 작품 여럿이 함께 하고 있기도 하구요. 근데 잘 보면 가오나시와 먼지귀신들 사이로 고양이 버스도 모자라 미니언즈로 추정되는 캐릭터까지 보이네요;;


출구 가까이로는 외국인 창작가들의 작품 몇 점도 함께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동호회가 아닌 개인별 참가로 바뀐 긍정적 효과일까요? 앞으로 재한 외국인 참가자의 증대를 기대해봐도 좋겠네요. 이를 계기 삼아 국제 교류도 활발해진다면 더욱 반가울 거구요.


△ 레고 본사 제작 '부가티 시론'


유튜브에서나 봤던 '본사 MOC'를 우리나라에서 실물로 만날 줄이야. 전시장 출구를 나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있습니다. 하도 커서 처음엔 레고 아닌 줄 알았네요. 238762개의 브릭으로 도합 1674시간을 들여 만든 524kg짜리 물건이랍니다. 앞에 따로 준비된 제어판으로 라이트 등을 조작해볼 수도 있습니다.


날도 춥고 공기도 안 좋은 12월 중하순, 평일에도 8시까지 여는 이 정도 무료 전시를 놓친다면 AFOL로서도 아이 가진 부모로서도 아니될 일이지요. 고작 20점 정도를 되는대로 소개했을 뿐, 전체 출품작은 300점이 넘는다니 이 게시물은 인트로 정도로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거품이 꺼지는 건 이런 면으로도 역시 잘된 일인 것 같아요. 전시장도 지나치게 붐비지 않아서 좋고, 전시작도 지나치게 빽빽하지 않아서 좋았거든요. 비록 부대행사가 썰렁하고 작동형 모델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것은 아쉬웠지만 출품작들의 질만큼은 뒤지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만큼 성숙해가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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