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옥스포드 KH3362 전통혼례, 재발매로 되살아나다

apparat 2017. 6. 16. 08:27
  • 품명: 옥스포드 Oxford KH3362 전통혼례 Korean Traditional Marriage

  • 테마: 한국문화유산

  • 부품: ?개 | 미니피겨 9개 (신랑, 신부, 주례, 몸종, 여자 악사, 가마꾼 넷) + 말

  • 출시: 2013년 | 재출시 2017년

  • 정가: 48000원 | 시가 30000원 내외

  • 평점: 9 / 10


옥스포드 KH3362 전통혼례 (박스 앞면)


옥스포드 KH3362 전통혼례 (박스 뒷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모 브릭 커뮤니티를 통해 담당 디자이너(옥스포드 개발실장)가 직접 운을 띄우기 시작한 게 2015년 11월, 기와를 중심으로 한 업그레이드 버전 사진을 예의 커뮤니티는 물론 옥스포드 공식 블로그에까지 공개하며 바람을 잡은 게 2016년 2월, 다시금 공식 블로그에서 재생산 여부 수요조사를 실시한 것이 2016년 5월...


몇 번에 걸쳐 다시 냈으면 좋겠다, 낼 거다, 확장판을 계획중이다, 리뉴얼만 한다를 반복하던 옥포의 대표적 '단종 프리미엄 제품'[각주:1] KH3362 전통혼례가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재발매되었습니다. 어딜 봐도 뉴스도 알림도 없어요. 유저들이 어느날 온라인몰에서 '발견'했습니다. 어른들의 사정이 있겠죠.


그 사이 2016년 초엔 CU 콜라보 제품인 '결혼해CU'라는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어요. KH3362의 핵심 부분인 신랑, 신부, 주례, 혼례상, 병풍과 (원래 제품엔 없던) 절집 일주문같은 구조물까지를 소박스로 꾸려낸 축약판이었죠.



여하튼 좋아요. 어떤 사정이 있었든, 앞으로 어떻게 되든 이 훈훈한 제품을 쉽고 싸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체로 만족스럽네요. 오프라인에선 아직 보이지 않고, 네이버다음의 쇼핑 메뉴에서 '옥스포드 전통혼례'로 검색해보면 양쪽 다 20곳여의 온라인샵이 찾아집니다. 그 중 2017년 5월에 새로 제품을 등록한 경우가 절반 가량이네요. 재출시라는 사실 자체는 확실하지만 왜 리뉴얼이 아닌지, 수량은 어느 정도인지, 추후 리뉴얼 계획이 따로 있는지 등은 알려진 바 없습니다.[각주:2]


2013년 초판과의 가장 의미있는 차이는 미니피겨들의 옷입니다. 아홉 명의 미피 중 가마꾼 넷[각주:3]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스페셜 부품으로 된 한복을 입고 있는데, 초판엔 이 부품이 종이 재질이라 지적을 많이 당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죠. 미피 옷이 종이라니, 갖고놀긴커녕 앉혔다 세웠다도 못하잖아요;; 이게 비닐 수지 재질로 싹 바뀌었습니다.


이 부분은 환영이에요. 종이가 아니라서만이 아니라, 이런 경우는 몸통에 직접 프린팅이 아닌 별도 부품으로 제공되는 게 맞습니다. 왜냐하면 너풀너풀 한복이니까요. 재질 또한 레고 망토같은 천이 아닌 비닐 수지인 게 적절해보입니다. 요즘엔 비닐 수지에 상당히 좋은 퀄리티로 마음껏 프린트를 할 수 있거든요. 덕분에 신랑신부의 사모관대는 물론 조연들도 각기 알록달록 차려입을 수 있게 됐습니다. 충분히 튼튼하고 유연한 재질이라 불안하지도 않구요.


또 하나 차이는 일부 미피, 즉 가마꾼 넷이 신형 디자인(레고와 동일한 각진 다리)으로 교체되었다는 것입니다. 박스 뒷면에는 여전히 구형의 이미지가 실려있지만요. 하필이면 왜 이 넷만 교체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재고 여부에 따라? 싹 다 바꿔줬다면 더욱 좋았을 걸요. 리뉴얼 계획의 나머지들은 아직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지붕만큼은 꼭 신형 기와 부품들로 바뀌기를 바랐는데... 암만 봐도 섬나라 건물 지붕같이 보이는 건 제가 전통건축에 무지한 탓일까요?



이슈들을 떠나 제품 자체로 돌아와보면, 아주 예쁘고 따스한 물건입니다. 브릭 품질도 요즘 것이라 충분히 좋고, 만드는 재미도 나쁘지 않고, 누구라도 호감을 갖고 한 번씩 들여다볼 만큼 전시성은 백점만점이고(크기도 딱 적당해요), 아이들 갖고놀면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에도 괜찮아보이고, 결혼식/집들이 및 외국인 선물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고, 실구입가 3만원 내외이니 가성비도 좋은 게 부담마저 없죠.


허구헌날 롱롱 타임어고 파파러웨이의 우주전쟁이거나 백인 9: 흑인 1인 초영웅들, 아니래도 십중팔구는 미국 콘텐트에 서양의 어느 거리와 건물이고 유럽의 중세 아니면 미국의 서부시대, 심지어 탈것마저 폴크스바겐이든지 볼보 휠로더 내지는 머스크 화물열차만 주구장창 만들다 어느날 뙇!


한복에 가야금[각주:4], 꽃가마와 청사초롱, 사군자 병풍과 호롱불, 면경이며 백자며 주안상같은 소품 옆에 탐스러운 감나무까지 내 앞에 놓여있는 것이죠. 만드는 내내 흐뭇한 웃음이 떠나지 않더군요. 힐링 효과 인증합니다. 간만에 전통찻집 들어와 편안히 앉아있는 기분이에요.



소재만 독창적인 건 아닙니다. 위에서 보시는 부품들이 모두 (제가 아는 한) 레고에는 없는 옥포만의 고유 부품들이에요. 창호문 완소네요. 후발주자고 호환제품이다보니 카피 의혹에서 늘 자유롭지 못하지만 실은 이런 독자성이 있어요. 계속 돈 들여가며 신규부품을 추가하고 있다니 기대해볼 일입니다.


다만 아직도 남는 아쉬움이 몇 개쯤은 있네요. 우선 설명서 품질입니다. 한국의 인쇄기술이 그다지 기대할 만한 게 못 된다는 거 잘 알고 있지만 차이가 너무 확연해요.



위 사진의 앞(아래)쪽은 실물 브릭, 뒷배경은 설명서의 해당 페이지입니다. 마룻바닥 브릭의 색깔과 그것을 표시해놓은 설명서 색깔이 너무 다르지 않나요? 그 앞의 기단과 댓돌도 마찬가지, 레고의 구회색과 신회색만큼이나 차이가 나네요. 마루 위에 깔린 (아마도) 돗자리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알아보기 어려운 건 색깔에 국한되지 않아요. 작은 액세서리들과 미피의 조립법은 나와있지도 않고(비록 미피는 조립완료된 상태로 들어있지만)[각주:5], 스티커 붙이는 위치도 버젓이 생략되어 있답니다;; 설명서 수준은 꼭 좀 끌어올려야 되겠어요. 특히 아이들이 "이건 설명서가 이상해서 못 만들겠어!"라는 불평을 자주 한다는 얘기는 깊이 새겨야 한다구요.


그에 비하면 스티커 품질은 조금이나마 나아져가는 듯하군요. 전에는 그냥 종이 재질이었던 것이 다소 얇아지고 질겨진 듯. 더불어 이 제품 여기저기에 동원되는 스티커의 경우 불만사항은 아닐 것 같습니다. 사군자 병풍과 '입춘대길' 글귀까지 프린트로 만들어내라고 하기는 힘들죠. 큰 창호문은 프린트 부품이면서 작은 창호문은 스티커 처리된 건 좀 아쉬웠지만.


미피 디자인 또한 이미 개선중이므로 패스입니다. [각주:6] 아직은 이번 재발매판처럼 구식과 신식이 섞여있기도 하고, 광개토대왕 리뉴얼 시리즈(2017)처럼 여전히 구식으로 채워지기도 하는 등 뒤죽박죽이지만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찾아보면 옥스포드의 전통-역사물이 꽤 됩니다. 간단히 열거해보면:


  • 한국문화유산 시리즈: 숭례문 구판, 전통혼례, 경회루, 숭례문 한정판, 숭례문 일반판 등

  • 역사물 시리즈들: 임진왜란, 장군 이순신, 광개토대왕 1~3판, 치우천황, 해신 장보고, 대고구려, 삼국지 등

  • 브릭 포 매니아 시리즈 중 일부: 미니 숭례문, 불국사 석탑, 미니 거북선 등


몇 가지 더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가 제일 풍부하고 정확할테니 떠넘기기로 하구요. 저기도 싹 개편 좀... 영유아용 대형블럭과 밀리터리, 콜라보를 중심으로 잘 나가는 중이지만 전통-역사물에도 지속적인 신경을 써주시길 재삼 청하옵니다.


중국 보세요. 카피굴기로 전세계 브릭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그들이지만 앞으로도 영영 불법복제만 일삼을까요? 그러기엔 욕심이 너무 큰 그들이죠. 반드시 고유제품 개발로 나아갈 거고 그 중엔 반드시 삼국지와 서유기, 자금성과 만리장성이 들어있을 겁니다. 옥포 아니면 대체 누가 한국 전통-역사물을 맡겠어요. 이건 의무 이전에 의리라구요.


대신 합당한 수준 안에서 많이들 밀어주기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우선 이 제품이 전국의 관광기념품 매장에 쫙 깔렸으면 해요. 공항 면세점에서 왜 이 제품을 볼 수 없는 걸까요? 숭례문, 거북선, 불국사 석탑이 더 잘 팔릴지 이런 민속물이 더 잘 팔릴지요.(그리고 외국인 관광객의 대다수는 중국 아니면 일본인이라는 점도.)



이 제품의 롱런은 물론 후속작으로 하회탈놀이, 풍물패, 설날 풍경, 돌잔치같은 중소형 디오라마 제품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른 테마로 몇 번 나왔던 미피팩 형식도 좋겠구요. 그리고 이 모든 제품이 마트와 완구매장의 좋은 위치에 늘 있고, 적어도 레고 10개 살 때 이런 거 한 개쯤은 사는 게 습관이 되기를, 수출도 꾸준히 이어져 외화벌이와 한류 세계화에도 한몫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무리한 희망 아닐 거예요. 최근 몇 년간의 발전과 그에 호응해 좋아져가는 반응들을 보면.


  1. 몇 가지 대형 한정판(숭례문 한정판, 피사의 사탑 한정판 등)을 제외하면 옥스포드 제품들은 단종 = 조용히 사라짐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뒤늦은 수요때문에 단종 프리미엄이 형성된 경우는 이 제품을 포함해 몇 되지 않죠. [본문으로]
  2. 시간이 지나 2019년 7월에서야 리뉴얼판이 출시됩니다. 품번부터가 달라서 KH3366. 기와지붕 등 여러 가지가 개선되었습니다. [본문으로]
  3. 그 중 하나는 위의 사진에서 대금쯤 되는 악기를 연주중입니다. 가마꾼과 악공을 겸하고 있는 건데, 리뉴얼 계획 중엔 악공을 따로 한 명 추가하려는 생각도 있었다죠. [본문으로]
  4. 손에 술대를 안 쥐었으니 거문고는 아니겠죠?^^ [본문으로]
  5. 어린이용 제품의 경우, 특히 옷 부품이 포함된 것은 일부러 조립을 해놓는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이 제품은 아마도 옷 부품때문에 그랬던 듯한데, 성인 팬들이 반길 것 같진 않군요. [본문으로]
  6. 이를 두고 또 베꼈다 독창성이 없다 말들도 있지만 글쎄요. 레고 미피의 디자인은 브릭들처럼 하나의 산업표준으로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을까 합니다. [본문으로]
반응형